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화 Ep.l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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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길드의 아침은 언제나 부산스럽다.
모험가 길드 접수원들의 아침은 언제나 바쁘다.
- 아니, 이 갈통년아! 등급에 맞는의뢰서만 가져오라고 몇 번을 쳐 말해?!
- 신규 미궁 발견 포상금은 이쪽에서 따로 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에 지급 해 드리고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 아, 거기! 싸울 거면 밖에 나가… 이 봊같은 년들아! 아으川 경비!! 경비대 불러!!
그냥 정신이 아찔하다.
그러 나 이 런 혼돈의 카오스 같은 공간에 서 조차 온도 차가 존재 한다.
“흐아암琿”
“흐흥, 오늘 손톱 좀 이쁘게 정리된 것 같다.”
흡사 칼 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여자 접수원 일동과 달리.
아직 졸린 듯한 얼굴로 뻔뻔하게 자리 에 앉아 하품이나 손톱 정리 따위 나 하며 앉아 있는 두 명의 남자 접수원.
어중간하게 곱상한 외모에 남자라고 부르기에는 심히 연약해 보이는 수수깡과 같은 골격을 소유한 우리 여리고 여린 남자 접수원들은 오늘도 여자 접수원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일하고 있는 동안 그들만의 여유를 한 껏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큼큼, 아아〜 큼! 스미스씨? 가서 물 한 컵만 가져다줄래?”
“아〜 나도나도.”
거 기 다 부려 먹 는 건 또 오지 게 부려 먹는다.
물론, 씹새들이 부르는 스미스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다.
“아예.”
이 세계 표류 4년 차 K-청년 나 서민수는 변방 사막지대 사하라족의 스미 스가 되어 생존에 힘쓰고 있다.
“쓰벌 놈들.”
나는 뒷문으로 나와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창고에 들러 빈 오크통 하나 를 찾아 우물로 향했다.
“오,개꿀.
어느 곳이나 물이 귀한 이 세계는 여관에서 몸을 씻는 물 한 통을 얻는 데 조차 돈을 줘 야 하기 에 길드에 등록한 모험 가들은 어지 간하면 길드 소유의 우물에서 몸을 씻는 편이다.
그 때문에 늦은 밤을 제외 한 시 간대 에는 언제 나 모험 가들로 북적 이는 편 인데 오늘은무슨 바람인지 텅텅 비어 있었다.
“내가쓰벌 진짜… 언젠가오크통에 담아다가우물에 던져버리고만다.”
도르래에 달린 물통으로 열심히 오크통에 물을 채워 넣으며 작게 투덜거 리는 이 시간은 근래 몇 없는 나의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시 간이다.
마음 같아서는 ‘툭!’ 치면 ‘엌!’ 하고 허리를 반으로 접을 두 놈의 머리통을 당장에 꿀밤을 먹 여주고 싶은 마음이 지 만, 안타깝게 도 마땅한 시 민권 이 없 는 나와는 달리 두 놈은 이 도시 태생의 토박이 놈들이라 감히 내가 덤빌 수 가없는 것이다.
“후, 이제 이쯤은 거뜬하구만.”
1/3 정도만 남기고 물을 가득 채운 오크통을 가볍게 안아 든 나는 뒷문을 이용해 익숙하게 계 단을 통해 넽층에 위 치한 길드 식 당의 주방 문을 열고 안 으로 들어왔다.
“여 〜 안 그래도 슬슬 을 시 간이 라고 생 각했는데 一 푸하〜!”
주황빛이 감도는 단발머 리 에 특유의 사나운 미 소와 잘 어 울리는 코 주변 의 주근깨가 매력적인 여자. 주방관리인 아멜라 누님이 맥주 한잔을 시원하 게 들이 키 며 웃어 보였다.
“여전히 하는 일이 없으십니다.누님.”
“아?하는일이 없다고?씹새끼가,그럼 이건나혼자먹는다.”
“헤헤, 누님. 어깨가 많이 뭉치신 것 같습니다.”
