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50화 Ep.50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음침 한 쇠 창살 안.
“•••꾈.”
“•••꾈.”
눈 주변에 새파란 멍 자국이 아직 남아 있는 시론과 케르낙스가 양쪽 벽에 기댄 상태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몰링타 동문 지하에 있는 감옥에 수감 된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일주일 간,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숨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입을 다물고 있었 다.
이에 절도나폭행 등으로 감옥에 끌려 들어온 다른 범죄자들 역시 두 사람 의 분위 기에 눌려 쥐죽은 듯 수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감옥을 지 켜 야 할 병 사들조차 기 겁하여 들어오기 가 꺼 려 질 정도로 감옥 안의 분위 기는 처참했다.
그나마 그들에 게 잠깐 숨통이 트이는 시 간이 라고는 점심 이 조금 지 날 무 렵 둘의 면회를 위해 스미스가 감옥을 방문할 때였다.
도시 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인 스미스.
그 스미스의 면회 시간이 유일하게 시론과 케르낙스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간수가 내려와 면회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덕분에 감옥 안의 분위 기는 일주일을 통틀어 가장 최 악으로 향하는 중이 었다.
쿵. 쿵. 쿵.쿵…
시론이 기대고있던벽에 머리를치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감옥 전체에 음 울하게 울려 퍼졌다.
“시끄럽군.”
그 소리 가 거슬렸던 케 르낙스가 불만을 작게 중얼거 렸으나 시론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벽에 머리를 쳤다.
감옥에 수감 되 어 있는 이들은 원치 않아도 둘의 상황을 생 생하게 알 수 있었다.
덕분에 그들의 등이나 손은 배어 나오는 식은땀으로 실시간으로 축축하 게 젖어가는 중이었다.
제대로 된 구속 구도 없이 덩그러니 감옥에 들어가 있는 시론과 케르낙스 가 다시 한번 난동을 부린다면 농담이 아니라 감옥이 무너지는 건 정말 눈 깜 짝할 사이 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 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론은 벽에 머리를 치는 것을 멈췄고 케르낙스도 그 이 상무어라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옥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몇 분간은.
“거기 아무도 없나?”
침 묵하던 케 르낙스가 그리 크지도 않은 목소리 로 입을 열 었으나 그녀의 말은 감옥 전체에 울려 퍼졌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의 귀에도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굳은 얼굴을 한 병사가 다급히 시론과 케르낙스가 갇혀 있는 감옥 앞으로 달려왔다.
“무,무슨일이십니까?”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 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했으나 케르낙 스는 여전히 경비대장이라는 직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밖에 무슨 일은 없나?”
“무슨… 아,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다행히 병사는 눈치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케르낙스가 진정으로 묻고자 하는 것을 잘 캐치하고는 얼른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다른 한 명의 병사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나가서 스미스님한테 무슨 일 있는지 좀 알아보고 와라.’
‘옙.’
선임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임병은 얼른위로 뛰어갔다.
후임병 이 다시 돌아온 건 대 략 한 시 간 후였다.
‘뭐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그,그게….’
후임병은 위로 올라가알아온 것들을 선임병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자신들이 이른 아침에 교대하고 이곳에 있던 동안 아르델라님과 수행원 들이 경비대를 방문했고 시론과 케르낙스의 문제로 아르델라님 이 스미스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미스님은 왜?’
‘그것까지는 저도….’
선임병과 후임병 모두 어째서 아르델라가 스미스를 만나고 있는지 의문 을 품었다.
아르델라 본인이 직접 수행원을 이끌고 방문한 것이 야 다른 사람도 아닌, 경비대장이 사건을 일으켰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어째서 그 문제로 스미스와 만난 것인지는 전혀 추측할 수 없었다.
가능하면 그 이유까지 알아보고 싶지만, 상대가무려 차기 필로리아 백작 가의 가주였기에 선임병은 후임병에게 들은 소식을 가지고 얼른 케르낙스 에게 뛰어갔다.
선임병이 도착하자마자 케르낙스와 시론의 시선이 동시에 선임병에게 향 했다.
둘은 조용히 선임병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1 그, 대장님….
선임병은 쇠창살에 바짝붙어 아주 작게, 두 사람만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후임 병 에 게 서 들었던 것을 토시 하나 틀리 지 않고 그대로 케 르 낙스에게 전했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시론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선임병이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고 케르낙스가 얼굴을 찌푸 렸다.
