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69화 Ep.69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으그그그극〜!! 어후〜”
기분 좋게 잠에서 깬 나는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쩝쩝, 오늘은 내가 좀 일찍일어났나?”
나는 텅 빈 누님의 방을 둘러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누님 방에서의 생활이 벌써 한 달이 다되어갔다.
정해진 패턴처럼 나는 욕실로 들어가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확실히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단 말이지.”
지속적인 누님의 보살핌 덕에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또 강철방패 를 짊 어 지 고 하는 스쿼 트도 생 각 이 상으로 효과가 좋은 것 같 았다.
상체뿐만 아니 라 하체와 허리 까지 뭔 가 힘 이 빡! 하고 들어 가는 기분이 었 다.
무엇보다 매일 같이 누님의 입에 정액을 두 발이나 싸지르는데도 전혀 지 치지가 않았다.
나는 탄탄한 내 가슴팍을 자랑스럽게 두드려준 다음 욕실을 나왔다.
평소라면 누님이 아침을 가져오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잠에서 깨어나는 게 내 아침의 시작이지만,오늘은무슨 일인지 내가누님이 오기 전에 먼저 잠 에서 깨어났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주방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기분 좋은 걸음으로 계단을 통해 주방으로 내 려왔다.
오늘도 주방의 아침은 분주했다. 그런데 내 가 보고 싶은 누님은 주방에 없 었다.
나는 최근에서야 이름을 알게 된 주방의 요리사인 칼리씨를 불렀다.
“칼리씨.누님 어디 가셨습니까?”
“어 ? 함께 있으신 거 아니었나요?”
“아닌데요?”
“어머, 그럼 큰언니께선 아직 주방에 안 내려오셨는데?”
“그렇습니까?”
칼리씨 가 양파를 잘게 썰며 고개를 끄덕 였다.
“아! 지부장실에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헉!! 지I, 지부장님이 오신 겁니까?!”
지부장실이라니!!
나는 진짜 존나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게, 바로 이곳의 지부장이라는 양반이 내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 지고 있는 진짜 내 소유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척 심각한 나와 달리 양파를 다 썰고 통에 옮겨 담던 칼리씨는 뭐 가 그리 웃긴 지 계속 작게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아... 하하, 미안해요. 솔직히 스미스씨가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눈치가 조금 없다고는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설마 이 정도 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 서요.”
나는 칼리씨의 말에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
내 가 눈치 가 없다니 .
나 스미 스. 어 딜 가서든 눈치 하나로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인 나 스미스가 눈치 가 없다니 ! !
“하하하, 제 가 왜 이 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시 면 지부장실로 찾아가 보면 알게 될 거랍니 다. 아, 지부장실에도 큰언니 가 없다면 다시 절 찾아와주세요.
옙.
내가눈치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이것저것 따지고 싶은 게 많았으나 칼리 씨는 무척 바빠 보였고 비록 백수나 다름없지만, 눈치 백단인 나는 눈치껏 자 리를 떠나기로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지부장실이 있을 필요가 있나?”
4층으로 올라온 나는 누님의 방 반대편에 있는 지부장실을 바라보며 생 각했다.
어차피 쓰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저길 내 공방으로 쓰는 건 어떨지 진지하 게 누님에 게 건의해 보고 싶은 심 정이다.
“크흠, 커흠, 커흠흠!!”
나는 몇 번 목을 가다듬은 다음, 고풍스러운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조심스 럽게 두드렸다.
똑. 똑. 똑.
노크 후, 안에 서 대 답이 들려오기 를 기 다렸으나 어 떤 소리도 문밖으로 홀 러나오지 않았다.
나는 혹시 나 문이 너무 두꺼 워 서 내 노크 소리 가 안쪽까지 들리 지 않은 것 인가? 란 생각에 다시 한번.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하게 문을 두드렸다.
쿵. 쿵. 쿵.
-어떤 새끼야.
문 안쪽에서 상당히 언짢은듯한 누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접니다.”
—바쁘니까방에가 있어라.
“옙.”
상대 가 나라는 걸 알고 난 후에 는 목소리 가 많이 누그러 졌으나 나는 안쪽 에 서 뭔 가 내 가 알면 안 되 는 무언 가가 일어 나고 있다는 느낌적 인 느낌 이 들 었기에 얼른 누님의 방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 걸까.”
최근 나의 마사지 덕에 누님의 성격이 많이 유순해졌다.
아침마다 모험가들을 개 패듯이 패는 건 여전하지만, 그건 모험가들이 원 해서 맞는 거니 넘어가도록 하자.
아무튼,그런 누님이 날이 설 정도라면 분명 안에서 심상치 않은대화를주 고받고 있었던 것이 틀림 없다.
나는 의 자에 얌전히 앉아 누님 이 돌아오기 를 기 다렸다.
“뭐야. 아침이라도 먹고 있지. 여기서 뭐하냐.”
“누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이젠 누님 이 만든 요리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입 이 되 어버 렸단 말입 니 다.”
“미친놈.”
방문을 열고 들어온 누님은 내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었다.
