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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무림식당-205화 (205/261)

205-왕좌의, 아니 본좌(本座)의 게임(5)

촤악, 촤악.

어느 영화의 명대사를 보면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영화에 나올 뿐인 대사가 아니냐며 트집을 잡는 이도 있으나. 만약 이 광경을 보았다면 그러한 트집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게 분명하리라.

“커엉!”

인절미 다람쥐, 아니 금색 밤톨이가 눈을 반짝이며 1초마다 만들어지는 만두를 보았다.

무언가 촤악 거리는 소리만 났다 하면 만두 하나가 생겨나니 강아지의 눈에는 신비한 요술로 보일 따름이었다.

그가 주먹을 움켜쥘 때마다 만두 하나가 생겨났고. 만두는 찜기로 들어가 익혀진다.

대략 오백 개가량의 만두가 쪄지며 어마어마하게 맛있는 냄새를 풍겼고. 쪄진 만두 중 절반은 거대한 솥뚜껑으로 직행하더니.

치이이익!

고소한 해라기유와 합쳐지며 바삭바삭한 군만두가 되어 갔다.

“헤엑! 헤에엑!”

밤톨이는 냄새만 맡아도 행복하다며 군침을 흘렸다.

맛을 모른다면 모를까. 이미 맛을 알고 있는데, 그가 만든 만두가 탐이 나다 못해 빨리 먹고 싶은 것이었다.

뚝….

기어이 밤톨이의 침샘은 고장 난 것처럼 홍수가 났고. 침이 흘러 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바닥은….

“월!!”

“커어엉….”

정정해서, 바닥 역할을 해주고 있던 설기가 언성을 높였다.

어린놈의 자식이 어디 어른 등을 더럽히느냐며.

“끼이잉….”

그런 누이의 분노에 기죽으며 밤톨이의 귀가 축 처졌고. 눈망울이 슬프게 젖어가며 울상을 지어갔다.

“……왈.”

설기는 일순 움찔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가 너무 불쌍한 표정을 지으니 차마 더 화를 내기가 애매하다는 듯.

“월.”

“컹!?”

돌연 설기는 자비를 보이며 ‘다음부터 조심해라’라고 다정한 읊조림을 보였고. 밤톨이는 언제 울상을 지었냐며 귀를 쭈뼛 치켜세우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커엉! 커엉.”

밤톨이는 그 작은 몸을 열심히 설기의 등을 비비며 과격한 애정을 표현했다.

누가 보면 누나가 아니라 엄마를 대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할짝할짝하는 밤톨이었고. 설기는 못 말리겠다며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사이가 좋네.”

“월!?”

순간 설기는 주인의 중얼거림을 듣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이가 좋다니…!

모욕을 들은 사람처럼 설기는 불쾌감을 표현하려 했다. 아무리 주인이라 해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법일진대, 어찌 이런 귀찮은 놈과 자신이 친하다고 한단 말인가!

설기는 크게 성을 내려 했다.

“끼잉?”

“…….”

…다만, 성을 내려고 하니 ‘우리 안 친해?’라고 말하며 다시금 울먹거리는 밤톨이를 보고 있으니 차마 안 친하다는 말을 내뱉을 수 없는 설기는 합죽이를 하여야 했다.

“월….”

설기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어쩌다가 도도한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됐을까 하고.

“인과응보라는 말은 아냐?”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더니, 자신이 평소 하던 짓을 그대로 돌려받는 설기의 모습에 통쾌한 반박을 돌려주는 여명이었다.

* * *

밥심의 인기 메뉴인 만두.

1만 개 넘게 만들어도 하루면 모조리 소비될 정도로 단골들이 좋아했는데,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찹쌀과 메밀 반죽 등으로 만두피를 만드니 그렇게 쫄깃하고 고소할 수가 없으며. 만두피는 얇은데 속은 푸짐하기 짝이 없으니 도리어 인기가 없기 힘들었다.

한데 오늘은 아무래도.

“…1만, 아니 2만 개 더 빚었어야 했네.”

여명은 난감했다.

단골들도 만만치 않거늘, 새롭게 온 손님 또한 만만치 않게 먹고 있으니 말이다.

“끼에!”

“커엉!”

대붕과 밤톨이가 미치도록 빠르게 만두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대붕이야 덩치가 있으니 저럴 수도 있다 싶지만. 밤톨이는 저 작은 몸뚱이에 저게 다 들어가나 의심이 들 정도로 먹어 치우는 양이 만만치 않았는데, 배가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허나 이러한 걱정이 무색한 듯.

“컹!”

