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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8화 (78/771)

횐 78화  Ep.78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달칵.

문고리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소파에 앉아 케르낙스가 정리해 뒀던 문서들을 훑어보고 있던 행정관, 밀 리아는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봤다.

문을 닫고 서 있는 안색이 어두운 케르낙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보아하니 많이들 동요했던 모양이 네요.”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아니에요. 그게 어디 케르낙스경이 부끄러워할 일인가요. 일단은 앉으시 죠. 아, 책상에 있던 것들 좀 읽고 있었는데 괜찮죠?”

“물론입 니 다. 제 가 자리를 비우면 행 정관님 께서 처리하셔 야 할 것들이 니 말입니다.”

케르낙스의 대답에 밀리아가 살포시 웃었다.

“일단은 앉으시는 게 좋겠네요.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요.”

“……정신적으로 조금, 조금 피곤하군요.”

그런 케르낙스의 반응에 행정관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잠깐 문앞에 서서 얼굴을 몇 번 쓸어내 린 후에 야 케르낙스는 밀리 아의 맞 은편 소파에 무거운 몸을 앉혔다.

“몇 명의 병사를 남기고 몇 명의 병사를 데려가실건지 결정하셨나요?”

미릴아의 질문에 케르낙스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데 려 갈 병 사는 저 를 포함해 서 306명 입 니 다.”

“흐음〜 병사를 지원한다고 생색을 내 기에는 다소 적은 수라고 말씀드리 고 싶네요. 조금 더 데려가더라도 도시의 수비와 치안유지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케르낙스경의 생각은 저와 달랐던 모양이네요.”

케르낙스보다몇시간이나먼저 집무실로돌아온밀리아는 이미 몰링타에 대 한 세 세 한 자료까지 다 훑어본 후였다.

케르낙스는 입술을 깨물기만 할뿐, 밀리아의 물음에 그저 침묵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밀리 아는 모노클을 살짝 고쳐 쓰며 말했다.

“케르낙스경은 여전히 정이 많은사람이군요.그 때문에 영주님의 눈 밖에 났다는 걸 알고 있을 테 면서도.”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마세요. 사과할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답니 다. 그저 당신 이 여전히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수 있어서 조금 기쁘다는 생 각을 했을 뿐이에요.”

밀리아가 눈을 살포시 감으며 가벼운 미소를 지 었다.

“영주님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당연히 뭐라고한소리를더 하시겠지만… 딱히 보고를 올리지는 않도록 하죠.”

“……그래도 괜찮은겁니까?”

“당연히 안되죠.”

밀리아는 ‘뭘 그런 당연한걸….’이라는 표정으로 케르낙스를 바라봤고그 에 케르낙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닥을 향했다.

“대신, 부족한 병사의 수만큼 더 활약해줄 거라고 믿을게요. 그럼 저도 케 르낙스경도, 둘모두 별 탈 없이 넘어갈 테니까요.”

“……노력하겠습니다.”

“음.좋아요.”

밀리 아는 케르낙스의 대답에 만족했다.

혹시라도 ‘반드시’ 혹은 ‘절대로’ 같은 말을했더라면 크게 실망했을 거다.

그야, 가주인 아르델 필로리아 백작이 가장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 어떤 일에 절대’라는확신을 가지는부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밀리 아는 여 전히 고개 를 살짝 숙이고 있는 케르낙스를 위 해 조금은 희 망 찬 소식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제 독단이기는 하지만, 기사단에 먼저 납품될 예정이었던 스미스 님의 ‘밤의 요정’을 몰링타의 병사들에게 우선 지급하기로했습니다.”

정, 말입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짝 놀란 얼굴로 물어오는 케르낙스를 향해 밀리 아 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제야 케르낙스의 얼굴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조금 걷혀나갔다.

케르낙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밀리아에게 허리를 숙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됐어요. 제 독단이기는 하지만 영주님도 이해해 주실 거에요. 당장에 기 사단이 착용하고 있는 갑옷의 내구성도 지금으로서는 흠잡을 곳이 없을 정 도로 뛰 어 나니 까요.”

