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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196화 (196/200)

< 196. 우승? (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6화 우승? (9)

“현시점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암만 챔피언스 리그 DNA를 타고 났다고 해도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이기기란 힘들어 보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것 아닙니까?”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니라 뉴캐슬을 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거죠.”

리그 우승 열기는 식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툰들은 다가올 레알 마드리드전을 두고 갑론을박마저 벌이고 있었다.

공영 매체의 전문 패널 앨런 시어러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리한 패널 중 당당히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가 이전만 못 하다고도 생각하곤 있습니다.”

“하하.”

라훌 곤잘레스가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스페인 출신의 그는 한때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적인 공격수였다.

크리스티아노 로날두 이전에 말이다.

라훌이 웃음을 짓는 것과 별개로 앨런은 말을 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카림 밴제마를 제외하고선 이렇다 할 득점원이 없는 게 아닙니까?”

부상병동인 가래스 베일은 토트넘으로 임대를 떠났다.

하매스 로드리게스는 전력 외로 분류된 지 오래.

“로날두의 대체자로 영입한 아자르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죠. 특히 마르샐루는..., 으음.”

한때 최고의 풀백이라 불리던 마르샐루도 하향세를 겪고 있었다.

“루카 모드리취, 티부 쿠르투아라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버티고 있긴 하나..., 축구는 팀플레이입니다. 결론적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앨런의 발언에 라훌은 조금은 언짢은 듯 물었다.

“그럼 뉴캐슬은요? 뉴캐슬은 전원이 전성기에 올랐단 소리입니까?”

이 물음에 앨런 시어러는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라훌을 바라봤다.

“뭘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내 얼굴에 뭐가 묻기라도 했나요?”

“그게 아니라. 정말 모르십니까?”

“뭐가요?”

라훌이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반문하자 앨런은 이내 입가에 미끈한 웃음을 띠며 답했다.

“뉴캐슬은 단 한 명도 아닌, 팀 전체가 전성기에 올랐습니다. 아니, 최전성기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앨런은 라훌이 불편한 감정을 보이든 말든 자신 있게 덧붙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반드시 빅 이어를 들어 올릴 겁니다. 노쇠한 레알 마드리드로선 질주하는 뉴캐슬을 막을 수 없을 테죠. 무엇보다, 뉴캐슬에게 있어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보다 더 쉬운 상대입니다.”

*       *       *

같은 날.

프랑스 생드니에 위치한 스타드 드 프랑스.

“앨런 시어러는 자기만의 상상에 빠진 인간일 뿐입니다.”

기자회견장에서 감독 지내딘 지단과 함께 참석한 카림 밴제마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죠.”

“뉴캐슬은 맨체스터 시티의 막강한 화력도 버텨냈는데요? 이제는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 라는 비판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로 공수 조화가 좋다는 평입니다만? 이와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기자의 이어진 질문에 카림 밴제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맨체스터 시티에 골을 결정할 선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그 상황에서 혼자 2골 이상을 기록했을 거에요.”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언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카림 밴제마를 향해 오만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그는 리옹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전 세계 팬들에게 똑똑히 증명했으니까.

더욱이 크리스티아노 로날두가 떠난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중심은 카림 밴제마, 그리고 루카 모드리취였다.

그렇듯 밴제마는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다.

“모드리취는 늘 그래왔듯이 내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해줄 겁니다. 그리고 전 그 패스에 화답하듯 뉴캐슬의 골문을 두드리겠죠.”

뉴캐슬의 공격진을 향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우린 최고의 수비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르이오 라모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는..., 딱 잘라 말해 없습니다. 적어도 뉴캐슬 내에서는 말이에요.”

비웃음을 머금은 채 이런 도발적인 발언도 가했다.

“혹 모르죠. 어쩌면 네이마르나 인쿠는 풀타임을 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그건 왜죠?”

한 기자의 반문에 밴제마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라모스와의 다소 무리한 경합 과정에서 부상으로 아웃 될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       *       *

레알 마드리드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직후 뉴캐슬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지내딘 지단이 그랬던 것처럼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어찌 보면 형식적인 답에 가까웠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어떡해서든 승리하기 위해 선수들은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

과 같은 발언들 뿐이었으니까.

반면 카림 밴제마가 그러했듯이 함께 참석한 인구는 달랐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물병을 들어 몇 모금 들이키곤 입을 열었다.

“2017-2018시즌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다들 아시죠?”

옆에서 라파엘 배니테즈가 자중하라는 눈짓을 건넸으나 인구는 개의치 않았다.

“그..., 설마. 라모스가 살라의 어깨를 뽑아버린 사건 말입니까?”

기자의 질문에 인구는 오! 라며 짧게 감탄과 함께 빙고라 외쳤다.

“맞아요. 전반전 31분경이었나. 라모스와 살라가 볼 다툼 과정에서 서로 팔을 낀 채로 넘어지는 사건이었죠. 과정에서 라모스는 살라의 팔을 뽑아버리듯이 잡아당겼고.”

경기 직후엔 논란이 일었다.

리플레이 장면을 몇 번씩이나 봐도 라모스가 살라에게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힌 행동처럼 보였으니까.

전 기자회견장에서 카림 밴제마는 이때 사건을 떠올린 것처럼 위협적이고도 폭력적인 도발을 가했고 말이다.

단연 상대 선수라면 이와 관련해 비판해야 마땅함이 맞았다.

허나 인구는, 전혀 아니었다.

“카림 밴제마가 그랬죠. 어쩌면 라모스와의 무리한 경합에서, 나나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도중에 아웃될 지도 모른다고. 허나 이건 틀린 말입니다. 당시 라모스는 의도치 않은 사고에 휘말린 것 뿐이죠.”

