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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무림식당-194화 (194/261)

194-왜 너 혼자 장르가 다르니…?(2)

“…….”

북궁린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굳어 있었다.

그 정도로 지금 그녀는 놀라다 못해 믿지 못할 광경을 보는 중이었으며. 마냥 현실을 믿지 못하여 끝없는 의심마저 들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은 딱히 그녀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경쾌한 광경이로구나.”

“호오, 이거 흥미진진하구나.”

미곡왕과 백효. 두 영수조차 놀라고 있었으니 말이다.

“똑바로 안 하지.”

“…끼잉.”

“엄살 부리지 말고.”

…혼나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설기님께서….’

여명이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는 1순위를 꼽자면 그가 총애하는 애견이라는 것은 천산의 주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사실이었다.

얼마나 어리광을 받아주는지, 누가 보면 애견이 아니라 친자식처럼 보일 정도.

한데 지금, 그 친자식보다 더 아끼는 애견을 여명이 혼내고 있었다.

“손 똑바로 들어.”

“월?”

“…앞발 들라고 이 자식아.”

“…월.”

물론 혼나고 있음에도 늘상 그렇듯 투닥거리는 건 여전했지만.

허나 여명은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설기를 혼내는 중이었다.

“하아, 살다 살다 설마 내 주변에 투기꾼이 있을 줄이야….”

“월!?”

투기꾼이란 말에 설기는 억울함을 토해냈다.

“월월!!”

“…투기에 정의롭고 자시고가 어디 있냐.”

“월!”

“……뻔뻔한 녀석.”

‘여기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설기의 말에 여명은 한숨을 내뱉었다.

비록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옹호해줄 수도 없으니까.

‘하아,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냐.’

“하아…!”

여명은 뻐근해지는 뒷목을 잡으며 조금 전보다 더욱 큰 한숨을 내쉬었다.

* * *

설기가 이종명을 표적으로 삼은 건 제법 오래전부터였다.

아마 이종명과 첫 대면을 가진 순간부터 준비하였을지도 모를 터.

-왈.

마음 같아선 그냥 콱 깨물어버리고 싶지만. 주인의 고향에서 물리적인 공격은 그다지 좋은 수단이 아니었다.

도리어 트집이 잡혀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삼류의 방식이었지.

이렇다 보니 설기가 선택한 것은 물리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이종명의 ‘소중한 것’인 동시에 ‘잃으면 손해인 것’에 착안하여 계획을 짰다.

사회적 지위 혹은, 그에 맞먹는 것을 무너트리고 말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아닐 수 없었으며. 이러한 집요함 덕분에 설기는 이종명의 집안.

그러니까 주인의 집안이 어떤 집안이고. 어떠한 위상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이종명 쓰레…, 아니, 판사에 대해 알아보자.>

<법조계, 이대로 괜찮은가-?>

<이종명 일가, 재벌가와 유착관계?!>

…나쁜 의미로 위상이 높은 집안이란 게 문제이긴 했지만.

-월…?!

처음 이러한 정보를 접하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어찌 이런 집안에서 주인처럼 착실하고 선한 인물이 나왔나 싶을 따름이었고. 설기는 왜 주인이 이른 나이에 가출마저 감행했는지 알 것 같았다.

-…멍.

오리들, 아니 닭장 속에 백조가 갇힌 격이니 어찌 그들 사이에 있을 수 있으랴.

-월.

어찌 됐건 이토록 욕심이 많은 이들일수록 뒤가 구리기 마련이었고. 작정하고 파고드니 보이는 것이 있었다.

-컹!

코웃음이 절로 나오는 약점. 이른바 어두운 돈을 관리하는 곳들이 빼곡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설기는 법조인이란 양반이 참으로 돈 욕심이 과하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덕분에 이를 약점 삼아 공격을 감행하였다.

물론 설기와 같은 개미 투자자가 공격을 해보았자 아무런 타격이 없을 테지만. 이것이 한 명이 아니라 둘이 되고, 혹은 열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게 마냥 개미라고 할 수 있을까?

[준비됐음?]

┖신이시여, 믿습니다!

┖드가자아~!

┖장군을 따르라!

┖와아아아아!!

투자 사이트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닌 정보를 베풀고 이득을 나눔으로 설기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지지와 열성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개미가 뭉치게 되는 순간 그것은 개미 군집이 되는 것이며. 개미가 힘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것은 마냥 평범한 개미라고 볼 수 없다.

-월.

무엇보다 자신은 극독(劇毒)을 가진 개미였음이다.

