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79화 Ep.79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옙. 아, 기 에 나씨. 돌아올 때우유한 통만 사다 주실래요?”
“그러죠.”
기에나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문을 나가 길드로 향했다.
집에 혼자남게 된 나는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후, 지하로 내려왔다.
원래는 케르낙스의 훈련장으로 사용됐던 곳이지만, 새롭게 건축하면서 아무것도 들여놓은 것 없는 단순히 넓은 공간이 되 어버린 장소.
그 넓은 지하구석에는 묵직해 보이는 자루가 무려 열 자루나 놓여 있었다.
어젯밤에 행정관님이 보낸 사람들이 조용히 집을 방문해 저것들을 지하 까지 옮겨주고 돌아갔다.
“그나저나 305명인가.”
나는 자루 하나의 주둥이를 벌려 손을 넣었다.
“성물 재료 보관.”
단 세 마디에 자루 안을 꽉 채우고 있던 철 주괴 가 게눈감추듯 사라져 버 렸다.
《재료 보관소 목록》
©순수 철: 481kg
©강나무: 2.3kg
“와….”
나는 눈앞에 떠오른 숫자에 입을 멍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자루 하나에 대충 480. 적게 잡아도 400키로의 철 덩어리가들어있다는 소리였다.
일반 대장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그리 많은 양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반 대 장간의 대 장장이 가 아니 다.
무려 개쩌는 능력을 사용 할 수 있는 개쩌는 스미스인 것이다.
“자루 하나로 400개실화냐.”
넉넉히 밤의 요정(2kg)을 만들어도 200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었다.
“진짜 작정하고 속이면…… 도시 하나 사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확실히, 남들의 이목을 피할수 있는 나만의 공방이 필요할 테지만… 그냥 케르낙스에게 부탁해서 이곳을 계속 사용하는 편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러면 일단, 20개만 만들어 둘까.”
왜냐면 자루 안에 들어있던 주괴의 개수가 20개였기 때문이다.
“누님 에 게 는 오할이 라고 했 지 만, mk.2 정도는 돼 야 내 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거든.”
나는 과감하게 밤의 요정 (2kg)을 20개 만들어냈다.
클릭 몇 번으로 만들어지는 이 편리함.
솔직히 이 능력을 깨닫고 시론과 이어지기 전에는 이 세계로 나를 날려 보 낸 것을 존나게 원망하고 저주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냥 존나 감사하다는
생각만들었다.
물론, 가끔부모님의 안부가궁금하기는 한데, 우리 정신 출타하신 선배님 들께선 가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기에 크게 신경 쓰는 정도는 아 니었다.
“흠……팔에도 끼면 좋겠지?”
나는 며칠 전에 누님이 내 스타킹을 어디까지 활용할수 있는지 알려주었 던 것이 떠올랐다.
누님이 절대 전신 스타킹 같은 건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전신 스타킹 을 만들 생각은 아니지만, 누님이 말했던 것처럼 저걸 팔에도 끼고 배나방패 같은 곳에도 두르면 병사들이 훨씬 안전해질 것이다.
“가만, 팔에도 끼고… 몸에도 묶으려면 팬티 스타킹 보다는 한 짝씩 떨어 진 편이 훨씬 편하고 범용성이 좋잖아?”
이런 멍청한스미스 씹새.
왜 진즉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지?
어째서 나는 팬티 스타킹만 계속 고집한 것일까.
나는 스스로의 한심함에 한숨을 내쉬며 기껏 만들어둔 20개의 스타킹을 전부 재료로 다시 환원시 켰다.
“보자… 이건 디자인이 아니라, 전투에 사용할 거니까. 디자인은 대충 심 플하게 해도괜찮겠지.”
나는 새로운 디자인 슬롯을 열어 얼른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을 그 려냈고 그것을 새롭게 20개를 만들어냈다.
“그래. 이거지. 얼마나 편해.”
나는 직접 양쪽 다리와 두 팔에 스타킹을 끌어 올려봤다.
다리의 착용감은 아주 좋았는데 손은 조금 어색했다.
아무래도 손가락이 들어 가야 할 자리 가 평평해서 인 듯했다.
꼼지락꼼지락.
나는 손에 낀 스타킹을 바라보며 생 각했다.
