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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무림식당-202화 (202/261)

202-왕좌의, 아니 본좌(本座)의 게임(2)

흑원신교(黑猿神敎)는 원래 둘로 나뉜 종교집단이 힘을 합쳐 탄생한 종교였다.

팔부신장 중 하나인 아수라를 모시던 수라신교와 성화(聖火)를 숭배하는 배화교.

웬만한 고대 제국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이 두 개의 종교는 원래 극단적으로 사이가 나빴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극단적으로 성향이 달랐던 것이지.”

“극단적?”

“수라신교는 말만 종교이지 하나의 군벌 집단과 다름없었다고 보면 된다. 싸움과 전장을 찾아 헤매는 이리와 같았지. 반대로 배화교는 전형적인 광신도 집단이며. 성화를 위한 산 제물도 기꺼이 바치는 미친놈들이었다지.”

“…완전 미친 사이비란 거네요.”

“사이비(似而非)라…. 그렇군 정확한 평가다.”

수라신교는 투쟁을 하다 죽으면 수라의 품으로 갈 수 있다 믿었고. 배화교는 불길을 믿으며 성화를 계속해서 피워 올림으로 천당으로 가리라 믿었다.

둘 다 미친 건 맞았지만. 어찌 보면 구원을 바란다는 점이 같다면 같을 터.

“문제는 하필 극단적으로 성향이 다른 두 종교가 신강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일 거고. 어련히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지.”

동족혐오라고 했던가.

미친 건 똑같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종교관을 혐오하며 이해하려 하지 않던 두 집단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수라신교와 배화교의 전쟁은.

“약 백 년이 넘도록 진행되었다고 하지.”

“……미친.”

여명의 입에서 욕지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백 년 단위에 전쟁은 까마득한 것이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을 것이고. 슬픔이 있었을지, 원.

허나 여명의 관점이 일반적인 사람의 것이라면, 무백과 단백설, 단혁세의 경우 지극히 실리적인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득이 없던 건 아니야.”

“현 신교의 모든 무공은 그 전쟁 중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가문이나 파벌도 마찬가지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공을 개발하고. 수많은 비술(祕術)을 탄생시키므로 수라신교와 배화교는 그 어떤 집단보다 강성한 세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 전쟁은 백 년이나 지속됐지만. 그 과정을 통해 [힘]을 손에 넣은 것이리라.

하지만.

“착각이었지.”

힘을 얻었다는 게 사실은 인간의 오만이었을 뿐이란 걸 깨달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전쟁 중이었음에도 웬만한 군벌 2, 3곳은 가볍게 파괴할 수 있다 장담한 두 집단이 하루도 되지 않아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었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인간에 의해서.”

마도종주(魔道宗主). 혹은 천마종이라 불리는 단 한 남자가 등장하여 두 종교집단을 압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훗날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남자는.

“흑원, 우리의 신께 직접 무공을 사사(師事)받은 유일한 인간이며. 수라신교와 배화교를 파괴하고, 두 집단을 강제로 합일시킨 존재이며. 유일하게 흑원께 신강이란 광대한 영토를 하사받으셔 황족의 지위마저 얻은 남자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실존하는 신(神)에게 인정받은 그가 성인(聖人)이 아니면 무엇일까.

하늘에게 선택받은 마(魔).

실로 천마(天魔)란 이름은 그를, 마도종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음이다.

이후 두 집단은 마음속 그릇된 미몽을 벗어던지며 아수라의 신상을 부수고. 성화의 불길을 꺼버렸다.

신의 선택을 받은 절대자께서 그들을 친히 받아주신다는데 그들이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그렇게.

“훗날 중원최대의 무림 세력이자, 가장 강성한 종교집단이 탄생하였지.”

흑원신교.

인세의 신, 교신 흑원을 모시며. 천마가 대대로 교주직을 맡아 흑원의 말씀을 전해주는 흑원국 유일교의 탄생 비화였다.

“흐음.”

여명은 왠지 모르게 여러 얘기를 짬뽕되어 들은 것만 같았다.

‘바이킹이랑 예수님 얘기를 섞은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어느 나라나 신화를 보면 엇비슷한 면이 있지만. 왜 이리 뭔가 표절 같지?

여명은 그런 미묘함을 느끼면서도 왜 저들이 이토록 열성적으로 자신들 종교의 탄생 비화를 말하는가 싶었다.

저 얘기가 설기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

“큰 관련이 있지.”

단백설은 설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시키기 위해선 이 얘기가 필수적이라 단언했다.

그도 그럴 게.

