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5화 Ep.25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주황색 단발머리를 한귀여운 인상의 병사가 막사 안으로 머리만 빼꼼 내밀며 그리 말했다.
나는 가볍게 뺨을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 며칠 시론과 함께 있었더니 잠깐 내 신분을 망각해버린 모양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저 허례에 불가한 인사였지만 병사는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머리를 긁 적이며 막사 밖으로 도망치듯 얼굴을 내빼버렸다.
사라진 병사의 뒤를 따라 막사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고요했고 근처에는 다른 병사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엄청 소란스러웠던 것이 전부 거짓말처럼 막사 주변은 평화로웠다.
나는 일정에도 없었을 삽질을 했을 병사들에 게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표 하며 길드로 돌아왔다.
“끄흑. 아니 그래서…?”
길드로 돌아온 나는 곧장 넽층의 주방으로 들어가 아멜라 누님께 경비대 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멜라 누님은 그저 밍밍한 맥주를 한잔 더 들이키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아니, 씹새야. 일은 이미 다 저질러 놓고서 나한테 ‘어쩌면 좋습니까?’라 고 물으면 내 가 뭐 라고 해줘 야 하냐?”
“끄응….
“그러게 사내 새끼가 조신하게 방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괜히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씹년들 발정이나 시키고 다니니까 그렇게 된 거 아니냐.”
“아니 제가뭘 들쑤셨다는 겁니까….”
그냥 사업 아이템의 소개와 함께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찾아간 것뿐 인데.
진짜 억울하다.
“원래 너 같은 새끼들이 끼라는 끼는 다부리고 정작뭘 했는지 모르지.그 나마 너 새끼가 길드에서 보호받고 있으니까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이미 어 디 끌려 가서 존나 돌림빵 당하고 있었을걸?”
젖가슴 풍만한 누님들의 착정쇼.
오히려 좋아.
생 각만 해도 자지 가 웅장해 진다.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누님.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아니 씨발아. 뭘 어떻게 해? 그냥 저녁 먹고 오면 되는 거 가지고 왜 호들갑 떨고 지랄이야. 닥치고 가서 맥주나 한잔 더 퍼와라.”
나는 아멜라 누님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빈 나무잔을 받아다가 오크통 하나를 새 로 따다가 맥 주를 퍼 담아 누님 께 돌려 주며 물었다.
“누님.제가뭐 저녁 먹는 걸로그러는 거겠습니까?”
“푸흐〜 그럼?”
“다 아시면서 왜 계속그러시는 겁니까….”
척하면 척.
나보다 더 능글맞고 성에 경험이 많을 것 같은 아멜라 누님이 진정으로 내 가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
“스미스야. 스미스. 우리 성실하고 싹싹한 스미스!!”
“옙. 누님. 싹싹한 스미 스 여기 있습니 다.”
“술맛 떨어지니까 그만 징징거리고 그냥 가서 닥치고 저녁이나 먹으렴. 알 겠니?”
능글능글하던 아멜라 누님의 눈이 약간이지만 날카롭게 휘 었다.
“대답은?
옙.
“좋아.그럼 이제 케르낙스가올때까지 방에 처박혀 있으렴.그 전에 내 눈 에 띄면 머리통을 깨버릴 테니까. 알겠냐?”
나는 존나 고개를 끄덕 인 다음 바람처 럼 발을 움직 여 방으로 돌아와 침 대 에 누웠다.
“스미스이 씹새….”
존나 생각 없는 새끼.
처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경비대장님이 부하들을 족치고 먼저 떠 난 후, 혼자 막사에 남아 있을 때 문뜩 떠오른 거 다.
이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저녁을 먹자며 몇 번이고 들이대는 상황이 어떤 경우인지를.
지구로 따지면 엄청난 미녀가 남자의 직장까지 찾아와 저녁 식사를 권유 한 것이다.
그것도 점잖게 거절하려는 남자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덤으로 분위 기 에 넘 어 가 그 장소가 무려 외부 식 당도 아닌 개 인의 주거 공 간이라니!!
존나 엄청난 떡각이 아닐 수가 없다.
26년 아다였던 내가봐도 이건 엄청난섹스어필이 분명했다.
즉, 나는 경비대장님께 무지성 섹스어필을 시전해버린 것이다.
시론에게 이 사실이 알려졌다가는 시론의 진심 꿀밤에 맞아 내 머리는 여름날수박처럼 두쪽이 나버릴 게 분명했다.
진짜존나위기가 아닐 수 없다.
“뒈졌다.스미스이 씹새.”
아멜라누님의 말대로 난이 상황을 그냥 겸허히 받아들이기로했다.
시 론이 화를 내 기는 하겠지 만 그렇 다고 정 말로 내 머 리 를 두쪽 내 버 릴 것 같진 않았다.
