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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무림식당-212화 (212/261)

212-취중진담(醉中眞談), 삼자담화(三者談話).(1)

“이미 만나진 않았겠지?”

단백설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투덜거리는 혼잣말을 작게 읊조렸고. 그런 그녀의 읊조림을 들은 무백이 드물게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뗐다.

“검마. 그 얘기만 벌써 이백 번하고도 세 번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람이 걱정하다 보면 이럴 수도 있는 거지. 사내새끼가 참을성이 있어야지, 왜 이리 불만이 많아.”

“아마 사내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화가 날 것이다.”

“쫌생이 새끼.”

“나는 쫌생이가 아니다.”

“흥!”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화였고. 저 둘이 다름 아닌 흑원신교에서도 손에 꼽히는 권력자이자 어마어마한 연배를 자랑하는 연장자란 것이 누군가에겐 믿기 어려운 얘기이리라.

“선배….”

“사람 망신 다 시키는구려.”

“후배들이 이 광경을 안 봐서 다행이지.”

마인들과 동행중인 금천후와 삼존 등은 저들의 대화가 마냥 안쓰러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나이 먹고 창피하지도 않나 싶으며.

허나 그들의 눈가에는 옅게나마 감탄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대단하군.’

‘이 정도면 거의 허공답보를 넘은, 허공질주(虛空疾走) 수준이군.’

‘내력이 얼마나 방대하기에….’

절대고수가 아무리 전력으로 달린다 한들 대붕의 속도를 따라잡기란 묘연한 일임이 분명했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백 리 이상을 가버리는 생물을 어찌 따라잡을 수 있으랴.

하지만 그들은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 천산에서 십만대산까지 도착하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무려 오천 리 이상 될 거리를 반나절 만에 주파한 그들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만하리라.

허공답보와 궁신탄영의 묘리를 섞어 만든 허공비(虛空飛).

과거 이 사부가 보여준 영화(映畫)라는 것에서 나온 허공을 유영하는 비행기란 기물에서 영감을 받아, 천산의 무인들이 개발한 허공답보의 파생절기와 같은 것이었다.

비행기나 전투기가 나는 원리 등을 이 사부에게 꼼꼼히 물어보며 개발한 덕분인지 아직 전투기란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비행기에는 필적할 만한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그들이었고. 반나절 만에 십만대산까지 온 비결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그들이 나는 모습을 보며 무백과 단백설 등은 눈짓만으로 흉내 내더니.

-이렇게 하는 것인가?

-재밌네, 이거.

내공의 흐름이나 원리 자체도 모를 것임에도, 수백 년을 살아온 노괴들답게 막대한 내공과 연륜 등으로 부족한 점을 채운 그들은 도리어 허공비를 만든 천산의 은거자들보다 더욱 빠른 질주를 보였다.

역시 광마와 검마.

천산에서야 팔불출 같은 모습만 보여서 그렇지, 역시 무림의 전설이자 대선배라 불리는 영걸다운 무위였음이다.

물론.

“거 내공 부족한 놈은 서럽구먼.”

단혁세마냥 내공이나 연륜이 부족한 놈도 있었지만.

‘무식한 놈. 허공비를 못 하겠다 싶으니 제 몸을 포환(砲丸)처럼 쏠 줄이야.’

‘제 목숨 귀한 줄 모르는 놈답군.’

다만 다른 두 노괴와는 다른 의미로 아연함을 주는 그였지만서도.

“…천산이군.”

“…….”

“허허….”

그렇게 마인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스럽게 느끼던 천산의 은거자들은 저도 모르게 자운의 시선을 피했다.

평소 그와 농담 따먹기나 자존심 싸움도 해대는 삼존조차도 묘하게 그를 두려워하는 작태.

“조용하던 놈이 화내는 것이 가장 무섭다더니….”

오랜 세월 자운과 알고 지낸 그들조차 저토록 표정이 굳은 자운을 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포악하게 성질을 부렸으면 모르겠는데, 적막하게 굳은 채 눈가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으니 시선 마주하기가 껄끄러울 따름.

