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90화 Ep.90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카악, 퉤 !! 아 거 꼴깝 그만 떨고 좀 떨어지지 ?”
케르낙스와 화해의 포옹을 하고 있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날 선 시론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엄청난 수의 눈동자가 나와 케르낙스의 포옹을 지켜보고 있었다.
케르낙스 역시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꽉 끌어안고 있던 손에 살며시 힘을 뺐다.
그렇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천히 떨어졌다.
물론,그래봤자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기는했다.
“•••꾈.”
조금 전까지 서로를 껴안고 서로에게 사과했던 모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나와 케르낙스는 몹시 어색한 분위 기를 뿜어내며 서로의 눈치를 살 폈다.
순간 너무 기쁘고 반가워서 껴 안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의 마지막 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이다.
공식 적으로 서로 화해를 했던 것도 아니 었고 일방적 인 섹스로 케르낙스 를 내 가 실컷 괴롭히 다가 그만 내 가 기 절해 버 렸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던 거다.
“아시발. 더는 못 봐주겠다. 야!! 일단주변 정리 좀 하고 마저 주접떨지 그 러냐?”
“•••꾈.”
어색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던 케르낙스가 얼른 고개를 들어 시론을 돌아 봤다.
케 르낙스는 무어 라 입을 우물거 리 다가 이 내 고개 를 끄덕 이 며 뒤 돌아섰다
•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이 움찔했다.
“갑작스럽게 소란을 일으켜서 미안하다. 각자 자리로돌아가하던 일들을 마저 하도록.”
병사들이 눈을 껌뻑였다.
뭔 가 본인들이 생 각했던 반응이 아니 었던 모양이 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살짝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결 국에는 뒤돌아서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해산했다.
뭐, 근처 천막에 자리를 잡은 병사들은 곁눈질로 이쪽을 계속 힐끗했으나 그 정 도까지 뭐 라고 트집을 잡을 정도로 케 르낙스도 나도 나쁜 사람은 아 니었다.
“리나. 표정이 왜그러지?”
“제 표정이 어때서요?”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 이다만.”
“아〜 그렇구나. 아아〜 그럴 수도 있죠. 그러며 언〜? 좋은 시간 보내십쇼. 카악. 퉤!!”
케르낙스는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 있던 리나씨가 악귀 같은 표정으로 바닥에 침을 뱉고 돌아가는 장면이 보더니 다소 충격먹은 것 같은 얼굴로 입 술을 살짝 벌렸다.
그러 나 그것도 잠깐.
금방 정 신을 되 찾은 케 르낙스가 살짝 고장 난 로봇처 럼 삐걱 이 며 뒤 돌아 서나를돌아봤다.
“•••꾈그.”
“아아〜!! 시끄럽고 정리 끝났으면 일단 밥이나 좀 먹자. 배고파 뒈지겠네. 활쟁 이야 너도 배고프지 ?”
“저는 별로.”
“이런 눈치 밥 말아 먹는 년.”
“아, 그런 분위 기 였나요? 생각해보니 저도 조금 배가 고프군요.”
“늦었어 이년아.”
시론이 뭐 라고 하자 기 에 나씨는 그저 뚱한 얼굴로 어 깨를 으쓱일 뿐이 었 다.
아무튼, 둘의 그런 행동에 나에게 뭐라 말을 하려던 케르낙스가짧게 피식 웃으며 입을 닫았다.
덕분에 어색하던 분위 기도 조금 유순해졌다.
“그러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준비해라.”
“준비고 나발이고 썅년야. 같이 촌장이 있는 곳까지 좀 가자. 남는 식량 좀 사게.”
“흠•••뭐. 그러지.”
케르낙스가 승낙하자 시론이 기에나씨와 함께 내 옆을 지나쳐갔다.
시론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병신아. 어디 기웃거리지 말고 마차주변에 얌전히 있어라?”
“아니 시론아. 내 가 여기서 어딜 간다고 그래 ?”
“그러니까. 나도 그게 궁금하네 ?”
얌전히 있겠습니 다.”
“오냐.
그렇게 케르낙스는 시론과 기에나씨와 함께 안쪽으로 사라졌다.
철그럭.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부석에 앉아 있던 베네오경이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베 네오경 이 바닥에 몸을 웅크린 드레 이크를 잠깐 바라보더 니 갑자기 나 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철그럭. 철그럭.
베네오경이 ‘야. 잠깐 일로 와 봐라.’ 같은 뜻이 담긴 손짓을 했다.
나는 총총 걸어 베네오경 앞으로 다가왔다.
