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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95화 (195/200)

< 195. 우승? (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5화 우승? (8)

[뉴캐슬 유나이티드! EPL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뉴캐슬! 맨체스터 시티 3 : 1로 누르고 완승!]

[툰 ‘이젠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아...!’]

[토트넘 홋스퍼보다 먼저 EPL 우승한 뉴캐슬 유나이티드!]

경기 직후 기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만큼 전 세계의 툰들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 미쳤다. 진짜! 맨시티 상대로 1골도 아니고 2골 이상으로 이긴 거 실화?

- 주도권은 맨시티가 잡았는데 결정력은 뉴캐슬이 한 수도 아니고 한 세 수는 위인 듯?

- 이게 뉴캐슬입니다! 여러분!

- 레스터 시티, 뉴캐슬도 해냈는데 왜 토트넘은 아직까지 못하는 거냐?

ㄴ 토트넘은 한 30년은 더 지나야 하지 않을까?

ㄴ 그땐 노팅엄 포레스트가 다시금 비상해서 리그 우승컵 들어올릴 것 같음.

- 지금은 토트넘보다 뉴캐슬이 몇 수는 위입니다! 이 말에 반박 시 너 말 무조건 틀림!

툰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은 인구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 인쿠는 진짜 원샷원킬이야!

- 시야도 넓고 순간 스퍼트도 좋고, 피지컬도 짱짱해. 무엇보다 발밑 능력이나 양발잡이라는 게..., 이건 뭐. 말하고도 너무 비현실적이라 믿기지가 않네.

- 인쿠는 매시가 밸런스 좋게 키가 큰 것 같은 유형임.

한국에서 인구는 국위선양 그 자체였다.

[인구! EPL 역사를 새로 쓰다!]

[박지송에 뒤이어 또 다른 한국인 소속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나와...!]

[인구! 역대 아시아 선수 중에서도 단연 최고!]

물론 이 부분에서 팬들은 반발했다.

- <인생은구만리> : 아시아 선수 중에서 최고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입니다아아!

- <공모전준비중> : 현재 우리 인구횽보다 골 많이 넣은 선수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반면 뉴캐슬을 상대로 경기 내내 몰아붙이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시티즌들은 불평불만을 터뜨렸다.

- 가브리에우 재주스, 라임 스털링, 세르이오 아구에로 다 팔아라! FUCK!

- 재주스랑 스털링을 같이 기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선수 다 발 밑 재간은 좋으나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못해내니까요.

- 호샙 이 새끼 칸샐루를 미드필더로 기용할 때부터 알아봤다! 에휴!

한 팬은 제안했다.

- 그냥 인쿠를 영입해! 그럼 맨시티가 적어도 몇 시즌 동안은 손쉽게 우승할 거야!

*       *       *

뉴캐슬이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만큼 세인트 제임스 파크 거리로는 수많은 사람이 행렬에 이르렀다.

팬들은 마치 거대한 물결처럼 거리를 거닐며 두 손 들어 한 목소리로 응원가를 열창했다.

‘뉴캐스을~ 뉴캐스으을~!

잉글랜드 타인 위어 주 뉴캐슬어폰타인의 유일하고도 제일인 구다안!

우리에겐 네이마르가 있지!

우리에겐 인쿠가 있지!

우리에겐 스밴 보트만이 있어~

라파엘 배니테즈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지~!

그렇게 우린 우승을 거머쥐었다네~!

뉴캐스을~ 뉴캐스으을~! 우린 이제 잉글랜드 최강의 구단이라네~!’

해당 응원곡은 우승에 근접한 순간부터 만들어진 새로운 응원가였다.

팬들은 이 응원가를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직후 열창하면서 진심으로 감복하고 있었다.

몇몇 팬들은 걷는 내내 울음보를 터트렸다.

“흐허허허헝! 내 생에 뉴캐슬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날이 올 줄이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엄써어! 흐어엉!”

한 70대 노장 팬은 대뜸 광장 부근에 자리한 실외 테이블로 올라가 입고 있던 뉴캐슬 유니폼을 홀딱 벗었다.