“기다려라. 금방 만들어서 가지고 올 테니까.”
“그, 뭐 냐. 바쁘시면 그냥 샌드위 치 같은 거로도 괜찮습니다.”
“새끼.내가만들지 말라는말은죽어도 안하네.”
은근히 기쁘다는 투로 말을 남기고는 누님 이 방을 나갔다.
누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돌아왔다.
“진짜샌드위치입니까?”
“왜.불만이냐?”
“아뇨.사실 샌드위치가슬슬그리워지던 참이었습니다. 잘먹겠슴다.”
나는 앞에 놓인 샌드위치와 시원한 우유를 먹었다.
진짜 이 조합은 최고다.
내 맞은편에 앉은 누님이 샌드위치를 반쯤 입에 물고 말했다.
“그런데 스미스야.”
“옙.누님.”
“그거 있잖냐. 예비 은등급들한테 만들어 주기로했던거.”
“아,밤의요정이요?”
“그래. 그거.”
나는 느낌상 누님 이 뭔 가 중요한 이 야기를 할 것 같은 직 감에 들고 있던 샌 드위치를 잠깐 내려놓았다.
“그거, 같은 내구성으로 위에 입는 것도 만들 수 있냐?”
“으
O •
99
일단은 ‘스타킹’이라는 선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외형을 얼마든지 변경할수가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분명 전신 스타킹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걸로 기억한다
“옙.재료가조금더 많이 들어갈지도 모르겠는데 가능할겁니다.”
“그래 … 그럼 만약 아르델라쪽 사람이 와서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한 걸 묻 는다면 힘들다던가 재료가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해라.”
“……누님이 그렇게 시킨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이유를들어 볼수 있습니까?”
누님을 강하게 신뢰하고 있는 것도 있지 만, 그만큼 아르델라님 역시 나에 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 에 일단은 이유라도 들어보고 싶었다.
내 물음에 누님이 잠깐머리를긁적였다.
“조만간 조금 소란스러워 질 거다.”
“소란이라면?”
어디서 대량의 몬스터나 마수들이 나타나기라도 한 걸까.
“작게는 영지 전.크게는 전쟁.”
“오…….”
내 가 생 각했던 것보다 훨 씬 큰 소란이 었다.
“갑자기 말입니까? 어디 국왕이 뒈지기라도했답니까?”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지 새꺄.”
세 상에. 한 나라의 국왕이 뒈 지는 것보다 심 각한 거 라니.
혹시 제국의 황제 가 급사라도 한 걸까?
“너임마. 마경이 뭔지는 알지?”
“어음, 대충은 압니 다. 제국 북쪽 국경지대로 마족들의 터전인 마대륙과 유일하게 이어진 곳 아닙니까?”
“그래. 그 마경을 통해서만 양쪽 대륙을 오갈수 있지.”
“그 마경에 문제 가 생긴 겁니까?”
“문제라면 문제지.”
누님은 입에 반쯤 물고 있던 샌드위 치를 구겨 넣었다.
나 역시 내 려놓았던 것을 얼른 입에 넣고 우유와 함께 꿀떡 삼켰다.
“사막 출신인 니 가 알지 모르겠는데 마대륙과 튤리우스 제국은 100년을 주기로 50년간 휴전 협정을 맺어 왔거든. 근데 이번에는 그 주기를 조금 더 빨리 앞당긴 모양이야.”
“어••• 누님. 제가 잘 이해를못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휴전 협정을 맺은 거면 좋은 거 아닙 니 까?”
내 질문에 누님은 ‘그럴 줄 알았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쪽 손으로 턱을 괴 며 나를 게 슴츠레 한 눈으로 바라봤다.
“야. 스미스야.”
“예.누님.”
“이 대륙에 나라가 몇 개 있는 줄 아냐?”
“어...음....모르겠슴다.”
“그래. 그럴 것 같았단다.뭐 자세히 알필요는 없고 아무튼 역겨운귀쟁이 년들을 제외하고 제국까지 포함해서 이 대륙에는 슩개의 나라가 있단다.”
나는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으로 빙의해 누님의 말을 경청했다.
“당장 내 옆집에 사는 년이 나보다 잘 나가면 존나 배 가 아픈데, 그게 나라 라고 다를 것 같냐.”
“음…… 아니죠.”
“그래 . 아니지 . 기회 만 되 면 빤스 한 장까지 다 털어버리고 싶은게 사람 심 리란 말이야.”
과연 그게 보통 사람의 심리인 것일까.
나는 그냥 조용히 고개 만 끄덕 였다.
“땅덩어리는 둘째치고 남자에 굶주린 년들을 관리하는 것도 위에 있는 년 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골치란 말이지. 그런데도 평화가유지될 수 있었던 이 유는마경을 통해 언제 마족들이 밀고 내려올지 알수 없기 때문이야.”
.....
내부의 결속을 단단하게 만드는요인 중가장큰것이 바로외부의 적이라 고도했다.
“털어도 내 가 털지 , 딴 년이 털어 가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이 거지 . 그래 서 여태까지 각 나라 간에 표면상으로라도 하하호호 웃으며 지내올 수 있었던 거고. 그런데 마대륙과휴전 협정을 하면?”