“잠깐이 녀석 좀부탁한다.”
“예 엩 아, 예.그냥 옆에 있으면 되는겁니까?”
“쓰다듬어줘도 괜찮다.”
“아, 옙. 그렇게 하겠습니다.”
베네오경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베네오경과 자리를 교환했다.
!..
.
잠깐 드레 이 크를 바라보더 니 베 네 오경은 시론들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 조용히 마을로 사라졌다.
—크르르릉.
“그래그래.”
베 네오경 이 사라지자마자 내허벅지보다 큰 꼬리로 바닥을 살짝 두드리 더니 녀석이 고개를 살짝돌려 머리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뭐 거의 대형 견을 쓰다듬는다는 생각으로 녀석의 머리를 큼직하게 쓰다듬었고 녀석은 기분 좋다는 듯이 꼬리로 바닥을 마당 쓸 듯이 좌우로 흔 들어 댔다.
“시 발… … 부럽다.”
“다음생은 나도저 새끼로태어나야지.”
“짐승만도 못한 삶….”
뭔 가 드레 이크를 쓰다듬고 있으니 주변에 서 암울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들려왔다.
—크르릉, 크릉. 푸르르릉.
드레 이크가 고개를 살짝 돌려 이쪽을 힐끗거 리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 며 콧방귀를 꼈다.
“……저 새끼 방금우리 비웃은 거 아니냐?”
“그치? 너도 그렇게 보였지?”
“아니 저 씹새가?”
금방이라도 칼을 뽑고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취하는 병사들.
솔직히 매우 곤란했다.
정 말로 병 사들이 드레 이크에 게 무슨 짓을 할 것 같은 살짝 맛이 간 눈을 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르릉.
내 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드레 이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가 손을 떼며 살짝 물러나자 드레 이크가 돌연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웅크리고 있을 때도 내가 서 있던 키와 비슷했던 드레이크의 덩치 가순식간에 나를훌쩍 뛰어넘어 거의 내 넽배 가까이 머리가 높아졌다.
사라락.
몸을 일으킨 녀석이 두꺼운 꼬리로 내 허리를 휘감더니 살짝 나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중에 번쩍 들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운반되 었다.
“……히끅.”
꿀꺽.”
“•••바, 밥, 바밥이 다되되된 거 가가가튼데….”
드레이크의 몸에 가려져 병사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갑자기 병사들 이 잔뜩 겁을 먹은 듯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스으윽.
병사들의 겁먹은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여전히 내 허리를 감고 있던 꼬 리가다시 움직이더니 나를 다시 원래 위치에 내려놓았다.
휘감은 꼬리를푼 드레이크가 다시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
드레이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잠을 자듯이 머리를 바닥에 수 그렸고 병사들은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이쪽으로 고개도 돌리려고 하지 않으려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행동하고 있었다.
잘은모르겠지만, 상호 원만하게 해결이 된 것 같았기에 나는드레이크 옆 에 서서 시론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아니, 아무리 버섯으로 생계를 이어간다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이 년들은 무슨 버섯 못 먹으면 죽는 병이 라도 걸렸나.”
“시론아. 맛있게 다먹고그런 말하는 거 아니다.그리고 입에 묻었다.”
“우읍
드레 이크가 잠들고 조금 더 시 간이 흐른 후에 야 시 론들이 돌아왔는데 손 에는 김 이 모락모락 피 어오르는 스튜와 버섯구이 같은 것들이 가득 담긴 쟁 반을들고 있었다.
아, 거기에는베네오경도 함께 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돌아온 우리는 마차의 앞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아 마을 주민들에 게 서 구매한 음식들로 생 각보다 괜찮은 저 녁 식 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대충 시론의 입에 묻은 양념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시론이 잠깐 눈을 찌푸리 기는 했으나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게 저녁 식사가끝났다는신호가되었는지, 멍하니 앉아있던 기에나씨 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정리는 제가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쉬고 계시죠.”
“•••꾈.”
마부석에 서 식 사를 하던 베 네오경도 아래로 내 려왔다.
베네오경이 먼저 빈 그릇이 담긴 쟁반을 가지고 마을로 향했고 기에나씨 가요령 좋게 우리의 식기가담긴 쟁반들을모두 들고베네오경의 뒤를쫓아 사라졌다.
“그….”
“아. 지랄 말고 일단 마차 안으로 좀 들어 가자.”
케 르낙스가 뭐 라 말을 하려 던 것을 시론이 중간에 끊어 먹으며 자리 에 서 일어났다.