이어 노장은 두 손으로 등번호 9번인 인구의 유니폼을 하늘 높이 쳐들며 세상에 전하듯 외쳤다.

“뉴캐스으으으으으으으으을~!”

동시에 행렬에 이르던 툰들이 단체로 호응했다.

“유나이티드으으!”

직후 노장과 행렬에 오른 사람들은 한 손으로 가슴을 탕 탕 때리며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킹! 킹! 킹! 킹! 킹! 킹! 킹! 킹!”

맥주집 사장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우승한 하루 동안 인당 맥주 1000cc 공짜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열기까지-!

물론 해당 이벤트는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끝났다.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바람에 보유하고 있던 맥주가 전량 소진되었으니까.

*       *       *

경기 직후 뉴캐슬 라커룸은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

네이마르는 웃통을 홀라당 까며 라커룸 곳곳을 뛰어다녔고 살로몬은 아예 팬티 바람으로 방정맞게 댄스를 췄다.

코치마저 흥에 겨워 스피커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요상한 춤사위를 펼쳤을 정도다.

시간이 꽤 지나서도 열기는 쉬이 사그라들 기미가 없었다.

뉴캐슬 선수들을 태운 버스는 뉴캐슬 지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거의 정지하다시피 했다.

거리 위 행렬로 가득 메운 툰들이 환영의 환호와 열렬한 인사를 건넸으니까.

그러고도 꽤 시간이 지나서야 인구는 겨우 뉴캐슬 어폰타인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 근처 택시에서 내려서야 인구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한 손으로 쓸어넘기며 투덜거렸다.

“씨부럴. 10분 거리를 거의 1시간이나 걸렸네.”

그만큼 도로가 정체됐다.

자전거 도로까지 막혀 자전거로는 도저히 이동을 할 수가 없어 택시를 탔고 말이다.

‘나름의 위장술도 있었지.’

똑똑히 봤다.

주차장 출입구에서 빠져나가던 네이마르의 차량이 순식간에 반쯤 미쳐버린 것 같은 툰들에게 둘러싸이던 것을.

직후 차량안에서 조작 실수가 있었던 건지 몰라도 차창 문이 드르륵 열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일부 극렬 서포터즈는 네이마르를 끄집어내어 즉시 헹가래를 이어갔고 말이다.

[우어어어! 네이마르으으으~!]

[이리와! 내 싸라아아앙!]

인구는 남몰래 보았다.

사람들 손에 저 멀리 사라져가는 처절한 네이마르의 외침을.

[사, 살려줘어어어!]

라는.

뭐, 내 일이 아니니 만큼 인구는 금세 잊었다.

“....그나저나.”

어느덧 인구는 자신의 집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세나는 아마 지금쯤 가은이와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저녁은 맛나게 먹었으려나?’

아침 경기장으로 출근 전, 인구는 세나를 위해 가은이에게 직접 만든 수제 소불고기를 전했었다.

여튼, 인구로선 급히 구장을 빠져나오느라 제대로 씻지도 않았다.

그렇듯 그는 집에서 샤워 후 단정한 차림을 갖춘 뒤 딸을 찾아갈 계획이었다.

“흐헣.”

상상만으로 빙구 웃음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꿈에만 그리던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않았는가.

아니, 불과 한 시즌 전엔 상상도 하지 못한 기적과도 같은 거였다.

그러니 이보다 더한 자랑거리도 없었다.

‘세나도 무지 좋아할 거야.’

일단 폴짝 뛰어올라 품에 안기는 것을 시작으로 귓가에 대고 속삭일 것이다.

[아빠는 세상에서 축구를 쩨일 잘해~!]

[세나는 아빠가 너무너무너무 짜랑스러워어~!]

[매시, 로날두, 즐라탄보다 아빠가 더 축구 잘하고 멋져어어어~!]

여기에 인구는 보다 근엄하고도 더욱 멋지게 대응할 계획이었다.

[아직. 아직 아니야.]

[웅? 뭐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세나가 반문하면 인구는 이렇게 답하고자 했다.

