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祄화 Ep.3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도시 몰링타는 현대로 치면 중소도시쯤 되는 나름 잘 나가는 곳이다. 특히 나 동쪽은 마법과 관련된 시설이 서쪽은 신전들이 들어서 있기에 더더욱 사 람들이 북적거린다.
“전에 왔을 때보다 더 커진 거 같은데, 또증축했나?”
나는 생활 마법의 달인이자 눈앞에 있는 거대한 건물의 주인인 비젤린을 만나기 위 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소녀의 모습에 머물러 있는 비젤린씨가 성장해서 완숙한 여성이 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닮은 구석이 너무나도 많은 비젤린씨의 조수인 시 오린씨가 한층 더 풍만해진 가슴을 끌어안으며 환하게 인사해왔다.
나 역시 마주 웃어주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어쩐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고제가 갑작스럽게 도시를 떠나게 돼서 말입니다. 며칠간못 돌아올 것 같다고 비젤린님께 전해주시 겠습니까?”
“어머,도시를 떠난다고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유를 여쭤봐도괜찮 을까요?”
“어 ... 저도 조금 당황스럽기는 한데 새로운 미궁을 발견했다고 누가 신고 를해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해 오라고 시켜서 말입니다.”
“흐음〜 그러시군요. 그렇다고 스승님께 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그런데 비젤린님은 어디 나가셨습니까?”
“아뇨. 신전에서 나오신 분이랑 잠깐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계세요. 금방 내 려오실 것 같은데 저 랑 차라도 한 잔 하시 면서 기 다리 셔도 괜찮고요. 호 호호〜”
“말씀은 감사하지 만 아무래 도 기 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 라 이 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 다』
“저도 농담이었어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무슨 일 있더라도 스 미스씨 몸의 안전만생각하세요. 아셨죠?”
“흐흐 물론입니다.
누가뭐래도 내 목숨이 1순위다.
그렇게 나는 한결 가벼워 진 발걸음으로 비젤린씨의 건물을 나와 동문을 향해 뛰었다.
“쓰벌.그런데 누가누군지 내가어떻게 알아?”
막상동문에 도착하니 개미 떼처럼 바글거리는 인파속에서 나와 함께할 모험가들을 찾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리더격인 모험가의 신상정보라도 알고 있다면 어떻게 좀 더 뛰어 다녀 보겠는데 안타깝게도 그에 관해서는 전혀 들은 것이 없었다.
“이 씹새.그냥골려 먹을라고구라친거 아니야?”
충분히 그럴싸한 전개라서 더욱 화가 났다.
“큼큼, 모험가 길드의 스미스?”
“아예.”
절그럭거리는 철 소리에 절로 어깨에 힘을 집어넣으며 퍼뜩 고개를 돌리 자, 그곳에는 철로 이루어진 은빛 경갑을 착용하고 있는 무뚝뚝한 미녀가 서 있었다.
“아, 죄송합니 다. 혹시 통행에 방해가 됐습니까? 바로 다른 곳으로 가겠 습니다.”
“아니다.그런 게 아니니 일단 진정해라스미스.”
몰링타 도시의 경비대가 입고 다니는 은빛 경갑을 걸치고 있는 미녀의 등 장에 혹시라도 붙잡혀 가는 것은 아닌지 잔뜩 긴장했던 것이 멋쩍게 무뚝뚝 한 미녀가 나를 진정시켰다.
“큼큼.혹시 오늘함께하기로 한모험가들이 있나?”
“어… 혹시 저를 찾는모험가들을 아십니까? 새롭게 발견된 미궁의 유무 를 파악하기 위해서 조사대를 꾸렸는데 제가 거기 참여해야 해서 말입니다.”
“아, 그대가 맞는 모양이군. 저쪽 마차가 보이나? 저 마차에 있는 녀석들 이 길드에서 파견 나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더군.”
“와!! 감사합니다!!”
“아,아, 아니다….”
나는 진짜 존나 고마운 마음에 건틀렛을 낀 미녀의 손을 부여잡고 작게 흔 들었다.
쓰벌, 구란줄 알고 돌아갔다가는 진짜 좆될뻔했네 .
“크흠… 그런데 스미스.”
“아예.”
살짝 얼굴을 붉히 며 내 이 름을 부르는 그 모습에 나는 붙잡은 손을 놓으며 다시 정중한 자세를취했다.
살짝 아쉬운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잠깐, 미녀는 이내 하려던 말을 계 속이어서 했다.