“그래도…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정말이지.”

밀리 아는 계 속되 는 케르낙스의 감사에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 으면서도 싫지 않은 듯한 그런 표정을 보였다.

“출발은 언제로 생각하고 있으시죠?”

“… …최대한 빨리 출발할 생각이 었습니다.”

현지 지휘관과대화도나눠봐야 했고최대한빨리 전장이 될 지형을 파악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 었다.

밀리아 역시 케르낙스의 생각에 동의했다.

스미스라는 존재 가 없었다면 말이 다.

“제 생각은 일주일 후가 딱 적당할 것 같네요. 그 정도는 여유를 부려도 가 는길에 자잘한 변수가 생기더라도제 시간에 도착할 테니까요.”

“……그래도.”

“그 정도 시간은 있어야스미스님께서 충분히 병사들에게 지급할수의 물 건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렇군요.”

케르낙스는 조금 전까지 스미스에 대한 것으로 감사를 표해놓고도 그 사 실을 잊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럼, 이 사실을 얼른 병사들에게 알려주는 편이 좋겠죠? 조금이라도 마 음의 짐을 빨리 더는 편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컨디션을 유지하기 좋을 테니까요.”

“그,업무의 인계는…?”

“일주일이나 시간이 있잖아요.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요? 때마침 저도 먼길을 와서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밀리아는 조금 피곤하다는 듯이 어깨를 주물러 보았으나 케르낙스는 알 수 있었다.

눈앞의 행정관이 자신과병사들을배려해서 일부러 저런 티를내는 것이 라는걸.

케르낙스는 행정관의 배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네. 내일은 조금 더 밝은 얼굴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예.”

행정관을 대하는 케르낙스의 태도가 한층 더 공손해졌다.

그녀는 밀리아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다음 집무실을 나갔다.

!..

!..

..

혼자 남은 밀리아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들을 정갈하게 정리한 다음 소파 에서 일어났다.

문서를 다시 케르낙스의 업무 책상에 되돌려 놓은 다음 그녀 역시 집무실 을 나와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밀리아님.”

천천히 복도를 걷던 밀리아의 옆에서 매서운눈매를 가진 금발의 여인이 나타났다.

일반적 인 사람이 었다면 놀라고도 남을 상황이 었으나 밀리 아는 태 연하게 걸으며 말했다.

“일주일 안에 305명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솔직히 불가능할 거라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번만큼은그리 생각해요.그런데 … 우리 영주님께서는조금 다 른 의 견을 가지신 모양이 지 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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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밀리아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둘은 말없이 조용히 복도를 걸었고 어느새 거리로 이어진 문 앞까지 도착해 버렸다.

밀리아가문에 손을올리며 작게 말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옮기도록 하세요.”

“예.”

밀리아는문을 열었고 어느새 옆에 있던 여성은 사라져 있었다.

“후우〜 나도 오늘 하루는 조금 편히 쉬 어볼까.”

밀리아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밤비노의 정원을 보며 눈을 빛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네.감사해요.”

가장 최상층 객실까지 안내를 받은 밀리 아는 즐거운 얼굴로 카드를 찍고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비싼 값은하는군요.”

밀리아는 방안의 상쾌한 공기에 만족하며 두르고 있던 로브를 대충 풀어 바닥에 흘린 다음 침대에 쓰러졌다.

“이대로 그냥 자고 싶지만… 그랬다간 목이 달아나겠지.”

여태 까지 보였던 순하고 밝은 미소를 보였던 밀리 아가 노골적으로 귀 찮 다는듯이 얼굴을 구기며 가슴골에 손을 넣어 수정 구슬을 꺼냈다.

밀리아는 침대에 벌러덩 누운 상태로 수정 구슬을 대충 만지작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 구슬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밀리아는 대 충 그것을 배 위에 올려두고는 침대에 두 팔을 뻗어버렸다.