예의 그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접시에 놓인 바짝 구워진 고깃덩 이들을 툭 툭 건드려 보이는 아멜라 누님의 행동에 나는 안고 있던 오크통을 대충 내려
놓고 얼른 누님의 옆으로 뛰 어갔다.
“이 씹새가? 내가 언제 처먹으라고했냐?”
“어하피머으라….”
“아악!! 먹으면서 말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씹새야!!”
입은 험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실실 웃는 누님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고 적당히 쑤셔 넣은뭔지 모를 짐승고기를꿀떡 삼켰다.
“여전히 바쁘네요.”
“뒈지고 싶은 새끼 아니면 뱃속에 뭐라도 처넣고 싶어 하니까 바쁜 건 당 연한 거지 새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1층과 같이 주방도 몹시 바빴다.
주방 사람들인 미친 듯이 칼질을 하거나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철반을 불판위에 올리고들썩들썩 흔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주방에서 유일하게 한가로운 누님을 바라봤다.
“점 심 은 고기 듬뿍 샐 러 드로 부탁드립 니 다.”
“미친놈. 샐러드에 고기가 왜들어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누님을 뒤로하고 나는 대충 등근 나무 쟁반과 컵 몇 잔을 챙 겨 아까 내 려둔 오크통 앞으로 갔다.
익숙한 손놀림 으로 적 당량의 물을 컵 에 담은 다음 나무판에 옮겨 그것을 들고 1층으로 내려왔다.
“카악〜 퉤!”
물론, 배 달에 앞서 수수깡 A, B를 위한 특별 MSG를 첨 가하는 것 또한 잊 지 않았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오늘도 길드 내의 평판작을 위해 물잔이 가득 담긴 나무판과 함께 접수대의 뒷문을 천천히 열었다.
동시에 등골을 타고 전해지는 서늘함.
저렴한 언어와 고성이 흘러나와야 했는데 어째선지 반쯤 열린 문틈으로는 어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고 그저 내 가 붙잡고 있는 약간 낡은 문의 삐걱 임 만 들려올 뿐이 었다.
고로 알기 싫어도 알 수 있었다.
접수원 생활 넽개월 차인 내 유일한 담당 모험가이자 이 도시의 유일한 은 등급 모험 가가 지금 길드에 와있다는 것을.
이런 쓰벌. 좆됐네.
갑자기 입이 바짝 마르고 다리가 덜덜 떨리는 기분이 다.
뭐랄까. 어릴 적 장난감 바퀴벌레를 사서 엄마를 놀렸다가 효자손을 이용 한 물리 적 효자로 개조되 던 그때의 공포랄까.
아무튼 존나 무섭 다는 말이 다.
하지만 이미 문을 반쯤 열었고 길드의 보증 없이는 도시를 벗어 나지도 못 하는 아주 불쌍한 신세 였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문을 마저 열고 안으로 들어 가야만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꾈.”
“•••꾈.”
붉은 머리 칼에 살짝 휜 사나운 눈매 가 몹시 매 력적 인 우리의 은등급 모험 가인 시론이 내 접수대 앞에서 고개를 몹시 삐딱하게 꺾은 채로 나를 노려보 고 있었다.
꿀꺽.
내 의지와상관없이 계속해서 마른침이 넘어간다.
“씹새야.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 건데.”
“예? 아, 가, 갑니다요.”
항거할 수 없는 목소리에 나는 그만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만 같았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내 자리로 돌아온 나는 일단손에 들린 쟁 반부터 대충 내려놨다.
탁!
“어…….”
“뭐.새꺄.”
“아,아닙니다.”
나는 하필이면 내 특별 MSG가 첨가된 물잔을 집어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시론의 모습을 보며 그저 입을 다물뿐이다.
“흠, 뭔가 물맛이 좀 단 거 같은데 ••• 너 이 새끼.”
“예,예?”
“물에 뭐 탔냐?”
“그, 그, 그럴 리가요.그, 그냥우물에서 퍼온 건데요.”
