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 우승? (1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7화 우승? (10)
앨런 시어러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상당수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전을 앞두고서도 이렇다 할 두려움이란 게 없었다.
오히려 절반에 달하는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보다 더 쉬운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라 말하기까지.
하지만 막상 그라운드로 선발 명단에 오른 선수들이 발을 들이자 당황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4-3-3 플랜을 가지고 나왔다.
최전방 비니시오스 주니오르, 카림 밴제마, 루카스 바스캐스.
중원은 카새미루, 토니 크루스, 루카 모드리취.
포백은 페를랑 맨디, 세르이오 라모스, 라파앨 바란, 다니엘 카르바알.
골키퍼 장갑은 티부 쿠르투아가 착용했다.
벤치 자원은 애덴 아자르, 로드리구 고이스, 마르틴 외데가르, 안드레 루닌, 마르쿠 아센시오, 나초 패르난데스, 애데르 밀리탕 등.
- <인생은구만리> : 와. 앨런 시어러가 분명 레알 마드리드 세대교체 덜됐다 그랬는데 저 라인업들 뭐냐;;;
- <공수조화가중요> : 내가 보기엔 베테랑이랑 젊은 자원들이랑 적절히 잘 섞인 거 같은 느낌인데. 세대교체 잘 된 것 같음.
- <카카팬임> : 중원은 그냥 미쳤네. 카새미루에 크루스에 모드리취라니.
ㄴ <킹살라> : 센터백 조합도 최강 수준이야;;;
- <자칭마드리디스타> : 이 븅신들아. 암만 레알 마드리드가 이전만 못하다고 해도 레알은 레알이다! 챔스에선 극강 그 자체고 말이야!
- <해축이최고> : 양 팀 라인업만 보고 뉴캐슬이 졌다는 생각이 드는 건 간만이네...
이에 맞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은 올 시즌 베스트 라인업이라 할 수 있었다.
4-2-3-1 플랜으로 최전방 마인구.
2선은 네이마르, 살로몬 런던, 루카스 오캄푸스.
투 볼란치 오를레앙 추아매니, 소피안 암라바트.
포백은 알폰스 대이비스, 스밴 보트만, 티아구 실바, 디안드루 예들린.
골키퍼 장갑은 조던 빅포드.
라인업을 확인한 팬들은 말했다.
- <블루드래곤> : 베스트 라인업이긴 한데. 공격 제외하고 나머지 포지션에선 우리가 밀리는 것 같아. 인정?
ㄴ <밥줘용> : ㅇㅇ 인정. 이름값에서 좀 밀리네;;
- <인쿠마> : 중원은 넘사 수준이고. 포백 조합은..., 글쎄다. 이건 삐까 뜨지 않을까?
ㄴ <호우> : 지랄하네, 레알이 압승이지! 이것도. 골키퍼 대결에서도 티부 쿠르투아가 훨씬 우위에 있고!
- <인구는신이다> : 다 제쳐두고 우리 인구횽이 해트트릭 기록해서 레알 상대로 3 : 2 승리할 거임 >
올 시즌 뉴캐슬은 마인구를 비롯한 일부 포지션에 한해선 휴식을 거의 주지 않았다.
그 탓에 해설진은 말했다.
[지금 시기쯤 왔으면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하긴 합니다만.]
[그나마 다행인 건 경기 텀이 길었던 덕에 어느 정도 적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거겠죠!]
* * *
“후욱!”
경기 몇 초전.
인구는 센터서클 아래에 위치해 짧게 숨을 토해냈다.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엔 8만 명이 훨씬 넘는 관중이 자리했다.
‘절반은 툰(뉴캐슬 서포터즈), 절반은 마드리디스타(레알 마드리드 서포터즈)들인가.’
경기 전부터 양 팀 서포터즈는 열정적인 응원가를 부르짖고 있었다.
“후우-!”
인구는 다시 한번 짧게 숨을 토해냈다.
시선은 정면에 위치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향했다.
‘새삼 감회가 새롭네.’
입꼬리는 자기도 모르게 씰룩거렸다.
