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74화 Ep.74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똑. 똑. 똑.
소리 에서부터 정중함이 느껴 지는 박자감 있는 노크 소리에 나는 침대에 서 몸을 일으켰다.
—스미스씨.준비 끝났습니다.
“옙.지금나갑니다.”
나는 누님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엔 도시락바구니를들고서 있는 기에나씨가 있었다.
“그러면 모시겠습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기에나씨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다음, 언제나처럼 앞장서 걸어 나갔다.
나는 기에 나씨를 따라 느긋하게 길드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날씨 가 참으로 좋았다.
......
모험가들은 힘이 넘쳤고 거리의 사람들도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전체 적으로 도시에 힘 이 들어 가 있는 것이 느껴 졌다.
나는 나보다 한 걸음 앞서 걷고 있는 기에 나씨를 보며 생 각했다.
기에나씨가 내 활로 사고를 친 날로부터 정확히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 다.
누님 에 게 불려 간 다음 날 점심쯤이 었나.
돌연 누님의 방에 서 쉬 고 있는 나를 찾아와 앞으로 호위 를 하게 됐다는 말을 전했었다.
내 가 눈치 가 아주 없는 건 아니 었기 에 바로 누님 이 기 에 나씨 에 게 내 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압박을 넣었다는 걸 알수 있었다.
당연히 그런 사실을 기 에 나씨 나 누님 에 게 말하지는 않았고 나는 조용히 기에나씨가 내 호위 역으로 붙는 걸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마경의 문제로 나날이 바쁜 누님을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로 하 고 있었기에 잘된 일이었다.
아아, 그리고 누님의 의견으로 ‘위로의 활’의 핵심인 수동 딜도 부분만 잘 라다가 판매하는 것은 마경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 는지 확인한후에 소문을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연히 결정은 누님이 한 거고 내 의견은 들어가지 않았다.
주변 상황을 1도 모르는 내 가 의 견을 낼 수 있을 리 가 없지.
뭐, 사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지금 상태에서 수동 딜도의 소문 을 흘리 면 기 에 나씨 에 게 활을 배우려 던 모험 가들이 금방 떨 어져 나갈 거 라 는 이유 때문이 었다.
방금 내 가 말한 것으로 알아차렸겠지만, 기에나씨와 내 가 만든 활은 현재 길드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과 도시의 시민들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 로 인기가 절정인 상태다.
그날, 내 활을 가지고 누님의 방을 나갔던 기에나씨는 다음날누님을 찾아 가기 바로 직전까지 ‘위로의 활’에게 아주뜨거운위로를받았다는모양이다 •
나야슩층에서 내려간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祄층에 묵고 있던 모험가들과 아래 식당에 있던 이들은 기에나씨의 교성에 몇 번이나 항의를위해 문을 두 드렸을 정도로 엄청났다고 주방의 칼리씨에게 들었다.
뭐, 듣지 않았더라도 빛이 반사될 정도로 얼굴에 생기가도는 얼굴이 된 것 을 보면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거 였지 만.
“복구 작업도 슬슬 끝이 보이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기에나씨의 말대로 북쪽 거리의 복구 작업도 거의 막바지에 달했다.
감독관의 말에 의하면 인부의 숙련도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에 아무리 늦어도 보름 안에는 복구 작업이 끝날 거라고 말해주었다.
“복구가 끝나면 기에나씨도 임대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요.”
“아뇨. 저는 계속 길드에 묵을 예정입니다.”
왜요?”
아니, 멀쩡히 집을 임대해 놓고 어째서 좁고 좁은 길드에 지내겠다는 거지?
“정확히는스미스씨의 거처에 따라제 주거지도옮길 예정입니다.그런데 제 가 보기에는 스미스씨는 계속 길드에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저도 그냥 길드 로 주거 지 를 옮기 려고 생 각 중이 었습니 다.”
