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우승? (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4화 우승? (7)
순식간에 라인 브레이킹에 성공한 인구는 달리고 또 달렸다.
맨시티 골키퍼 애데르송이 발을 동동 구르며 언제든 다이빙할 태세를 취하는 게 보였다.
오오옷 오오오옷 오오오오오옷!
원정팬들은 기대 어린 고조를 높였다.
벤치에 자리한 코치들은 거북이처럼 목을 쏙 빼놓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인 만큼 배후를 털린 맨시티의 두 센터백은 뒤늦게라도 전력을 다해 자신을 쫓고자 했다.
좌측면에선 카힐 워커가 모든 힘을 짜내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허나,
‘늦어.’
워커가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 외곽에 발을 들였을 즈음, 이미 인구는 페널티 아크도 아닌 에어리어 정중앙에 도달한 뒤였다.
스으윽-!
들어 올린 오른 다리는 활시위처럼 힘껏 뒤로 당겼다가 말고 탄환처럼 불시에 앞으로 쏘아졌다.
타앗-!
애데르송은 또 한 번 조금 전처럼 슈팅 스텐스를 포착하고서 방향을 예측한 뒤 왼쪽으로 거침없이 다이빙했다.
인구의 입꼬리는 더욱이 사악하게 끌어 올라갔다.
‘이 새끼 봐라. 학습 능력이 떨어지네.’
생각과 동시에 온몸 던진 애데르송은 바닥에 철푸덕! 옆으로 추락하며 와락 이맛살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게,
쓰윽-!
슈팅이 아니었으니까.
또 한 차례 인구의 오른발이 공에 도달하기 직전, 불쑥 발을 들어 올려 스터드로 공을 살짝 앞으로 굴리기만 한 거다.
이어 반 템포 늦게.
툭-!
이미 한쪽으로 무너진 애데르송의 반대 포스트 쪽을 향해 오른발등으로 툭-! 공의 밑면을 차올려 칩샷을 구사!
그때쯤 카힐 워커가 인구의 앞까지 겨우 도달했으나 이내 허탈감으로 물든 얼굴로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붕~ 떠오른 공이 빈 우측 골망 아래로 쏙 들어가고 난 뒤였으니까.
마치 농구 골대에 농구공이 촤락~ 통과하듯.
우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원정팬들에게서 재차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인구는 제자리에서 두 팔 벌려 세상 오만한 표정을 짓는 세레머니와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설진은 원샷원킬 그 자체인 인구의 결정력에 엄청난 찬사를 건넸다.
[맙소사! 골입니다아아! 고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 세상에서 가장 골을 잘 넣는 스트라이커가 누구냐 묻는다면 백이면 백 인쿠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오오오!]
[놀랍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으! 맨체스터 시티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곳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뉴캐슬은 실속있는 공격으로 맨시티를 더욱이 구렁으로 몰아붙이고 있어요오오!]
* * *
후반전 4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스코어는 1 : 3
뉴캐슬이 2점 차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호샙 과르디올라는 마지막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필 보든 OUT, 세르이오 아구에로 IN]
[젊은 신성 필 보든을 빼고 베테랑이자 과거 역전 우승의 주역이었던 세르이오 아구에로를 투입시키는 군요!]
[아구에로!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의 면모를 뽐내는 공격수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호샙은 라인을 보다 더 높이는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뉴캐슬의 수비벽은 쉬이 뚫릴 새가 없었다.
타아아앙-!
[캐빈 더 브라이너의 중거리 슈우웃-!]
퍼억-!
[아앗! 후반전 교체투입 된 티아구 실바! 몸통으로 캐빈의 중거리 슈팅을 가까운 거리에서 받아냅니다아아!]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잠시 금방 쫓아가 굴절된 공을 터치라인 바깥으로 걷어내네요오오오!]
후반전 종료 직전에 도달하면 단연 선수들의 체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활동량이 많았던 선수라면 사소한 부분에서 집중력마저 흐트러져 실수하기 마련.
하지만 뉴캐슬은 달랐다.
