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26화 (26/771)

<26 화〉Ep.26 케르낙스

“킁킁. 좋아.”

머리부터 사타구니 구석구석 박박 문질러 씻은 나는 마지막 점검으로 몸 이곳저곳 냄새를 맡아최종적인 확인을 끝마쳤다.

이제 내 몸에서도 은은한 박하향이 솔솔 흘러나왔다.

나는 이제 박하인간인 것이다.

아무튼, 몸을 청결하게 만든 나는 조심스럽게 욕탕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두툼하고 보들보들한 수건과 왠지 낯익은 옷가지가 가지런히 들 어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뭐지.”

수건으로 꼼꼼하게 몸을 닦은 나는 바구니 안에 들어 있는 사각팬티와 심 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옷가지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 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눈에 익은 옷이다.

“이거•••꾈.”

착! 하고 내 사이즈에 딱 맞는 팬티의 착용감.

검은 면바지와흰 셔트 역시 자로 잰 듯이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 도로 내 사이즈에 딱맞아떨어졌다.

“비젤린님이 사주셨던 옷……인가?”

이 도시에 와서 내가내 돈을주고옷을 사입은 적은손에 꼽는다.

그마저도 사이즈가 작아 버리기에는 아까워 옷장에 처박아 뒀다.

이 세계 남자들의 평균을 훨씬 웃도는 내 몸에 맞는 옷을 처음 제공해준 분이 바로 이 도시 제일의 생활마법사비젤린님이다.

“확실하군.”

몇 번 자리 에 앉았다 일어 났다를 반복해 보니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 었다.

특유의 심심한 디자인도 그렇고 유독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도 그러했다.

특히, 남달리 존재 감이 뛰 어 난 내 아랫도리 를 감당할 수 있는 팬티 라니 .

이건 빼박이다.

“근데 이걸 왜 경비대장님이 들고 있는겨.”

비젤린님이 세탁물로 가져간 빨랫감을 어떻게 사용하든 딱히 상관없기는 한데 이게 막상 경비대장님의 집에서 등장하니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양이 쉑.내가두번 당할줄 알고?”

어림도 없지.

궁금은 했다. 그런데 물어볼 정도의 궁금함이냐? 라고 한다면 나는 고개 를 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벗어 뒀던 옷은 또 어디 간 거지. 설마 경비대장님이 세탁하 시려고 가져가신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그건 좀 부끄러울지도.

나는 젖은 수건을 넣은 바구니를 들고 1층으로 내 려왔다.

마냥 방에 서 기 다리는 것도 지루할 테 니 까.

“음,좋은 냄새.”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내 코를 통해서 식욕을 자극하는 고기 특유의 향이 스멀스멀 흘러들어왔다.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냄새를 따라 처음 들렀던 주방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보글보글.

뚜껑이 열린 커다란 냄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담백한 냄새.

그 앞에는 탐스러운 엉덩이 라인을 고스란히 자랑하고 있는 경비대장님 이 서 계셨다.

“저,경비대장님?”

내 가 부르자 냄 비를 바라보고 있던 경비 대 장님 이 고개 를 돌리 셨다.

“음. 잠깐 집중하느라 네가온 지도 몰랐군.”

“아닙니다. 방금 내려왔거든요.”

“그렇게 보이는군. 바구니는 대충 아무곳에 두게. 나중에 내가처리할 테니까.”

“옙.,,

나는 이동에 방해가되지 않도록 구석에 바구니를 내려뒀다.

“마침 적당한 때에 왔군. 요리라고 할 건 아니지만 거의 끝나가니 옆 식탁 에 앉아서 조금만 기 다리도록.”

나는 경비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식탁의 비어 있는 의자 아무 곳에 엉덩이 를 깔고 앉았다.

냄비 속에서 어떤 요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 한 것은 지금 당장 경비대장님의 저 탐스러운 엉덩 이골에 코를 처박고 싶다 는거다.

단련용 스패츠 아래로 삐져나온 엉덩이 살이라니.

이걸 어떻게 참지?

더군다나 안에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 경비대장님은 때때로 스패츠 아래 로 손을 집어넣어 속옷을 정리하는 동작을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보여줬다.

