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77화 Ep.77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행정관님이 세상순한 얼굴로 흐릿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재료로 사용될 주괴들을 보러 가볼까요?”
“앗 옙
, •
나는 기쁜 마음으로 행정관님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라면 이곳에 서 가장 아래 (노예 볫인 내 가 문을 열어 야 했으나 행 정관님 은 그저 선한 얼굴로 걸어 가 문을 활짝 열 었다.
“자, 가실까요?”
감사하게도 행정관님은 나와 기에나씨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손수 문을 잡고 있어 주셨다.
나와 기에나씨는 앞서 걷는 행정관님의 뒤를 졸졸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의 분위 기는 나와 기 에 나씨 가 안으로 들어오기 전보다 더욱 악화되 어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대충 알수 있었다.
행정관님은 우리를 데리고 성문과 경비대 사이에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 다.
그곳에 도착하니 주인 없는 것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는 짐 마차를 볼수 있 었는데 그 숫자는 총 여섯 대였다.
“음? 왜그러십니까?”
“•••꾈.”
나보다 항상 한 발자국 앞을 걷던 기에나씨가 갑자기 한쪽 팔을 뻗어 내 걸음을 제지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어깨에 걸고 있던 활까지 빼 들어 손에 쥐기까지 했다.
“갑자기 왜그러시는 거죠?”
“•••꾈.”
행정관님이 갑자기 멈춰선 우리를 돌아보며 의아하다는듯이 고개를 갸 웃거렸다.
그런 행정관님을 향해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기에나씨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같은 소속이 아니라면 죽이겠습니다.”
말이 끝남과동시에 기에나씨가등에 메고 있던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다행스럽 게도 기에 나씨의 손에서 화살이 떠 나는 일은 벌어지 지 않았다.
“ 아는 사이 가 맞습니 다. 맞아요.”
“•••꾈.”
기에나씨가화살의 시위를 놓기 전에, 행정관님이 먼저 두손을 번적 들며 그리 말했기 때문이다.
기 에 나씨는 그제 야 화살을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넣으며 화살을 등에 메 었 다.
행정관님은쓰게 웃으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요즘모험가들의 수준은 대단하네요.”
뭔 가 미 묘한 어조로 기 에 나씨 에 게 행 정관님 이 그리 말을 던졌으나 기 에 나씨는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저……무슨일이라도?”
“호위로 있으신 분의 기감이 상당히 좋으셔서, 제 호위로 함께 오신 분들 을 적으로 오해하신 모양이네요.”
“ 아하.”
나는 무덤덤한표정으로서 있는 기에나씨의 얼굴을 힐끗했다.
아멜라 누님 에 게는 한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 기는 했으나, 기 에 나씨는 무려 활의 명수에다가 마법까지 존나뛰어난 엘프였던 것이다.
뭔진 몰라도 행정관님도 기에나씨의 실력에 상당히 당황한 것 같아 보였 기에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하. 그렇구나.’라는 반응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행정관님은 쓴웃음을 지우고, 다시 선한 얼굴로 우리를 마차 뒤로 이끌고 와서 가림막의 한쪽을 살짝 잡아당겨 보였다.
“오우쉣.이거 설마안에 든게 전부철주괴 입니까?”
나는 마차 안쪽에 가득 실려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들에 얼떨떨함을 감추 지 못했다.
“네. 나머지 마차에도비슷한 양이 실려있어요.”
“홀리쉣.”
작은 주머니 하나가 대략슩0키로였던 것 같은데 도대체 이 마차에는 몇 키 로의 철덩어리쉨이들이 실려있는 걸까.
“말들은… 무사합니까?”
“말이요?”
“옙. 이 걸 사람이 끌고 오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딱 봐도 존나 무거웠을 텐 데….”
“그, 스미스님은 사막 출신이셨죠?”
“그렇습니다?”
내 착각일까.
한순간 날 바라보던 행정관님의 눈이 살짝 날카롭게 변했던 것 같은 기분 이 들었다.
“하하, 대륙에서는 보통 이런 무거운 짐을 실은 마차는 말이 아니라 길 들여 진 드레 이 크가 끈답니 다.”
“드레이크?”
설마 내 가 알고 있는 그 드레 이크인 가?
지구에서 게임이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그 용의 아종이면서 이족 보행 으로 돌아다니는 그 녀석들?
“네.종자체가워낙흉폭하고공격성이 강하지만, 길들이는데 성공만한 다면 뛰어난군마 열 필의 몫을 하는 녀석들이랍니다.”
“그럼... 그녀석들이 지금여기에 있다는 겁니까?”
“네. 저쪽 마사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죠.”
행정관님이 가리킨 마사는 이곳에서 가장 넓은 구역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구경시 켜드리고 싶은데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녀석들이 라서요.”
“아휴, 아닙 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보겠죠.”
