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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93화 (93/771)

횐 93화  Ep.93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모의전 치고는 분위기가 상당히 흉흉하군.”

살벌하기 짝이 없던 분위 기 속에서 홀로 동떨어져 있는 맑은 목소리 가 순 식간에 주변을 물들였다.

등허리에 흐르던 식은땀이 멈췄으며 쿵쿵거리던 가슴이 차츰 제 심박수를 찾아갔다.

“케르낙스.”

예.”

높아졌던 케르낙스의 목소리가 평소와 같이 차분함을 되찾았다.

“모의전 중이었나?”

“ 아—”

“하하, 그렇고말고! 바로 보셨습니다. 실전과 같은 모의전을 치르려고 막 진형을 움직 이던 참이 었습니다. 그럼요.”

분조잘 년이 감히 케 르낙스의 말을 잘라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좆구라를 씨부렁거리며 거짓 날조를 시전했다.

“너는 누구지.”

“아!! 소개가늦었습니다.저는비오린 자작가의 장녀인 라니아비오린이 라고 합니 다. 편하게 라니 아라고 불러주시죠.”

“그러지. 라니아.”

“예.”

“한 번만 더 내 기사의 말을 잘라먹는다면 그 혀를 뽑아버릴 테니 주의하 라.”

“•••꾈.”

주변의 공기가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내 마음은 가벼웠다.

아주고소했다.

“케르낙스.”

“예. 모의 전은 처음 듣는 이 야기 입 니 다.”

“그렇군.그럼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이유는무엇인가.”

“그것은….

케르낙스는 이곳에 도착한뒤에 벌어졌던 사건을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 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흐음. 마차에 난저 자국은그래서 생긴 거로군.”

“그렇습니다.”

“이거참 어처구니가 없군.”

진심으로 어이가 없는것인지 헛웃음이 중간중간섞여 있었다.

“여기자작의 차녀가있나?”

“……제가차녀인 레니아비오린입니다.”

“누구에게 맞았나?”

“•••단련하다가 잠깐 방심했습니다.”

“뭐. 그런 것으로 넘어 가 주마. 그래. 내 가 듣기로는 여기 책 임 자는 차녀 인 레니아. 그대가 책임자로 전달받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내가 전달을

잘못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설명할 기회를 주마.”

“그것이…….”

분조잘 년에게 뺨을 얻어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레니아라는 불쌍한 차 녀께서 떨리는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써 노력하며 듣는 사람이 다 안타까 울 정도로 또박또박, 천천히 상황을 설명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원래 분조잘 장녀 라니아는 지금쯤 다른 도시에서 영지전을 치르고 그 뒷 수습을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영지전을 신 청했던 상대편이 돌연 배상금을 지불하고 영지전을 물려버린 것이다.

할 일이 없어진 이 분조잘년은원래 도시에 박혀 있지 않고차녀인 레니아 를 돕는다는 이유를 들며 본인 휘하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 바젤란에 도착한 것이다.

“그렇군.그런데 레니아여.”

“예.”

“장녀가 지원을 온 것은 온 것이지 어째서 저것이 머리 노릇을 하고 있는지 물었는데 왜 계속 헛소리를하는 거냐.”

“그,그게….”

“그대의 아비 인 비오린 자작이 공식 적으로 임명한 책 임자는 분명 레 니 아 그대다. 내말이 틀렸나?”

“아니, 아,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곳의 책임 자는 여전히 레 니 아. 그대 이 다. 맞나?”

“……맞습니다.”

“좋다.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분명 우리 측에서 저 마차가 가문의 상징이 라 경고를 했다 들었다. 그럼에도 저것이 감히 마차에 흠집을 내고 병사를 동 원해 마차를뜯어내려고 했다지? 이것이 사실임을 인정하는가? 만약 거짓 이 있다면 지금 고하라.”

“……모두, 모두 사실입니다.”

분위 기 가 한층 더 무거워 졌다.

“벨라니스.”

“예.단장님.”

“저 것은 한쪽 다리를 자르고 나머 지 년들은 모두 죽여라.”

“예.”

스릉一!!

날카로운 소리 가 들려왔다.

“모,모두움직이지 마라!! 아르델라경!!”

차녀가 다급히 아르델라님을 불렀다.

목소리 에 서 다급함과 초조함이 고스란히 느껴 졌다.

“라니 아 언니와 그 병사들이 죄를 지은 것은 인정하겠습니 다. 그러나 그것 은 너무… 너무 과한 처사입 니 다. 이곳은 필로리 아 백 작령 이 아니 라 우리 비 오린 자작령이라는 사실도… 고려해 주십시오.”

“모든 것을 고려하고 내린 결정이다. 벨라니스.”

아르델라님이 벨라니스경을 부르자, 주변에서 일제히 검을 뽑는 날카로 운 소리 가 들려왔다.