“이 거, 발가락 양말처 럼 만들면 그냥 좀 짧은 장갑처 럼 쓸 수 있는 거 아닌 가.”
그러면 보기에도 훨씬 좋을 거고 애초에 다리가 아닌, 팔에 착용하는 거라 고 소개하며 판매 할 수도 있다.
“대충 만들어지는 지만확인해 보자.”
일단만들어지는지가 문제였기에 나는대충 스타킹의 발부분을 조금 고 쳐 그렸다.
“이게 되네.”
나는 발가락보다는 손가락에 맞춰 그렸음에도 제대로 구현된 스타킹을 보며 시스템의 관대함에 두 가지 의미로 감탄했다.
하나는 말 그대 로 생 각했던 것보다 관대 해 서 놀랐고 다른 하나는 • • •.
“쓰벌, 빨리 승진을 하던가 해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만렙과 쪼렙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아무튼, 이 걸로 다리 랑 팔은 괜찮아졌고, 남은 건 몸인가.”
나는 잠깐 앉아 머리를 굴려봤다.
이 스타킹을 어떻게 사용하면 조금 더 있어 보이게끔 몸에 두를 수 있을지 를
“음.몸은그냥반으로 갈라서 덧입는 편이 가장좋겠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곳 여성들의 웅장한 대흉근을 어떻게 가릴 방 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를 굴리고 굴린 나는 그냥 스타킹 하나를 반으로 갈라 몸에 두르고 조 금 달라붙은 옷을 덧입어 고정하는 편이 가장 베스트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다리 한 짝. 팔한 짝. 몸한 짝. 한 사람당 스타킹 祄짝씩 만들면 되 겠 구만.”
물론, 각각 디자인 슬롯을 바꿔서 생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디자인이 다른 밤의 요정(2kg)을 총 60개를 만들어냈다.
《재료 보관소 목록》
©순수 철 : 361kg
©강나무: 2.3kg
재료는 양심이 찔릴 정도로 많이 남아돌았다.
“그나저나 이건 어따 보관해 두냐.”
그냥 바닥에 두자니 뭔가조금 거시기했다.
짧은 고민 끝에 나는 자루 두 개를 더 비웠고 총 세 개의 자루에 각기 다른 스타킹을 담아 다른 쪽으로 빼두었다.
“그럼 올라가서 점심이나 만들까.”
케르낙스의 집이 복구가끝났기에 시론은 점심시간이 되면 집에 들려 내 가 만든 점심을 먹고 나가는 게 일상이 되 었다.
나는늦지 않게 점심을 만들기 위해 계단으로 향했다.
—스미스!!
“엉?”
계 단을 통해 위 로 올라가던 나는 아주 다급한 톤으로 나를 부르는 케 르낙 스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뭐지.
시론도 아니고 케르낙스가 저렇게 날 부르다니.
존나 무슨 큰일이 라도 터진 건가?
나는 덩달아 조급해진 마음으로 얼른 계 단을 타고 위로 나왔다.
“케르낙스!! 나 지하 계단에 있어!!”
쿵! 쿵! 쿵!
집에서 한 번도 뛴 적이 없던 케르낙스가 엄청난 발소리를 내며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뛰 어왔다.
“스미스!!”
“어,어어. 나 여기 있는데.”
얼마나 급히 뛰 어온 것인지 케르낙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 혀 있었고 앞머리 역시 땀에 젖어 이마에 아무렇게나 달라붙어 있었다.
“스미스!! 그게 무슨 소리냐!!”
“나아무말도안했는데?”
나는 갑자기 내 양쪽 어 깨를 붙잡고 소리 치는 케 르낙스의 행동에 당황 하고 말았다.
“거 기 가 어디 라고 따라온단 말이 야!!”
“어? 어, 어어?”
“절대 안된다!!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란 말이다!!”
나는 케르낙스가 진심으로 화가 나면 어떤 얼굴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화가 난케르낙스의 얼굴은 개빡친 시론의 얼굴만큼이나 무서웠다.
꽈아아악—!!
“끄응… 케르낙스야. 일단 이것 좀 놔주라.”
하아.’,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자 케르낙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 양쪽 어 깨를 누르고 있던 손을 내 려주었다.
a 99
a 99
무거운 침묵.
정말무거웠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설마 내가 따라간다는 걸로 저렇게까지 화를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저 •••케르낙스.”