또 신전에서 아르델라님께 질투했을 때 나에게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른 여자와 자는 건 괜찮지 만 그 조건으로 시론 본인을 제 일로 사랑해 달라는말을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로 나스미스. 이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
나는 오늘 밤에 있을.
사실상 확정적으로 일어날 이벤트를 위해 남은 시간을 체력 보충에 사용 하기로 하며 눈을 감았다.
軻
軻
軻
똑. 똑. 똑.
……?”
낡아 빠진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 고말았다.
—스미스. 안에 있나?
문 밖에서 들려오는 경비대장님의 목소리에 나는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대충 닦으며 창밖을 봤다.
“오우쉣.개꿀잠자버렸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오신다고 들었는데 창밖에는 이미 노르스름한 달이 떠 오르는 중이 었다.
나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금나갑니다!”
다행히 옷을 그대로 입고 잠들었기에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고 입 주변이 나 다시 소매로 슥슥 문지른 다음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오…. 퇴 근하고 바로 오시는 길이십니 까?”
“예기치 못한 소란이 생겨서 그걸 처리하느라 조금 늦었군. 기다렸다면 사과하지.”
“아닙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 다. 진짜로요.”
꿀잠에 빠져 타임슬립을 해버린 나는 낮에 봤던 경갑을 걸친 복장 그대로 인 경비대장님께 손을 저으며 얼른 문을 닫고 방을 나왔다.
“그럼 가지.”
“옙.
자연스럽게 길드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을 한몸에 받으며 밖으로 나온 나는 묵묵히 앞장서 걷는 경비대장님의 등을 쫓아 걸음을 옮겼다.
“경비대장님의 자택은서쪽 거리에 있습니까?”
“내 자택은북쪽 거리에 있다.”
“그럼 신전에 무슨 볼일이라도?”
“내가술을 즐겨 마시는편이 아니라집에 쟁여둔술이 없거든.”
“아하….”
나는 눈치 없이 ‘저 때문이 라면 굳이 사실 필요 없습니다!’ 같은 대사를 날리지 않았다.
솔직히 지구에 있었을 때도 소주를 제외한 주류는 제법 즐겨 마셨고 일전 에 이상한 약이 들어간 포도주를 맛본 탓에 길드의 밍밍한 맥주는 도저히 입 에도 대지 못하게 되었던 터라 어떤 술을 사실지 좀 많이 기대가됐다.
“그런데 서쪽 거리는 신전이나 그와 관련된 건물만 있지 않습니까? 서쪽 에 술을 파는 가게도 있는 겁니 까?”
“스미스. 신전에서 가장주력으로 판매하는 게 바로 술이라네. 특히 풍요 의 신전에서 만든 포도주는 아주 특상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구하 기 가 쉽 지 않을 정도로 인기 가 많다는군.”
“허어….”
신전에서 술을 판매하다니.
하긴, 젖가슴이 자애로운 사제가진공펠라까지 의무로해주는 곳인데 술 판매 가 무슨 대수랴.
“여기서 잠깐기다리도록.”
“옙. 다녀오십쇼.”
거리의 분수대에 혼자 남겨진 나는 잠깐 밤하늘에 떠오른 달과 반짝이는 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혼자 남겨지기는 했지만, 이곳저곳 마법등이 달려있어 거리는 밝았고 근 처 신전의 문을 지키고 있는 성기사가 있었기에 위험 상황 같은 것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크흠. 너무 기다리게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아닙 니 다. 그나저 나 많이 사셨네요. 몇 개는 제 가 들겠습니 다.”
“……스미스. 나에게 창피를주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냥조용히 따라오 게.”
“아,옙.”
그랬다. 이곳은 남녀역전 세계.
조금 전 상황은 건장한 남자가 들고 있는 짐을 여린 여성이 들어주겠다고 한꼴이었다.
내가 연약해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이쪽 여성들의 시선으로는 그렇게 보 이겠지.
아무튼, 나는 묵묵히 걷기 시작한 경비대장님의 뒤를 다시 쫄래쫄래 따라 걸었다.
“경비대장님.”
“왜 그러나.”
“경비대까지 매 일 걸어가십 니까?”
1그럴 리가.
“그렇죠?”
북쪽 거리에 들어서고도 한참을 안쪽을 향해 걷고 있는 중이다.
“걸으면 단련이 안되지.여기서 동문까지 뛰어가면 적당히 몸풀기 정도는 되더군.”
“ 아하, 그렇군요.”
뛴다라.
내가 쉬지 않고 전력으로 뛴다 해도 대충 30분은 족히 걸릴 거리를 뛰어 간다라.
나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도착했다.”
멍하니 경비대 장님의 뒤를 쫓아 도착한 곳은 공동 주택 느낌이 강하게 나 는 넽층짜리 건물이었다.