“저 때문에요? 아니, 설마누님 때문에 그런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그렇 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내 말에 기 에나씨는 고개를 가로저 었다.
“아닙 니 다. 그냥 제 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겁니 다. 위대한 활을 만드는 장 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야 저는 이 목숨도 기꺼이 바칠 준비가되어 있습니다.”
“•••꾈.”
그래.
누님에게 크게 깨지고 한동안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서 까먹고 있었는데 이 여자. 아니, 이 엘프는 중증 활 집착 병에 걸린 진성 활 덕후였다.
“그, 기에나씨. 다행스럽게도 북쪽 거리의 복구 작업이 끝나면 저도 북쪽 거리로 옮겨갈 예정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케르낙스… 어, 그, 경비대장님 아시죠?”
“지금이야모르는 게 더 이상할 겁니다.”
“커흠.
하긴, 벌써 열흘이나 시론과 케르낙스와 꽁냥거리는 모습을 떨어져서 지켜봤는데 모르는쪽이 확실히 이상하다.
“그 경비대장님의 집으로 거처를 옮길 겁니다.”
“그럼 저도그 집으로옮기겠습니다.”
“……농담, 이시죠?”
“진심입니다만.”
앞을 걷던 기에나씨가 잠깐 멈춰 주황빛 눈동자는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 다.
아무래도 100% 진심인 모양이다.
“그... 저는 괜찮아도? 아마, 두사람이 불편해서 거절할겁니다.”
“흠. 그럼, 집주인인 케르낙스씨의 허락만 받으면 스미스씨는 괜찮다는 겁니까?”
“어,예. 그렇죠. 집주인이 괜찮다는데 제가뭐라고 하겠어요.”
“알겠습니다.그거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겁니다.그러면 계속 가시 죠.”
어 디 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는 모르겠으나, 나는 뒤 에 서 고개 를 끄덕 이 며 기에 나씨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휴식!”
“후〜벌써 점심이구만.”
“오늘은 유독 시간이 빨리 간느낌이야.”
내가 도착하기 무섭게 감독관은 휴식을 지시했고 장인과 인부들은 익숙 하게 작업하던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미리 가져왔던 도시락을 까먹던지 삼삼오오 모여 동쪽 거리로 흩어졌다.
물론, 도시락을 가져온 우리로서는 멀리 가지 않고 조금 더 사람들의 시선 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았다.
“쩝쩝, 이제 이 짓도조금 있으면 끝이네 시발.진짜징글징글하다.”
“시론. 먹으면서 말하지 말라고 내가몇 번을 말하지 않았나.”
“하? 아니 이 썅년은왜 나한테만지랄이야? 이년아. 저 씹새도 가끔 먹으 면서 말하는데 왜 뭐라고 안 하냐?”
“크흠. 스미스가그랬다고? 나는 전혀 보지 못했다만.”
“이년진짜웃기는 년이네.”
“하하.”
오늘도 건강하고 사이 가 좋아 보여 다행 이 다.
둘은 여전히 내가 먹여주는 샌드위치를 받아먹으며 열심히 투닥거리기 바 빴다.
“그런데 케르낙스.”
“왜 그러나?”
“며칠 전부터 느낀 건데 … 피부가 좀 상한 것 같다? 많이 바빠?”
비유가 좀 그렇지만, 실제로 케르낙스의 피부가 조금 푸석해 보였다.
어디까지나 옆에 있는 시론에 비해서 말이다.
거 기 다 눈 아래 가 조금 거뭇하기 도 했고 말이 다.
“아아... 최근에 위에서 내려오는공문이나확인해야할 것들이 갑자기 늘 어서 말이다.”
“그렇구나.”
“누가 조금 도와줬으면 덜했을 텐데 말이지.”
“앙? 왜 날 꼬라보냐. 찔러버리고 싶게.”
날가운데 두고서 시론과 케르낙스가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대충 여느 때와 같은 점심을 끝마치고 나는 뒷정리를 마무리했다.