지구로 따지 면 남자 새 끼 가 단순히 팬티 라인을 정리할 뿐인 행동일 테 지 만, 그건 지구였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 나에게 있어서 경비대 장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떡 각으로 보였 다.

“음, 잘 익은 것같군.”

포크로 냄 비 속 고기 를 찔 러본 경 비 대 장님 이 만족스럽 게 고개 를 끄덕 이 며 점화석의 가동을 중단시 켰다.

달그락. 미리 준비해뒀던 접시에 냄비 속에서 푹 익은 큰뿔 사슴고기를 옮겨 담으시고는 국자로 진한 갈색의 국물을 떠 다 고기 가 잠길 정도로 부었 다.

눈으로 봐도 맛있어 보이는 사슴고기 가 담긴 두 개의 접시를 든 경비대장 님이 식탁으로 돌아와 내 앞에 접시 하나를 내려놓고는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으셨다.

“이런.손으로 먹게 할뻔했군.”

자리에 앉았던 경비대장님은 본인의 이마를 가볍게 문지르며 다시 자리에 일어나더니 내 몫의 포크와 나이프. 두 개의 와인 잔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 다.

“지금 와서 물어보는 것도 웃기지만 술 좋아하나?”

“독한 술만 아니라면 나름 즐겨 마십 니다.”

“다행이군.”

식탁에 올려져 있던 종이봉투에서 하늘색 와인병을 꺼내더니 단단히 막혀 있는 코르크를 마당의 잡초 뽑듯 손으로 뽕 따버 렸다.

“풍요의 신전에서만 구할 수 있는 블루와인이 지. 사실 맛보는 건 나도 이 번이 두 번째라서 뭐라 길게 설명은 못 해주겠군.”

경비대장님의 말대로 와인 잔에 떨어지는 와인의 색은 정말로 맑은 하늘 처럼 청명한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아,감사합니다.”

.........

“억지로 마시진 말고. 나도그다지 술은즐기는 편이 아니니까….”

경비대장님은 나에게 잔을 건네시고는 본인의 잔에 와인을 가득 따라 그 대로 원샷을 때려버린 다음 다시 잔을 채우는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

“시 간도 늦었는데 그만 들도록 하지.”

“아, 옙. 감사히 먹겠습니다.”

내가 대접해야 하는 상황에서 역으로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가?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역으로 생각해서 이렇게 호사를 누리도록 해주는

데는 전부 이유가 있는 것이 다.

물론,그 이유를제공한것 역시 나지만.

시론이 돌아오면 일단 머리부터 박을 생각이다.

“오오…. 뭐, 뭡니까? 이거 진짜고기 맞습니까?”

“큰뿔 사슴고기는 처음인가?”

“예.이름도 처음들어봅니다.”

나는 칼을 찔러넣자마자 무슨 녹아버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떨어져 나오 는 살점에 진짜 존나 놀랐다.

무슨 고기를 써는 게 아니라 고기 모형의 푸딩에 칼질을 하는 느낌이다.

“고기다운 식감이 없는 것을 제외한다면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완벽 한고기지.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게 아니라워낙본 재료의 맛이 좋아 어 떻게 조리를 하든 맛이 있으니 얼른 먹도록.”

내 호들갑이 마음에 드셨는지 경비대장님이 살포시 웃으며 다시 나에게 고기를 권했다.

나 역시 푸딩처럼 썰려 나가는고기의 맛이 궁금했기에 얼른썰려 나온고 기를 포크에 찍어 진한국물에 푹 담근 다음 곧바로 입안에 집어넣었다.

“오우쉣•••.아, 아니….”

“하하. 내 부하 중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 녀석들이 많았지.”

너무 맛있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튀 어 나온 단어 에 당황했으나 그런 내 모습조차 경비대장님은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본 인의 식사에 집중했다.

나 역시 부끄러움은 잠깐.

이 말도 안 되게 부드러운 육질에 담백하면서도 달콤짭쪼름한 마약 같은 맛을 품은 고기 에 빠져들어 정신 없이 손을 움직 여 입 안에 고기를 욱여넣 었 다.

“후우〜”

진짜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마음 같아서는 그릇에 남아 있는국물까지 마시고 싶었지만, 적당히 배가 불렀기에 그건 참기로 했다.