“내가혹시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다시 물어보려는 것인데 말이야. 정말 로 자네가미궁의 조사를위해 밖으로 나가는것이 맞나?”
“예. 제가 맞습니다. 저도 좀 많이 당황스럽습니 다만, 저도 어엿한 접수원 이니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그래. 그렇군. 알겠네. 그럼 나는 업무가 있으니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도해주지.”
“흐흐, 감사합니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였고 미녀는 만족스러운 듯한 얼굴로 한 번 고개를 끄 덕이고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아니 대장님 !! 기껏 분위 기까지 좋게 잡아 놓고선 나중에 술 한 잔 하자 는 말도 못 하고 그냥 오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
......
-어휴, 그래서 제가 간다고하지 않았습니까? 나이 서른 먹도록 처녀인 양 반한테 뭘 바라는 겁니까?
-시,시끄럽다 이 년들아!!
본인들 나름 작게 이야기한다고 떠는 모양인데 원체 목청이 좋아서 그런 지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덕분에 조금 전에 내 가 손을 붙잡고 흔들었던 무뚝뚝한 얼굴의 미녀가 이 곳 도시의 경비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존나 더 깍듯하게 아부를 떨어줘 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경비대장이 알려준 장소를 향해 다가가니 한눈에 봐도 혼 자서 경비대에 버금가는 경갑을 전신에 착용한 여성 모험가가 기 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미궁조사에 가기로한 길드 직원이 스미스씨 당신입니까?”
“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제가많이 늦었습니까?”
“아닙 니 다. 저희 끼 리 이 야기 한다고 시 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 다.”
뭐지. 돌려까는건가.
“그나저나짐이 아무것도 없으시군요?”
“예.뭐 따로챙길 거 없이 그냥 가라고해서 말입니다.솔직히 지금도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새벽에 찾아와서는 갑자기 떠밀어서 말이죠.”
“하하. 이해합니다.뭐,신고자의 말에 따르면 미궁은 여기서 하루 정도떨 어진 거리에 있으니 식량이나 잠자리 같은 것은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 다. 우선 마차에 올라타시죠.”
나는 군말하지 않고 조용히 마차에 올라탔다.
얼마 지 나지 않아 다른 모험 가들이 자신들의 짐 과 함께 마차 위 로 올랐고 마지 막으로 나와 신나게 이 야기를 주고받던 리 더격 인 모험 가가 마부에 게 출발지시를 내리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사전에 조치가 이루어졌던 모양인지 별다른 검문 없이 경비대를 통과해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꼬르륵.
빌어먹을.
마차가 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배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쯤이 면 아멜라가 만들어둔 뭔지 모를 짐승의 바짝 구워진 고기를 구겨 넣고 있을 시간인데 아무것도 뱃속에 들어가지 않으니 위장이 심히 화가 난 모양이다.
“큼큼, 입에 맞으실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이거라도 드시겠습니까?”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 변방 사막에서 건너온 스미스. 자존심 따위는 모두 사막에 버려두고 왔 다.
“잘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 다. 그리고 적어도 사흘 정도는 같이 보낼 사이인데 간단하게 소개라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달리아라고 합니 다. 그리고이쪽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곳의 리더이자 나에게 조금 전에 육포를 건네준 달리아가 돌아가며 다른 모험가들의 이름과 경력을 간략히 소개하기 시작
했다.
나는 대충 한 귀로 듣고 흘리 며 그저 소금과 후추로 적 당히 간이 된 육포 를 질겅질겅 씹는데 집중했다.
어차피 은등급 모험가가 아니면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할 일도 없을 뿐더러 오늘처럼 파견 나갈 일도 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대충 마차에 타고 있는 여덟 명의 모험가 중에서 기억해야 할 인원은 리더 인 달리아 정도인 듯했다.
놀랍게도 달리아는 조금만 더 경력을 쌓으면 은등급 심사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기억해 둬서 나쁠 게 없단 생각이 들었다.
거 기 다 그 무시 무시 한 시론과 같은 등급에 올라설지 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자 왠지 모르게 피부가 희고 가슴이 조금 더 커 보이며 예뻐 보이 기 시작했 다.
참고로 이건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내 몸의 안전을 지켜줄 정도로 든든하 단 표현을 돌려 말한 거다.
이 세 계는 미 인이 면 미 인일수록 강한 듯한 모양이 었으니 말이 다.
“여 기서부턴 걸어 가야 합니 다. 다들 내 려 !!”
내 가 육포로 허기를 달래는 동안 신나게 달린 마차는 어느 숲 근처에 멈췄 고 달리 아는 다른 모험 가들에 게 지시를 내 리 며 빠르게 짐을 챙 겨 마차에 서 내렸다.