“소교주는 마도종주, 천마(성인)의 피를 이어받은 직계혈통(直系血統)이기 때문이다.”

“…….”

“또한, 황족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자격?”

“교주가 된다면 황족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여우님처럼요?”

“음.”

황족의 지위는 영수의 특권. 이건 중원삼국의 상식과도 다름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지만. 대대로 교주란 직위는 교신(敎神) 흑원의 지지를 받는 지위이니 그러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이 가능한 바였다.

비록 진짜 영수보단 권위가 낮을지라도 흑원신교의 힘과 흑원의 권위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이상 황족의 직위가 바래질 이유는.

“없다.”

“호오.”

여명은 작게 감탄했다.

설기가 황족? 아니 황족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러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여명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설기를 보았고. 여명의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설기는 마냥 짜게 식은 반응만을 보였다.

“…월.”

자기 정체를 멋대로 밝혀지는 것이 못마땅한 것인지 바닥에 드러누운 댕댕이는 연신 투덜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

‘얘 기분 풀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저 찹쌀떡 같은 게 그토록 대단한 거물이란 사실이 믿기 힘들면서도 저들이 저토록 열성적으로 설명하니 믿지 못할 이유도 없지만. 여명에겐 설기가 소교주이건 황족이건 의미가 달라지는 게 없었다.

‘내가 만난 황족이 몇 명인데.’

당장 그의 식당에 지박령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영수들만 생각해 보면 저들이 열성적으로 황족 찬양을 해도 별 느낌이 없었다.

그에겐 그저 귀엽고 말도 하는 특이한 친구들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기에 정작 그가 신기한 것은.

“음,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무엇이든 상관없다. 혹 교리에 대해 궁금한 것이라면….”

“아니요. 제가 종교는 그다지 믿지 않아서요.”

“그, 그런가….”

무백은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여명은 상관하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 가장 궁금한 얘기.

“그, 마도종주인가 하는 사람이 설기의 선조라 이 말이죠?”

“그렇다. 초대 천마시지.”

“사람이라고 했죠.”

“전해지는 기록으론 9척(3미터)이 넘으시는 장신이었다고 한다.”

“…거인 아니에요?”

“그분은 인간이 아닌, 교신의 제자셨으니 비범하실 만도 하지.”

“…….”

무백이란 이 양반, 묵직한 양반인 줄 알았는데 종교 얘기만 나오면 어쩐지 사람이 좀 깬다.

이런 걸 보고 열렬한 광신도…. 아니.

‘천마 빠돌인가?’

뭐, 빠돌이나 광신도나 약간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만….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참.’

여명은 질문을 이으며 설기를 가리켰다.

“그럼 그 천마란 사람이 사람이었다는 건데, 얘는 뭔데요?”

“음?”

“왜 사람이 아니냐고요.”

“…….”

그 말에 일순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광마는 헷갈려하는 것 같았으며. 다른 이들도 딱히 설명하기 애매하여 보였다.

아니, 애매하다기보단.

“우리도 몰라.”

“모른다고요?”

여명은 이만큼 얘기해놓고 더 숨기는 게 있냐며 눈살을 찌푸렸고. 단백설은 재빨리 손을 저었다.

결코 그에게 숨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며.

도리어.

“지, 진짜야! 신교오대난제(神敎五代難題) 중 하나인데,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

“…월?”

‘뭘 꼬라보냐?’며 불량스러운 표정을 짓는 설기였고. 여명은 어처구니없어했다.

얘는 진짜….

‘양파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까면 깔수록 더 매운맛을 자랑하는 비밀스러움이 고개를 절로 젓게 만들 따름이었다.

* * *

“설기님이 마교, 아니 신교의 소교주셨다니….”

북궁린은 설기가 분명 대단한 강아지님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체가 상상 그 이상이었다는 사실에 마냥 기함했다.

여명이야 마교의 위상을 ‘그냥 좀 큰 종교 집단’ 정도로 여기지만. 북궁린을 포함한 삼국의 민중에겐 참으로 거대하게 다가오는 이름이었다.

‘천만마도의 정점에 가깝다는 의미지 않습니까?’

마교를 믿는 이들의 숫자는 대략 천만 명.

천만신도(千萬信徒)라니…!

하나의 국가가 성립되기에 충분한 숫자였으며. 만일 흑원국에서 마교가 독립한다고 하면 나라의 창건(創建)조차 거뜬하다는 의미.

물론 흑원에 대한 숭배와 신심이 절절한 마교가 흑원국에서 독립할 일은 없을 테지만서도….

어쨌든 마교의 소교주란 호칭은 단순하게 무림세가의 후계란 의미가 아닌, 삼국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력자의 후계자란 뜻이다.