투웃-!
[아아! 라임 스털링! 간결한 드리블로 눈 깜짝할 사이 알폰스 대이비스를 벗겨내며 사이드 깊숙이 공을 차고 올라갑니다아아아!]
채 3초도 안 되는 시간, 라임 스털링의 상체는 크게 들썩거렸다.
속도는 급감!
퍼억, 퍽, 퍼어억-!
“이 미친...!”
스털링은 화들짝 놀랐다.
역동작에 빠뜨렸던 알폰스 대이비스가 그새 자신의 좌측면으로 바짝 붙어 어깨 푸싱을 아낌없이 가하고 있었으니까.
“우우옷! 우오오옷! 우오오오옷!”
요상한 괴성과 함께.
결국,
퍼억-!
라임 스털링은 버티지 못하고 터치라인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알폰스는 공을 스틸한 후 즉시 전방으로 길게 뿌렸다.
맨시티가 라인을 높였다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라인을 내렸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네이마르도 경기 종료 몇 분여를 앞두고 소피안 부팔과 교체아웃되었다.
많은 나이로 인해 체력적인 열세를 안고 있던 다니엘 알배스 역시 젊은 디안드루 예들린으로 교체.
[오직! 오직 인쿠만이 맨시티의 수비라인 선상에 머물러 배후공간을 노립니다아아!]
뉴캐슬로선 온전히 이 스코어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반대로 맨시티는 어떡해서든 추격골에, 동점 골, 역전골을 바라는 마음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1분, 2분이 더 지나 정규시간이 끝날 때쯤이 오자 서서히 힘이 빠지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추가시간 4분이 부여됐지만 맨시티 선수들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맨체스터 시티가 역전 우승을 하기 위해선 2골도 아닌, 3골이 필요했으니까.
이때쯤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에 서서 선수들을 향해 분전을 요구하던 호샙도 한결 잠잠해졌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그 표정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서서히 식어가는 중이라는 걸.
그렇게 시간은 더욱 흘러-,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았다.
어린 필 보든은 벤치에서 일어났다가 말고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눈물을 보였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후반전 교체투입 된 세르이오 아구에로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반대로 뉴캐슬 선수들은 꾹 참고 있던 포효와 함께 강렬한 희열에 휩싸였다.
“으아아아아!”
다니엘 알배스와 교체 투입한 디안드루 예들린은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환호를 터뜨렸다.
조던 빅포드는 손에 끼고 있던 골키퍼 장갑까지 던지며 지근에 있던 어린 보트만을 와락 끌어안았다.
“잘했다! 잘 막아냈어!”
네이마르 주니호르는 흥분에 겨운 동료들, 코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가 말고 역으로 그들에게 휩쓸렸다.
뉴캐슬! 뉴캐슬! 뉴캐슬! 뉴캐슬!
원정 팬들은 단체로 기립해 두 팔 벌려 연호했다.
그리고 필드 한가운데 서 있던 인구는 경기가 끝나서야 발밑에서 묘한 전율이 다닥다닥 돋아남을 느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tv 속에서나 보던 리그 우승컵이었다.
이 우승컵은 단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챔피언십 무대에서 뛸 당시까지는 말이다!
고개는 살짝 들려 경기장 내 위치한 대형 전광판으로 향했다.
화면 속엔 은빛으로 빛나는 우승 트로피를 두고 장인이 실시간으로 팀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
[2020-2021]
[Newcastle United Football Club]
꿀꺽-
인구는 저 트로피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감정이 실시간으로 끓어올랐다.
마치 경기 전, 경기 중에는 꾹, 꾹 눌러왔던 화산이 한 번에 폭발한 것만 같았다.
뜨거운 열기에 목 부근에서부터 얼굴까지 화끈하게 뒤덮일 만큼!
나아가,
‘새끼들.’
경기 내내 분전한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길 것 같았다니까.’
솔직한 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어렵사리 승리를 얻은 게 아니지 않나.