나는 모두가 빠져나간 다음에서 야 마차에서 내 릴 수 있었다.
“수고했소. 아, 그리고 이 편지를 제임스에게 가져다주시오.”
“그러지 뭐. 그럼 수고들 하쇼.”
조금 꾀죄죄한 여성 마부는 그대로 마차를 몰아 몰링타를 향해 사라졌다.
“신고자가 전해준 정보에 의하면 이곳부터는 몬스터나 짐승들이 나타나 니 스미스씨는 너무 놀라지 마시고 차분히만 있어 주시면 됩니다.”
“예.”
솔직히 배가 너무 고파서 입을 열고 자시고 할 힘도 없다.
나는 진짜 존나 닥치고 여자들의 중심에 서서 그녀들의 보호를 받으며 함 께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부작 사부작.
사주경계라고는 훈련소 이후로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나를 둘 러싼 여 자들이 그때의 나와 내 동기들보단 훨씬 훌륭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
다는건 알수 있었다.
이쪽에 서는 한순간의 실수와 방심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하니 그럴 수 밖에.
그보다 점차 숲의 안쪽으로 들어 가면 들어 갈수록 농담이 아니 라 방광이 쪼여오는 것을 실시 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안전한 도시에서만 생활한 탓인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찾 아온 긴장감과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에 피부가 저릿저릿했다.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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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쓰벌. 이런 눈치 없는새끼.
“조금 이르긴 하지 만 간단히 식사라도 한 다음 이동하기로 한다.”
이런 눈치 있는 씹새.
**
타닥, 타다닥!
눈치 백 단인 내 배꼽시계로 첫 번째 식사를 한 이후로 우리는 한참이나숲 의 안쪽으로 들어왔다.
다행스럽 게도 그동안 몬스터 나 짐 승들의 습격은 없었고 덕분에 예 상보 다 많은 거리를 이동해 잠자리를 마련 할 수 있었다.
뭐, 잠자리 라고 해봤자 적 당히 모닥불을 피우고 나뭇가지 를 이용해 간이 텐트를 치 거나 모포나 천을 몸에 두르는 게 전부지 만 말이 다.
“짐승이 라도 만났다면 잡아다가 구워드리 는 건데 이 거 죄송합니 다.”
“아닙니다.준비한것도 없는데 이렇게 얻어 먹는데 제가뭘 더 따지겠습니 까.”
“하하, 스미스씨는 몰링타 출신 남자들과 비교하면 신사중의 신사입니다. 그러니 … … 이거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달리 아는 불에 살짝 구운 육포와 함께 금속으로 만들어 진 작은 병 을 함께 건넸다.
“이건 뭡니까?”
“별건 아니고 싸구려 포도주입 니다.”
오우쉣.포도주라니.
항상 밍밍한 맥주만 마셔서 질리던 참이었는데 설마하니 여기서 포도주를 맛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겠습니다.”
“저는 따로 한병 더 있으니 다드셔도괜찮습니다.”
나는 대 답하는 시 간조차 아까워 얼른 입에 육포를 한 점 물고는 병의 마개 를 열었다.
달큰하면서도 알싸한 향이 코로 들어왔고 절로 군침이 넘어가 나는 얼른 병의 주댕 이에 입술을 가져대고는 벌컥벌컥 들이 켰다.
“푸하〜!”
밍밍하기 짝이 없는 맥주와 달리, 달달하면서도 씁쓰리한 맛에 절로 물 마 시듯 병을 비워버렸다.
“입에 맞은듯해서 다행입니다.”
“길드에서 파는 맥주와는 비교 하는 것조차 미 안할 정도로 맛있습니 다.”
“하하,그래야지.그딴싸구려랑비교하면 안될 정도로비싼 약이 들어갔 으니까.”
그 순간 눈알이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어,어어
어?”
“쓰읍, 시발. 그런데 설마 그걸 다 마실 줄은 몰랐는데 … … 이 거 봊되는 거 아닌가 몰라.”
뭔가 대단히 잘 못 됐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사실 크게 걱정되 지는 않았 다.그저 사지 멀쩡히 목숨만붙어 있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런데 멀어지는의식 속에서 정신이 번쩍들 만한소리가내 귓가에 들려 왔다.
“흐흐, 필로렌 왕국의 귀부인들이 그렇게 남자들끼리 노는 걸 즐겨본다던 데 얼마에 팔릴지 궁금하군.”
정신이 아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