시론이 마차의 문을 열었고 내 손을 붙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멍청하게 앉아 있지 말고 빨리 들어오지?”
“……그러지.”
케르낙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마차의 문이 닫혔고 케 르낙스가 잠깐 서 서 앉을 곳을 살폈다.
시론이 케르낙스를 보며 말했다.
“지랄말고그냥 옆에 앉지?”
“•••꾈.”
케르낙스가 잠깐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내 옆에 앉았다.
“•••꾈.”
“•••꾈.”
마차 안에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슬쩍 시론을 곁눈질했다.
무슨 생각인지 시론은 눈을 감고서 자는 척을 시전했다.
아마도 나와 케르낙스의 대화를 더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배려인 모양이다.
저 런 것을 보면 역시 나 시론은 씹 데 레 가 확실했다.
“그•••꾈.”
내 가 고개를 돌렸다.
케르낙스가 살짝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 다.
“몸은… 괜찮나?”
“엉.괜찮아. 아주 팔팔하지.”
나는 가지 런히 무릎에 손을 얹고 있던 케르낙스의 한쪽 손을 붙잡아 내 가 슴에 얹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뛴다는 게 딱히 건강하다는 증표는 아니지만, 왠지 이런 것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또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보였다.
케 르낙스가 입술을 달싹거 리 며 나를 올려 다보더니 완전히 익 어버린 사과 처럼 얼굴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어때. 건강한 것같지?”
“그, 렇군.”
케르낙스는 내 가슴에 얹어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작게 끄덕 였다.
“스미스....”
“엉.”
케 르낙스가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물끄러 미 바라봤다.
나 역시 케르낙스의 푸른 눈동자를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
“음
무언가 말을 할 것 같던 케르낙스가 살포시 눈을 감았다.
키 스를 바란다는 케르낙스 나름의 표현이 었다.
나는 옆에 앉은 케르낙스의 허리를 살포시 한 손으로 끌어안으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과 입술이, 서로의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눈을 파르르 떨고 있는 케르낙스가 참으로 귀 여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겹치려는 내 눈이 문뜩 마차의 창밖을 향했다.
“푸흡!!”
키 스하려 던 나는 그만 고개 를 돌려 기 침 을 토하고 말았다.
잠깐 멍하니 있던 케르낙스가 눈을 껌뻑이더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잠깐. 나갔다오지.”
케 르낙스가 마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히이이익!!
—저,전아닙니다!!
—리나, 리나백인 대장님이 억지로…
—지랄하지 마!! 대장님?! 모,모함!! 모함이에요!!
마차의 문이 닫혔다.
다시 고요해졌다.
“푸흡….
자는 척을 하던 시론이 잠깐 피식 웃더니 그대로 몸을 틀어버렸다.
아무래도 까칠한 시론이 생각해도 조금 웃겼던 모양이다.
나는 굳이 밖을 보지 않기로 했다.
“아. 마침 마을이니 여기서 나눠주는 게 좋겠다.”
나는 칸막이 뒤에 실려 있는 ‘밤의 요정mk.2’를 떠올렸다.
딱히 누가 볼 사람도 없고 병사들도 다 모여 있으니 자기 전에 배포하고 착용법을 알려주면 될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케르낙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내 눈앞에 익숙한 반투명한창이 떠올랐다.
【정규직(파견사원)으로의 승진 한달차가되신 것을축하드립니다.】
【이제 어엿한 갓-컴퍼니의 사원이 되셨군요.】
【진정한 가족이 되신 서민수(평사원)님께서 좀 더 강한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부금을 받아 가도록 하겠습니다.】
【서민수(평사원)님의 소유로 인정되는 금전, 물적 자원의 30%를 기부받 도록 하겠습니다.】
— 은화 祄닢을 기부하셨습니다.
— 밤의 요정 275짝을 기부하셨습니다.
— 순수 철 879kg을 기부하셨습니다.
— 깡나무 630g 을기부하셨습니다.
【서민수(평사원)님께서 갓-컴퍼니의 발전을위한 기부 감사드립니다.】
뭔가 손쓸 틈도 없이 떠올랐던 창이 순식 간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멍하니 눈을 껌뻑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칸막이의 문을 열었다.
스타킹이 가득 들어 있는 자루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유독 홀쭉해 보이는 자루가 보였다.
나는 홀쭉해 보이는 자루로 걸어가 손으로 살짝 눌렀다.
자루는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자루가 푸욱 꺼졌다.
“•••꾈어?”
오랜만에 뒤통수가 얼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