시론과 케르낙스는 이젠 완전히 습관이 된 듯 내가 정리를 끝내자마자 내 허벅지를 사이좋게 나눠 머리를 누였다.
나 역시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부드러운 머 리칼을 쓸어내 려 주었다.
바로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기에나씨가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
내 허벅지에 누워있던 둘이 동시에 눈을 게슴츠레 떴다.
“케르낙스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 인가?”
“중요합니 다. 그런데 장소를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 같이 듣는 편이 더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럼 그냥 이야기하도록.”
본래의 경비대장인 케르낙스였다면 곧바로 일어나서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을 테지만, 최근에 시론과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 동화된 탓인지 케 르낙스는 내 허 벅 지 에 누운 상태 그대 로 기 에 나씨를 올려 다보며 고개 만 까 딱거렸다.
기에나씨의 나이와 정체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럴 때마다조금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기는 했으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기에나씨는 이러한 부 분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기 에 나씨 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로지 활에 관련된 것뿐이 었다.
여튼, 느낌상 기에 나씨 가 무슨 이 야기를 꺼 낼지 대충 짐작이 갔기 에, 나 역 시 시론과 케르낙스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귀는 기에나씨에게 집 중시 켰다.
“거리의 복구가 끝나면 스미스씨 가 케르낙스씨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는 이 야기를 들었습니 다.”
“음. 말 그대로다. 나와 스미스는 함께 살예정이 지.”
“시발. 나는 왜 빼냐?”
케르낙스는 시론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방이 남는다면 저도 함께 들어가고 싶습니다. 방이 없어서 곤란하다면 제 사비로 집을 증축시 키도록 하겠습니 다.”
“……조금 당황스럽군.”
“뭐 가 당황스러워 . 그냥 그러라고 하면 되 지.”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린 케르낙스와 달리, 시론은 정말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더니 그대로 눈을 완전히 감아버렸다.
아무래도 시론은 기에나씨가 케르낙스의 집으로 들어오는 걸 반대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야야.뭘 그렇게 고민하냐? 애초에 저년 붙여둔 것도 언니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한집에 같이 사는 건 조금 고민을 해봐야 할 문 제 라고 생 각한다만.”
오기 전에 내뱉은 말이 있기에 입을 열지는 않았으나, 나 역시 케르낙스와 같은 생각이다.
기에나씨가 조금 많이 유별난 엘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집에 같이 살 기에는 여러모로 조금 불편하달까.
“다른 년은몰라도 저년은괜찮다니까? 야. 너 스미스랑 떡치고 싶냐?”
“……? 글쎄요. 이전이라면 모를까. 활이 있는 저에게는 별다른 생각은 들 지 않는군요.”
“라고하네.”
그러나 케르낙스는 여전히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케르낙스를 내려다보고 있던 기에나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짐 중에 특이한 단검이 몇 개 있습니다.”
“좋아. 허락하지.”
조금 전까지 고민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케르낙스는 시원스럽게 기에나씨의 입주를 허락해버렸다.
“하… 진짜검에 미친년 아니랄까봐.”
“무, 무슨 소리냐.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무엇보다 시론 네 가 말하지 않았나. 아멜라님께서 붙여둔 사람이라고.”
“아아, 그래.”
시론은더 말하기도귀찮다는듯이 허공에 선을휘젓다가내 배를 향해 몸 을 완전히 돌려버렸다.
“기에나라고 했던가. 입주는 허락하지. 방은 1층에 남은 공간을 내어주도 록 하지. 낮에는 상관없다만, 밤에는 되도록 넽층으로 올라오지 않았으면 하 는군.
“특별한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넽층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맹세하죠.”
“음.좋다.
기 에 나씨 와 케 르낙스가 서 로 만족한 듯한 얼굴로 고개 를 끄덕 였다.