‘난 아직 배가 고프다!’라며 단호하게 만두를 주문하는 밤톨이었고. 여명은 어쩔 수 없이 만두를 내주었다.

“끼에!”

“그래, 너도 더 줄게.”

한 입 먹을 때마다 만두 20개를 먹어, 아니 마셔 버리는 대붕은 벌써 400개가 넘는 만두를 먹었음에도 전혀 배가 부르지 않은 듯했다.

분명 백효님이나 여우님에게 듣기론.

“숨만 쉬어도 배가 찬다면서요?”

“그렇긴 하지. 저놈만큼 가성비 좋은 영물이 없을 터이니.”

“그대의 요리가 마음에 든 게 아니겠느냐. 적당히 넘어가거라. 무엇보다 공짜로 먹는 것도 아니지 않더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거 상당히 노동이라서 그런 거죠.”

손쉽게 만두를 만드는 것 같지만. 전신운동을 하는 것처럼 힘든 행위가 아닐 수 없었다.

다만 뭐.

‘돈을 너무 많이 받아도 문제라니까.’

받은 삯만큼 배를 채워서 집으로 보내자는 원칙이 있는 여명인 만큼 대붕의 배를 만복(滿腹)시켜야 밥집 사장의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놀랍게도 대붕은 돈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끼에에?(이거면 돼?)

대붕의 몸의 일부가 어마어마한 보물이라고 할까.

대붕의 깃털 하나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 깃털은 빛을 내뿜으며 보석이 되어갔다.

영롱한 흑요석(黑曜石)이었고. 이걸 어쩌란 건가 싶은 여명이었지만. 금천후를 비롯한 천산의 돈깨나 있는 양반들은 컬렉터처럼 깃털을 원하였다.

-얼마면 되느냐? 부르는 대로 주마.

-이 사부! 이거 나한테 팔게나!

-대붕의 깃털이라니! 이건 사야 해…!

듣기론 대붕은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깃털을 떨구지 않는다고 한다.

허나 남에게 선물로 주자고 한다면 깃털을 떨구는데, 흑요석으로 바뀐 깃털은 그야말로 하나의 보물과도 같이 변하는 것이었다.

딱히 무슨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대붕의 깃털은 ‘희소함’이 있었고. 무림을 넘어 중원삼국의 자본가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소장품쯤 된다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환장하다시피 대붕의 깃털을 원하였고. 여명이 누군가를 콕 짚어 판매하기 애매하여 즉석 경매를 여니, 결과는….

-넌 이제부터 밥값 안 내도 되겠네.

-끼에에!

앞으로 평생 여명에게 만두를 사 먹어도 될 만한 금액을 한순간에 준 것이니, 여명으로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니, 무슨 만두 값으로 건물을 올리겠다 싶은 거였다.

“끼에에….”

“후우, 힘들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기어이 배가 불러 쓰러진 대붕을 보니 이겼다는 느낌이 들 따름이었고. 북궁린은 마치 승전을 축복하듯 그의 땀을 닦아주었다.

‘뭐, 두 시간 동안 만두만 만들었으니 이것도 어찌 보면 험난한 전투긴 전투였네.’

허나 아무리 이겼다고 해도 당분간 만두는 만들고 싶지 않은 본심 아닌 본심이었다.

“컹!”

“…넌 아직도 먹니?”

“커엉!”

다만 본심과 다르게 이 자그마한 밤톨이 녀석은 도저히 만족이란 걸 모르는 듯했다.

“네 동생답다, 야.”

“…월.”

먹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아니면 성장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만족을 모르며 만두를 먹는 밤톨이었고. 이 쪼끄만 놈이 만두 열 판을 먹어 치웠다는 게 여전히 놀랍기만 했다.

역시 그 누나의 그 동생이라고 할까.

“왈.”

설기는 걸신이 들렸다며 혀를 차면서도 자기 몫의 만두를 건네었다.

“컹?”

“월.”

“커엉!!”

역시 누나뿐이야! 하고 기뻐하는 밤톨이에게 설기는 귀찮은 낯빛으로 ‘밥이나 처먹어’란 거친 말을 돌려주었다.

허나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정다웠고. 역시 안 그런 척하면서도 동생을 아낀다는 게 느껴졌다.

‘츤데레라니까, 이 녀석도.’

“……왈.”

그런 따스한 여명의 시선을 느낀 건지 설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애써 만든 자신의 도도한 이미지를 망가뜨린 게 마음에 안 드는 낯빛이었고. 여명은 네가 챙길 이미지가 있었냐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여튼 자존심만 세선….