당가 십대독물이 사람을 녹이고, 절명(絶命)시키는 데 특화되어 있다면 설기가 가진 독은 파멸(破滅)이란 이름의 독이었다.

순식간에 이종명의 처가와 사촌들의 회사들이 공격받게 되고. 여론몰이를 할 정도로 센 공격을 박아버린 후, 설기는 깔끔하게 손을 털었다.

재기불능까진 아니지만. 그 반신불수 수준으로 만들었으니 몇 년은 조용하리라 여기며.

-월.

[이제 질렸음. ㅅㄱ~.]

┖어!? 시, 신이시여 어디로 가십니까!

┖비천한 중생을 두고 가시면 안 됩니다!

┖안 돼에에에!!

┖가장 큰 판을 먹을 수 있을 때 떠나다니…! 그야말로 신의 손이라 할 만하다!

┖…아재, 몇 살이에요?

이종명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린 것으로 설기는 앞으로 남은 모든 기회를 털어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혹 자신 때문에 피해가 갔을 이들이 있나 싶어 그들에게 일일이 보상을 건네기도 하고 말이다.

그야말로 악당들에겐 베드엔딩이며. 선한 자들에겐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은 권선징악의 모범.

그러니!

“월.”

설기는 당당했다.

“당당하긴 무슨! 앞발 내리지 말라고 했다!”

“…끼이잉.”

뭐, 정의란 핍박받는 들꽃과 같은 법이었지만.

‘일단, 뭐…. 딱히 나쁜 짓을 한 건 아닌 건 알겠는데….’

여명은 설기의 행동이 마냥 범죄가 아니란 것은 알았다.

저토록 위험한 행위를 자신 몰래 했다는 것 자체는 괘씸하였지만. 범죄나 사기를 통해 돈을 굴린 것도 아니고. 자기가 번 돈을 자신의 능력으로 굴렸다고 하는데 어찌 욕할 수 있으랴.

그러니 여명이 지금 설기를 혼내는 것은 설기가 위험한 행위를 하고 그것을 비밀로 하여서 그런 것이지, 딱히 정말 밉거나 괘씸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위험한 행위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알리라는 뜻에서 꾸짖는 것이지.

다만.

‘…이해가 좀 안 가는데.’

여명이 한 가지 좀 납득이 안 가는 것이 있었다.

“넌 그 인간이랑 딱 한 번 만났으면서 왜 그렇게 싫어하냐?”

아니, 이건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종명이란 인간 자체를 혐오하고 경멸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으르르릉!”

이종명의 이름이 나오자 설기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를 드러냈다.

마치 눈앞에 있으면 당장 물어뜯고 싶다는 듯.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인간이 너한테 무슨 피해라고 줬어?”

“월.”

“그런 건 아니라고? 그럼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한 건데?”

“…….”

“혼내는 거 아니야. 그냥 묻고 싶은 거지. 네가 무작정 그렇게 했을 리 없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나도 이유는 알고 있어야지.”

“…멍.”

“괜찮아. 무슨 얘길 듣던 믿어줄게.”

“……왈.”

설기는 잠시 망설였으나. 여명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았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서로에게 약한 여명과 설기였음이다.

“월….”

“…….”

그렇게 설기의 입에서 이어지는 얘기를 집중해서 들으며 여명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때론 오묘해지고. 또 어떤 순간에는 심각하고 진지하게. 마지막에는.

“……그래.”

저도 모르게 납득하고 있었다.

“이종명, 그 양반이 날 치우려고 했다는 거구나….”

충분히 말이 되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 * *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후각이 인간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건 현대인에게 상식적인 이야기다.

허나 누군가의 냄새를, 그러니까 사람의 체취를 넘어 그 인간의 [본성]과 [죄업]을 ‘후각’으로 판별하는 개가 있다면 어떨까?

“월.”

그리고 그 개가 우연히 자신의 주인을 위협하려고 한 인간을 사전에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왕.”

이렇게 되는 것이었다.

마치 기환학사가 가진 천안과 비슷하지만. 천안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직접적으로 죄업을 읽어내는 코는 최첨단 시스템보다 낫다고 설기는 자부했다.

천안이 역겨운 것을 보고 겨우 혐오감을 느끼며 매스꺼움 정도로 끝나는 수준이라면, 설기의 후각은 역겨운 것이 가진 냄새 자체를 모조리 파헤치고 분석하는, 그야말로 천안의 상위호환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후각이 이종명을 만나는 순간 알려주었다.

이종명이란 인간이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지와….

“월!”

저 ‘오물’은 언젠가 자신의 주인을 건드릴 거란 사실도.

