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 완결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200화 완결
촤라아 아아악-
골망이 강렬히 물결쳤다.
우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툰들은 비명과도 같은 함성을 터뜨렸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고오오오오올! 고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해설진도 이에 못지않았다.
연장전 전반전 종료 직전에 터진 득점에 얼굴은 한껏 달아올랐다.
그새 동료들은 달려와 인구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으아아아!”
인구 또한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며 짧게 포효했다.
시선은 자연스레 단상 위에 있는 빅이어로 향했다.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이 다닥다닥 돋아나는 피부로 느껴졌다.
스코어 3 : 2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저 빅이어를 손에 쥐게 된다-!
* * *
실시간 경기를 시청 중에 있던 팬들은 말했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연장전에서만 3골을 뽑아 넣었듯, 반드시 역전을 해주리라고.
그 외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대부분의 연장전에서 항상 승리를 차지했다.
- 그러니 우리가 질 리가 없어!
- 연장전 후반전이 진짜다! 원래 야구도 9회 말 투 아웃부터라며?
- 라모스야. 인쿠 좀 어떻게 다리 좀 동강 부러뜨리면 안 되겠니?
- 아직 우리에겐 연장 후반전 15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 고작 한 골 차야! 한 골만 더 넣으면 우리가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
프랑스 생드니에 오지 못한 마드리디스타는 한 골 뒤처졌대도 절대로 팀이 패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장 후반전.
뉴캐슬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는 새로운 전술 지침을 내렸다.
1골 차 리드한 만큼 그로선 무리하게 라인을 올리기보단 이 스코어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라인을 다시금 내려 앉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정규시간 때보다 더욱이 라인을 내려앉는데요?]
[이건 마치-, 모리뉴의 두 줄 버스를 보는 것과 같군요!]
기존 전술과 다른 점이라면 인구 또한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가 두 줄 수비의 선봉장에 위치했단 거였다.
그는 특유의 사납게 치켜뜬 눈으로 동료들을 향해 외치고 또 외쳤다.
“막아아! 온 몸으로오오-!”
“중거리 슈팅 날아오면 그냥 몸부터 던지는 거야! 어엉?”
끝에서 인구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쳤다.
“저 봐! 단상 위에 있는 번쩍거리는 빅이어 좀 보라고오! 이겨야지! 이겨서 우리 모두 뉴캐슬의 영웅이 되는 거야! 그리고 저 빅이어도 당당하게 들어올리고오!”
단순한 발언이었지만 이 순간 선수들에겐 충분할 정도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제 남은 시간 15분 동안 현재의 스코어를 지켜내면 진짜 저 이름만 들어왔던 빅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어쩌면 생에 단 한 번밖에 없을 대전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런 식으로라도 남은 시간 점차 지쳐가는 선수들의 텐션을 드높일 필요가 있었다.
“오오오옷!”
봐라.
런던은 그 말 한마디에 요상한 포효를 내지르며 킹콩처럼 가슴을 탕탕 때렸다.
그새 두 눈은 매섭게 떠졌다.
* * *
결과만 말해주면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전 후반 내내 어떡해서든 동점 골을 넣기 위해 몰아쳤으나 실패했다.
선봉장에 선 인구가 육탄방어를 비롯한 적극적인 수비 조율로 매 슈팅을 블록 시켰으니까.
연장전 후반전에만 레알 마드리드는 약 8개의 슈팅을 남발했으나 전부 유효슈팅으로 직결되지 못했다.
그렇게 툰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사상 최초 UCL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실로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 자리한 툰들은 경기 종료와 함께 흥분한 나머지 그라운드로 난입하기까지-
상당수 팬은 뛰쳐나오면서도 희열에 흠뻑 취한 얼굴로 응원가를 열창했다.
이후 인구는 그라운드 가운데 마련된 단상 위, 꿈에 그리던 빅 이어를 들어 올리며 팀에 더블을 안겼다.
파앙 파아앙 파아아아앙-!
