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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87화 (87/771)

횐 87화  Ep.87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집무실로 돌아온 밀리아는 문을 꼭 닫은 다음에서야 선하게 웃고 있던 미 소를 지워버렸다.

무표정에 가까운. 권태로운 얼굴로 돌아온 밀리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서류가 가득한 책상 앞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빌어먹을 싸구려 의자같으니라고….”

저택에서 사용하던 의자는 자유롭게 등받이를 뒤로 넘길 수 있었으나 케르낙스가 사용하는 의자는 달랑 방석 하나 깔려 있는 저렴한 보급형 의자 였다.

밀리아는 삐딱하게 의자의 바닥에 한쪽 다리를 끌어올린 다음, 본인의 무 릎에 턱을 괴 었다.

고작 마차 한 대 분량으로 305명분의 물량을 모두 채웠다…라.’

“이건… 영주님도들으면 놀라시겠네.”

아직 , 직 접 두 눈으로 물건을 확인한 것은 아니 지 만 밀리 아는 스미 스라는 남자가 거 짓말을 했다고는 생 각하지 않았다.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일주일. 아니, 기절한 시간을 포함하면 닷 새 정도인가? 하, 그 짧은 시간에 300명을 무장시킬 물량을 만들어 낼 줄이 야.”

거기다 300명분의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가고작 마차 한 대 분량 의 철 주괴가 전부라니.

밀리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 주님 이 눈감아 주라고 하셨지 만 그래도 이건 아니 지.”

아무리 많이 남겨 먹어도주괴 믫묶음 정도라고생각했다.

그런데 믫묶음도 아니고 자그마치 마차 믫대 분량이라니.

“돈으로 환산하면 이게 다 얼마야.”

영지 내에 철광산이 있기에 주괴 자체는 아주저렴하게 구매 할수 있었다.

대략 주괴 하나에 은화 믫닢.

자루 하나에 20개의 주괴가들어 있고 마차에는 10자루가들어가있다.

즉, 자루 하나에 금화 1닢이니 마차한대에는금화 10닢이다.

단순계산으로만금 50닢의 이득을 챙겼다고볼수 있다.

물론, 아직 마차 믫대 에 는 주괴 가 담긴 자루들이 고스란히 보관되 어 있으 니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아… 이건 보고하지 않으려고해도보고를 할수밖에 없는 내용이구나 ” •

밀리아는 가슴 안쪽으로 손을 넣더니 예의 그 수정 구슬을 꺼냈다.

익숙하게 조작을 끝내고 책상 위에 올려두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 구 슬에 푸른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예정도 없는 연락이라. 귀찮은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밀리아는 정작 귀찮은 일은 자신에게 다 떠넘기고 국경 요새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몬스터나 실컷 때려잡은 다음 여유롭게 쉬면서 통신구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영주 아르델을 떠올리며 조용히 이를 갈았다.

—흠. 대답이 없는 걸 보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 모양이군.

“… …예. 정말 다행스럽게도 딱히 조치를 취해야 할 사항은 아니 랍니다.”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자네가 유도리 있게 처리했겠지. 그러 기 위해서 자네를 일부러 그곳으로 보냈으니까 말이야.

“이익

!!”

밀리 아는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수정구를 붙잡아 높이 들어 올렸다.

단숨에 바닥에 던지고 싶었으나, 가격도 가격이고 무엇보다 통신의 대상 이 영주였기에 밀리아는속으로 이를 갈며 수정 구슬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 두었다.

—하하하. 오래 대화를 나누면 자네 만 피곤할 테 니, 얼른 할 말만 하고 볼 일보도록.

“그러고 싶네요. 그런데 이게 짧게 끝날 내용은 아닌 것 같거든요?”

—들어나 보지.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청아한 목소리에도 밀리아는 불쾌하다 는듯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스미스님 말인데요.”

—보아하니 제대로 깨어난 모양이군.

“아잇!!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계획을 다시 수정해야 할 변수는 없겠지 엩

“•••꾈.”

