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우승? (1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199화 우승? (12)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스코어 2 : 2
해설진은 엉덩이를 들썩여가며 중계를 이어갔다.
[아아! 레알 마드리드 vs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90분 동안의 공방 끝에도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아!]
[이로써 연장전으로 이어지게 되는 데요!]
그 말대로였다.
인구의 득점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더욱이 모진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 바이에른 뮌헨, 맨시티를 상대해왔던 것처럼 육탄방어로 맞섰다.
오히려 간헐적인 연습 찬스에서 인구, 네이마르는 투창마냥 레알 마드리드의 배후를 매섭게 노렸고 말이다.
[주심의 재량에 따라 휴식 시간이 일부 부여될 텐데요!]
[풀타임을 소화한 상당수 선수들은 지쳤을 테죠!]
당장 중계 카메라에 잡힌 일부 선수만 하더라도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토해냈다.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아 연설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앉아서 경청할 정도.
또 몇몇 선수들은 의료진이 투입되어 상태를 점검했다.
그 중엔 인구도 포함됐다.
“라모스 이 개쉐끼.”
그는 찡그린 얼굴로 주저앉아 세르이오 라모스를 욕했다.
경기 중 경합 과정에서 라모스의 내지른 스터드가 발목을 차버린 거다.
그 탓에 경기 종료 10분 전부터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발목 좀 움직여볼래?”
의료진의 말에 인구는 찡그린 얼굴로 움직였다.
경험상 살짝 삔 것 같았다.
적정한 휴식만 부여된다면 충분히 회복이 되겠지만 고작 1분, 2분 뒤에 연장전이 이어진다.
그렇듯 인구는 의료진을 향해 말했다.
“냉각 스프레이나 좀 뿌려주세요. 압박 밴드도.”
이어 인구는 옆을 보았다.
살로몬 런던이 볼따구를 만지며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고 있었다.
그 표정은 세상 억울했다.
“아뉘, 라모스 그 미친놈이 갑자기 내 뺨을 때렸다니까? 팔꿈치로? 이거 봐요. 부었죠? 예? 부었죠오?!”
불과 5분 전 일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고의성이 없었다며 옐로카드 하나 주지 않았다.
라모스만이 아니었다.
정규시간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양 팀 선수들은 꽤 거친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과정에서 몇 차례 설전도 벌어졌고 말이다.
다시 경기가 재개됐어도 보복성 플레이는 쉼 없이 이어졌다.
‘주심이 관대해도 너무 관대하네.’
곧 인구는 반대편 테크니컬 에어리어 쪽을 보았다.
지내딘 지단이 선수들을 불러 모아 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보였다.
피식-
돌연 인구의 한쪽 입꼬리는 씨익 끌어 올라갔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 하나하나가 굉장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그건 뉴캐슬 또한 다르지 않았지만, 분명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뉴캐슬 선수 중 다수는 인구를 통해 어느덧 평균 이상의 체력을 보유하게 됐으니 말이다.
* * *
삐이이이이이이이이-!
[연장전이 시작됩니다아!]
연장전 전반전 시작과 함께 양 팀은 모든 교체 카드를 소진했다.
[레알 마드리드! 지친 루카스 바스캐스를 빼고 신성 로드리구 고이스를 투입시킵니다!]
[아아! 루카 모드리취도 불러들이고 마르틴 외데가르를 출전시키네요!]
[이에 맞서 뉴캐슬 유나이티드 또한 디안드루 예들린을 빼고 다니엘 알배스를!]
[티아구 실바 대신 아미르 라흐마뉘로 수비진을 보강했습니다아!]
해설진은 덧붙였다.
한눈에 봐도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이어지리라-!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연장전부터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정규시간 때와 달리 꽤 적극적인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으니까.
연장전 전반 2분.
타아아앙-!
[아미르 라흐마뉘이이이!]
라흐마뉘의 장기라 한다면 롱 빌드업이었다.
그런 그는 교체투입 직후 공 소유권을 얻자마자 긴 롱볼을 때렸다.
인구는 빠르게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세르이오 라모스가 바로 앞에서 어깨 푸싱을 가하며 방해를 일삼았지만-
퍼억-!
휘청!
역으로 인구의 어깨 푸싱이 가해지자 라모스가 휘청이며 밀려났다.
툭-!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인구는 낙하한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한 번,
툭!