사실 어떻게 생겨 먹은 녀석들인지 살짝궁금하기는 했다.
!.
......
그런데 그게 내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는 아니 었다.
호기심은 그저 호기심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기 에 나는 머릿속에서 드레이크라는 녀석들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그런데 스미스님?”
“아,옙.”
드레이크가 있다는 마사를 바라보던 나는 행정관님의 부름에 고개를 돌 렸다.
“공방은 어디에 있나요? 거기까지 당장에 필요한주괴를 옮겨드릴게요.”
“어….”
나는잠깐뇌 정지가왔다.
누님에게 임시지만 길드 1층에 있는 창고를 넘겨받기는 했다.
문제는 아직 안에 들어 있던 짐들을 처분하지 않았다는 거다.
나는 자연스럽게 행정관님의 눈치를 살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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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님은 순수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 었다.
이런 쓰벌.
이 존나 게으른 스미스 씹새.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그럴싸한 공방을 준비할 생각이 기는 했는데 그게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요지경이 되고 말았다.
과거의 스미스를 저주한다.
“스미스님?
“예? 아, 그, 공방 말이죠.”
나는 실시간으로 내 등짝이 식은땀으로 젖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어찌할 줄 모르고 입을 다물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스미스님의 공방은 지금 옮기는 중입니다. 마차에 실린 물건은 경비대장 님의 거처로옮겨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머, 동거 중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어머머. 그렇군요. 케르낙스경의 거처.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금 늦은 시 간에 마차 한 대 분량만 옮겨 가도록 할게 요.”
행 정관님 이 기 에 나씨를 바라보며 그리 말했고 기 에 나씨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요. 그러면 우리의 대화는 1차 적으로는 끝이 났네요.”
“아,옙.”
나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인 사담을 조금 나누고 싶기는 하지만, 저도 자리를 비울 케르낙스 경을 대신하려면 이것저것 인계받을 것들이 많을 것 같으니 이만 실례하도록 할게요.”
“아,옙.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이렇게 멋진 남자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답니다. 하하. 그러면 조심히 돌아가세 요.”
행정관님은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빠르게 경비대의 건물 안 으로 들어가셨다.
행정관님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기에나씨 에게 감사를 표했다.
“기 에 나씨 .진짜 존나 감사합니 다.”
“뭐가요?”
내 감사에 기에나씨는 약간의문을 가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금 전에 저 대신 대답해 주신 거 말입니다.”
“있는 그대 로의 사실을 전했을 뿐입 니 다만? 스미스님 의 공방은 스미스님 이 계신 곳 그 자체잖아요.”
“어, 음. 뭐. 그렇죠. 허, 허허.”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기에나씨는 내가 사막 부족의 비술을 이용해 활이나 스타킹을 만들 수 있 다는 걸로 알고 있었고 나는 조금 전까지 그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아무튼, 기에나씨 덕분에 위기를 넘긴 건 사실이었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볼 일은끝난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래요?”
“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케르낙스에게 스타킹 관련으로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지만, 지금은 그냥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남아 있어봤자 케르낙스의 신경만 더 쓰이게 만들 뿐이고 병사들도 여러모로 귀 찮고 눈치 가 보일 것이 다.
“그럼 돌아가죠.”
“아아, 기에나씨. 잠깐 길드에 들려도 괜찮을까요?”
기 에 나씨 가 껌 딱지 처 럼 내 옆을 붙어 있는 건 사실이 지 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곁에 있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보여도 점심 이후에는 길드에서 모험가들에게 활을 가리키는 일을 하고 있어서 나름 바쁜 일정을 가진 엘프였다.
기에나씨는 잠깐 하늘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 보이니 괜찮겠죠.”
“감사합니다.”
“그러면 길드로 가실까요.”
“아, 가는 길에 열린 노점이 있으면 뭐라도 사 먹죠.”
“좋은 생각이네요.”
길드지부장실.
딱. 딱. 딱.
업무용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멜라 누님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그러니까……. 케르낙스 그년을 따라가고 싶다?”
옙.
딱. 딱. 딱.
누님이 다시 책상을 두드렸다.
기에나씨와 가볍게 노점에서 사슴 꼬치를 사 먹고 길드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누님을 찾았다.
누님 은 시 론과 함께 지부장실 에 있었고 그런 누님 에 게 나는 허 락만해준 다면 케르낙스를 따라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후로 계속 이런 상황이다.
누님이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 신분이 노예라는 자각은 있는 거냐?”
그럼요.”
“다행이네. 나는 또 하도 주변에서 귀 엽다고 오냐오냐해줘 서 너 새끼가 노예 라는 사실을 망각한 줄 알았잖냐.”
평소의 누님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그런 말들을 누님은 나에게 내뱉었 다.