특히.

‘북해 또한 마찬가지지요.’

북해빙궁도 흑원국에 속한 하나의 작은 영지에 불과한 이상, 저 작은 강아지의 영향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앞으로 더욱 잘 모시겠습니다, 설기님.”

“월?”

북궁린이 각오 어린 읊조림을 듣고 설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이상 잘 모시면 그건 노예 아닌가?’하는 강아지의 합리적 양심이 움직인 것이었다.

“왈….”

설기는 지금 하는 것처럼 해도 충분하다며 완강한 어조로 북궁린과 충의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식당 한편에선 어른들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식선 당신이 자가를 설득해줄 수 없는 거야?”

“…….”

“부탁할게.”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먼저 고개 숙인 적 없는 단백설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외치는 모습은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기적과도 같았다.

다만 여명은.

“저보단 설기를 설득하라니까요.”

자신한테 이러지 말고 당사자와 합의를 보라 단언할 뿐이었고. 그 말이 단백설의 가슴을 까맣게 타들어 가게 하였다.

“자가 고집을 내가 어떻게 꺾는다고….”

“유모(乳母)였다면서요?”

모친 대신 제 자식 키우듯 설기를 키웠다고 주장한 단백설이다.

그러면 설기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원래 자식들이 제 엄마 말은 기막히게 안 듣는 법이야.”

“아아….”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발언이었다.

단백설은 답답한 듯 가슴을 쾅쾅 쳤다.

일순 철판이 울리는 소리가 났는데, 여명의 몸이 다 튕겨 나갈 정도로 우렁찬 소리였다.

“저기요, 답답한 거 알겠는데. 저 다칠 것 같으니까 그러지 말아 줄래요?”

“미, 미안. 내가 좀 감정적이라….”

“……설기가 누굴 닮았는지 알겠네요.”

“…….”

단백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수그렸고. 여명은 그녀와 제대로 된 대화가 될 것 같지 않으니, 무백과 단혁세를 번갈아 보고는.

“한데 저한테 이런 걸 묻는 이유는 뭡니까? 좋은 소리 안 나올 걸 알 거면서.”

“…왜 나한테 안 물어봐?”

무시당한 단혁세가 묘하게 섭섭한 듯 중얼거렸으나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무백은 여명의 물음에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대는 아마 소교주를 데리고 가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겠지.”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반대는 하지 않아요. 어쨌든 가출한 녀석이니 잠시 집에 갔다 오는 것도 좋을 테니까. 하지만 ‘그 외에 이유’가 있다면 반대하겠죠.”

“그 외에 이유라,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정치나 파벌 싸움 같은 거?”

“…….”

“…다 포함되나 보네요.”

“크흠!”

무백은 표정 관리를 할 줄 몰랐고.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한 무백은 어떤 말로 그를 설득시켜야 할지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교의 사정이나 파벌 등과 같은 얘기로 설득을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는 것이다.

‘힘들군.’

차라리 목숨을 건 사투를 하는 것이 낫지. 이렇게 말로 설득하려고 하니 힘겨웠고. 망설임이 반복되던 그때.

“간단히 얘기하자면, 소교주가 교로 돌아가지 않으면 소교주의 지위를 잃을 상황이야.”

“강마?”

“그냥 직설적인 게 나아, 직설적인 게.”

단혁세는 답답한 것이 싫은지 현 마교의 내부 이야기를 읊어주었다.

“낮에도 들었을 테지만. 신교는 원래는 두 개의 교가 전쟁 끝에 강제적으로 합쳐진 곳이지. 원래는 사이 더럽게 안 좋은 녀석들끼리 편이 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파벌이 갈라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요.”

“십칠마종을 포함한 무인들이 수라신교에서 파생된 이들이라면 배화교에서 비롯된 파벌도 있지. 솔직히 말해 무공보다 다른 잡기술에 능한 것들이지만. 무서운 녀석들이지. 적으론 돌리고 싶지 않은….”

여명은 단혁세의 설명 뉘앙스만 들어도 배화교 파벌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고. 곧 상황 전반부를 알고 싶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양반들이 설기를 못마땅해하는 거군요.”

“그래, 그들은 배화교의 후손 중 한 명이 소교주가 되어 교를 물려받기를 원해.”

무(武)를 최고로 치는 흑원신교지만. 그렇다고 해도 종교적인 부분을 신경 쓸 수 없었는데, 앞으로 보름 뒤에….

“큰 행사가 하나 있다고 할 수 있지. 어쩌면 소교주 지위마저 모두 뒤엎을 정도로 강력한 행사가.”