“……소리쳐서 미안하다.”
“아냐. 괜찮아.”
좀 많이 놀라기는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거기다그렇게 화를 냈던 것도 전부 날 걱정해서라는 걸 알기에 오히려 살 짝 감동해 버 렸달까.
“스미스. 어째서 따라오려는 거냐.”
“어… 그야. 케르낙스 너가 걱정되기도 하고.”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으니 … 오히려 나를 생각한다면 이곳에서 나를 기 다려줬으면 한다.”
“…….”
“스미스.”
내 두 손을 꼭 붙잡고 애 달픈 눈으로 바라보다니.
나는 그런 케르낙스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알겠다.’라고 답할뻔했다.
솔직히 말해서 케르낙스의 말이 백번 옳았다.
어디까지 나 평범한 스미스였다면 말이 다.
그러나 이번에 내 가 케르낙스를 따라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케르낙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다.
막말로 내 가 따라간다고 케 르낙스가 조금 더 안전해 지는 것도 아니고 위 급한 순간에 내 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 다.
내 가 이번에 케르낙스를 따라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만든 저 스타킹 이 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눈으로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야 제대로 된 가격을 책 정하는데 나도 의견을 반영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를 케르낙스에게 설명했다.
“그런 거라면 굳이 도시를 벗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 모험가 들끼리의 대련이나 당장 병사들을 시켜서 보여줄 수도 있다.”
“케르낙스. 내가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잖아.”
“너는… 남자주제에 왜 이렇게 겁이 없는 거냐!! 사교도에 납치 당한지 며 칠이 나 지 났다고 생 각하는 거냐!!”
“…….”
아니, 여기서 가불기를꺼내기 있냐고.
사교도를 들먹이 면 내 가 뭐 라 할 말이 없긴 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길드 뒷마당에서 납치당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절대 반대다. 만약 따라오겠다고 한다면 스미스. 너의 지원은 받지 않을거다!!”
“케르낙스?”
나는 당황했다.
케르낙스가 갑자기 걸치고 있던 철장화와 각반을 벗고 이내 바지까지 벗 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것도 입지 않을 거다.”
케르낙스는 그리 말하며 내가 선물했던 스타킹까지 벗어다가 나에게 넘 겨주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나는 막 벗겨진 케르낙스의 따끈따끈한 살내음 이 가득 배 어 있는 스타킹에 살짝 아랫도리 가 반응했다.
아무튼 케 르낙스는 정 말로 내 가 따라가는 것을 원 치 않는 모양이 었다.
눈동자에 전혀 흔들림 이 없었다.
나는 잠깐 내 손에 들린 스타킹과 케르낙스의 탄탄한 허벅지를 바라봤다.
“••크흠.”
다행히 내 시선을 의식할 정도의 이성은 잡고 있는 것인지 케르낙스는 벗 었던 옷가지를 주섬주섬 껴 입었다.
“……스미스. 대답은?”
케르낙스가 처음으로 나에게 명령조로 물어왔다.
“싫어.”
“……뭐라고?”
“케르낙스. 솔직히 나도 가끔 내 가 존나 멍 청하고 무식하다고 생 각할 때 가 많아. 그런데 지금 너가 이러는 건 그런 멍청한 내가 봐도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억지 맞잖아. 내가 너 따라간다고 병사들에게 호위를 부탁하기라도 했냐 . 아니잖아. 거기다 내 가 따라가면 뭐 ? 병사들에게 밤의 요정을 보급하지 않 겠다고? 그게 진짜 너 입에서 나온 소리가 맞는지 나는 아직도 의심스럽다.”
“…… ”
나와 케르낙스는 서로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침묵했다.
난분명 말했다.스미스.”
“나도말했다. 분명.
..
아무래도 나도 케르낙스도, 서로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꼬르륵.
“•••꾈.”
“•••꾈.”
참고로 내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니다.
나는 케 르낙스를 빤히 바라봤다.
케르낙스의 얼굴이 점차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상 할 수 있 었다.
“아, 아무튼 절대로 안되는 거다!!”
케르낙스는 나에게 다시 한번 그리 소리치더니 그대로 집을 뛰쳐나가 버렸다.
“……아니 진짜왜 저러는거지?”
나는 반쯤 열린 문을 바라보며 이번 일에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 성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