[아빠의 꿈은 지금보다 더 원대하니까, 고작 리그 우승으로 만족하지 않는다고. 최소한..., 빅이어는 들어 올려야지.

그러니까 이 아빠의 경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란다?]

이 순간엔 세상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또한 열망을 담은 눈으로 이 말을 전할 예정이었다.

[난 네 아빠잖니.]

“크허허허헣!”

상상만으로 과한 빙구 웃음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감명받을, 이제 고작 6살 된 세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기분은 어느 때보다 업됐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막 문손잡이를 당겼을 때였다.

퍼엉-!

갑자기, 집안에서부터 폭죽이 터졌다.

우뚝 멈춰 선 인구의 두 눈은 서서히 커졌다.

귀여운 고깔모자를 쓴 세나가 세상 해맑고도 귀여운 얼굴로 바로 앞에 서 있었으니.

그 뒤쪽으론 가은이가 케이크를 들고 자리한 채.

이윽고 두 사람은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인구를 향해 노래를 불렀다.

“축하합니다아~ 축하합니다아~ 아빠의 우승을 축하합니다아~”

.

.

.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나는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리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 아빠를 향해 이 말을 전했다.

“사랑해요, 아부지!”

딸의 그 한 마디에 조금 전에 세운 계획은 산산이 무산되었다.

“크허헙!”

대신 인구는 그만 범람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처음으로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보다 더한 감동도 없었다.

세나가 처음으로 그냥 사랑해도 아닌, 존칭을 써가며 사랑해요라고 말하지 않았나!

무릎을 꿇고 앉는 순간엔 세나가 여지없이 다다다 달려와 품에 안겼다.

쪽, 쪽, 쪽-!

연달아 이어진 볼 뽀뽀 난사는 치명타였다.

*       *       *

프리미어리그, 2020-2021 시즌은 뉴캐슬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상위 1위부터 7위 팀의 순위는 이랬다.

1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2위 맨체스터 시티

3위 리버풀

4위 아스널

5위 토트넘 홋스퍼

6위 첼시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존 뉴캐슬을 제외한 상위 팀들이 우위를 점한 시즌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 성적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어서 하위 5개 팀의 순위는 이랬다.

16위 리즈 유나이티드

17위 레스터 시티

18위 에버턴

19위 노팅엄 포레스트

20위 사우샘프턴

이변의 시즌이라 할 수 있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EPL 중위권, 때때론 강팀을 상대로 다크호스로 활약하던 에버턴과 사우샘프턴이 강등 확정됐으니.

그러나 두 팀에 관한 화제는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시즌은 끝났으나 아직 챔피언스 리그의 결말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바로, 5월 29일.

프랑스 생드니에 위치한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레알 마드리드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말이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3 : 1 승리를 거둔 만큼 이젠 레알 마드리드 서포터즈로서도 더는 뉴캐슬을 만만히 볼 수 없었다.

당장 여론 반응만 봐도 그랬다.

- 인쿠나 네이마르 둘 중 한 명 다치면 안 되냐?

ㄴ 놉 내가 볼 땐 둘 다 갑작스러운 배탈로 아웃되야 할 것 같아.

- 카림 밴제마랑 비니시후스 주니오르 vs 인쿠, 네이마르..., 누가 더 위처럼 보여?

ㄴ 솔직히 바이에른 뮌헨 상대로 1차전에서 참패당할 때만 해도 닥 전자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크흠!

ㄴ 왜 말을 못 해? 경기력이나 모든 지표 부분에서 무조건 네이마르랑 인쿠인데.

- 맨시티 상대로 무시무시한 결정력을 뽐낸 뉴캐슬입니다! 그러니 우리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해서 득점을 기록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안 그러면 맨시티처럼 헤맬 가능성이 큽니다!

- 그냥 라모스가 인구 다리 좀 어떻게 부러뜨리면 안 되나?

그렇게 며칠이 쏜살같이 지나 5월 28일.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경기 전날이 도래했다.

< 195. 우승? (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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