‘자허 그 노망난 영감, 이번에는 진짜 큰일 났군.’

지금껏 자운은 자허에게 비교적 무르게 대하던 구석이 있었으나, 이번만큼은 자운은 무르지 않을 의도가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게 자허는 자운이 가장 싫어하는 행위를. 즉, 도리(道理)를 어겼으니까.

중원삼국에서도 전설로 화자 되던 곤륜삼선의 일인 풍운운선 자허.

그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고 있었음이다.

“괴선을 죽이는 거야 네 마음이겠지만, 살기를 줄여. 여긴 십만대산이다.”

“…알겠구려, 선배.”

단백설의 경고 아닌 경고에 자운은 점차 살벌한 기세를 감추었고. 어느 순간 완전히 평범한 노인처럼 변해갔다.

검객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날 선 기질마저 완연하게 사라진 것이 누가 보았다면 어느 시골의 촌로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단백설과 무백은 감탄하며 이채를 머금었다.

‘노화순청(爐火純靑)이 저토록 자연스럽다니, 훌륭하군.’

‘저번에 붙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천산의 건방진 녀석 중 저 녀석이 제일 건방진 게 맞네.’

무인이 기세를 완전히 감춘다는 건, 본인이 가진 기운을 완전히 다스릴 수 있다는 의미이며. 깨달음의 수준이 남다르다는 뜻도 되었다.

‘역시 만만치 않아.’

만약 다음에 제대로 ‘천산’과 붙게 될 일이 있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환희 어린 미소를 머금게 되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마인의 본질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일 터.

‘천산 또한 언젠가 교가 정복해야 할 땅이니.’

그렇게 다음 싸움을 기대, 아니 기약하며 단백설은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제발 부딪치지 말아야 할 텐데.’

단백설은 초조했다.

현 신교의 교인 중 절반이 약 1년 사이에 자가에게 등을 돌리며 흑천주교에게 고개를 조아린 상태.

흑천주교가 교주의 장자인 것도 있으나, 불명지괴가 흑천주교에게 힘을 실어주며 성화를 모시는 파벌 대부분이 돌아선 결과였다.

이 때문에.

‘자가의 입지가 엄청나게 흔들렸지.’

어찌 보면 자가의 적이 대거 늘어난 상황이니, 단백설 입장에선 자가의 안위가 계속해서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충심보단 모성에서 발로한 걱정인 탓인지 그 초조함은 더욱 다급했고. 단백설은 만마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기다리며 발을 들썩였다.

“다리 좀 그만 떠시오. 지진이라도 일으킬 작정이요?”

“흥! 연약한 아녀자한테 못할 소리가 없네, 넌.”

“…….”

“말하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이다?”

“…됐소이다. 그냥 입을 닫는 게 낫지.”

“이게…!”

쿠구궁.

금천후에게 언성을 높이려던 순간, 마침 만마전의 입구가 열렸다.

단백설은 코웃음을 치는 금천후에게 너 운 좋은 줄 알아, 라는 시선을 주며 다급히 입구를 향해 질주했다.

저 애송이야 언제든 죽일 수 있으나, 자가의 안위는 자신의 불쾌함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사항이었으니까.

“어딘지 알고 가는 것이냐.”

“자가 냄새만 찾으면 되잖아?”

“…그건 검마 그대만 가능한 것이다.”

단백설의 후각은 무수한 교인들이 있을 만마전에서 정확히 단 한 마리의 강아지를 찾아내었다.

‘이런 냄새를 가진 이는 자가뿐이니.’

이른 새벽녘 봄날의 숲에서나 날법한 싱그럽고도 포근한 내음.

따라하고 싶더라도 따라할 수 없는 자가만이 가진 생명의 향기를 정확히 짚어내며 자가의 내음을 찾아내기도 잠시, 단백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 이미 만난 모양이네.’

여름날 밤바다에서 날법한 시원하고도 고독한 특유의 내음.