그새 기자들은 카메라 셔터에 손을 가져갔다.

그들에게 있어 인구는 스포트라이트 그 자체였다.

언제나 기자회견장에 발을 들이면 화젯거리를 만들어주곤 했으니까.

고로 두 눈은 하나같이 기대감으로 번뜩였다.

‘뭐라고 할까?’

‘바로 카메라에 담자마자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올리는 거야!’

‘얼른 말해! 얼른!’

이에 화답하듯 인구는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내 웃으며 답했다.

“혹 라모스가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한다면..., 아니 라모스뿐만 아니라 일부 선수들이 저로 인해 부상당한다면..., 그 또한 우발적인 사고일뿐입니다. 경쟁 스포츠인 축구에선 종종 그러한 재수 없는 일은 벌어지곤 하잖아요?”

끝에서 인구는 두 손을 들어 보이는 제스처를 취하며 덧붙였다.

“카림 밴제마도 뭐, 저와 같은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거겠죠.”

파팟, 파팟, 파파팟!

카메라 스트로보는 어김없이 터졌다.

인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밴제마의 발언을 다소 좋게 포장하려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인구.

필드에서도 그는 누군가 무리한 태클 또는 반칙을 가하면 두 배로 갚아주는 성정의 사나이였다.

그래서인지 자리한 기자들은 확신했다.

인구가 지금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고.

먼저 시비를 걸며 진짜 좆 될 거라고 말이다.

*       *       *

기자회견 이후.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미 경기 며칠 전부터 프랑스행에 올라 있었다.

체력 안배를 비롯한 컨디션 조절. 그리고 시차 적응을 위해.

영국과 프랑스의 시차는 고작 한 시간이라지만 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특히 축구선수들에게 있어선 컨디션 조절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현재.

“어흐, 좋다아~!”

인구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장소 근처에 자리한 호텔 스파를 즐기고 있었다.

몇 개 층을 전부 대여한 만큼 이곳 스파 시설엔 오직 뉴캐슬 선수 및 스태프밖에 없었다.

바지만 입고서 탕 속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그는 탕 턱에 뒤통수를 걸치며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으어어~!”

그때였다.

“이것 봐. 인쿠!”

옆에서 함께 스파를 즐기던 런던이 손에 든 휴대폰을 슬쩍 내밀었다.

인구는 슬쩍 눈을 떠 런던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화면을 보았다.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자신과 관련한 내용들이었다.

[인쿠 ‘수틀리면 전쟁이야.’]

[인쿠 ‘챔피언스 리그에서 부상은 우발적인 상황에서 비롯될 터. 그러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일종의 경고인가?]

[토트넘 출신 선수 저매인 제나스 ‘인쿠의 발언은 축구선수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야. 결국은 부상을 가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죄다 나쁜 쪽으로 해석한 기사 내용이었다.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분노했을 테지만 인구는 반대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제대로 받아 들였고만.”

기사들이 이리 올라온 걸 보니 아마 레알 마드리드 측도 충분히 체감했을 것이다.

실제로 인구는 몇 차례 상대 선수를 파울로 무릎 꿇린 바가 있었다.

물론 그건 상대가 먼저 자신 또는 동료들에게 위험한 파울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먼저 선을 넘은 놈들이지.’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도 파울의 대가가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르이오 라모스.

‘월드클래스 수비수인 건 맞다만.’

상당히 거칠며 시즌 당 최소 2번, 3번은 퇴장당하는 녀석이었다.

‘어퍼컷으로 우리 매시 코도 부러뜨린 적이 있는 놈이잖아.’

외에도 라모스를 위시한 레알 마드리드는 항상 중요 경기에서 꽤 거친 플레이를 펼치곤 했다.

‘뭐, 그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긴 해.’

그래도 레알 마드리드는 좀 과했다.

그렇듯 일종의 경고였다.

너희들이 먼저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임한다면, 우리 또한 똑같이 대응하겠노라고.

이 또한 경기 전부터 가해지는 심리 싸움이라면 심리 싸움이었다.

‘누가 먼저 겁을 먹냐의 차이지.’

곧 인구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습관처럼 탕 속에 손을 담겼다.

뜨끈함을 즐기기 위하여.

퐁당-

“인쿠우우우!”

살로몬 런던이 두 눈을 헤까닥 떠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른 것도 그때였다.

“아악!”

그 즉시 인구도 화들짝 놀라며 즉시 탕 속에서 일어났다.

그만 런던의 휴대폰과 함께 손을 담가버렸던 거다.

*       *       *

경기 당일.

인구는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세나와 간단한 통화를 나눴다.

세나는 아빠를 향해 말해주었다.

[아빠! 누가 뭐라 해도 세나한텐 아빠가 최고야. 그러니까, 알쥐?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그럼 이길꼬니까~!]

응원에 이어 세나는 수화기 너머 쪽! 뽀뽀와 함께 필살기를 구사했다.

[이기고 오면 사랑한다고 백번 말해주께~!]

씰룩, 씰룩-

통화한 지 몇 시간이 지났건만 출전을 위해 게이트 앞에 선 인구의 입꼬리는 내려갈 기미가 없었다.

그때, 안내 요원은 이제 입장하라는 손짓을 하였다.

곧 해설진은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모습을 드러내자 잔뜩 상기된 얼굴로 중계를 시작했다.

[2020-2021시즌!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양 팀 선수들이 드디어 입장합니다!]

[오옷! 맨체스터 시티전처럼 전혀 긴장감이 없는 인쿠 마아!]

[오히려 입가에 미소마저 띠고 있군요!]

[자신감이 굉장한 선수에요오~!]

< 196. 우승? (9)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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