밀리아는 자신의 말을 깨끗이 무시하고 본인이 듣고 싶은 대답을 요구하 는 너무나도 불합리한 상황에 이를 갈았다.

“예……. 애초에 변수가 일어날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설마서, 성교를 하다가 기 절을 하실 줄은 몰랐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말을 쓰나. 그냥 섹스라고 편히 말하면 될 것을.

“저, 전 그게 더 편하다고요!!”

—아〜 알겠네. 귀청 떨어지겠어. 아무튼 변수는 없다는 소리 겠지 엩 아무리 나라도 세 번은 귀 찮단 말이 지 .

영주님이 귀찮을게 뭐가있는데요.”

—이렇게 보고를 받는 것 자체 가 귀 찮다. 거 기다 익숙치도 않게 딸년에 게 연락을 넣는 것도 귀찮고.

“하아….”

밀리아의 입에서 절로한숨이 나왔다.

몬스터를 잡는 것 이외에는 모든 걸 귀찮아하는 저 인간이 여태까지 대영 주의 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물론, 어 디까지 나 귀 찮아할 뿐이 지 어 디 에 내놔도 부족함 없이 모든 분야 에서 넘치는 실력을 보여주는 괴물 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아무튼… 변수는 없을 겁니다. 혹시 몰라서 내일 출발 할 때 뒤로 기사도 붙일 생각이고요.”

—기감이 예민한 녀석이 있다고하지 않았나?

“한 번 느껴 본 기 감이 니 따라 붙는다 해도 크게 신경은 안쓸거 라고 생 각 해요.”

—뭐.그건 현장에 있는 자네 판단에 맡기지.

“그러면 조금 전에 하던 이야기 이어서 해도괜찮을까요?”

—그러게.

밀리아는 너무나도 뻔뻔한 영주의 태도에 수정 구슬을 향해 손가락 욕을 먹였다.

—한번은 넘어가주겠네.

“••••••히꼭.”

밀리 아는 순간 너무 놀라 딸꾹질을 하며 얼른 손가락을 책상 아래로 숨겼 다.

잠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밀리아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보이십니까?”

—그럴 리가. 다만, 자네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이 갔을 뿐이지.보아하 니 내 예상이 맞은모양이군.하하하.

아르델 이 재 미 있다는 듯이 웃었으나 밀리 아는 등허 리 에 식은땀을 흘릴 정 도로 소름 돋는 순간이 었다.

아르델의 웃음이 멈췄고 밀리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일단… 영주님의 예상이 맞았습니다.스미스님께서 제시간에 305명이라 는 병사를 무장시킬 만큼의 물량을 만드셨다고 하더군요.”

—직접 확인하진 않은 모양이군

“네. 아직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스미스님을 보건데 저나 영주님같 이 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아니 었거든요. 거 기 다 연인과 관련된 일이 기도 하 고. 무엇보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겠죠.”

—그렇군.

“예. 그리고 이 뒤부터가본론입니다만… 병사 305명분의 물량을 만드는 데 들어 간 주괴 가 고작 마차 한 대 분량이 었습니 다.”

—엄청나군.

고저 없는 담담한 목소리였으나 밀리아는 영주인 아르델의 입에서 감탄 사가 나왔다는 것으로 그녀 가 몹시 놀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주님께서 스미스님이 얼마를 남겨 먹든 눈감아주시라고 말씀하시기는 했지만… 이건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보고를 하는 겁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모를까 알아버린 이상 이건 확실히 기준을 정해야 할 필요 성이 있습니다.”

잠깐의 침묵.

밀리아는 아르델이 입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몇 분 정도 흘렀을 때, 아르델이 입을 열었다.

—내버려 두도록.

“영주님.

아무리 영주의 명령이라지만, 행정관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령이었다.

—애초에 스미스는 우리 가 아닌 모험 가 길드의 소유다. 우리는 그저 받기 로 했던 것만 받으면 그만이 다.

“그럼 변제해주기로 했던 빚이라도 다시 받죠.”

—됐다. 내버려 둬라.