이어 발등으로 얕게 전방으로 차내며 순간 스퍼트를 끌어올렸다.
꽈악-!
기겁한 라모스가 힘껏 손을 뻗어 인구의 어깨를 잡아당긴 것도 바로 그때였다.
철푸덕!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이번엔 인구도 버티지 못하고 뒤로 고꾸라졌다.
삐이이이!
주심은 곧장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척-!
[아아! 옐로카드! 주심 오늘 첫 카드를 꺼내 드네요!]
손을 써 방해했던 만큼 라모스는 불평 없이 뒤로 물러났다.
인구는 금방 런던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연장전 전반 7분경에도 라흐마뉘의 롱볼에서부터 뉴캐슬의 공격이 전개되었다.
투웃-!
이번엔 중앙에서 내달리던 살로몬 런던이 포스트 플레이에 임했다.
폴짝 뛰어오르듯 헤더로 굴절시킨 공이 좌측에서 뛰던 네이마르의 발아래 정확히 걸린 거다.
다다다다-!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트백, 다니엘 카르바알이 전방에서부터 프런트 태클을 시도하고자 달려들었다.
스윽-!
네이마르는 곧장 오른발 강슛을 때리는 모션을 취했다.
그것만으로 두 걸음 차까지 접근했던 카르바알의 움직임에 약간의 제동이 있었다.
네이마르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투웃-!
[오옷! 네이마르! 슈팅을 구사하는 척 순식간에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바깥으로 차내며 언더래핑으로 이어갑니다!]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들어간 네이마르는 정면에서 라모스가 접근하는 것을 보자마자 이번엔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뿌렸다.
타아앙-!
툭-!
이를 우측 사이드 끝자락을 향해 빠르게 전진한 소피안 부팔이 가슴 트래핑으로 가볍게 잡아냈다.
레알 마드리드의 레프트백 페를랑 맨디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그 찰나엔,
툭-!
짧은 대각 패스로 그새 하프 공간 뒤쪽으로 지원 차 올라온 다니엘 알배스에게 짧은 패스를 찔렀다.
타앙-!
알배스는 적이 채 압박을 가하기도 전, 문전으로 얼리 크로스를 구사했다.
퍼억-!
“크읏-!”
페널티 박스 바깥, 인구가 세르이오 라모스를 향해 어깨 푸싱을 가하며 안으로 돌진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트읏-!
박스 안에 발을 들인 그 찰나엔 멀리뛰기선수마냥 힘껏 도약했다.
때맞춰 공은 인구의 헤더에 정확히 떨어졌고 말이다.
타앙-!
오옷-!
툰들이 단체로 탄성의 고저를 높였다가 말고 숨죽이는 순간이었다.
인구는 좌측 포스트로 내리꽂히는 공을 똑바로 주시하며 확신했다.
‘이건 골이다!’
골키퍼, 티부 쿠르투아가 골라인 중앙에 웅크리고 있지만 보다 빨리 움직이지 못했-!?
인구의 두 눈이 대뜸 커졌다.
슬로모션과도 같은 전개 속, 돌연 쿠르투아가 상체를 과감히 비틀면서까지 힘껏 우측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으니까.
마치 그 모습은 억지로 중력을 거스르는 행위 같았다.
“으읏!”
티익-!
기어이 쿠르투아는 내지른 손끝으로 공의 한면을 건드렸다.
[오오오오옷! 티부 쿠르투아아아! 손가락 한 마디로 공을 포스트 바깥으로 걷어내는 데 성공했어요오오오! 와아아! 이케르 카시아스를 뒤잇는 레알 마드리드의 수문장 답습니다아아!]
예에에에에-!
실점이어도 할 말이 없을 슈팅을 막아냈다는데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마드리디스타가 단체로 환호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쿠르투아 또한 벌떡 일어나 포효하였다.
세르이오 라모스는 그런 쿠르투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며 같이 포효했고 말이다.
“...”
깔끔한 팀워크에 의한 득점을 기록할 뻔한 인구는 콧잔등을 살짝 찡긋거렸다.
역으로 적의 사기만 끌어 올린 꼴이 되었으니.
한 차례 득점 찬스가 무산되긴 했어도 뉴캐슬은 정규시간 때와는 달리 확실히 매서운 공세를 펼쳤다.
해설진은 감탄할 정도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해 체력적으로 별달리 지친 기색이 없어보입니다!]