인구가 빅이어를 하늘 높이 치켜드는 순간엔 여지없이 붉은 폭죽이 터졌다.
언제 튀어나왔냐는 듯 그새 자리한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외쳤고 말이다.
뉴캐슬! 뉴캐스을! 키잉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으으-!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인구는 뉴캐슬에서의 활약 덕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다.
인구가 소속되었다고 해서 유럽 언론은 한국을 강팀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16강 진출 가능성도 낮게 잡았다.
하필 한국에 속한 조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이 포진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막상 뚜껑을 까니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인쿠!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상대로 3경기 연속 골!]
[인쿠의 대한민국! 우루과이 누르고 조 1위로 16강 확정!]
[크리스티아노 로날두의 포르투갈... 조2위 우루과이에게 내주며 조별 경기에서 탈락해...!]
한국의 행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6강 전, 스위스를 상대로 자그마치 5 : 1 폭격을 가하며 손쉽게 8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해당 경기에서 인구는 역시나 2골을 뽑아내며 위력을 뽐냈다.
16강전 만으로 인구는 4경기 6골로 킬리안 음바패, 리오넬 매시를 넘어 득점 1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애석하게도 한국의 행진은 8강에서 멈췄다.
한국에 이어 또 다른 다크호스라 할 수 있는 모로코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패해버렸으니.
그러나 인구는 해당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
시간이 꽤 흘러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상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골든볼, 골든부츠를 싹쓸이해버렸다.
* * *
2022 월드컵 이후 2023 여름 이적시장.
인구는 서른세 살의 나이에 뉴캐슬을 떠났다.
가은이가 이번엔 스페인으로 발령받은 게 원인이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세나도 스페인으로 향했으니까.
이후 인구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해 카림 밴제마와의 주전 경쟁에서 손쉽게 이겨냈다.
첫 시즌이었음에도 인구는 리그, 컵대회를 포함해 52경기 출전해 57골 21도움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단연 그해의 발롱도르는 인구의 차지였다.
이로써 생에 두 번째 발롱도르였고 말이다.
다음 시즌은 더욱이 폭발적이었다.
서른네 살이라는 나이 속, 50경기에 출전해 60골 27도움이라는 말도 안 되는 득점 퍼레이드를 이어간 것이다.
역시나, 그해의 발롱도르 주인공도 인구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인구가 합류한 이후 2연속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 컵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트레블을 작성했다.
매 시즌 언론은 말하였다.
[매시, 로날두를 완벽하게 뒤잇는 선수는 오직 인쿠 뿐!]
2025-2026시즌에 이르러 인쿠는 네 번째 발롱도르까지 차지했다.
서른여섯에 이른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기량은 쉬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었다.
인구는 미래에서 보낸 축구머신이 아닐까 하고.
* * *
물론 인구도 사람이었다.
서른아홉에 이르러 인구의 득점력이 다소 떨어진 거다.
그렇다고 해도 2028-2029시즌, 52경기에 출전해 31골 8도움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이 시기 인구의 발롱도르 개수는 7개로 매시와 동률이었다.
* * *
2032년.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9년간의 선수 생활 끝에 인구는 자유계약으로 풀려났다.
9시즌 동안 인구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400경기 487골을 기록해냈다.
이는 역대 레알 마드리드 득점 랭킹 1위였다.
크리스티아노 로날두, 라울 곤살래스, 알프래도 디 스테파노를 훨씬 웃도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써 내려간 인구의 새로운 행선지는 다름 아닌 이탈리아에 위치한 로마였다.
가은이가 이번엔 세나를 데리고 로마로 가버려서-
[AS 로마! 인쿠와 1+1 계약 체결해-!]
[노장 인쿠를 품에 안은 로마!]
마흔두 살에 이른 나이임에도 불구, 언론은 인구의 영입을 매우 긍정적이게 봤다.
레알 마드리드 말년 시절 인구는 여전히 한 시즌 20골 이상을 뽑아낼 만큼 날카로운 공격수였으니까.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인구는 로마에서 컵 대회 포함 38경기에 출전해 27골 10도움을 달성.
