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59화 Ep.59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토닥. 토닥.
누군가 규칙 적으로 복부를 두드렸다.
은은한 철의 냄새와 함께 뒤통수에서 느껴 지는 포근하면서도 말랑말랑 한감촉.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신이 들었으면 일어나는 게 어떨까요.”
“아
멍하던 내 정신을 일깨우는 맑은 목소리에 거의 반사적으로 두 눈이 번뜩 하고 뜨였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깜깜한 어둠이 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쓰벌, 설마 눈이 멀어 버린 건가?
순간 존나 등골이 서늘해졌고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뻗 었다.
말랑말랑.
내 얼굴을 덮어야 했던 두 손은 도중에 아주 말랑하고 탐스럽고 뭔가 아주 꽉 찬 것에 막혀 움직이지 못했다.
“그건 제 가슴입니다.”
어쩐지 익숙한 감촉이라고 생 각했는데 맘마통이 었구만.
아니, 이게 아니라….
거의 습관적으로 손을 주물거리던 나는 화들짝 놀라 두 손바닥을 펼치며 옆으로 몸을 굴렀다.
“케엑…!!”
“떨어집니다.조심성이 없군요.”
순간적으로 아래로 훅 떨어지는 감각이 채 들기도 전에 뒷덜미를 붙잡혀 간신히 바닥으로 구르는 걸 면할 수 있었다.
내 가 대충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잡자 뒷덜미 에서 당겨지 던 힘 이 느 슨해졌다.
나는 조금 쓰라린 목을 문지 르며 자리 에 서 일 어 났다.
“몸은 괜찮습니까?”
“예? 아, 예. 옙. 괜찮습…니……다?”
소파에서 정신을 잃었던 것을 떠올린 나는 정황상 나를 간병해준 것이 분명한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몸을 돌렸고 놀라고 말았다.
“아……르델라님?”
“아닙니다.”
아주 단호한 대 답이 었다.
하지만 나는 몇 번이고 내 눈을 문질러야만 했다.
이렇게나 깨끗하고 순수한 색이 있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새하얀 머리칼을 단정하게 묶은 여성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 여성의 인상은 아주 무뚝뚝했으며 눈썹 역시 머리칼과 마찬가지로 새 하얀 색 이 었고 눈동자는 푸른 하늘보다 맑고 투명한 푸른 보석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모습이 익히 내가 알고 있는 아르델라님과 판 박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르델라님의 맘마통 보다도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여성의 맘마통이 한수… 아니,두사이즈위의 맘마통이었다.
“저…….”
“일단 자리에 앉는 게 어떤가요.목이 아프군요.”
“아,옙!!”
고저 없는, 아주 무덤덤한 말투였으나 내 몸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여성의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몸에 이상은 없습니까?”
“어……. 예. 지금은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잠깐 손을 내밀어 보세요.”
여기, 여기 있습니다.
나는 혹시 모를 더러움이 묻어 있을 것을 고려해 내 셔츠에 손바닥을 박박 문지른 다음 앞으로 내 밀었다.
“한쪽이면 됩니다.”
“아,넵.”
나는 머쓱한 기분으로 왼손만 내밀었다.
여성은 내 왼손을 곱고 고운 두 손바닥으로 감쌌다.
“혹시 트롤의 혼혈입니까?”
“예? 아, 아뇨. 순수… 인간입니다만.”
“특정한 신의 은총을 받았습니까?”
“무교입니다.”
“알겠습니다.”
여성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놓아주었다.
나는 여성의 온기와 부드러움이 남아 있는 손을 쥐락펴락하며 무릎에 공 손히 올렸다.
“저는 필로리 아 백 작가에 서 파견 나온 관리 입 니 다. 확인차 묻겠습니 다. 당 신이 모험가 길드의 스미스가 맞습니까?”
“옙.제가 스미스입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시간이 없으니 바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하겠습 니다. 스미스. 당신이 만든 물건. ‘밤의 요정’이라고 부르던가요. 그것의 성능 은 케르낙스가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여성은 풍만한 가슴 아래로 팔짱을 껴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가슴을 받쳐 올렸다.
“케르낙스가제 질문에 답하지 않아서 스미스. 당신에게 직접 묻겠습니다 . 케르낙스가 착용하고 있는 것보다 더 성능이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습니까?”
“그…….”
