< 191. 우승? (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1화 우승? (4)
호샙 과르디올라는 매 시즌 현대 축구에 뒤처지지 않게 발전을 꾀했다.
자신의 전술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떡해서든 보완하고 본 것이다.
한 전문가는 말한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 시절에 비해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이 된 지금이 훨씬 더 전술적으로 유연해졌다고.
이유야 간단했다.
뮌헨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호샙은 라인 고저를 높일 뿐만 아니라 위르갠 클롭처럼 전방 압박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클롭과 다른 점이라면 볼 소유 후 빠른 트랜지션보단 숏 패싱을 통한 빌드업 전개로 공격의 활로를 풀었다.
일종에 볼을 철저히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의 대형을 흩트리고 체력을 빼앗는다.
반대로 아군은 패스 플레이를 통한 어느 정도의 체력 회복을 꾀하는 방식...,
[허나! 오늘 리그 최종전에서 보여주는 맨체스터 시티는...! 확실히 롱 빌드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루트에서 공격이 전개되네요!]
전반전 12분, 해설진이 한층 달아오른 얼굴로 외쳤다.
그 말처럼 3-1-4-2 대형을 구성한 맨체스터 시티는 뉴캐슬을 상대로 공격의 다양성을 뽐내고 있었다.
[그간 맨체스터 시티는 상대 진영에서 볼 탈취 후 만들어나가는 형태를 자주 보였습니다만...!]
그러나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도 그랬다.
뻐어어엉-!
[오옷! 애대르송 모라에스으!]
맨시티의 골키퍼, 애대르송 모라에스가 먼 쪽을 보더니 냅다 롱킥을 때렸다.
중앙에 있던 배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샐루가 각각 측면 하프로 빠지며 전진한 것도 그때였다.
필 보든, 리아드 마래즈는 아예 사이드에서부터 풀백이 오버래핑을 하는 것마냥 전방으로 질주했다.
투웃-!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페널티 아크 아래까지 내려온 가브리에우 재주스가 등지며 받아냈다.
뉴캐슬의 스밴 보트만이 등 뒤로 바짝 붙었지만 재주스는 개의치 않았다.
타앙-!
돌아설 새도 없이 좌측으로 침투한 리아드 마래즈에게 백힐을 구사했으니까.
오오옷! 오오오오오옷!
홈팬들에게서 기대 어린 탄성이 터졌다.
‘됐어!’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왔다 갔다 하며 경기를 관전하던 호샙 과르디올라는 일순 두 눈을 빛냈다.
투웃, 투웃, 투우웃-!
달리는 그대로 유려하게 공을 잡아낸 마래즈가 곧장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언더래핑을 시도한 거다.
툭, 탓-!
재주스에게 붙었던 스밴 보트만이 빠르게 압박하자 마래즈는 팬텀 드리블로 순식간에 그 배후를 제쳤다.
이어 뉴캐슬의 또 다른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뉘가 측면에서 블록을 섰을 땐,
투우웅-!
딱 한 걸음 차, 마래즈는 슈팅 대신 반대편 사이드 끝자락에 서서 대기하던 필 보든에게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
[오옷! 필 보든! 가슴 트래핑으로 한 번에 공을 깔끔히 잡아내는군요오!]
‘예스!’
호샙 과르디올라는 속으로나마 탄성을 터뜨렸다.
리아드 마래즈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돌진하면서 짧은 시간, 뉴캐슬의 수비 대형이 그에게 쏠렸다.
이 또한 호샙의 전술 지시였다.
어그로를 끈 다음, 즉시 반대편 동료에게 패스하라고.
일명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이라는 기술이었다.
한쪽에서 공을 전개하다가 말고 불시에 반대편으로 공을 넘기는 방식.
이로 인해 상대는 이미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 만큼 대응이 반 템포, 또는 크게는 한 템포 이상 늦을 수밖에 없다.
투웃-!
필 보든이 코앞에 있던 다니엘 알배스의 가랑이 사이로 넛 매그를 먹이며 빠르게 에어리어 대각으로 쇄도한 것도 그 이유였다.
마래즈가 어그로를 끌어준 덕에 보든이 좌측 에어리어 깊숙이 파고들 공간이 발생했으니까-!
오오오옷 오오오오오옷!
홈팬들은 보든이 빠르게 에어리어마저 넘어서자 단체로 반쯤 일어나 엉덩이를 들썩였다.