흑천주교의 냄새였다.

설마 이토록 빨리 만났을 줄 몰랐다며 단백설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저 둘이 만났다면 무조건 싸우고 있을 게 뻔한…….

“─손 똑바로 안 들지.”

“커엉.”

“크릉.”

“쓰으읍!!”

“…크릉.”

“컹.”

“싸우면 나 화낸다.”

“……크릉.”

…단백설의 생각과 달리 자가는 흑천주교는 싸우고 있지 않았다.

도리어.

‘뭐야, 이 상황?’

자가를 제외한 흑천과 금천이 크게 혼나고 있었지.

신교에서 감히 대들 수 없는 교주의 유력한 후계 후보들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두 손을, 아니 앞발을 든 상태로 벌을 서고 있었다.

‘식선?’

두 주교에게 뒤지지 않는, 비 온 뒤 불어오는 시원한 들판과 같은 개성적인 냄새를 가진 자.

그런 그가, 두 주교를 혼쭐내고 있었다.

………

………

‘쟤들, 참 잘 싸우네.’

남들 눈에는 저들이 마냥 울부짖으며 서로를 위협하듯 보이겠지만. 여명의 귀와 눈에는 마치 두 남매가 말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본좌의 자리가 탐이 나서 다시 돌아온 것이냐!

-흥, 그딴 자리 줘도 안 가져.

-어리석은 것. 본(本)의 자리란 네가 싫다 하여 거절하는 것이 아닌, 신의 선택을 받아 얻는 영광스러운 자리이다. 한데 그것을 어찌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까.

-여전히 꽉 막혔네, 넌. 쪽팔리게 본좌, 본좌 거리는 것도 그렇고.

-우스운 것. 이것이 본좌의 각오이다. 지존의 좌를 가지지 못한다면 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각오!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누가 할 소리를.

“…아니, 너희 둘 다 개 맞잖아?”

“월?”

“크릉?”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다툼을 이어가던 두 강아지가 일순 여명의 참견에 고개가 돌아가며 정신을 차렸다.

“……월.”

슬그머니 눈알을 굴리니 그들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수많은 마인들이 보였고. 설기는 스리슬쩍 뒷발을 빼며 후진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크릉….”

이는 흑견 또한 마찬가지인지, 헛기침하듯 울음을 토해내고 살며시 흑견은 어느 흑의여인을 향해 눈짓했다.

“부르셨습니까, 흑천.”

“크릉.”

“알겠습니다.”

흑견은 흑의여인의 품을 탈것처럼 여기는 것인지, 익숙하게 여인의 품을 파고들었고. 설기는 그 모습이 남사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안기고 다니냐며 혀를 차는 것이었다.

허나 흑견은 당당했다.

“크릉!”

‘본좌의 품위를 위한 행동일 뿐. 이것이 곧 본좌의 권력이니라!’ 하며 당당하게 외치는 흑견이었고. 설기는 ‘핑계도 좋다’라며 여명에게 다가왔다.

“월.”

“…넌 쟤한테 안기고 다닌다면 뭐라고 하더니.”

“왈.”

“……내로남불 같은 녀석.”

여명은 그렇게 설기를 품안에 안아주자, 설기는 세상 오만한 눈빛으로 흑견을 보았다.

마치 자랑하듯.

“월!”

“……크릉.”

순간 흑견의 시선이 흑의여인과 여명을 번갈아 보더니 무언가 분한 듯 울부짖었다.

시선이 무어랄까.

분명 자신이 탄 자동차가 롤스로이스 팬텀이었는데, 저쪽은 한술 더 떠서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목격한 모습이랄까?

“크르릉…!”

“월월.”

서로의 탈것을 확인하며 분해하는 흑견과 낄낄 웃어대는 설기였고. 두 댕댕이의 하찮기 짝이 없는 자존심 싸움을 관찰하던 여명은.

“이 녀석들이.”

사람을 탈 것 취급하는 두 댕댕이의 대화가 어처구니가 없어 얼빠진 시선을 주고 있을 때, 남매는 다시금 별거 아닌 것으로 다툼을 벌였다.