“만들 수 있다라. 솔직히 조금 놀랍군요.”
내가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여성인 내가 ‘만들 수 있다.’라고 확답을 내 려버렸다.
여성은 내게 조금의 시간도 주지 않고 할 말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한 달의 최대 몇 개까지 가공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요.”
“어,음… 100개는가능합니다.”
“최대로 노력했을 때의 결과물입니까?”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 다. 아마 그보다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혹시 개인 공방이 있다면 가공량을 더 늘릴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있으면 좋기 야 하겠지만, 크게 차이는 없을 겁니다.”
“공방이 필요 없다는 말은 크게 도구를 필요로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군요. 부족의 비술 같은 겁니까?”
“…….”
“그런 것으로 알아두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럼 최종 확인입 니다. ‘밤의 요 정’을 만드는데 철 주괴 가 들어 간다고 들었습니 다. 맞습니까?”
“예.그렇습니다.”
“밤의 요정 하나를 만드는데 철 주괴 하나가 모두 들어 가는 겁니 까?”
“어…….”
“주괴 하나가 다 들어가지는 않는 모양이군요.”
한순간이었지만 나를 바라보던 여성의 눈초리가 아주 매섭게 번뜩였었다 •
그 눈빛을 받는 순간 가슴이 꽤 뚫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주 매서 운 눈초리였다.
“뭐,좋습니다. 그런 물건을 다른 영지보다 먼저 보급 할수 있다면 그 정도 는 눈감아 드리 도록 하죠. 스미 스.”
“옙!!”
거짓말을 하다부모님께 들킨 아이의 심정이 이러할까.
아니, 이것보다 덜했을 거다.
나는 벌렁이는 심장을 다독이 며 최대한 크게 대 답했다.
“철 주괴는 이쪽에서 공급해드리겠습니다. 밤의 요정의 판매 가격은 재료 의 원가만받기로 했었죠.”
“그,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첫 달에 주괴를 공급하고 대금은 다음 달, 스미스. 당신이 만들 어낸 밤의 요정의 수 만큼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주괴의 공급과물건의 납 품은 매달 첫 번째 요일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저는 약속과 일정을 어기는 인간을 가장 혐오하니까요. 주괴의 운송과 물건의 수령은 필로리아 백작가에서 파견하는 기사단이 모 두 책임질 겁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모든 일에 확신할 수 없으니. 혹시라도물건을 다른 인간에게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옙!! 주의하겠습니다!!”
“목청이 크군요. 몸 상태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리고
똑똑똑.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여성이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금방나갑니다. 준비시켜두세요.”
—알겠습니다.
낮으면서도 힘 있는 대답이 들려왔다.
여성은 보석 같은 푸른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스미스. 이 종족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는 건 되도록 피하도록 하세요.”
“예!! 어, 예, 예?”
반사적으로 대 답해버 렸으나 나는 뒤늦게 내 가 뭔가 잘 못 들은 것인가 하 고 말을 더듬었다.
여성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아는 이들만 아는 사실입니다. 이 종족 여성들은 모든 남 성 체와관계를 가질 때 그 정기와 함께 생기를 함께 갈취합니다. 종의 번영 보다 개인의 강함을 추구하게 된 결과였죠. 지금에서야 그 여파로 멸족에 가 깝게 그 수가 줄어들어 과거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까지 떨어지기는 했다 지만, 여전히 생기를 갈취하는 건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까…?”
“스미스. 당신이 정신을 잃은 건 단순한 문제 가 아니라는 소립 니 다. 주변 의 여성 중에 이 종족이 있을 겁니다. 만약 계속해서 관계를 이 어나간다면 당 신은 빠른 시 일 내에 죽음에 이를 겁니 다. 괜찮은 거래 상대 가 급작스럽 게 죽음에 이르는 건 별로 달갑지 않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세요.”
여성은 잠깐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집무실의 문을 향해 걸 어나갔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에 멍하던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고, 여성 이 문을 열기 전에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방법… 방법은 없는겁니까?”
“어떤 방법을 묻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 그러니까… 관계를 가져도 제가 멀쩡할수 있는… ?”
여성은 잠깐 문고리를 붙잡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방법이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 만 모험 가 길드에 계속 남아 있다면. 시 간은 걸리 더 라도 분명 그 방법 에 대해 알게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다른건, 다른건 없습니까?”
