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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무림식당-198화 (198/261)

198-왜 너 혼자 장르가 다르니…?(6)

아무리 눈치가 없다 할지라도 이상 징후가 연이어 이어진다면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 바였고. 지진의 여파가 어느 순간부터 폭발음으로 변질됐을 때부터 여명은 알기 싫어도 알게 되었다.

아, 이건 분명.

“영감님들이 폭주한 거네.”

여명은 쓰게 웃었다.

언제였는지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6년 전?

그때 한 번 단골끼리 시시비비가 붙어 싸움이 난 적이 있다.

현대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말다툼이나 가벼운 몸싸움의 수준이 아닌, 그야말로 제대로 싸움이 난 날이었고. 그날도 지금처럼.

“난리가 났었지.”

사람이 싸우는 데, 왜 화력전이 연상되는지는 아직도 공포스러운 기억이었다.

이후부터 여명은 절대 그들의 싸움에 난입하지 말자고 결심한 바가 있었고. 현재도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가 되기 십상이니까.

‘등 터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

…다만.

‘오늘은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오늘만큼은 등이 터질 위험이 있을지라도 가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칫 말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 아닌 느낌이랄까.

허나 이런 느낌으로만 가는 것이기에 그를 따라온 북궁린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사, 사장님, 위험하십니다,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시는 편이…!”

“린아.”

“네에….”

“괜찮아. 그리고 지금 내가 다치고 싶어도 다칠 수 있겠니?”

“…….”

마냥 그가 아무 생각없이 움직이는 게 아님을 증명하듯 일순 북궁린의 시선이 여명의 양 어깨와 왼쪽 다리로 향하였다.

“후후, 그대의 어깨가 참으로 넓구나.”

“요망한 것 같으니! 어디서 내 벗에게 그 요망스러운 날개를 기대느냐!”

“졸…려.”

외향이야 더할 나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모습이지만. 삼국 천하 아래 그 누구보다 위대하고 강대한 세 짐승이 그녀가 존경하는 사장님에게 찰싹 붙은 모습.

“아.”

북궁린은 그제야 한결 마음이 놓여 안심했다.

현재 사장님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적어도 천산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며.

“이해했습니다. 제가 괜한 호들갑을 떨었군요.”

“호들갑은 무슨. 걱정해줘서 나야 고맙지.”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준다는 기특한 마음은 항상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여명이 자상한 시선으로 북궁린을 쳐다보니 그녀가 볼을 붉히며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월!”

“…넌 또 왜 땡깡이야.”

“왈왈!”

“내, 내가 언제 작업을 걸었다고…? 그보다 나쁜 말 하는 거 아니야! 린이 마음 불편해지게 왜 이래.”

“멍.”

“참 나.”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저조한 강아지님의 말투가 매섭다.

평소에도 독설을 많이 내뱉지만. 오늘은 그 수위가 높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뭔가 있네.’

여명은 설기가 꽐라가 됐을 당시를 빼고 이토록 이성을 잃은 것을 처음 보았고. 현재 일어난 자연재해가 설기와 관련이 있을 거란 직감 아닌 직감이 들었다.

좀 더 발걸음이 빨라졌고. 마음 같아선 축지라도 쓰고 싶건만.

“참거라.”

“자칫 휘말릴 수도 있으니.”

“……알아요.”

저들의 싸움에 휘말릴 우려를 드러낸 두 영수가 그를 말리는 것으로 여명 또한 조급함을 버렸다.

단지 빠른 걸음을 통해 이동했을 뿐.

얼마나 발걸음을 재촉했을까.

콰아앙!

쿠구구궁!

고오오오…….

“…허.”

아찔하다 못해 불온한 파열음이 연신 울리는 현장이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했고. 여명은 본능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우리 영감님들 제대로 날뛰셨네….”

아연실색하면서도 평소처럼 유쾌한 말투가 나오는 건 그의 천성인 걸까, 그도 아니면 무림이란 동네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뭐, 어느 쪽이건.

“…기가 막히네.”

여명은 수백 헥타르 규모의 땅이 뜯어 먹힌 것처럼 사라진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뭐지, 이 세상 장르가 무협인 줄 알았는데.

“아포칼립스였나?”

여명은 이 세상은 좀비나 괴물이 창궐해도 문제가 없으리란 믿음을 얻으며 실없는 헛소리를 내뱉어 갔다.