“앉아라. 여기서 더 사건을 일으키면 정말돌이킬 수 없다.”
“……시발.”
시론이 혀를차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선임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케르낙스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다 시 본래 있어야할 자리로복귀했다.
까드득... 까득… 까득.
시론이 남들과 다른 뾰족한 이빨로 이를 갈기 시작하니 그 섬뜩한 소리가 감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정신 사납다.
한순간.
시론의 붉은 눈동자와 케르낙스의 푸른 눈동자가 마주쳤다.
둘은 서로 상반된 색을 지닌 눈을 지그시 노려봤다.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시론이 었다.
“ 야.”
“뭐냐.
서로가 서로를 노골적으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에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것을 숨기 지 않는 둘.
“그년이 뭐 때문에 스미스랑 만나고 있는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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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의 질문에 케르낙스는 시론의 다리를 노려봤다.
찢어진 가죽 바지 사이로 보이는 얇고 검은 천이 보였다.
케르낙스는 그것이 스미스가 자신에게 선물해줬던 밤의 요정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도그럴 것이 일전의 싸움에서 승부를 제대로보지 못한 것이 바로 저것 탓이니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치명적인 공격을 다리로 막아내니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동시에 서로 같은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열이 뻗쳐 선을 넘어버리게 만든 이유이기도했다.
케르낙스는 잡생각을 떨쳐내고 시론의 질문에 대답했다.
“너와 내 가 입고 있는 이 물건 때문일 거다.”
다른 사람은 필로리아 백작과 그 장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 지만,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고 직접 지시를 받는 입장에 있는 아르델라그녀 는 알고 있다.
두 모녀가 얼마나 필로리아 백작가의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말이 다.
“내 말은 그 물건은 둘째 치고 어째서 우리 문제로 그년이 스미스와 만나 고 있냐는 말이야.”
“넌 머 리 에 피 가 몰리 면 생 각이 라는 걸 할 줄 모르게 되는 건가? 나도 너와 같이 갇혀 있는 상태인데 내가그걸 어떻게 안다는 거냐.”
“이 썅년이.”
“흥. 스미스가 만들어준 그 물건만 아니었다면 넌 진즉에 내 검격에 두 다 리를 잃었을 거다.”
“지랄. 너야말로 시작하자마자 양쪽 무릎이 작살나서 평생 기어 다녔어야 했을걸.”
시론과 케르낙스가 다시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바로 맞은 편에 갇혀 있는 죄수들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두 사람의 살벌한 대치 에 그저 눈을 감고 본인들이 저지른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 며 여 기서 나가면 정말바르게 살겠다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할 게 없었 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시론과 케르낙스가 싸우는 일은 벌어지지 않 았다.
둘은 서로 약속이 라도 한 듯 노려보던 것을 멈추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야.,,
“뭐냐.
“내가 첫 번째고 니년이 두 번째야. 절대 잊지 마라.”
“……하아.”
“왜씹년아. 또뭐가불만인데.”
시론은 자신이 내린 힘든 결정에 한숨을 내쉬는 케르낙스를 향해 눈을 부 라렸다.
반면에 케르낙스는 한심한 눈으로 시론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걸 모르는 거냐.”
“썅. 이거보다중요한 게 어디 있다는 거야.”
“너와내가뭐 때문에 여기 들어와 있는지 정말잊은 거냐?”
“그건…… 시발.”
시론이 본인의 이마를 탁! 소리가날정도로 강하게 졌다.
“……봊같은 년. 이게 다 니년 때문이야.”
“웃기지 마라. 네놈이 스미스 앞에서 나에게 수치심을 주지만 않았어도 이 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
“•••꾈.”
둘은 또다시 한동안 서로를 노려봤다.
“너 돈은 좀 있냐.”
“있었지. 어떤 년이 집을 날려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친년.그러게 왜 그딴곳으로데려가고지랄이야.”
“누가 발정난 암컷 오크처럼 눈이 돌아갈 줄은 몰랐거든.”
“야. 니년도 만만치 않았어. 지는무슨 고상한년이었던 것처럼 말하네. 쌍 욕이 란 쌍욕은 다하고 아주 지 랄을 했으면서.”
“내,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냐.”
“이 년 봐라? 하〜 시발. 그 모습을 스미스 그 병신이 봤어야 했는데.”
“날조하지 ……!! 날조… 하지 마라.”