“흠….”

여명은 그제야 그들이 급한 이유가 납득이 갔다.

아무래도.

‘이쪽 파벌은 설기를 지지한다는 거구나.’

그런 와중 설기는 가출해버리고. 그렇다고 억지로 데려가고 싶어도 설기의 고집을 아니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고.

그러니.

‘나를 공략하는 거네.’

여명은 왠지 자신의 결정에 따라 한 조직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단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왜 자신에게 이런 힘든 판단이 뒤따르는 건지, 원.

여명은….

“넌 어떻게 할래. 교주 되고 싶어?”

“월…?”

“‘그다지?’ 너도 참….”

욕심이 없다기보단, 그 귀찮은 걸 왜 하냐는 느낌의 말투였고. 여명은 저 마이웨이 성격이 골치 아프면서도 한편으로 부럽다 싶었다.

그렇게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여명은 한숨을 푹 내쉬며 세 사람에게 말했다.

“하기 싫다네요.”

“…….”

“…….”

“…….”

…가족은 닮는다고. 어째 설기의 얄미움이 옮은 듯한 여명이었다.

………

………

………

절그럭….

깊고도 고요하며, 어쩐지 기분마저 불쾌해지는 어둠만이 그득한 동굴.

습기 가득한 텁텁한 내음만이 풍겨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충분한 장소였지만. 그 동굴 속에 갇힌 어느 노인은 마냥 태평했다.

아니, 태평한 것을 넘어.

“아귀굴(餓鬼窟) 안에서 이토록 편안히 있을 수 있는 것도 당신뿐일 테지요.”

“…뭐야? 잘 자고 있는데 왜 찾아왔어?”

“……무심하기도 하지.”

어느 순간 아귀굴이란 곳에 나타난 여인은 노인의 무시한 태도가 걸리적거리는지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하지 못할 일은 없었는데, 이 노인네만큼은 도저히 마음대로 된 적이 없으니 마냥 한숨만 나왔고 여인은.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훗날 후회할 텐데요.”

“내가 왜?”

“곤륜이 위험해져도 상관없나요.”

“내가 걱정 안 해도 걔들은 알아서 잘할걸?”

“……무심한 것도 이 정도면 너무할 정도군요.”

이런 자를 여전히 문도라고 챙기는 곤륜이 불쌍해질 지경이다.

여인은 협박도 통할 사람에게 해야 한다 후회하며, 이제는 조금.

“제발 무슨 부탁이든 들어줄 테니, 조금이라도 말을 들어주면 안 되나요?”

애원하듯 말하게 되었고. 노인은 사정사정하는 여인의 말에 고개를 까딱거렸다.

퍽이나 불량스러운 모습.

도저히 잡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뻔뻔함에 극치를 달리는 노인네는 잠시 골몰히 하는 것 같더니.

“한 가지 요구만 들어주면 도와주지.”

“뭐, 뭐죠!”

백일만에 드디어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다 싶으니 여인은 다급하게 노인이 내민 미끼를 물었고. 노인은 악동처럼 웃으며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천산의 식선. 그놈이 만든 요리가 먹고 싶다.”

“……네에?”

“간만에 그놈 요리가 땡기는구먼, 흘흘.”

“??”

여인은 노인, 풍운괴선 자허의 알 수 없는 부탁에 마냥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저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딱히 별 의도는 없고. 무작정 내민 부탁이란 건 조금도 예상치 못하는 여인은 그렇게 한동안 망부석처럼 고민에 빠져야 했다.

‘저 악독한 풍운괴선이에요, 방심해선 안 돼요!’

하다 하다 마교한테까지 악독하다는 찬사(?)를 받는 자허였고. 그의 막무가내와 같은 부탁을 들어준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상치 못하는 여인이었다.

tmi후기.

-잊은 독자님을 위해 말해주자면 자허는 여명의 기환술 스승이다.

-북해빙궁은 현대로 따지면 대기업 수준이지만. 마교에 비하면 하찮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대형 쇼핑몰과 아마존만큼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설기가 한마디만 해주어도 북궁린은 현재 잃어버린 자신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으나, 북궁린은 설기가 그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참고로 하나 말하자면 설기의 가족들 대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동물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왜 이렇게 태어나는지는 아직도 불명이다.

-설기와 경쟁하는 후계자들도 모두 강아지이며. 까망이와 인절미 등이 있고. 이제 막 태어난 아기 강아지도 있다.

-모습이 궁금하다면 꼬리를 살랑거리는 아기 웰시코기 동영상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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