어릴 적, tv에서나 보던 그 레알 마드리드와 이제 곧 격전을 치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묘한 전율이 다닥다닥 달아올랐다.
긴장감보다는 설렘에 가까웠다.
‘중딩 때 엘 클라시코는 빼먹지 않고 챙겨봤었잖아.’
어느 더비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게 엘 클라시코였다.
그 못지않은, 혹은 그보다 더한 경기가 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고 말이다!
하물며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
경기 전 라커룸 대화를 통해 동료들의 텐션은 크게 올려놨다.
힐끗-
문득 인구는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았다.
쿠프 데 클뤼브 샹피옹 에우로페앙-!
빅이어라 불리는 거대한 트로피가 단상 위에 자리한 게 보였다.
‘웅장하네.’
저 빅이어를 들어 올릴 생각을 하니 감정은 더없이 벅차올랐다.
쿵, 쿵, 쿵!
심장은 나댔다.
마치 말하는 것 같았다.
얼른 레알 마드리드를 무찌르고 저 빅이어를 두 손에 쥐자! 라고.
삐이이이이이이-!
때마침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와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양팀 팬들의 함성이 보다 더 커졌다.
투웅-!
카림 밴제마는 빠르게 킥오프를 이어갔다.
* * *
레알 마드리드는 명실상부 최강의 클럽이라 할 수 있었다.
라리가에서만 총 34회에 달하는 최다 우승 커리어를 거머쥔 구단이 아니던가.
그뿐만이 아니다.
그 어렵디어려운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13회 우승.
역대 최다 우승을 달성한 구단이었다.
2위인 바이에른 뮌헨이 6회.
3위 바르셀로나가 5회.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회인 걸 고려하면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진정 여포라 할 만했다.
팬들은 말한다.
암만 리그에서 부진하는 날이 와도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엄청난 버프를 받아 항상 승리하는 레알 마드리드라고.
그건 오늘 경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네이마르! 좌측 사이드에서 하프로! 유려한 드리블 페인팅으로 다니엘 카르바알을 뒷걸음질 치게 만듭...!]
투웃-!
[오옷! 네이마르 빠르게 하프에서 중앙으로 공의 방향을 전환시켜 들어옵니...!]
퍼억-!
“크억!”
네이마르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몸뚱이는 바깥쪽으로 휘청이며 밀려났다.
눈 깜짝할 사이 센터백 라파앨 바란이 뛰쳐나와 어깨 푸싱과 함께 공을 가로챈 거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투욱-!
[라파앨이 상대 진영을 등지고 있던 토니 크루스에게 땅볼 패스!]
[토니 크루스! 곧장 터닝으로 돌아서자마자...!]
타앙-!
오른발 로빙패스가 구사되었다.
“빼엑! 빼에에엑!”
뉴캐슬의 공격 상황에서 수비라인이 꽤 올라가 있었던 탓에 티아구 실바는 버럭 외쳤다.
그러면서 그 또한 빠르게 돌아서 수비진영으로 복귀하고자 달렸다.
투웅-!
레알 마드리드의 발 빠른 윙포워드.
비니시오스 주니오르가 티아구 실바의 좌측 공간으로 보다 빨리 파고든 것도 그 순간이었다.
툿-!
때마침 공은 순식간에 실바와 두 걸음 이상 간격을 벌린 비니시오스 주니오르가 내지른 발등 위로 정확히 떨어졌다.
[디안드루 예들린! 비니시오스를 향해 좌측면에서부터 달려드는데요!]
뉴캐슬의 라이트백 예들린은 비니시오스가 박스 안으로 접근하기 전 그에게서 공을 강탈하려 발부터 뻗었다.
스윽, 투욱-!
허나 그새 발아래 공을 둔 비니시오스는 오른발 드래그백으로 태클을 피한 뒤 곧장 오른발 아웃프런트 패스를 구사했다.
투웃-!
반 템포 늦게 티아구 실바가 슬라이딩 태클을 가하듯 비니시오스의 사이드 패스 코스를 향해 발을 뻗었지만 늦었다.
“fuck...!”
그라운드를 엉덩이로 쭉 쓸어내는 과정에서 티아구 실바는 짧게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힘껏 오른발을 뻗었으나 공이 그보다 먼저 자신을 지나쳐버린 거다.