호샙은 외쳤다.
“패스! 패스! 패스으!”
라임 스털링이 페널티 아크 좌측 뒤에서 안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호샙이 판단하기엔 보든이 스털링에게 패스만 연결하면 득점이라 확신했다.
허나 애석하게도 보든은 패스 대신 좌측 대각에서 무리한 슈팅을 때렸다.
촤락-!
빠르게 쏘아진 공이 그물망을 물결치긴 했으나 니어 포스트 옆 그물망을 흔들었다.
[아아! 보든! 득점에 실패합니다아!]
“fuck!”
호샙은 팔짝 뛰며 짧게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맨체스터 시티는 몇 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확실히 먹힌다...!’
뉴캐슬을 상대로 호샙은 보다 더 다양한 공격 방식이 필요하다 보았다.
그래서 오늘 경기만큼은 숏 패스 뿐만 아니라 평소 꺼리던 롱 빌드업도 거리낌 없이 구사하는 중이었다.
‘네이마르, 인쿠를 봉쇄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
호샙은 고민하고 고민했다.
솔직한 말로 그 둘은 월드클래스 수비수들로도 막기 어려운 유형의 존재들이었다.
‘오히려 맨 투 맨을 붙이면 손해야.’
냉정히 보건대 필드플레이어 한 명을 잃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두 사람은 어떡해서든 맨 투 맨을 벗겨낼 테니까.
그렇듯 호샙은 결정을 내렸다.
차라리 과감히, 그 둘을 내버려 두고 뉴캐슬의 나머지 선수들을 공략하자고.
‘최고의 공격은 최고의 수비라는 말도 있지.’
말 그대로 사이드, 하프, 중앙 가릴 것 없이 전술의 유연성을 가져가며 저들에게서 쉬이 소유권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예로 볼을 강탈당할 시엔 평소처럼 강한 전방 압박으로 스틸을 노렸다.
라인 고저부터가 높았다.
센터백마저 상대 중앙 미드필더가 공을 소유하면 튀어나가 압박에 가담할 정도였으니까.
또는 골키퍼에서부터 롱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허점을 찔렀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공이 날아가는 그 순간부터 상대는 공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밸런스는 단연 공 쪽으로 기운다.
그 틈에 나머지 선수들은 측면과 사이드를 점하며 사전 침투로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공간이 협소하다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으로 흔들고 또 흔든다!’
교차 플레이까지 가미시켰다.
중앙에 있는 배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샐루가 돌연 측면으로 빠지는 형식.
반대로 보든, 마래즈는 중앙으로 들어오며 상대의 수비 대형을 흩트리는 것.
적어도 전반전 2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작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알폰스 대이비스 같은 어린 선수들은 맨시티의 유려한 움직임에 몇 차례 자기 자리를 잃었다.
지금 또한 마찬가지-!
투웅-!
그 틈에, 어느덧 우측 사이드로 이동했던 가브리에우 재주스가 등지고 있다 말고 빠르게 돌아서 스프린트를 구사했다.
“이런...!”
알폰스는 중앙으로 이동한 마래즈를 쫓으려다 말고 배후로 침투한 재주스를 뒤늦게 따라갔다.
채 알폰스의 표정은 와락 구겨졌다.
툭-!
중앙으로 쇄도한 리아드 마래즈가 공을 잡자마자 측면으로 침투한 재주스에게 패스했다.
문제는 재주스 또한 단 한 번의 볼터치만으로 반대편 사이드로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는 거다.
투웃-!
[오옷! 다시 한번 필 보든!]
필 보든은 측면에서 공을 받자 이번엔 뒤쪽으로 공을 굴렸다.
넛 메그에 당한 알배스가 곰처럼 전방에서부터 달려들었으니까.
툭-!
뒤쪽에서 공을 잡은 배르나르두 실바는 페널티 박스 쪽을 한 번 보더니 냅다 왼발 인사이드 크로스를 올렸고 말이다.
동시에 해설진은 화들짝 놀랐다.
[오옷! 후뱅 디아스으으으?!]
그 외침처럼 맨시티의 센터백, 후뱅 디아스가 눈 깜짝할 새, 뉴캐슬의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해 다이빙 헤더를 구사했으니까.
타앙-!
인사이드로 휘어진 공은 정확히 디아스의 정수리를 맞고 파 포스트 하단 구석을 향해 굴절됐다.
오오오오옷-!