“이종명, 그 자식이 나를 치우려 했다 그 말이지….”

“멍.”

“증거는 있고?”

여명의 말투는 의심하는 어조가 아니었다.

도리어 누구보다 자신의 애견을 신뢰하기에 되물어보는 것이다.

어찌 그토록 확신할 수 있느냐고.

설기는 대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코를 매만졌다.

마치 이것이 증거라는 듯.

“네 후각이 그런 것도 알아낼 수 있어?”

“월!”

“흐음.”

“…사, 사장님?”

당혹스러운 건 북궁린이었다.

설마 저 말을 증거로 생각하는 것일까?

북궁린이 설기를 좋아하는 것과 달리, 겨우 저런 말을 증거로 채택하는 부분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것이 증거라고 하기엔-.

“─충분히 믿어도 될 게다.”

“…예에?”

뜻밖에도 새하얀 강아지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건 다름 아닌 새하얀 아홉 개의 꼬리를 살랑거리는 북극여우였다.

미곡왕은 ‘딱히 저 어린 것을 변호해주고 싶지 않으나….’라는 말을 덧붙이며 얘기를 이었다.

“그저 그렇게만 알아두거라. 저 어린 것의 능력은 제법 쓸 만하고. 적어도 거짓을 말하지는 않을 테니.”

“…….”

영수의 조언은 절대적.

이것은 삼국의 상식이자 절대명제였음이다.

애초에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여 그들이 이득을 볼 것은 하나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

“그 염치없는 자가 정말 사장님을 건드리려고 했단 말입니까!”

북궁린은 분노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감히 그녀의 사장님을 건드리려고 한 이종명에 대한 분노는 깊고도 뜨거웠다.

탁.

“진정하자, 린아. 아직 아무것도 안 당했으니까.”

“사, 사장님?!”

여명은 머리를 식히라는 것처럼 그녀의 볼을 토닥거려주었다.

다정한 손길에 북궁린이 얼굴을 붉히며 진정되었고. 여명은 북궁린은 연신 토닥거리면서도 시선은 설기에게 향하였다.

“그래, 그 양반이 나를 먼저 건드리려고 했다 이거지.”

흠.

여명은 차분한 기색으로 턱을 만졌다. 곤혹스러움보단 어딘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표정.

미곡왕과 백효는 눈을 끔뻑였다.

친형제가 그를 위협한다는 확신을 얻은 것인데, 침착하다 못해 어딘지 태평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의외인 거였다.

“그다지 놀라지 않는구나, 그대여?”

“뭐…. 그 인간이라면 얼마든지 저를 공격해도 이상할 거 없는 양반인지라, 딱히 놀랍지는 않네요.”

“그, 그대의 친형이란 이에 대한 평가가 확고하구나.”

“나쁜 쪽으로 확고하죠.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를 사람이니까요.”

여명은 쓰게 웃었다.

그래, 그 양반은 옛날부터 그러했다.

‘음흉하고. 원한도 잊지 않았지.’

집안 자체가 음흉함을 미덕처럼 여기는 이들만 있어서일까.

맏이라는 인간은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음흉하면서도 잔인하게 자라갔고. 여명이 어렸을 적부터 위험한 인간이었다는 기억이 선명했다.

그렇기에 여명은 이종명이, 혈연이 그를 공격했다고 해서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올 게 왔다는 느낌일 뿐이지.

“…일단, 네가 나를 도우려고 했다는 건 알겠네.”

“월!”

드디어 자신의 진심을 알아준 것에 대한 기쁨을 느낀 것일까.

설기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살짝 앞발을….

“그렇다고 어물쩍 앞발 내리지 말고.”

“…월.”

“잘못한 건 잘못한 거야, 이 녀석아.”

“……멍.”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

설기는 내리려던 앞발을 다시 들어 올렸다.

tmi후기.

-설기가 만약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종명은 3년 이내에 여명을 위협하여 큰 타격을 입혔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삼국의 지인들이 있으니 그만큼 되갚아줬겠지만. 그래도 미래의 일어날 불행을 설기 덕분에 피한 것이다.

-이종명을 비롯한 집안은 20년 동안 쑥대밭이 될 예정이고. 여명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보면 된다.

-설기의 악취를 맡아내는 능력만 있으면 미제사건 또한 해결할 수 있다.

-훗날 설기가 뉴스를 보다가 어느 미제사건을 보고 의협심을 발휘하여 해결하게 되는 건 나중에 쓸지 말지 고민하는 중이다.

-그저 이러한 스토리도 있다고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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