“아니 영주님? 돈이 뭐 땅 파서 나오는 줄 아세요?”

—저번엔 흡혈 거미굴을 발견했었지. 부산물로 꽤 번 것으로 기억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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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아는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영주인 아르델은 종종 국경 근처에서 땅에 굴을 파고 둥지를 튼 몬스터나 마수를 토벌해 영지의 금고에 적지 않은 금화를 채워 넣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그냥 내버려 둡니까?”

—그러라고 내 가 두 번이나 말했던 것 같은데.

“하아…… 조금만손을 쓰면 영지의 자금을 몇 배나 불릴 수 있는 일이라 고요. 영주님도 아시면서 왜 그러는 겁니까?”

—밀리아.

흠칫.

주변의 공기가한 겨울의 호숫가처럼 차게 가라앉았다.

—내가몇 년이나더 이 자리에 앉아있을 거라고생각하나.

“……최소 2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길군. 그런데 난 그리 길게 앉아 있을 생각이 없단 말이지.

탁. 탁. 탁.

수정 구슬 너머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래에 딸년이 셋이나 있는데 내가 그리 오래 앉아 있을 이유도 없고. 당장에 아르델라 그 녀석만 하더라도 지금 내 자리를 물려받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남은 가신 놈들은 더 좋아할 텐데. 굳이 내가 20년이나 더 이 자리에 머물이유가 있나.

참으로 맞는 말이라 밀리 아는 뭐 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저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당연 ‘귀 찮아서’일 테 지만 말이다.

—스미스. 이곳의 나약한 사내 놈들과 비교하기 아까울 정도로 괜찮은 아 이지. 더군다나 내가 알지 못하는 비범한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모양이고. 밀리아 네 말대로조금만수를부리면 분명 영지의 자금을 크게 불릴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말이야….

탁. 탁. 탁.

“…….”

밀리아는 아르델의 다음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너무 늦어버렸단 말이지.

“……예?”

밀리아는 갑작스러운 아르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스미스 그 아이를 이용하려 들었다가는 사나운 늑대에게 날개가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단 말이지.

“늑대...요?”

—사나운늑대지.하늘마저 찢어 버리는 아주 사나운늑대.

밀리아는 아르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스미스라는 남자를 건드리면 위험한 누군가가 적으로 돌아선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러니 아르델라 그년이 잘해주기를 바라야겠지. 생각은 조금 짧지만 솔직하고 연인에게 진심인 아이였으니 아르델라와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필로리 아가문에게 득이 될 만한 짓을 많이 해줄 테니 말이 야.

“……하아. 알겠습니다.그럼 저도 여기서 영주님의 계획이 잘되기를 기 도나 해야겠네요.”

—그건 또 무슨 시간낭비인가?

“아니 왜요?”

밀리 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수정 구슬에서 푸른 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내 계획보단 아르델라그년이 잘하기를 기도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지.

“•••기도에 효율이 어디있습니까? 그리고 그리 걱정이면 차라리 아르델라 님께도 전부 알려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년이 자네만큼만뻔뻔했으면 그랬을 텐데 말이야.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기도하지.

칭찬이죠?”

—행정관으로서는 칭찬이지. 인간으로서는 글쎄.

“이익!!”

—하하하. 그러면 더 할 말은 없는걸로 알고 이만 종료하도록 하지.

EE O 〒큐,

수정 구슬에 서 흘러 나오던 푸른 빛이 점차 흐려 지 더 니 이 내 평범한 수정 구슬로 돌아왔다.

“이이이이익!!”

흥분한 밀리 아가 수정 구슬을 향해 거칠게 팔을 뻗었다.

툭.

팔꿈치 에 무언가 닿는 느낌 이 들었고 밀리 아의 고개 가 살짝 옆으로 돌아 갔다.

“ 아.”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서류 더미가 밀리아의 눈에 들어왔고….

파스스슷.

기울어지던 서류 더미는 책상 아래로 떨어지면서 자유분방하게 흐트러지 더 니 그대 로 사방으로 흩날렸다.

“…….”

밀리아는 한동안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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