물론,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분명 누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하나 같이 살벌하고 나를 낮추는 단어 들 뿐이었으나, 그 어느 단어 하나에 서도 진심이 느껴 지지 않았기 때문이 다.
아마도 누님은 나를 걱정해서, 저렇게라도 말해 내가 생각을 고쳐먹기를 바라기에 좀 더 험악하게 말을하는 것일 거다.
“……병신아.빨리 언니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
졸린 눈으로 내 옆에 서 있던 시론이 내 옆구리를조심스럽게 찌르며 내 귓 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책 상을 두드리 던 소리 가 멈췄 다.
나와시론의 시선이 동시에 누님을 향했다.
생각해 보마.”
“언니?!”
누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옆에 있던 시론이 처음으로 아멜라누님께 소리 높여 외쳤다.
“닥쳐라.”
그러나누님의 살벌하기 짝이 없는한 마디에 시론이 이를 갈며 눈을 바닥 으로 내리깔았다.
잠깐 시론을 노려보던 누님이 나를 바라봤다.
“할말은 그게 끝이냐?”
“아,그… 품질을조금 더 올려서 몰링타의 병사들에게 주려고합니다.”
“어느정도로.”
“오할 정도….
“그렇게 해라. 용건은 끝이냐?”
“아,옙.
“그럼 꺼져.”
“옙
나는 누님의 눈치를 살피다가 기에나씨와 함께 지부장실을 나왔다.
**
스미스가 나간후, 조용히 입을 닫고 있던 시론이 고개를 들어 아멜라에게 물었다.
“언니 … 진짜로 스미스를 케르낙스 그년따라 보낼 생 각은 아니 지 ?”
“보낼 생각이라면 어쩔 건데.”
“……미쳤어?”
“뒈지고 싶냐?”
“하…!!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아시발년.진짜존나시끄럽네.닥치고들어가서 잠이나쳐 자이년아.”
“언니!!”
시론이 신경질적으로 다시 한번 아멜라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아멜 라는 조금 전과 달리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 었다.
“시론아. 시론아. 우리 무식하게 힘만쌘시론아.”
“누,누가 무식하다는거야.”
“너 이년아. 너. 너 임마. 스미스를 평생 이 도시 안에 가둬두고 살 거냐?”
“그건…… 아니지.”
“우리 시론아. 가끔은 너 이외의 사람도 좀 생각을 해줘라. 이년아. 안 그래 도 자유분방한 사막 출신인 새끼가 무려 슩년이나 이 갑갑한 도시에 거의 갇 혀지내다시피 했다. 너 같으면 안미치겠냐?”
“…… ”
아멜라의 물음에 시론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시론을 보며 아멜라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 었다.
“차라리 잘 된 거다. 안 그래도 한 번은 숨통을 좀 트여줄 생 각이 었고 거 기 다….”
아멜라는 조만간 길드 마스터가 제국으로 복귀할 거란 말을 조용히 삼켰 다.
“•••거기다뭐?”
“스미스 그 녀석도. 지가 만든 그 천쪼가리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두 눈으로 볼 필요가 있어 보였고.”
“……이거?”
시론이 살짝바지춤을 걷어 올려 ‘밤의 요정’을 아멜라에게 보여주었다.
아멜 라가 그걸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스미스 그 녀석. 뭘 어떤 방법으로 그런 걸 만들어 내는진 몰라도 성능이 너무 터무니없단 말이지.”
“•••좀대단하긴 하더라.”
사교도와 케르낙스와의 전투를 통해 ‘밤의 요정’의 성능을 톡톡히 경험해 본 시론은 차마 아멜라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천쪼가리도 그렇고… 활도 그렇고. 하나 같이 시중에 풀리면 전장의 판을 뒤집어 버릴 물건인데 ……. 정작 그걸 만드는 새끼는 그 부분에 있어서 고블린 똥구멍 만큼도관심이 없다는 거지.”
이번에도 시론은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스미스가 물건을 만들 때, 그 용도를 오로지 ‘섹스’에 치중해 만든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었다.
“그러니까… 언니는. 그 병신이 직접 전장을 보고… 그, 뭐냐. 아무튼. 스스 로 자각하길 바라는 거 야?”
“그래.본인이 만든물건이 과하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본다면 일일이 내가 터 치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제를 할 테 지
“••••••하아.”
마음 같아서는 그래도 안 된다고 바락바락 우기고 싶은 시론이 었으나, 결 국 그러지 못했다.
시론은 한숨을 내쉬며 본인의 얼굴을 박박 문지르며 아멜라를 향해 말했 다.
“나도 따라갈 거다?”
그런 시론의 말에 아멜라가 놓았던 깃팬을 쥐 며 살짝 놀리듯이 웃으며 말 했다.
“복구공사나끝낸 뒤에 짓 꺼리렴.”
“……하.”
시론의 얼굴이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