그렇게 투닥거리는 여명과 설기의 눈싸움이 끝난 것은 적절히 말을 건 북궁린 덕분이었다.

“한데 설기님. 금천주교님께서 어찌 천산까지 오신 겁니까? 저분들처럼 설기님을 데리러 오신 겁니까?”

“멍…?”

아…, 소리를 내며 설기는 북궁린은 지적에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월.”

아직 여기까지 온 이유를 아무것도 듣지 못한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막내 탓에 천산에 온 이유는 아직 묻지도 못했고. 자신을 찾은 이유도 알지 못했다.

설기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밤톨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월.”

“컹?”

“왈왈.”

“컹컹!”

설기가 무언가를 물으니, 밤톨이는 잠시 멍을 때렸다가 조금 전 설기처럼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역시 남매네.”

어벙한 성격이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그, 사장님. 두 분은 어떤 대화를 나누시는 겁니까?”

“음? 너도 이제 대충 알아듣지 않아?”

“저는 그저 눈치와 분위기로 설기님의 말씀을 알아듣는 겁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강아지님의 말씀을 알아듣기엔 제 기량이 부족하여….”

“그, 그랬었어?”

새삼스럽다 싶지만. 얘는 진짜 사회생활 했으면 잘했을 거다.

사람도 아니고 눈치만으로 개와 문제없이 소통을 하는 게 어디 보통 스킬인가.

“린이 넌 진짜 우리 식당에 아까운 인재가 맞아.”

“예에!? 호, 혹 제가 무슨 잘못한 것이라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아니다. 쟤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물었지?”

“사장님!?”

가끔은 직원을 강하게 키울 필요성을 느낀 여명은 북궁린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고 설기와 밤톨이가 나누는 대화를 알려주었다.

대충 느낌으로만 말하자면.

-너 여기 왜 왔냐?

-누나 만나러!

-구라 까면 털 다 벗겨버린다.

-……잘못했어요.

…라는 느낌이이었다.

‘쟤는 동생한테 참 살벌하게 말한다.’

자신한테 저런 귀여운 동생 있으면 다정하게 할 법도 하건만.

‘아, 그건 또 아니구나.’

여명은 본가에 있을 무늬만 동생을 떠올리니, 친동생이란 존재가 상당히 징그럽고 불쾌감을 안기는 존재란 걸 떠올렸다.

“가끔 옥상에서 떨구고 싶긴 했지.”

“…그건 사장님의 경우가 특이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응?”

“…마, 말씀 계속하시죠.”

“으음….”

여명은 떨떠름해하면서도 통역을 계속 이어갔다.

-그래서, 진짜 온 이유는 뭔데?

-사실은…, 누굴 좀 찾으러 왔어.

-누구를 찾으러?

-응, ‘식선’이란 사람이야.

-……누구?

-식선! 천산의 식선이라고 ‘괴선’이 그랬어!

-…괴선?

-응, 풍운괴선!

“…월?”

“응?”

여명과 설기가 동시에 의문 어린 소리를 내었다.

지금 뭔가.

‘불길한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여명은 애써 모른 척하고 싶은 이름이다 싶었으나, 금빛 댕댕이는 확인 사살을 하듯 대붕의 발목에 묶인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컹!”

“…….”

그건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청죽(靑竹)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은, 아주 오랜 세월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있을 법한 낡은 대나무 지팡이는 분명 법구였다.

기환학사에게 필수적인 아이템이었으며. 기환학사라면 저 청죽이 가진 비범함을 한 눈에 알 수 있으리라.

그리고 여명은.

“그 양반, 아주 멀리도 여행 갔네.”

저 비범한 청죽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어르신, 이거….”

“아, 아무 말도 하지 말게….”

“…….”

“어허허….”

여명은 자신처럼 청죽의 주인을 알아보았을 자운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자운은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 망할 놈의 새끼….”

평소 자애롭다 못해 허허로운 양반이 욕을 내뱉으며 뒷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저러다 화병으로 죽겠구먼.”

“…….”

절대고수조차 화병을 나게 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대단한 일이라며 안쓰러움을 표시하는 단골 일동이었다.

tmi후기.

-혹시라도 궁금할까 봐 언급하자면. 여명의 동생이 처음 언급된 것은 118화 tmi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각각 있고. 역시나 싸가지가 없다.

-쉽게 예시를 들자면 여동생은 아따아따 담비급이고. 남동생은 도라에몽 진구가 흑화해서 촉법소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여명이 웬만한 일에도 화를 내지 않고. 선하게 사는 이유는 이러한 악질 반면교사들과 같이 산 덕분 아닌 덕분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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