고작 첫 시즌에 42살의 노장이 득점왕에 올라서는 진귀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 * *
2034년.
마흔넷의 나이에 인구는 로마와 계약을 종료하기로 마음먹었다.
2시즌 동안 인구는 로마에서 67경기에 출전해 60골을 뽑아냈다.
2연속 득점왕도 차지했고 말이다.
물론, 아직은 혼자만의 결단일 뿐이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러니까, 세나야. 한국에 간다는 거지?”
널따란 방안.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올백 스타일을 한 인구가 물었다.
방안 책상 앞에 앉아 숙제에 한창이던 한 어여쁜 소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답했다.
“응. 한국에서 학교 다니고 싶어서. 한국 친구들이랑도 어울려 보고 싶고.”
검은 머리칼을 로우테일로 내려 묶은, 엄마를 쏙 빼닮은 저 소녀는 다름 아닌 자신의 딸이었다.
어느덧 세나는 16살이 되었다.
16살 치고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키가 벌써 170cm나 됐지만.
덤으로 그 나이 때 찾아온다는 사춘기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 몇 년 사이에 우리 세나가 참..., 뭐랄까. 애교 하나 없어졌다랄까...’
애교도 없을뿐더러 말수도 뚝 떨어졌다.
거실에 있는 시간보단 혼자 방에 있는 시간도 더 많았다.
아빠로선 서운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5살, 6살 때만 해도 아빠만 보면 우다다다! 달려와 폴짝 뛰어올라 안기던 아이였는데.
애교는 차고도 넘쳤었다.
[아빠아아~]
[아빠 따랑해에에에~!]
[흐헷! 아빠! 아빠 나 목말 태워죠오오오~!]
허나 지금은,
뭘 봐?
왜 아직도 거기 서 있어?
내 프라이버시 좀 존중해 줄래?
라고 무미건조한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쪽은 아직 쳐다도 보지 않았다.
“...”
인구는 딸과 무어라 이야기를 더 주고받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방해하는 기분이네.’
결국 인구는 멋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 그럼 열심히 공부해.”
그 말만을 끝으로 인구는 돌아섰다.
어깨는 금방 축 처졌다.
“후우-”
자기도 모르게 혼자만 들리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째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딸은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올해 들어 더했고 말이다.
‘원래 16살쯤 되면 다 그런 건가.’
언제는 무언가 잘못한 게 있나 싶어 세나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세나의 답은 참 간단명료했다.
[그런 거 없어.]
-그때였다.
“아빠.”
우뚝-
인구가 걸음을 멈췄다.
슬쩍 몸을 돌려 뒤를 보자 이제야 세나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방긋까지는 아니나 입가에 자그마한 호선을 그리며.
그런 딸은 아빠가 마주하자 괜스레 눈동자를 좌측으로 또르르 굴리더니 넌지시 물었다.
“같이, 가줄 거지?”
“...어?”
“한국, 말이야. 같이 가줄 거지?”
“...흐헣.”
인구는 언제 서운한 감정이 밀려들었냐는 듯 그만 빙구 미소를 흘려버렸다.
“당연하지!”
이내 힘차게 답했고 말이다. 불끈 쥔 두 주먹마저 들어 올리며!
세나는 그런 아빠에게서 여전히 시선은 딴 곳을 두며 아주 간만에 필살기를 날렸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말하기 민망해서 그렇지..., 늘 그렇게 생각하구 있어.”
세나의 새하얀 두 뺨엔 금방 홍조가 피어올랐다.
뜻밖의 고백에 인구의 입꼬리는 째질 것처럼 걸렸다.
속으론 다짐했다.
‘원래 한국 축구선수의 마지막 목적지는 k 리그랬지!’
< 200. 완결 > 끝
ⓒ 강로이
작가의말
그동안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차기작으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발전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늘 감사하고 좋은 하루되십시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