물론 경기 내내 두드려 맞았으나 맨체스터 시티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반면에 우린 한 방, 한 방이 위력적이었고.’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가 웅크려 있다가 말고 한 번에 달려가 목덜미를 콱 문 격이었다.
‘모두가 잘했기에 이뤄낸 값진 결과야.’
승리에 취해서가 아닌, 정말 그렇다고 여겼다.
조던 빅포드는 수차례 선방을 기록해냈다.
수비수들은 디펜시브 라인에서 매서운 공격을 사전 차단하거나 몸으로 막아냈고 말이다.
‘미드필더는 공수를 오가며 미친 활동량으로 커버했지.’
대충 눈대중으로나마 오를레앙 추아매니와 소피안 암라바트는 최소 각각 13km 이상을 뛰지 않았나 싶었다.
그 외 네이마르, 루카스 오캄푸스, 런던, 교체 투입된 선수들도 오직 팀을 위해 조직적으로 뛰었다.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내 동료들 역시 동경심 가득한 눈길로 그새 인구를 향해 좌우, 정면, 뒤쪽에서부터 좀비처럼 달려들었으니.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로.
“인쿠우우우!”
“이리와~!”
“이 깜찍한 새뀌!”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서였을까?
어느덧 필드 정 가운데에 단상이 세워졌다.
그 앞에 고위인사들이 자리했고 그들은 뉴캐슬 선수들을 향해 일일이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었다.
“크흐흡, 크흐흐흥!”
살로몬 런던은 이때쯤부터 감동에 겨워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엄마, 나 해냈어요! 크허헝!”
그렇게 단상 가운데 선수들이 위치했다. 주장인 인구는 그들의 중심에 자리하며 두 눈을 빛냈다.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새는 없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팀명이 새겨진 은빛 트로피가 놓여 있었으니까.
여전히 두 뺨이 새빨갛게 물든 채인 동료들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인쿠! 들어 올려!”
“어서! 어서!”
“아니면 내가 들까? 응? 그거 꽤 무거워 보이는데.”
인구는 동료들의 바람대로 트로피를 양손으로 쥐었다.
손끝에 닿은 감촉은 차가웠다.
또 생각 이상으로 묵직했다.
‘챔피언십 트로피랑은 수준이 다르네.’
곧 인구는 들어 올린 트로피를 단전 아래 께에 두었고 무릎도 살짝 웅크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협회 병폐에 지쳐 어린 나이에 축구를 관뒀던 순간.
28살이 되어 세나라는 작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만나 다시금 축구 선수에 대해 꿈을 키워나갔던 날.
옛 지인을 통해 비록 하부리그일지라도 프로 리그로 복귀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던 날 등.
씨익-
분명 어려웠던 순간도 많았고 절망했던 나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엔 그 모든 게 추억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과거의 결실 끝에 지금의 트로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만도 같았다.
이 모든 것보다 더 값진 건..., 집으로 향했을 즈음 우다다다 뛰어나와 폴짝 점프해 자신의 품에 안기는 세나였다.
씰룩.
소중한 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꼬리는 째질 것처럼 걸렸다.
뒤쪽에 자리한 선수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탄성의 고조를 높여갔다.
오오! 오오오! 오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
언제 울음을 터뜨렸냐는 듯 살로몬 런던은 클럽에 온 것처럼 무릎까지 써가며 좌우로 흔들었다.
오오오오오오오-!
이 시점에 인구는 세나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비록 오늘은 관중석에서 함께 하진 못했으나 TV를 통해서나마 이 순간을 함께 경험할 터였다.
그렇게-,
오오오오오옷-!
탄성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 인구는 거침없이 트로피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퍼엉! 퍼어엉! 퍼어어어어엉!
폭죽과 함께 원정 팬뿐만이 아닌 홈팬들에게서까지 어마어마한 환호가 터져나와 그라운드 전역을 뒤덮었다.
인구는 확신했다.
오늘로써, 뉴캐슬이 진정한 빅4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적어도 이 시즌엔 뉴캐슬보다 뛰어난 팀은 없다고 말이다.
< 194. 우승? (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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