그래?”
내 말이 못 미더운지 다른 물잔을 스윽 훑어봤고 그런 시론의 행동은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평소에는 저녁에 오셨는데 오늘은 이른 아 침에 다 방문하시고….”
“씹새가? 그래서 지금 내가 아침에 와서 불만이라는 거냐?”
“아뇨아뇨. 그럴 리가요.”
시선을 물잔에서 나에게로 돌리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정신이 아찔해졌 다.
장병장아.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넌 존나 착한 친구였구나.
미녀고 뭐고 불합리한 이 상황에 그저 눈물이 찔끔하고 나올 것만 같다.
“병신아. 됐고 내가 여기 올 이유가 또 뭐 있냐? 의뢰 끝냈으니까 보고하 러 온 거지.”
한심하다는 감정이 팍팍 담긴 말과 함께 접수대 위로 내 주먹보다 조금 큰 천 주머니를 던지듯 올려놨다.
나는 시론의 눈치를 살피며 얼른 주머니를 풀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보름 전에 상단의 호위 의뢰를 부탁했던 상단주의 인장이 찍힌 의뢰서가 한 무더기 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대표로 길드에 가져온 것으로 보였다.
“고,고생하셨습니다.”
나는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어 보이며 아래에 서랍을 얼른열어 의뢰 금이 들어 있는 주머 니를 집 어 두 손으로 아주 공손히 그녀에 게 내 밀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시론이 거칠게 내 손에 들린 주머니를 낚아챘다.
“크흠, 큼. 그건 그렇고 내 공헌도 좀 확인해보지 ?”
“……엩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묵직한 돈주머 니를 받아서 그런지 구겨졌던 눈매 가 수평을 이루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얼른 다른 서랍을 열어서 그녀의 공헌도를 확인했다.
“보자… 2450점에서 오늘의뢰까지 합하면…… 2980점입 重 ….”
“뭐 이 새끼야?!”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접수대가 반쯤 갈라졌다.
“시 발! ! 그럴 리 가 없어 ! ! 너 이 새 끼 ! ! 니 가 병신 이 라서 계산을 잘 못 했겠 지!! 야!! 거기 너!!”
“히 익?!”
잔뜩 흥분해 안 그래도 붉은 눈동자가 한층 더 붉어진 시론이 수수깡呀를 가리키자 녀석은 당장에라도 졸도할 것 같은 얼굴로 반쯤 발작하듯 대답했 다.
“너 이 새끼야. 니가대신 계산해!!”
“아으I!! 아, 알겠습니다… …!!”
시론이 던진 공헌도가 적힌 종이 뭉치에 얼굴을 맞았음에도 녀석은 그저 바르르 떨 며 그녀 가 시 키 는 데 로 움직 일 뿐이 었다.
동시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만에 하나그럴 일은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말내가실수한것이라면?
이 쓰벌. 문과와 이과가 이 세계에 떨어지면 문과가 높은 확률로 더 빨리 뒈진다더니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다.
“뭐가이렇게 오래 걸려?!”
“다,다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몇 점인데?”
“그, 그게……2980꾈.”
“아아악!!”
“히에에에엑!!”
시론이 발작하듯 소리쳤고 동시에 수수깡呀는 드디어 입에 거품을 물고 기 절해 버렸다.
“뭘 봐씹련들아!! 비켜 시바아알!!”
진짜 광기에 가까운 외침에 모세의 기적처럼 모험가들이 좌우로 갈라졌 고 그 길을 통해 시론은 길드의 문을 부숴버릴 기세로 걷어차고는 밖으로 나 가버렸다.
진짜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켁,케흐흐흑.”
나는 반으로 쪼개진 접수대에 기분이 울적해지다가도 바닥에 엎어져 게 거품을 물고선 움찔거리고 있는 놈을 보며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기적적으로 쟁반에 무사히 담겨 있는 물잔을 하나 들어 벌컥벌 컥 마셨다.
“푸흡…!!
젠장. 침 뱉은 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