[정규 시간 내내 웅크려있던 것도 처음부터 연장전을 노리고 체력을 아낀 게 아닌가 싶은데요오!]
그 말대로 뉴캐슬 선수들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당장 살로몬 런던만 해도 전방에서 쉼 없이 뛰어다니며 생각했다.
‘이게 다 세나 덕이지!’
목말을 태우고 쉼 없이 말처럼 뛰던 시절을 떠올렸다.
[와아아아~ 세나야. 재밌지? 응? 재밌지?]
[웅! 재미써! 더해줘~!]
[으응? 세, 세나야. 삼촌 이제 허벅지가 좀 아프려고 그러는데?]
[그래? 그럼 더 강해지는 고야?]
[그, 그게 그렇게 돼?]
[웅! 아빠가 그래쒀!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구!]
한 번 목말을 태우면 3시간 이상 갔다.
그 덕에 지금에 이르러 런던은 어느 때보다 강한 허벅지를 얻었고 말이다.
런던 외에도 네이마르, 라흐마뉘 등도 틈틈이 인구의 초대를 받아 그러한 과정을 겪었었다.
다수의 선수가 인구가 주관하는 추가 훈련도 성실히 병행했고 말이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도 만만치 않은 공격을 퍼부었다.
투읏-!
[오옷! 다니엘 카르바알! 이번엔 네이마르에게서 공을 빼내는 데 성공-!]
투우웅-!
[사이드에서 길게 패스를 뿌립니다!]
툭!
하프라인과 사이드라인이 맞닿는 지점에 있던 로드리구 고이스는 공을 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퍼트에 마드리디스타는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뉴캐슬의 레프트백 알폰스 대이비스가 세 걸음 차까지 접근한 순간엔,
툭-!
직접 돌파가 아닌 그새 좌측 하프로 지원 온 토니 크루스에게 짧은 쇼트 패스를 건넸다.
타앙-!
다니엘 알배스가 그랬듯, 크루스는 문전으로 망설임 없이 얼리 크로스를 구사.
카새미루, 비니시오스, 카림 밴제마, 거기에 바란과 라모스까지 박스 안으로 돌진했다.
다행이라면-
“우어어어어!”
투우웅-!
그새 아군 수비 지역까지 전력질주로 내려온 런던이 그들에게 공이 닿기도 전, 온몸 던져 헤더로 공을 박스 바깥으로 쳐냈다는 거다.
“인쿠우우우우!”
이어 런던은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까지 외쳤다.
“오케이!”
인구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인 것도 바로 그때였다.
반대로 뉴캐슬 박스 안까지 발을 들였던 세르이오 라모스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막아아아아! 파울로라도 끊어내에에에!”
그도 그럴 게 런던이 굴절시킨 공이 하필 뉴캐슬 센터서클 부근에 서 있던 인구의 발아래로 뚝 떨어진 게 아닌가.
올라간 라모스, 바란 대신 최후방 수비를 맡고 있던 페를랑 맨디가 그런 인구의 뒤로 바짝 붙었지만,
툭, 스윽-!
“!$!#”
맨디는 긴박한 표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인구가 자신을 등진 채 왼쪽으로 파고드는 척 불시에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배후공간을 삽시간에 뚫어버렸으니까.
타앙-!
직후 인구는 왼쪽에서부터 전력질주 중인 네이마르를 향해 대각 패스를 찔렀다.
툭!
[네이마르! 공을 깔끔히 받아내며 전진! 또 전진합니다아아아!]
네이마르는 사이드에서 하프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똑똑히 보았다.
티부 쿠르투아의 스탠스가 포스트를 낀 채 자신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는 것을-
‘내가 넣을까?’
라는 생각은 아주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놈이 각도를 좁히고 있는 데다 오히려 이 순간엔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로 나아가는 녀석이 있지 않던가.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인구가!
타앙-!
고로, 네이마르는 슈팅 대신 중앙에서 맨디를 따돌리고 단독 질주 중인 인구를 향해 오른발 아웃프런트 패스를 연결했다.
옅은 곡선을 그리며 무릎 높이로 휘어져 날아온 공.
때마침 페널티 아크에 도달한 인구는 달리는 그대로 왼발을 뒤로 홱 당겼다.
타앙-!
0.2초도 되지 않아 공은 탄환처럼 우측 포스트 구석을 향해 쏘아졌다.
< 199. 우승? (12)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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