* * *

땅바닥이 폭삭 주저앉고. 우거진 숲이 초토화되어 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아연실색하게 할 광경이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천재지변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이 광경을 이룩해낸 것이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란 사실이었다.

툭툭.

“먼지가 많군.”

“돈 귀신아. 넌 이 상황에도 청결을 신경 쓰냐?”

“흥, 너와 내 태생이 똑같은 줄 알더냐.”

“…재수 없는데 맞는 말이라 뭐라 말을 못하겠네.”

“허허, 둘 다 진정하게. 우리끼리 싸워서 어쩌자고.”

“흥!”

평소 머리칼 한 톨조차 각을 유지하던 금천후의 옷은 완전히 넝마가 되었으며. 삼존 또한 어딘지 지쳐 보였다.

자운은 딱히 상처는 없었지만. 그의 검에는 실금이 가 있었고. 이는 몹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설마 우리 전부가 달려들었는데, 이 정도라니….”

무려 입신의 고수 다섯과 그에 맞먹는 힘을 가진 고수들이 줄지어 투쟁을 벌였음에도 아직도 승부가 나지 않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며. 상대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들 지경.

허나 경외심을 받는 상대는.

“허억! 허어억…!”

“…검마, 이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시, 시끄러!”

거의 초주검 상태란 것이 문제 아닌 문제였다.

홀로 입신 고수 셋을 감당한 단백설은 완연히 지쳐 보였다.

단백설은 내상을 심하게 입은 것인지 다리와 허리에 힘이 완전히 풀린 것으로 보였으며. 무백은 무표정했으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단혁세는.

“……아, 기절했었구먼.”

이미 전력으로서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피로가 쌓인 것인지 눈마저 풀려 있었다.

세 명의 절대마인이 제압당하기 일보직전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으며. 아무리 강할지라도 한 손으로 두 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적절한 예시와 같으니.

마교를 대표하는 절대마인들이 이 정도로 당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든 얘기였으나, 그만큼 천산의 힘이 강하다는 증거와도 같을 터.

한 풀 꺾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세 마인에게 대표적으로 말을 건 것은 자운이었다.

“이쯤 하도록 하지요.”

“…….”

“물러나시오. 그럼 이 일은 불문율에 부치겠소이다.”

“…우리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하아.”

하여튼, 마인의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

목숨보다 자존심을 선택하며. 자신이 옳다 행하는 일은 무조건 해내야 직속이 풀리는 족속들.

특히 마교 소속의 마인이 무서운 것은 저 광기와 같은 신앙심 때문이었다.

비록 죽을지라도 교신에게 구원받을 수 있으리란 신앙!

그것이 있는 한 그들은 결코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을 치욕이자 죽음으로 여길 뿐.

“자운, 이제 어쩔 수 없네.”

“…으음.”

끝을 내야 한다.

그 말이 무겁게 다가와 자운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무리 그라 할지라도 저들을 끝내는 건 무수한 고심이 교차하는 일이기에.

단혁세는 모르겠지만. 단백설과 무백은 전전대 무림인이자, 곤륜을 비롯한 정파의 까마득한 선대들과 인연이 깊은 이들이다.

마인이라 할지라도, 선대들과 인연이 깊은 그들의 목을 친다는 건 선대의 친우를 건드린다는 의미다.

사파는 모를지라도 정파의 후예인 그에겐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바이니 복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물러설 생각이 없다면 단호해야겠지.”

곤륜이 황룡국을 대리하여 천산의 관리자가 된 것은 공명정대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혼란을 야기하려는 이들을 단호하게 척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서이다.

그러니 비록 상대가 선사(先師)의 막역지우라 할지라도 그는 과감해져야 했다.

천산의 질서를 위해서.

“노부의 검이 무정하다 질타하지 마시길.”

“뭐래, 어린놈이.”

“…….”

초주검이 된 상태임에도 기가 전혀 죽지 않은 단백설은 코웃음만 내었고. 자운은 예상한 반응이라며 고개를 주억이는 것으로 검을 치켜들었고. 이를 기점으로 무인들이 기세를 드높였다.

제압을 포기한 순간 그들이 내뿜는 기세의 기질이 달라지자 세 마인은 긴장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테지만. 그들에겐 결코 도망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이다.

그러니…!

“뚫는다!”

“으음….”

“아니, 글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니까 그러네.”

“흐읍!”