“히익?!”

“사,살려주십시오!!”

“저희는그저 명령에 따랐을뿐입니다!!”

병사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이 순식간에 주변을 좀먹어 갔다.

혼란의 장소로 변해 가던 바로 그때 였다.

“소가주.”

병사들의 시끄러운 비명을 아무렇지 않게 짓누르며 선명하게 들려온 베네 오경의 목소리.

“잠깐 멈춰주십시오.”

“그러지.”

베 네오경의 요구에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할말이 있다면 하도록.”

“잠깐 귀를 빌리겠습니다.”

“그러게.”

베 네오경의 철장화 소리 가 규칙적으로 울리다가 어느 순간 멎었다.

아마 아르델라님의 곁에 도착한 모양이다.

“……사실인가?”

“예.혹시라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가주께서 소가주께 사실대로 전하 라 하셨습니다.”

....... a 99

“그럼.

다시 철장화 소리가들리더니 ‘그르르릉.’소리와함께 소리가 멎었다.

베네오경이 원래 자리로돌아갔다는 걸 알수 있었다.

뭔가 한바탕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것 같던 분위 기가 갑자 기 어수선하게 변했다.

여 기 저 기 서 딸꾹질이 나 헛숨을 들이 키는 소리 , 또는 공포에 질려 우는 듯 한 미 약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모두가 아르델라님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니아.”

“예,예!!”

“병사들의 무장을해제하고 전부옥에 가둬라.”

“가... 감사합니다!!”

차녀 레니아는 아르델라님이 혹시라도 다시 말을 바꿀 것 같았는지 ‘뭣들 하는 것이냐!! 당장 무기를 버리고 모두 꿇어라!!’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자 신의 병사들에게 명령에 전원 옥에 처박으라고 명령했다.

“라니아.”

“예 •••예에.”

생기가 돌아온 차녀와 달리, 우리 분조잘 장녀는 아르델라님의 부름에 거 의 뒈지기 직전의 사람처럼 힘없이 대답했다.

“이리 와라.”

“•••꾈.”

잠깐의 정적.그리고一

“컥...!!”

뭔가 걷어차이는 소리와 함께 장녀의 입에서 단말마가튀어나왔다.

“일어나라.”

“예,예에

컥...!!”

“일어나라.”

“……커흑!!”

“일어나라.”

“사,살려….”

“일어나라. 그러지 않겠다면 그 필요 없는 다리를 모두 잘라주마.”

“•••히 익.”

장녀의 공포에 질린 비명과 함께, 장녀의 입에서는 몇 번인지 알수 없는 비 명 이 흘러 나왔고 소란스럽 던 주변 역시 자연스럽 게 조용해 졌다.

“컥 •••커흑……요, 용서를….”

“레니아.”

“……예.”

“내 눈에 보이지 않게 처리해라.도시를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내 눈에 모 습을 드러 낸다면 그땐 정 말 다리를 잘라 버 릴 것이 다.”

“예.그리고… 사정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치워라.”

별관으로 모셔라.”

차녀의 말을 끝으로 밖은 한동안 누구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발소리만 끊임없이 들려올뿐이었다.

“……크흠.”

발소리 가 줄어들기 시 작할 때쯤이 었다.

아르델라님이 돌연 헛기침을 했다.

다그닥. 말발굽 소리 가 조금씩 가까워 졌다.

가까워 지 던 말발굽 소리 가 멈췄다.

“모험가시론... 거기서 뭘 하고 있는건가.”

“……의뢰 수행 중인데요.”

“혹시 그 의뢰 가 누굴 보호하는 건가?”

시론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 보호 대상이 설마 내가 알고 있는 사내 이고?”

“그런데요.”

하아아아.”

아르델라님이 아주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다 끝났으니 그만 나와도 괜찮다.”

“안 그래도 나가려고 했는데요.”

시론은 여전히 아르델라님께 삐딱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꼬박꼬박 존대 하는 게 어 디 인 가.

아무튼, 시론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고 기에나씨가뒤를 따랐다.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덩치는 내가두 사람보다 훨씬 큰데 너무 아이 취급을 당 하는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둘의 손을 잡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는 둘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히 익.”

마차에서 내린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놀라고 말았다.

아르델라님 의 옆쪽에 말과 함께 백은의 갑주로 무장한 기 사단이 빼곡하 게 나열한 상태로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너무반짝여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다.

“음.저번의 그복장이구나.”

“예? 아, 예. 그렇습니다.”

나는 바이저를 올리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르델라님을 향해 매우 공 손하게 대 답하며 고개를 끄덕 였다.

“식사는?”

“아직입니다.”

“그렇군. 레니아.”

“•••꾈.”

아르델라님 이 차녀 인 레 니 아를 불렀으나 레 니 아는 대 답하지 않았다.