“……옆집 재산에 다시 눈이 가겠네요.”
“그렇지. 뒤통수를 노리려던 놈이 사라졌으니 안심하고 나보다 배부른 년 을 털어먹을 수 있게 됐다는 거지.”
“그런데 누님. 그 휴전 협정이라는 거 말입니다.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아니 그리고 애초에 휴전은 왜 하는 겁니까? 전쟁을 하지도 않았는데 휴전이라 니... 좀이상합니다.”
“그래. 우리 멍청한 스미스야. 너가 아는 게 뭘까 이젠 슬슬 궁금해지 기도 한단다.”
누님은 ‘그럼 그렇지.’라는표정으로한숨을 내쉬었다.
“협정은 서로가 모시는 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다. 신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면 누가 감히 신의 이름으로 맹세한 선언을 어길 수 있겠냐.”
“음•••그건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이곳에서는 신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상당했었다.
“그리고 너 새끼가 잘 몰라서 그런데 지금도 마경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년들의 팔다리 가 잘려서 굴러 다니고 있을 거다.”
“•••꾈예?”
“이미 마경에서 마족과 밀고 밀리는 전쟁을 80년째 지속하고 있다는 소리 다.”
제국을 중심으로 각 왕국의 정예와 범죄 노예들이 매년 마경으로 보내져 마족들과 피가 마를 날이 없는 날을 벌써 80년째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제국의 수도에 있는 지부에서 보낸 소식에 따 르면 마경에서의 전투가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더라.”
“그럼….”
“높은 확률로 대 륙 전체 가 시 끄러워 질 거 라는 소리 지 . 문제는 그렇게 된 다면 니 가 만든 물건 이 매 우 골칫 거 리 가 된 다는 거 다.”
“납치 … 그런 겁니까?”
납치에 대해서는 이 미 아멜라 누님 이 나 아르데 라님. 거기에 케 르낙스와 시론까지 몇 번이나 주의를 줬던 문제 였다.
그러나 내 물음에 누님은 고개를 저었다.
“협정 전이라면 모를까. 협정 후라면 납치 같은 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 다.사교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오히려 사교도그년들이 더욱사리겠지.”
“……??”
아는 게 없는 나로서는 누님이 어째서 그런 확실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협정 후에는 뭐 신의 이름으로 ‘남자를 납치하지 마라!’ 같은 걸 선포하는 건가?
“지금 당장 알 필요는 없고 아무튼 그렇다는 것만 알아둬라. 그리고 내가 골칫거리가 된다고 했던 이유는 너 새끼가 만든 그 물건은 자칫했다가는 힘 의 균형을 망가트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야.”
“균형… 입니까?”
“그래. 니가만든그건 지나치게 성능이 좋아. 지금 당장에야 다리에 신고 다니겠지만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잘라서 팔에 낀다던가 몸에 둘러 묶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방패에 씌워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
“오…….”
그런 활용 법도 있다니 .
생 각해보니 충분히 사용 가능한 방법 이 었기 에 더욱 놀랐다.
“지금도 이렇게 범용성이 높은데 만약 너 새끼가 전신을 두를 수 있는 걸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걸 판매하기 시작한다? 장담컨대 비슷한 질의 병사들 이 부딪힌다면 전투의 승패는 유능한 지휘관이나우수한 기사가 아닌, 너 새 끼가 만든 물건을 얼마나 많은 병사가 착용하고 있냐에 따라 갈릴 거다.”
“그 정도입니까?”
시론이 착용한풀업 버전도 아닌, 고작철 주괴 1키로가 들어간 ‘밤의 요정 mk.r이 전투의 승패를 가른다니….
칼질 한번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제작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먼 나라 이 야기처럼 들렸다.
“그래.그 정도지.물론, 전쟁이라는 게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생겨 균형 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봊같은 일이기는 하지. 그런데 이 누님은그 균형 이 스미스. 니가 만든 물건으로 무너지는 꼴은 보기가 싫단다.”
누님과함께한시간이 벌써 슩년이다.
그 슩년을 통틀어 누님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누님. 걱정하지 마십쇼.누님이 어떤 걸 걱정하는지 대충 알았습니다.”
그래. 대충이라도 알았으니 다행 이다.”
누님이 한숨과 동시에 피식 웃었다.
빈 그릇과 잔을 쟁 반에 담고는 그것을 들고 누님 이 자리 에 서 일 어 났다.
“오늘은 내가좀 바쁘니까. 너도 오늘 하루는 얌전히 길드 안에 있어라. 알 겠냐?”
“어,그러면….”
“그년들 쪽으로는 따로 사람 보내서 알려줄 테니까.”
“아하.그럼 얌전히 있겠슴다.”
“그래. 그러면저녁에 보자. 점심은 혼자 먹고.”
“옙. 고생하십쇼.”
누님은 내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트리고는 쟁반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부른 배를 문지르며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며 천장을 올려 보며 생각했다.
“기에나씨는방에 있으려나.”
슬슬 ‘위로의 활’을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