원하던 것을 얻은 기에나씨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고 케르낙스 역시 낮잠을 위해 시론과 비슷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다시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오나 싶었던 순간.
다각다각다각一!!
조용한 거리에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누워 있던 시론과 케르낙스가 몸을 일으켰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기에나씨까지 내가 있는쪽으로 다시 다가왔다.
말발굽 소리가 점차 가까워진다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형태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말을 타고 이쪽으로 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워워.
기사가고삐를 당기며 우리 근처에서 말을 멈춰 세웠다.
기사는 말위에 탄상태로투구의 바이저를 올렸다.
또렷한 푸른 눈동자와 개성 강한 이목구비 가 눈에 들어왔다. 기 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한 사람이 내 머 릿속에 서 떠 올랐다. “문짝 파괴 범?”
“음?
“아,아니, 벨라니스님?”
“호.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나? 그것참 고맙군.”
이전에 노크를 한답시고 내 문짝을 반으로 쪼개버렸던 여자를 어떻게 잊 어버릴 수가 있을까.
그런데 저 사람은 어쩐 일인 것일까.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아르델라님이 이끄는 기사단의 부단장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벨라니스경께서 어찌 이곳에 ……?”
“가주님께 붙잡힌 단장님을 대신해서 왔지. 아무튼, 잘됐군. 케르낙스.”
“예.”
내 옆에 붙어 있던 케르낙스가 앞으로 나섰다.
벨라니스님께서 품에서 붉은 끈으로묶인 양피지를 꺼내 과감히 펼쳤다.
“경비대장 케르낙스. 노역형을 받으면서도 본연의 업무를 빼먹지 않고 성 실히 수행한 점을 기특하게 생각해 현 시간부로 모든 죗값을 치렀음을 아르 델 필로리아의 이름으로 인정한다.”
“……예!!”
케 르낙스가 그 자리 에 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케르낙스는 들어라. 현 시간부로 도시의 경계 수준을 최대치로 상향하고 도시를 거쳐가는 외부인을 엄격히 통제하라. 만약 이에 불응하려는 자가 있 다면 즉결처분해도 좋다. 이 것은 국경을 수호하는 변경백 으로서 내 리는 명 령이 아니다. 이것은 일곱 개의 도시를 다스리는 영주로서 내리는 명령이다.”
벨라니스님께서 양피지를 절도있게 만 다음 그것을 무릎 꿇은 케르낙스 를 향해 내밀었다.
케르낙스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두 손을 뻗어 양피지를 붙잡았다.
“몰링타의 경비대장 케르낙스. 현 시간부로 영주님의 명령을 수행하겠습 니다.”
케르낙스는 양피지를 붙잡아 조심스럽게 품속으로 갈무리했다.
벨 라니 스님 은 고개 를 작게 끄덕 이 고는 바이 저 를 다시 내 렸다.
“그럼, 나도 바쁜 몸이 라 그만 가보도록 하지.”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벨라니스경.”
벨라니스님께선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고삐를 틀었다.
바로그때였다. 시론이 소리치며 앞으로 나선 건.
“잠깐?!”
말고삐를 이 미 돌려버 린 벨라니스님 은 고개 만 살짝 돌려 시론을 돌아봤 다.
“그렇군. 갑자기 무슨 일인지 궁금할 법도 해.”
“아니 그게 아니一”
“딱히 비밀도 아니니 알려주도록하지.금일 새벽, 마족령과제국의 휴전 협정이 이루어졌다.그러니 너도 옆의 남자를 빼앗기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 을 거다. 그럼.”
벨라니스님은 본인이 할 말만 남기고는 그대로 말을 다그쳐 우리의 앞에 서 순식간에 떠나가 버렸다.
“아니 시발…….”
멀어져가는 벨라니스님의 등을 바라보며 시론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반면 케르낙스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시론의 어깨를 두드렸다.
“복구작업. 열심히 하도록.”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