케르낙스는 본인 스스로 순간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에 놀라 잠깐 주춤거 렸고 그 모습을 시론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노려봤다.
“하… 썅. 어쨌든 너 이제 알거지라는 거잖아.”
수집한 검을 팔면 20금 정도는 마련 할수 있다.”
“•••꾈.”
“•••꾈.”
시론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케르낙스를 노려봤고 케르낙스는 그런 시론 의 시선을 슬그머니 회피했다.
“그래도… 우리 문제로 아르델라님께서 스미스를 만났으니 노예는 면하 겠군.”
“그게 문제라고 썅년아. 그 미친년이… 하, 됐다.”
시론은 아직도 신전에서의 일을 잊지 않았다.
남자는 알지 못하는… 여자만의 신경전.
스미스 옆에 자신이 있음에도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스미스 에게 꼬리를 치는 그 빌어먹을 년을 어떻게 잊을까.
“젠장, 그 미친년이 설마몸이라도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스미스 정도면 충분히… 아니 … 다른 귀족은 몰라도 아르델라님께선 그 런 것으로 사욕을 채우실 분이 아니다.”
“아오 답답해 미치겠네 !! 그러니까 그건 니 가 그년을 잘 몰라서 그렇다니 까?”
“헛소리. 알아도내가더 많이 안다. 만약네녀석이 걱정하는그런 일이 정 말, 정말로 벌어진다면 그땐 내가깔끔하게 너에게 숙이고들어가마.”
“미친년아. 그땐 니년이 숙이고뭐고 할 것도 없다고!!”
“나도 안다. 그러 니 말하는 거다. 분명 … 좋게 끝날 거 다.”
—그 말대로다.
넓은 감옥복도에서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론과 케르낙스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입을 닫았다.
조용해진 복도로 발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둠 속에서 홀로 은빛으로 빛나는 아르델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멜라에게 크게 혼났다고 들었는데 시끄럽게 떠드는 걸 보면 딱히 혼난 것도 아닌 모양이 군.”
“…….”
“…….”
“흠, 이 것도 별로인 모양이군. 아무래도 나는 농담과 어울리 지 않는 모양 이야.”
아르델라는 바닥에 시선을 처박고 잔뜩 굳은 시론과 케르낙스를 무덤덤 한 시 선으로 내 려 다보다가 이 내 스미스에 게 만 보여주던 흐릿한 미소를 지 으며 말했다.
“축하한다.도시의 1/4을 날려 먹고도무사히 풀려나는 건 아마 너희가최 초이자 마지막일 거다.”
“어떻게….”
“무사히… 말입니까?”
상당히 불손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론과 케르낙스를 보고도 아 르델 라는 흐릿한 미 소를 지우지 않았다.
“아아, 무사하지. 금화 350닢의 피해를 내고도 고작 복구 작업이 끝날 때까지의 무상 노동으로 끝날 테니 이 정도면 평생 쓸 운을 썼다고 봐도 좋겠군.”
“…… ”
“…… ”
시론과 케르낙스는 본인들이 저지른 일을 금전으로 듣게 되자 생각 이상 으로 큰 금액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희 둘은 내일 풀려날테니 오늘까진 얌전히 이곳에 있도록. 아, 케르낙
스”
■•
“•••꾈예.”
“복구 작업은 작업이고 경비대장의 업무도 같이 병행하는 거 잊지 말도록.
“……알겠습니다.그런데 아르델라님.”
할 말을 끝내고 돌아가려던 아르델라는 케르낙스의 부름에 잠깐 멈춰 섰 다.
“할말이라도 있나?”
“… …스미 스와 만났다고 들었습니 다.”
“아아, 만났지. 너희 둘의 문제로말이야. 하하.”
아르델라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을 때마다 시론과 케르낙스의 표정은 빠 르게 굳어갔다.
신분의 차이가 확연함에도 불구하고 불손함을 숨기려는 생각이 없는 둘 을 보고도 아르델라는 그저 재미있다는 듯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연인이 능력 있다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야. 그래서 말이야. 스미스는 내 가오늘 하루 빌리도록 하지.”
“그, 게 무슨…?”
“말그대로의 의미다. 케르낙스.”
아르델라는 흐릿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돌아왔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만이 남은 복도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마라. 제대로 내일 돌려줄 테니.
!.
.....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아르델라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말에 입을 벌리고 굳어 버린 케르낙스를 향해 시론이 썩은 얼굴로 으르렁 거렸다.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라 썅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