단혁세의 중얼거림은 들리지도 않는지 단백설은 빠르게 치고 나가듯 거검을 휘둘렀으며. 무백이 그 뒤를 이어갔다.

천산의 은거자들은 과감히 돌진하는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내력을 퍼트리며 그들을 막아섰다.

뚫으려는 창과 막으려는 방패의 맞대결.

어느 쪽이건 이제 끝장을 보아야만 멈출 마지막 격돌이 아닐 수가─.

─아우우우!!

움찔!

찰나의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늑대의 포효와 같은 울음이 들린 순간 마인들의 움직임이 멎었고. 천산의 무인들은 어딘지 익숙한 늑대, 아니 강아지의 음성이 생각나 몸을 움찔거렸다.

이건…?

“헥헥.”

“……왜 자네가 여기 있는 겐가?”

“월!”

자운은 꼬리를 살랑거리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새하얀 강아지를 보며 멍하니 물었고, 강아지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들을 보고 있었다.

“…네, 네가 여기 왜?”

허나 자운 일행보다 더욱 당황한 것은 아마도 단백설을 비롯한 마인들임이 분명했다.

어찌 하여…!

“너어-.”

“월!”

단백설이 무언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강아지는 앞발을 까딱이며 뒤를 가리켰으며. 단백설을 비롯한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쿠구구구궁!

“…바위?”

아니, 바위치고는 너무 큰 무언가가 그들에게 굴러왔고. 그들은 피할 틈도 없이….

콰아앙!

동산만한 바위와 부딪쳐야 하였다.

“…이래도 되려나?”

여명은 바위, 아니 산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마운틴 판다에게 볼링장 핀볼마냥 스트라이크 당하는 단골 양반들을 보며 떨떠름하게 읊조렸다.

설기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다급해져 일단 해본 거긴 하지만, 막상 저지르고 보니 좀….

“사고 쳤나?”

여명은 아연실색하며 뒷머리를 긁적여 갔다.

“괜찮으니라. 겨우 이 정도로 저들은 안 죽을 테니.”

“오히려 말리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니 과감하게 하여도 된다.”

하지만 여명에게 무한긍정적인 두 영수는 마냥 그의 행동이 옳다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마치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처럼.

“…가끔 두 분이 저한테 너무 관대해서 신뢰가 안 가는 거 아세요?”

“후후, 그대는 가끔 쑥스러움이 심하구나.”

“…….”

…여명은 어쩌다 이런 콩깍지가 씐 것일까 하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 * *

‘음, 어떻게 할까?’

거대한 판다, 안휘의 수호신이자 영수 죽웅왕은 생각했다.

평소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아 항상 잠만 자는 그이지만.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산묘님,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해줄…게.

항상 그의 다리에 붙어 기력을 흡입하는 산묘였다.

그가 자신에게 주는 것이 많으니, 그만큼 대가를 줘야 하는 것이 순리.

뭐, 평소 순리니 신의니 하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산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친구의 부탁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바이다.

그리고 지금.

어느 정도 싸움을 멈췄지만. 산묘는 인간들이 아직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음을 알았다.

‘아직, 혈기가 넘실거려.’

넘실거리는 혈기가 가라앉지 않는 한 저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혼내자.”

산묘는 다시금 몸을 뉘인 상태 그대로.

“나, 구른다.”

산묘는 인간들을 향해 굴렀다. 모든 건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죽지는, 않겠지?’

산묘는 일단 무작정 구르면서도 죽는 인간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안 죽겠지….’

산묘는 생각하기가 귀찮아 또다시 굴렀다.

그렇게 압도적인 질량을 자랑하는 천재지변들은 무수한 고수들을 깔아뭉갰다.

그들의 튼튼함을 믿으며.

tmi후기

-하나 미리 말하자면 천산의 고수들이 마교 삼인방을 죽이고자 했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겠지만. 자칫 마교와 전쟁이 날 것을 우려해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제압하려는 과정에서 싸움이 커진 것이며. 또한 나머지 고수들도 자존심이 있기에 다구리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천산의 고수들이 약하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산묘의 몸은 엄청나게 튼튼하다. 그냥 튼튼한 수준이 아니라, 산만한 질량을 가진 만큼, 그 질량에 걸맞은 절대방어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고수들이 아무리 공격하고 막아서려고 해도 산묘의 구르기를 막아낼 방도가 없다는 의미다.

-산묘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항공모함급 전력이 동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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