이 순간 홈팬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다 못해 무릎을 쫙 펴고 일어났다.
일부는 골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조던 빅포드는 결코 만만한 골키퍼가 아니었다.
티잇-!
기어이 온몸을 던져 손끝으로 공을 포스트 바깥을 향해 아슬아슬하게 걷어냈으니.
[와아! 조던 빅포드으으으! 환상적인 선방입니다아아아!]
철푸덕-
직후 꼴사납게 옆으로 넘어졌지만 빅포드는 즉시 몸을 일으켜 다음을 대비했다.
다행이라면 공은 그대로 데드라인 바깥으로 넘어갔다.
호샙은 또다시 득점에 실패했다는 것에 탄식했으나 이내 분전하는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 * *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팽팽한 접전이 되리라 예상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오랜 시간 epl을 누빈 강자였고 뉴캐슬은 떠오른 신흥 강자가 아니던가?
일부는 오히려 뉴캐슬의 승리를 예측하였다.
그만큼 올 시즌 뉴캐슬은 어떤 팀을 상대로도 쉬이 질 것 같지 않은 퍼포먼스를 뽐냈으니까.
여론 반응도 똑같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실시간 경기를 시청 중에 있던 한국 팬들은 당황했다.
- <인생은구만리> : 아니. 전반전 30분 동안 맨시티만 공격하는 것 같은데. 중간에 뉴캐슬이 공격하는 건 킵된거냐? 이거?
- <화장실가자> : 와..., 맨시티 무섭네. 공 뺏기면 바로 쫓아가서 강탈하네;;;
- <내안의축구신동> : 전반전 30분 동안 네이마르랑 인구가 공 잡는 거 못봄. 나만 그래?
ㄴ <축구왕카시아스> : 인구. 등진 채로 두 번 정도 백패스함. 네이마르는 한 번 잡았다가 상대 압박에 뒹굴었고...
- <검은머리전술천재> : 전적으로 호샙이 뉴캐슬을 상대로 맞춤전술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중앙과 포백을 공략하며 아예 1선에 공이 전달되지 않게끔 했네요.
- <블루드래곤밥줘용> : 이 경기 모르겠다. 맨시티 선수들 텐션이 무지 살아있네;;;;
실시간 기사도 맨체스터 시티의 우세에 관해 보도했다.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상대로 전반전 30분 동안 점유율 67% 가져가...!]
[호샙 과르디올라! 극단적일 정도의 공격 축구로 뉴캐슬 압박...!]
[벌써 유효슈팅만 5개째! 맨체스터 시티! 지난 2011-2012시즌처럼 역전 우승 하나...?!]
* * *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호샙은 조급했으나 조만간 골이 터지리라 확신했다.
사실 그보다 일찍 터져야 정상이었지만 오늘따라 조던 빅포드의 선방률이 평소보다 좋았다.
그럼에도, 예측대로 또 한 차례 득점 찬스는 찾아왔다.
그러나 왜인지 호샙의 뒷목 털은 쭈뼛 섰다.
타앙-!
우측 사이드에서 주앙 칸샐루가 중앙으로 연결한 공을,
투웃-!
뒤쪽에서 기회를 엿보던 뉴캐슬의 소피안 암라바트가 빠르게 전진해 중간에서 차단한 거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쿠우우!”
타앙-!
암라바트는 전방에 있는 인구를 향해 전진 패스를 찔렀다.
“오케이!”
인구는 맨시티 진영을 등지고 있다 말고 굴러오는 공 윗등을 곧바로 오른발 스터드로 긁듯이 뒤쪽 바깥으로 돌렸다.
투웅-!
동시에 터닝으로 공과 함께 돌아서 순간 스퍼트를 끌어올렸고 말이다.
“!#E#!!”
뒤쪽으로 빠르게 접근했던 내이선 아케가 인구의 터닝 스프린트에 고대로 오른쪽 배후 공간을 허용한 것도 그때였다.
입 밖으론 절로 경악에 찬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골키퍼 애데르송은 골라인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바짝 긴장했다.
그 한 번의 볼터치 직후 인구가 1초도 안 돼 페널티 에어리어 직전까지 도달했으니까.
타앙-!
촤라악-!
다이빙 방향을 예측하기도 전엔, 인구의 한 박자 빠른 슈팅이 크로스바 상단 아래 골망을 매섭게 물결쳤다.
< 191. 우승? (4)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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