“후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군.”

“아닙니 다. 진짜 맛있었습니 다. 이런 대접을 받아서 죄송할 따름입니 다.”

“•••그렇다면 그 잔에 있는 와인을 마셔주겠나?”

“아.옙.”

고기에 집중한 나머지 신비한 푸른색 와인을 까먹고 있었다.

마침 또 목이 칼칼하던 참이 었기 에 나는 푸른 빛의 블루와인 이 든 잔을 가 볍게 지고선 입에 한모금머금었다.

“오….”

이게 뭔 맛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한 단맛으로 이루어진 와인이라니.

심지어 알콜의 향은 느껴지지조차 않았다.

이걸 뭐 라고 하면 좋을까. 그냥 겉만 이쁜 건강한 설탕 음료?

아무튼 사슴 고기로 기대감이 최고점을 찍어서 그런지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나를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는 경비대장님을 위해서라도 일단 아 무렇지 않은 척 블루와인을 꿀떡 마셨다.

정 말 내 돈 주고 사 먹 기 에 는 아까운 그런 와인 이 란 생 각이 들었다.

진짜 다 마셔버 렸군.”

“어음. 옙. 맛있네요.”

거짓말은 아니다.

단맛은 있었으니 까.

그런데 뭐지. 다 마시면 안 되는 거였나?

“그래. 그럼….”

내가 마저 의문을 품기도 전에 경비대장님은 코르크를 따버린 블루와인 의 병을 집어다가그대로 입에 들이부어 버렸다.

쉬지도 않고 단숨에 병에 남아 있던 블루와인을 마셔버리더니.

“후우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와인보다 진한 푸른 눈동자 로나를 응시했다.

“침실로 가지.”

“어…. 옙.”

중간과정이 많이 생략된 것 같았지만분위기상 나는조용히 입을 다물고 경 비 대 장님 을 따라 넽층의 침 실로 따라 들어 갔다.

혼자지내기에는 다소 쓸쓸할 것 같은 방에는하나의 마법등만이 어둠속 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미스.”

“네.경비대장님.”

내가 그리 부르자 어둠 속에서 등지고 서 있던 경비대장님의 어깨가 움찔 떨리는 것이 보였다.

경비대장님은 잠깐 말없이 서 계시더니 이내 몸을 돌려 나를 마주보고 섰 다.

“케르낙스.”

“예 ?”

“지 금부터 는 케 르낙스라고 불러 라.”

케르낙스님?”

“경어도 필요 없다. 연…인 사이에 경어는 불필요할 테지.”

“어...음.... 케르낙스…?”

그래.

뒤에서 뻗쳐나오는 은은한 조명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케르낙스의 두 뺨에 붉은 홍조가 피 어올라 있었다.

솔직히 중간 과정을 뛰 어넘어 곧바로 침실로 온 것도 조금 당황스러웠는 데 다짜고짜 연인 관계 가 되 어 버리다니 .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사소한 문제로 만들어 버릴 만큼 눈앞에서 부끄러워 하고 있는 케르낙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평소의 강인한 그 케르낙스가 뺨을 붉히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니.

하반신이 절로 뻐근해졌다.

“……스미스.”

“……왜?”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와 케르낙스 둘 모두 어색함을 느꼈다.

“부끄럽게도 나는… 남성 경험이 전무하다. 병사시절 선배들이나 지금의 부하들에게 여러 가질 듣기는 했다만… 솔직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어...그렇군.”

나도 지금 당장 달려들어 케르낙스의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코를 박고 싶 단 생 각만 떠 올랐다.

“스미스. 너는 모험가시론과 그… 했겠지?”

“……그렇지.”

케르낙스의 엉덩이로 가득하던 머리가 시론이 언급되자 빠르게 정신을 되찾았다.

“……하서아.솔직히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그러나 연애나혼 인을 할 생 각은 없었지 . 그래서 … 조금 전에 말했듯이 어떻게 남자를 기쁘게 만드는지 잘 알지 못한다.그러니까….”

케 르낙스가 손가락을 귀 엽 게 꼼지 락거 리 며 내 눈을 힐끔 바라봤다.

“그러니까… 스미스. 네가나에게 알려다오….최대한널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이미 내 분신은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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