그에 모두의 시선이 레니아에게 쏠렸는데 다름이 아니라 레니아는 내 얼 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차녀인 레니아뿐만아니라 그녀 휘하의 병사와 기사들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케르낙스가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감정을 담아 기침을 했다.

멍하던 레니아의 눈이 커지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죄,죄송합니다.”

“됐다. 그보다 그만 안으로 들어 갔으면 하는데 그대의 생 각은 어떤 가?”

“아!! 마, 만찬을 준비하라 일러두었습니다. 제나!!”

차녀가 누군가를 부르듯 소리치자, 병사들의 틈에서 단발머리 여인이 뛰 어나왔다.

“예!!”

“병사들이 쉴 장소를 안내하고 함께 식사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제 나라는 이름의 병사가 경례를 하더니 우리쪽 병사들에 게 뛰 어가 ‘백 인 대장있나?’라고 말했고 리나씨가 당당하게 ‘나다’라고 말하며 나왔다.

두 사람이 뭐 라 속닥이 는 동안 차녀 인 레 니 아가 말을 이 었다.

“기사단을 위한 만찬장은 따로 준비해두었습니다. 만찬이 끝나기 전에 쉴 수 있는 막사도 지 어두라 일러두겠습니 다.”

“이쪽은신경 쓰지 말고병사들을 더 챙겨주도록.”

“그리하겠습니다.”

차녀가 아르델라님께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일단 안으로들어가시죠. 기사들의 안내는저희 측 기사들이 맡을 겁니다.”

“그러지.”

아르델라님이 가볍게 말에서 내렸다.

“벨라니스. 부탁한다.”

“예.단장님.”

바이저를 쓴 벨라니스경이 말을 끌고 걸어와 아르델라님이 타고 계셨던 말의 고삐를 붙잡았다.

말을 넘긴 아르델라님 이 아주 자연스럽 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델라님이 내 양옆에 있던 시론과 기에나씨를 한번 훑어본 다음 말했 다.

“호위면 호위답게 뒤로 가는 게 어떤가?”

“……이게 더 안전한데요.”

“상황에 따라선 그럴 수 있지. 그러나 여기선 그렇게까지 밀착할 필요는 없 어 보이는군.”

“글쎄요. 여기 애들 눈알 굴러가는 거 보니까 그다지 안전해 보이진 않던 데.”

아르델라님 의 말에 시론이 따박따박 말대 답으로 받아쳤다.

다행인 점은 아르델라님의 표정이 그리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었다.

거 기 다 아르델 라님의 기 사단도 크게 신경 쓰는 눈치도 아니 었다.

오히려 성으로 안내하려고 준비하던 차녀인 레니아와 일부 사람들이 안절 부절못하는 얼굴로 둘의 말다툼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고로 그 일부 사람들에는 나도 포함된 다.

“…… ”

“…… ”

아르델라님과 시론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아니, 노려봤다가 더 알맞은표현인 것 같다.

한참을 노려보던 아르델라님이 돌연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나에게 내밀어진 아르델라님의 손과 아르델라님의 얼굴. 그리고 옆 에 있는시론의 얼굴까지.고개를총세 번 돌려야했다.

참고로 아르델라님의 얼굴은 특유의 그 무덤덤한 얼굴이었고 시론은 이 미 눈썹이 V자로 합쳐져 있었다.

누가 봐도 존나 빡쳐 있다는 걸 쉽 게 알 수 있었다.

“손이 허전하군.”

“•••꾈.”

앞에서 아르델라님이 손을 꼼지락거렸고 옆에서는 시론의 입에서 아주 섬뜩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지.

전에도 이런 상황을 한 번 겪었던 것 같은데.

아아. 기억이 났다.

전에 신전에서 아르델라님을 처음 봤을 때, 이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다. 그런데 빌어먹을 이놈의 상황도 성장해서 찾아 오고 말았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당연하지만, 아르델라님의 신분과 이곳에서의 직위를 생각하면 당연히 아르델라님의 손을 붙잡는 게 맞았다. 근데 그게 잘 안됐다.

내 가 정신이 아찔한 상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스르륵.

“어?”

허리에 전해지는묵직한 감각과 함께 순식간에 내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르르르릉.

여태 얌전히 있던 드레 이크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꼬리로 나를 휘 감아 들어 올린 것이다.

모두가 순간 당황했다.

그런데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속으로 드레 이크를 아주 칭 찬했다.

공중에 떠오른 내 몸이 천천히 아래로내려왔다.

그런데 위치가 조금 이상했다.

엩,,

나는베네오경의 바로 옆에 내려섰다.

그것도 아주 밀착된 상태로.

아르델라님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나와 베네오경을 향했다.

베네오경이 슬쩍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르르릉.

스르륵.

드레이크의 꼬리가 내 허리를다시 휘감아 베네오경의 옆으로 붙였다.

“…… ,

“…… ”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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