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89화 Ep.89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흔들흔들.
자고 있던 몸이 내 의 지와 상관없이 좌우로 흔들렸다.
덕분에 몽롱하던 정신이 빠르게 또렷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뻑 뻑 한 눈을 떠 보니 살짝 젖은 머 리 칼을 수건으로 두르고 있는 시 론 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병신아. 그만 쳐 자고 가서 세수라도 좀 하고 와.”
끄응.”
나는 길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푹신함이 침대의 양쪽 뺨따귀를 때리고도 남을 정도의 포근함을 가진 마 차의 좌석은 정말이지 마약과도 같은위험한 녀석이었다.
“어휴, 이침 좀봐라.
“어부으부읍.
99
머리를 닦던 수건으로 시론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린 입가의 침을 닦아 주었다.
“자,나가서 세수하고 와.”
“엉.,,
시론이 옆으로 비 켜섰고 나는 마차에 서 내 렸다.
마차에서 내린 내 눈에는 아주 맑은호수인지 강인지 모를, 아무튼 엄청 넓 고 맑은 물웅덩이 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으로는 아주 푸르른 꽃과 나무들이 파릇파릇하게 피어나 눈을 즐 겁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은아침이에요.”
“기에나씨도 좋은 아침입니다.”
엘프는 엘프인 것인지 ,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도 나무 위 에 앉아 정수리 에 작은 새들을 몇 마리 얹고 있는 기에 나씨 가 나에 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 다.
나는 허리를 다시 한번 쫙! 펴준 다음 물가로 가 대충 쪼그려 앉은 다음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물로 세수를 했다.
“어후〜 어후〜 시원하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 같은 말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물은 아주 시원하고 깨끗했다.
뭔 가 피부가 절로 좋아지 는 느낌 이 드는 그런 물이 었다.
“다했으면 와서 밥 먹어.”
“그래〜”
손으로 얼굴에 남은 물기를 털어내고 일어났다.
뒤돌아서니 마차에 들어갔던 시론이 파란색 유리병 하나와 건조된 빵조 각이 담긴 나무 그릇을 가지고 나와 있었다.
나는 익숙하게 시론에게서 그릇을 받았고 시론이 유리병의 마개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그릇에 부었다.
신선하고 시원한 우유가 그릇에 가득 담겼고 마른 빵이 우유를 머금어 불 어 났다.
시론은 마지 막으로 가죽으로 만들어진 물주머 니의 마개를 열어 안에 들 어 있던 꿀을 살짝 그릇에 넣어 주었다.
정말이지 호화롭기 짝이 없는 아침 식사가 아닐 수 없었다.
참고로 이렇게 호화스럽 게 먹는 건 오로지 나뿐이 었다.
시론과 기에나씨는 길드에서 구매한 건식으로 끼니를 대신했고 우리를 위해 마부를 겸임한 베네오경은 솔직히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몰링타를 떠난 지 벌써 이틀 차인데 베네오경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경우는 마차를 출발할 때나, 드레이크가 휴식이 필요할 때. 그리고 밤에 야영할 만 한곳에 도착했을 때. 이 세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베네오경이 사담을 하 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그릇에 담긴 빵과우유를 거의 흡입하듯 입에 밀어 넣었다.
솔직히 셋다내가뭘 먹든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모양인데 먹는 당사자인 내가 무척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급히 먹는 것도 첫날에는 시론과 기에나씨에게 꾸중을 들었 다.
그러다가 목에 걸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소화에 좋지 않다는 지극히 상식 적인 말로 혼을 냈다.
그런 둘에게 나는 같이 식사하면 그만두겠다라고 말을 했고 놀랍게도 두 사람은 그날 저녁부터 내가이렇게 흡입하듯 뭘 먹어도 터치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와 함께 이런 사치스러운 식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준비된 식량이 놀랍게도 나 한 사람분만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밀리아님께서 실수를 하셨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시론이 나 기에나씨의 반응을 봐서는 결코 실수는 아닌 모양이 었다.
가끔 이런 상황에 놓이면 남자라서 다행이 라는 생각이 문뜩 들곤 했다.
대충 나는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물가로가 우유의 유막이 살짝 남 아 있는 그릇을 맑은 물로 헹궜다.
—크르르릉.
“어이쿠.”
그릇을 마차에 넣으려고몸을 넣는데, 앞쪽에서 드레이크의 울음이 들려 왔다.