얼굴 살은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하필 사이드로 굴러간 공 끝에는,
타앙-!
[카림 밴제마아아아아아!]
어느덧 우측 하프 공간 사이로 빠르게 침투한 밴제마가 공을 잡을 새도 없이 다이렉트 슈팅을 때렸으니.
오오옷!
마드리디스타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탄성의 고저를 높였고 이윽고,
벌떡!
그들은 완전히 기립해 두 팔 벌려 환호를 내질렀다.
촤라악~!
경기 시작 3분 만에 뉴캐슬의 골망을 먼저 물결쳐버렸으니까.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카림 밴제마아아아! 비니시오스 주니오르의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 후 사이드 패스를 아주 가볍게 득점으로 결정짓습니다아아아!]
[이른 시간 선제골을 만들어낸 레알 마드리드으으으으!]
[역시! UEFA 챔피언스 리그의 제왕다운 플레이군요오오!]
[아아! 밴제마! 코너플래그를 향해 달려가 두 손을 양 귀에 가져가네요!]
[마드리디스타가 이에 호응하듯 더 큰 환호성을 질러줍니다아!]
* * *
한 골을 너무나 손쉽게 허용해버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스타드 드 프랑스에 위치한 마드리디스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달아올랐다.
자리한 툰보다 더한 환호와 더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열창하기 시작한 거다.
물론 툰들은 고작 한 골을 실점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당혹하지 않았다.
펜스 가까이 있던 한 응원단장은 마이크 대고 외쳤다.
[여러부우운! 고작 한 골입니다!한 골! 한 골 가지고 기죽어 있을 필요가 있습니까? 예에?]
이에 화답하듯 자리한 열렬한 툰들은 단체로 답했다.
“아니지이!”
“아니요오오오!”
“우오오옷! 우린 툰이다아아아!”
[우린 EPL 최강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아아~!]
응원단장은 힘차게 덧붙였다.
한 골을 허용했으나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강대한 뉴캐슬이 동점 골, 나아가 역전 골을 뽑아내리라!
늘 그래왔듯이!
실상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동점 골을 뽑아내리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특히 챔스 결승전이라면 더욱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툰들의 두 눈엔 열망과 함께 믿음이 한가득 자리해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기어이 상대를 무찔러내지 않았던가!
당장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전만 해도 엄청난 대패를 당할 뻔했으나 끝내 2차전에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단연 그때의 대기록 이후 툰들에겐 기존보다 더욱 굳건한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전반전 27분.
레알 마드리드의 우측 코너킥 상황.
타아앙-!
[루카 모드리취의 크로스으으!]
아웃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크게 휘어지는 크로스가 구사되었다.
박스 안에 있던 양 팀 선수들은 순식간에 크게 뒤엉켰다.
그러던 와중,
다다다다-!
박스 뒤쪽에 있던 한 선수가 빠르게 비좁은 공간 사이로 뛰어가 힘껏 점프했다.
트읏-!
공중에서 휘두른 헤더에 낙하한 공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골망을 향해 빠르게 굴절되었다.
촤라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세르이오 라모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
[강력한 점프 헤더로 이른 시간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아아아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두 번째 실점.
중계 카메라엔 착지한 라모스의 양 사이에 서 있던 실바, 보트만의 허탈해하는 표정이 잡혔다.
골키퍼, 조던 빅포드는 몸을 날리기도 전 우측 포스트 구석 아래로 쏙 꽂히는 실점을 허용하자 이내 포스트를 발바닥으로 차버렸다.
“FUCK!”
욕지거리와 함께.
그들과 별개로 레알 마드리드는 축제의 장 그 자체였다.
팀에 두 번째 득점을 기록한 세르이오 라모스는 신난 말처럼 달려가 코너플래그에서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뒤이어 동료들이 그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고 말이다.
단판 승부인 만큼 1골 실점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던 일부 툰들도 이른 2실점에 침묵하는 순간이었다.
해설진은 외쳤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전에 이어 또 한 번의 난관에 봉착합니다!]
< 197. 우승? (10)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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