“…….”
문고리를 붙잡고 있던 여성이 문고리를 놓고서 나를 돌아봤다.
무덤덤한 그시선이 어딘가 무섭게 느껴졌다.
“사막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그렇습니다.”
“어느 부족의 출신입니까?”
“예 ?”
“저는두 번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그, 그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벼웠던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호흡하는 게 힘들고 손발이 떨렸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나와 셔츠를 적시기 시작했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려는 그 순간이었다.
—내 이름을 사용하도록해라.
“라피테 라 신의 등불이, 누구에 게도 알리 지 말라 하셨습니 다. ”
“그런가.”
내 전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여성은 다시 뒤돌아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一
“생기와는 다르지만, 체력을 늘린다면 당장에 오늘처럼 쓰러지는 일은 없 을겁니다.”
그 말을 남기고 여성은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다시 혼자 남게 된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소파에 주저앉았 다.
농담이 아니라, 태어나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었다.
거의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녀왔다고 할까.
“후우
손바닥도 땀으로 흥건했다.
등은 두말할 것도 없이 흥건했고 말이 다.
나는 새삼 이곳에서 내가 얼마나 나약한지 다시금 자각하게 됐다.
하나 같이 미녀들 뿐인 이 세상이지 만, 그 미녀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나 같 은 놈의 목은 수수깡처럼 부러트리고도 남을 정도의 완력을 소유한 미녀들 이라는 걸말이다.
막말로 남자라서 여태까지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걸.
“끄응... 그나저나 내가 시론과 섹스하고 나면 크게 지쳤던 게 단순히 내 체력이 딸려서 그랬던 게 아니었네.”
솔직히 아침마다 쌩쌩하게 일어나는 시론을 볼 때마다 조금 남자의 자존 심이 살짝 상했는데,다행히 내가 허약한 게 아니었다.
사나이 스미스. 자존심은 지켰다.
“그나저 나 아르델 라님 과 닮은 그 여 잔 누구였을까.”
자매들이 있다고 했는데 자매 중 한 사람이 었을까?
확실한 건 분명 피 가 이 어진 관계는 확실하다는 거다.
똑똑똑.
—스미스님.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아,옙. 괜찮습니다.”
나는 축축한 손바닥을 대 충 바지 춤에 문지 르며 자리 에 서 일 어 났다.
내가 일어나기 무섭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리나씨가 들어왔다.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식당이요?”
“네. 감독관님께서 병영 식당에서 든든히 먹인 다음 모셔다드리라고 하셨 거든요.”
갑자기 분위 기 식사라니 .
기절하기 전에는분명 배가몹시 고팠으나, 지금은 딱히 고프지 않았다. 하지 만 남의 호의 를 거 절하는 것도 예의 가 아니 니 가볍 게 한 끼하고 가는 것 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역식당이라.
썩 정감이 가는 이름은 아니었다.
“자, 따라오시죠.”
“옙.”
나는 리나씨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리나씨.”
“옙?” td •
“이번에 오신 감독관님이 혹시 아르델라님과자매 관계입니까?”
“예? 그럴 리가요.”
“•••진짜 아닙니까? 그렇게 닮았는데.”
“응? 닮다뇨?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던데.”
네?”
“예 ?”
앞서 걷던 리 나씨 가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 렸고 나도 고개를 갸웃 거렸다.
“흰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
“아닌데요? 노란 머리에 파란눈동자던데.”
?”
?”
나와 리나씨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쓰벌, 이게 무슨 상황이여.
텔레그램 최 대 소설 공유방!
난 도대체 누구랑 대화를 나눈 것인가.
“혹시 제가 그 감독관님을 뵐 수 있을까요?”
“북쪽 거리로 가셨으니 그리로 가면 볼 수야 있죠. 식사가 끝나면 그쪽으 로 모셔드릴까요?”
“어……아뇨. 아닙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정체를 숨긴 사람의 뒤를 캐는 행동이 나에게 썩 좋은 영향을줄 거란생각이 들지 않았다.
거기다 중간에 날 크게 압박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절한 나를 간 병 해주고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와 임시적인 해결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꼬르륵!!
“어머.”
커흠.”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이 샛키는 정말눈치가 없는 샛키다.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 였고 리 나씨는 나를 귀 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 얼른 가도록하죠.”
“네. 얼른가야겠네요.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