나는 그릇을 대충 자리에 넣어둔 다음 마차를 나와 드레이크가 있는 곳으 로 향했다.
—그르르르릉….
“그래그래.”
나는 드레 이 크의 머 리 를 손으로 크게 쓰다듬었다.
생 각보다 비 늘이 서 늘하고 또 그리 딱딱한 느낌 이 아니 라 나쁘지 않은 감 촉이라 나도 이 행위가 그리 싫진 않았다.
참고로 낯을 무척 가린다는 드레 이크의 머리를 내가 어째서 쓰다듬어주 고 있냐면, 첫날 밤. 소변을 보러 나왔던 나를 발견한 녀석이 자꾸만 나를 향 해 몸을 틀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그게 공격적인 행동인 줄 알고 존나 놀라 소변도 잊어버리고 얼른 마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마부석에 앉아 있던 베네오경이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시론과 기에나씨를 대동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나를 보던 베네오경이 드레 이크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보였고 나는 손으로 나와 드레이크를 여러번 가리켜야만했다.
........
몇 번인가의 확인 끝에 베네오경이 나에게 드레이크의 머리를 쓰다듬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고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녀석의 머리를 손 으로 쓰다듬었다.
그 결과는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다.
녀석은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낮은 소리로 그르릉거리며 내 허벅지보다 굵은 꼬리 를 살랑거 렸다.
“저 새끼… 저거 짐승아닐지도 몰라.”
“드레이크는 원래 몬스터에 가까운 마수입니 다.”
“……누가 그걸 모르냐?”
뒤쪽에선 시론과 기에나씨가 작게 투닥거렸다.
—그르르릉, 그르릉.
드레이크가 이제 됐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좋고 싫음이 정말 확실한 녀석이었다.
아무튼, 녀석이 내 손길에 만족했다는 것은 이제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 과 같은 신호였기에 나를 비롯한 시론과 기에나씨는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의 문이 닫혔고 마부석 에 올라탄 베 네오경 이 유리 창을 살짝 밀 었다.
“오늘 저녁쯤, 칼리오네 마을에 도착할 거다. 이변이 없다면 그곳에서 합 류하게 될 테니 그리 알고 있도록.”
베 네오경은 딱 그 말만 남기고 다시 유리를 밀어 창을 닫아버렸다.
덜컥.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움직이 기 시 작했다.
그러자 내 양옆에 앉은 시론과 기 에 나씨 가 내 팔을 꽉 끌어 안았다.
두사람의 가슴골에 파묻힌 팔은행복함에 비명을 질렀… 다가 아니라,두 사람이 이러는 이유는 첫 출발에서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며 좌석에서 균형 을 잃고 이리저리 굴렀기 때문이다.
아무튼,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위로 올라온 마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고 나는 양쪽의 푹신한 쿠션에 눌려 안정감 있게 자세를 유지 할 수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차에 덕지덕지 발려진 마법과 아티팩트 덕에 포장되 지 않은 산길을 빠르게 달림에도 마차의 흔들림은 거의 없는 듯이 편안했고 소리 또한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 편 안한 마차로 정 말 먹고 자는 시 간을 제 외 하고 무작정 달리 기 만 했 고 드디 어 도시를 떠 난 이틀째 저 녁 이 되는 때, 목표로 했던 케르낙스를 따라
잡을 것 같았다.
**
“갑자기 방을 빌리게 되 어 미안하군.”
“아휴, 아닙니다. 어차피 남는방이었으니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내일 이른 아침에 떠날 테니,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게 자네가 다시 한번 잘 말해주게.”
“감히 영주님의 기사와 병사들이 머물겠다는데 누가 동요를 한단 말입니 까? 그런 년이 있으면 제가 머리통을 그냥 작살을 내버리겠습니 다.”
“하하, 제발그러지 말게.”
케 르낙스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촌장이 팔을 걷 어 올리는 모습에 그만 피 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촌장도 씨익 웃으며 걷어 올렸던 팔을 도로 내렸다.
“그러면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사내들 빼고는 부족한 게 없 는 마을이니.”
“아니네. 난 신경 쓰지 말고 촌장도 그만쉬 게.”
“알겠습니 다. 그러면 이만 물러가겠습니 다.”
촌장이 가볍 게 고개 를 숙인 다음 방을 나갔고 케 르낙스는 그제 야 한숨을 내쉬 며 조금 딱딱한 침대에 엉덩일 붙이며 앉았다.
“나만 이런 방에서 자도괜찮은지 모르겠군….”