“이번에는 또 뭐 때문에 다투시는 겁니까?”

“‘교인도 아닌 부하를 만들어 오다니, 수치스러운 줄 알아라’라고 하네.”

“…사장님과 저를 설기님의 수하로 오해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가 봐.”

“하, 한데 그것이 다툼의 이유가 됩니까?”

“원래 남매란 게 그렇지, 뭐.”

남매 싸움은 원래 별거 아닌 거라도 죽자고 싸우는 것이라며 여명이 답변하던 중이었다.

“크릉!!”

“…음?”

“사장님?”

“…….”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게….”

북궁린은 뜬금 여명이 왜 저리 조심스럽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의문을 보였지만. 여명은 쉽게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저들의 대화를 잘 번역해주던 여명이었으나, 지금만큼은 망설여진다.

하필 저 검은 댕댕이 입에서….

“사장님, 제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어쩐지 흑천주교께서 저에게 발짓을 하시는 것 같은데, 혹시 저와 관련된 얘기를 한 겁니까?”

“……넌 눈치가 너무 좋아서 문제야.”

북궁린은 너무나 영특했고. 애써 그녀가 묻지 않았으면 하는 얘기를 입에 담아갔다.

“…북해빙궁주란 사람이, 여기 있대.”

“…….”

다음 순간 북궁린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게 변해갔다.

‘쟤가 저러는 거 처음 보네.’

여명은 북궁린이 저토록 시린 기운을 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

머리끝까지 화가 나다 못해 이성을 잃을 것 같으면 도리어 냉정해지는 경우가 있다던데, 아마 지금 북궁린의 상태가 그러하리라.

여명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 좋은데, 이거.’

설마 마교에 와서 이런 파국적인 상황을 대거 맞이할지 몰랐다며 여명은 불쾌감을 느꼈다.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밤톨이가 자신을 데리러 천산까지 온 것을 보면 이미 마교는 설기의 거처를 비롯하여 여명과 북궁린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단지 예상일뿐만이 아니라, 흑견이 정확히 북궁린을 북해빙궁의 사람이라고 지목한 대목에서 이미 확정적이라 할 수 있을 터.

한데도 저들은 자신을 데리고 오면서 북궁린과 분명 안 좋은 관계가 있을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았고. 이는…!

“이것들이, 장난하나….”

여명이 가장 기분 나빠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여명은 나지막하게 불쾌감을 내뱉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작금의 사태의 원흉들에게.

“동작 그만.”

경고의 신호를 주었다.

“크릉?”

“월?”

“컹?”

일순 세 마리의 강아지가 저도 모르게 반응하며 여명을 올려다보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그였고. 가장 먼저 주인의 기분을 파악한 설기는 살며시 눈치를 보았다.

이거 상황이 영….

“설기, 넌 빠져 있어.”

“멍!”

설기는 재빠르게 몸을 날래었다.

무늬만 혈연들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고, 덤터기 씌기 전에 눈치껏 도망치는 설기였음이다.

“…크릉?”

“??”

여전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두 강아지가 일련의 사태에 멍하니 있을 때, 여명이 두 강아지를 향해 물었다.

“하나만 물어보자. 너희, 우리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건지는 알고 있어?”

“……?”

“컹?”

“…기대도 안 했다.”

이미 저 반응만으로 확인은 끝났고. 여명은 두 서서히 다가갔다.

“엉덩이 딱 대라.”

……잠시 후, 만마전에는 깨갱 거리는 굴욕적인 비명 소리가 울렸다.

tmi후기.

-불편해할 수도 있는 사항일 수도 있어 미리 말하자면 작가는 동물을 때리는 사람이 아니며. 이는 그저 연출적인 부분일 뿐이다.

-또한 두 강아지를 마냥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철없는 망나니 재벌4세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 사고 내거나 마약을 하고도 뻔뻔한 재벌4세의 일진담당이 여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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