몰링타의 경비대장 정도면 급여를 상당히 많이 받을 텐데.
과연. 행실에 어울리는 검소함이 아닐 수 없다.
달칵. 경비대장님이 문을 열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뭔갈 단단히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길드 祄층이나 일반 여관 같은 복도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문의 안쪽 풍경 은시작부터 벽면에 날이 바짝서 있는검이 다닥다닥붙어 나를맞이해 주었 다.
철컥.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닫혀 있는 문고리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깜빡할 뻔했군.”
“어 엇?”
경비대 장님은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문에 손을 대지 않게 조심하게. 나 이외의 사람이 문을 잡으면 조금 따끔 한전격 마법을쏘는기능이 내장되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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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은하게 빛나는 문고리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등골이 싸해졌다.
“창문 같은 곳에도…?”
“뭐,비슷한 기능이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나 갇힌 거 같은데?
지금 내 상황을 쉽게 요약하자면 경비대장님의 허락 없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 가 되 어버렸다는 거다.
전격 마법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끔 이라는 기준을 잡 은 사람이 인간의 틀을 벗어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만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정보였다.
“뭐, 남자인 자네 가 볼 만한 거라고는 없겠지 만, 일단 따라오도록.”
옙.
벽마다 검이 걸려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흔히 외국 영화나드라마에 나올 법한 구조의 작은 저택이 라 할 수 있는 집 이 었다.
경비대장님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부엌 선반에다 올려둔 다음 나 를 데리고 넽층으로 올라오셨다.
“잠깐 여기 앉아서 쉬고 있게. 나는 간단히 씻고 환복하고 올 테니.”
“아, 넵. 다녀오십쇼.”
응접실 용도의 방으로 추측되 는 곳에 나를 넣어둔 경비 대 장님은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뭔가 앉아 있으려니 정신이 산만해서 나는 일단 창틀 가까이 걸어가 밖을 내다봤다.
비슷한 외형의 건물의 창틀에서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와 거리를 밝혀주 고 있었다.
“이쁘구만.”
둥글게 떠오른 달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산만하던 정신이 가라앉고 마음 이 차분해졌다.
“시론 녀석. 잘가고 있겠지.”
떨어 진지 고작해야반나절 정도 지났을 뿐인데 이상하게 벌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기 전에는 그렇게 시론이 무서울 수가 없었는데 지 금은 고작 반나절 못 본 것 가지고 별별 걱정이 들기 시작하다니.
이것이 사랑의 힘?
내 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달을 올려다보며 센치한 감상에 젖어 갈 때쯤, 방 문이 열렸다.
“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나?”
“아,옙.
오우쉣.
다시금 등장한 경비대 장님의 복장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내 마음을 다시 요동치게 만들었다.
보기 좋게 물기를 머금어 촉촉해진 금발.
반쯤 단추를 풀어놔 풍만한 젖가슴이 삐져나온 흰 셔츠.
이세계 돌핀팬츠라고 내가 명명한, 이곳 모험가들이 즐겨 입는 단련용 팬 츠 아래 로 드러 난 새 하얗고 탄탄한 허 벅 지 .
절로군침이 넘어갔다.
“스미스. 너도 씻도록.”
“•••꾈예?”
경비대장님의 괘씸한 복장을 감상하던 나는 예상치 못한 경비대장님의 지시에 화들짝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나. 내 가 요리를 하는 동안 또 네 가 기 다려 야 할 텐데. 유 감스럽게도 내 집에는 남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 없어서 말이야. 그러니 몸이 라도 씻고 나오도록.”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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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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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떻게 거절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던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욕실을 넘어서 간이 욕탕이라 불러도될 정도로 커다란욕실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수건과 갈아입을 옷과 수건은 내 가 가져 다 놓지. 씻고 나오면 1층으로 내 려오던지. 아님,조금 전에 그방에서 기다리도록.”
경비대 장님은 본인이 할 말만 해버리고는 나를 욕실 앞에 방치해 두고선 그대로 방을 나가버 렸다.
!.
.......
“흐음….
나는 반투명한 욕실의 문 앞에 서서 살짝 고민했다.
과연 이렇게 샤워를해도 되는 것인가.
조금 전까지 달을 바라보며 시론에게 사랑을 속삭인 주제에 이래도 괜찮 은 것인가.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나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그렇지.
예의가 아니긴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 이 며 슬그머니 욕실의 문을 열었다.
후끈한 수증기와 함께 은은한 박하향이 흘러나왔다.
경비대장님의 몸에서 나던 바로 그 박하향이었다.
경비대 장님 이 막 사용을 끝낸 후끈후끈한 욕탕.
“그치. 예의가 아니지. 그럼.”
정신을 차렸을 땐 이 미 홀라당 벗은 알몸이 었으며 경비대 장님의 냄새 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욕실의 문을 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