마을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고 주변 산림에서 버섯을 채집해 생계를 이 어가는 곳이었기에 당연히 여관 같은 숙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장인 케르낙스만이 촌장의 집에 빈방을 이용했고 나머지 병 사들은 마을 밖에 천막을 펼쳐 야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장 체력이 좋고 홀로 말을 타고 왔던 케르낙스는 당연히 이 사실이 그저 불편할 뿐이었으나,부관으로따라온 리나가 ‘대장님이 여기 계시면 저희가 더 불편하다니까요?’라는 말에 결국 백기를 들고 이렇게 홀로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둘다 걱정이군.”
케르낙스는 떠나기 전까지 깨어나지 않았던 스미스도, 또 기에나와 함께 신전에 들어갔다가 좋지 못한 표정으로 나왔던 시론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 쉬었다.
짝一!!
돌연 케 르낙스가 건틀릿을 착용한 손으로 본인의 뺨을 쳤다.
“정신 차려라. 케르낙스. 지금은그두 사람보다병사들이 우선이다.”
살짝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다시 한번 두드린 케르낙스가 침대에서 일어 났다.
케르낙스는 걸치고 있던 경갑을 벗어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조 심스럽게 아래로내려왔다.
마침 부엌에 서성이던 촌장이 케르낙스를 발견했다.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지요?”
“필요한 것은 아니고, 근처에 우물이 있다면 위치만 조금 알려주게.”
“씻으시 려는 거라면 조금 작긴 하지만 욕실 정도는 있습니 다.”
“괜찮네. 병사들도 살펴볼 겸 나가려는 것이니. 우물의 위치만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케르낙스는 촌장의 친절한 설명을 들은 다음, 집을 빠져나왔다.
사실 병사들을 살피 러 간다는 말은 거짓말이 었다.
지금쯤이면 천막을 다 펼치고 적당히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부 관인 리나의 말처럼 괜히 얼굴을들이밀어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앗!! 대장님 !!”
촌장의 집을 막 빠져나와 우물로 향하던 케르낙스는 손에 랜턴을 들고 걸 어오는 리 나를 발견하며 눈을 껌뻑 였다.
“보고할 거라도 생겼나?”
“아뇨. 그냥 대 장님 이 쓸쓸하실 것 같아서 왔죠.”
“쓸데없는 걱정은.”
말은 그렇게 했으나 케르낙스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리 나는 그것을 놓치 지 않았고 기 분 좋게 웃으며 케르낙스의 곁으로 다가 갔다.
“덥다. 붙지마라.”
“저도덥거든요? 근데 어디가시는중이셨어요?”
“잠깐몸을 식히러 가던 중이었다.”
“앗,그럼 저도 같이 가죠.”
리타의 밝은 대답에 케르낙스가 눈을 게슴츠레 만들고는 옆에 달라붙은 리나를 힐끗 노려봤다.
“……그런 취미는 없다만.”
“……저돈데요?”
감히 상관에게 보여서는 안 될 아주 괘씸한 표정을 지으며 리나가 대꾸했 다.
둘은 잠깐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마을이 작아서 그런지 엄청 조용하네요.”
“집안에 기다리는 어여쁜 사내가 있는데 밖을 나돌아다닐 이유가 없지.”
놀 거리가 없는 것도 큰 이유였지만, 이 마을이 밤이 되 었는데도 조용한 것 은 놀랍게도 가구마다 한명의 사내가존재했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동거하는 여인이 몇인지는 케르낙스도 알지 못했다.
그저 놀라울 정도로 서로 사이가 좋다는 것만 촌장과의 대화에서 어렴풋 이 알아차렸을 뿐이다.
길을 걷던 리나가푸념하듯 말했다.
괜히 도시로 올라왔나 봐요.”
“흔히들 하는 말이지.”
“하아… 차라리 고향에서 포도나 따고 있었으면 적어도 아이손그 자식이 랑은 어떻게 잘됐을 거 같은데.”
“이번에 휴가를받으면 고향에 내려가서 어떻게 해보지 그러나.”
“… …이 미 제 나랑 마리 아라는 년들과 동거하고 있다고 빌어먹을 동생년 이 편지로 알려줬거든요.”
“음…….”
케르낙스는 머쓱하게 뺨을 긁적였다.
솔직히 남자에 일절 관심이 없었던 본인이었기에 부하의 이런 푸념을 어떻 게 들어줘 야 할지 알지 못했다.