“아아〜 들리십니까?”

—잘 들리는군.

“그거참다행이네요.”

밀리아는 집무실에 있던 사람과는 완전히 별개의 사람이 된 것처럼 영주 를대했다.

—그 늘어지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벌써 어딘가에 드러누워 버린 모양이군

“예〜푹식푹신한침대에 누워있답니다.”

—보고할 것만보고하고 편히 쉬도록.

“보고라고 할 게 있나 모르겠네요.”

밀리아는 배 위에 올려뒀던 수정 구슬을 집어 얼굴 위에서 살짝흔들었다.

“일단 영주님이 지시하신 데로 선심 쓰는척, 스미스님께 몰링타의 병사들 에게 선지급할수있게 해주겠다고 말을 전해뒀습니다.”

—물량은?

“케르낙스경이 생각했던 것보다훨씬 병사들을 아끼던 모양이더군요. 영 주님께서 예상하셨던 것보다 200정도줄었습니다.”

—그렇군.

수정 구슬에서 흘러나오는 무심한듯한대답에 밀리아가 눈을 찌푸렸다.

“영주님.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은 너무비효율적인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는 영주님 답지 않은 일처리 방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요.”

—당연하지. 날위한 일이 아니니 내 일 처리 방식이 아닐 수밖에.

밀리아의 눈이 한층더 찌푸려졌다.

“그럼 누구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는 건데요?”

—내가 이뻐할 만한 녀석이 누구일 것 같나.

밀리 아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으나 입 밖으로 언 급하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 담아뒀던 불만을 토해냈다.

“영주님. 싸구려 의자도 300개를 만들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빠듯합 니다. 그런데 ‘밤의 요정’ 같은 걸 일주일 안에 그만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보 십니까?”

—그걸 알아보기 위한 일이니 기다려 보면 결과를 알수 있겠지.그보다 다 른 특이한 점은 없었나?

“……스미스님.사막출신이 아닐지도모르겠습니다.”

—근거는.

“사막 출신이면서도 드레이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아니, 우리 야 드레 이 크가 귀 하다지 만, 사막 부족에 서 는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탈 것 인데 그걸 모르다뇨. 솔직히 제 상식으로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으 n .

“그리고 말이죠…….”

—뭐지.

밀리아는 정말로 답답하다는 듯한 얼굴로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모험가 길드에서 지나치 게 감싸고 도는 것도 그렇고 아르델라님 께서 말 씀하셨던 그위치 추적 아티팩트도 있고….”

—그만.

“……하서아. 아무튼 그냥 답답하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미 확신 할수 있는 정황이 나왔는데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뭔가해서요.”

밀리 아의 짜증스러운 목소리 뒤 로 수정 구슬에 서는 작은 웃음소리 가 흘 러나왔다.

—말은 바로 하도록. 그냥 밖으로 내보낸 것이 불만스럽다고 말이야.

“……그걸 아시는분이 이런 일을 시킵니까?”

—하서하하.

“웃지 마세요….”

끔찍할 정도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밀리 아로서는 지금 상황 자 체가 무척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나,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인 아르델은 한참이나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수정 구슬을 통해 밀리아의 귀에 들려주었 다.

—확실히 이번 일은 내 방식이 아니고 무척 번거롭고 불필요한 작업도 많 다. 인정하지. 그러나.

“그러나. 뭐요.”

—날닮아서 무뚝뚝한딸년에게 괜찮은 짝을 이어주기 위해서라면 이 정 도 번거로움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밀리 아는 어처구니 가 없었다.

“아니, 번거로움은 내가 감수하고 있는데요?”

—그러니 내가 웃고 있지. 하하—

밀리아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수정 구슬의 통신을 끊어버렸다.

“아... 어디 골방에 박혀서 그냥 은거해버리고 싶다.”

불빛이 꺼진 수정 구슬을 대충 침대에 던진 밀리아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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