“아아, 빌어먹을 도시 놈들. 얼굴좀 반반하게 생겼다고 성격은또왜 그렇 게 지랄맞은 건지 몰라요!! 거기다 팔뚝만 살짝 스쳐도 얼마나 발광을 떠는 지. 어휴… 눈만 더럽게 높아서는.”
“으음….
남자를 만나려는 시도도, 또 관심도 없었기에 케르낙스는 도시의 남자들 이 얼마나 지랄맞은 성격을 소유했는지 사실 그닥 잘 알지 못했다.
케르낙스가 알고 있는 남자라고는 가끔 길드에 의뢰를 넣을 때 마주했던 … 지금은 수도로송환된 남자접수원이나 근처 가게의 주인쯤되는 이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전부 케르낙스의 직위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외모도 출중했기 에 전부 의도적으로 살갑게 다가와 케르낙스는 리나처럼 일반 병사들이 이 야기하는 남자에 대해선 솔직히 전혀 모른다고 말할수 있었다.
리 나는 케 르낙스의 떨 떠 름한 반응에 가재 눈으로 케 르낙스를 쏘아봤다.
“……대장님은 좋으시겠네요.”
“뭐,뭐가 말이냐.”
“스미스님 같은 자상하고 애정 넘치시는 분과 연인이 돼서요.”
“그건… 음. 그렇지.”
“아니 이럴 땐 부정하란말이에요!!”
얼굴을 붉히며 수긍하는 상관의 모습에 리나가 발끈하며 케르낙스의 옆 구리를 주먹으로 툭툭 두드렸다.
케르낙스는 부하의 귀 여운 투정에 어찌할 줄 몰라 그저 머쓱하게 웃으며 주먹을 받아줬다.
그렇게 몇 번인가 주먹을 받아줄 때였다.
“……리나.”
“에,예?”
주먹을 툭툭거리던 리나는 상관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눈을 껌뻑이며 상 관을 올려다봤다.
“밖이 소란 스럽다. 무슨 문제 가 생긴 모양이 다.”
“……예?”
리나는귀를귀울여 봤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케르낙스의 굳을 표정을 확인한 리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설마도적?”
리 나의 말에 케르낙스가 고개를 저 었다.
“사지가 잘리고 싶은 년이 그리 많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일단 직 접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가장 빠르겠지.”
“앗,대, 대장님!!”
리라는 갑작스럽게 어둠 속으로 뛰어가 버리는 케르낙스의 등을 보며 다 급히 상관의 뒤를 쫓았다.
“헥헥…!!”
그러나 기본적 인 신체 능력도, 경험도 모든 것이 부족한 리나가 케르낙스 의 뒤를 쫓는 것이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결국 케르낙스를 놓친 리 나가 혼자서 힘 겹 게 다리를 놀렸고 한참을 뛰 고 나서야 소란스러운 소리가 드디어 리나의 귀에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뭔 일이래?”
다행히 병장기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큰일이 벌어진 것은 아 닌 것 같았기에 리나는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잠깐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진정시 키 며 리나는 뭔가를 구경하듯 벽을 만 들어 서 있는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무슨일인데?”
리나가 병사들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으나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저 오묘한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리나가 얼굴을 구겼다.
아니 이년들이 미쳤나:
마음 같아서는 정강이를 걷어 차버리고 싶었으나 안쪽에 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리나로서는 쉽사리 그런 행동을 할 수 가 없었다.
키 가 조금만 컷어도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테지 만, 안타깝게도 부대 안에 서도 키 가 유독 작은 리 나는 얼굴을 잔뜩 구기 며 길을 막고 서 있는 병사 들의 틈을 뚫고 들어가야만 안쪽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에이시발. 나중에두고보자.”
리나는 자신의 부름에도 대꾸하지 않은 병사들의 얼굴을 기억한 다음 그 들의 틈에 손을 찔러 넣고 아주 힘겹게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숨 막힐 듯한 역겨운 땀내를 이 겨내고 드디어 밖으로 나온 리나는 궁금증 을 해결했다는 마음보다는 아주 ‘뭣’ 같은 것을 봐버렸다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스미스…….”
“내가 미안해. 케르낙스.”
“아, 아니다. 내가 더미안하다….”
“아냐내가더….”
리 나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한껏 모은 침을 바닥에 뱉 었다.
“아잇 싯팔.”
리나는 이번에 돌아올 휴가에 반드시 남자를 사귀고 말겠다고 마음속 깊 이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