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03화 Ep.103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푸흡
!!”
케르낙스를배웅한뒤, 자연스럽게 만찬실에서 아침을 함께 하게 된 시론 이 마시던 물을 뿜었다.
옆에 앉아 있던 기에나씨가 시론에게 손수건을꺼내 넘겨주었고시론이 살짝 일그러진 시 선으로 나를 보며 입을 닦았다.
“아니, 너… 그런 말을 거기서 했다고?”
“진짜궁금해서 그러는데 시론아. 내가뭐 잘못한 거냐?”
“하아...이병신을 어쩌면 좋을까.”
입을 닦은 시론이 이 번 엔 한 손으로 본인의 이 마를 툭툭 치 며 고개 를 저 었 다.
“그래. 너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했을 것 같긴 하다.”
“그건 그렇죠.”
시론이 말했고 옆에 있던 기에나씨가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까 뭐가.
나도 좀 알려줘.
“야. 잘 생각해 봐. 일 나가는 여자를 위해 남자가 직접 마중까지 나왔어? 거 기 다가 조심하라거 나 잘 가라는 말도 아니고 ‘기 다리고 있을게 .’라고 말을 해 엩 이 게 무슨 뜻일 것 같냐? 아아, 단순히 기다린다는 의미는 집 어치우고.”
“그거 말고… 다른 의미가 있나?”
“있지. 있고말고. 상식 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왜 기다리 냐? 그 반대면 몰라 도. 그런데도 남자가 여자를 기다린다? 답은하나지. 밤에 한판하자는 의미 말고뭐가더 있겠어?”
“……그게 그렇게 된다고?”
이 런 음란한 여자들을 봤나.
내 순수한 배웅에 그런 음란함을 덧씌우다니.
그런데 시론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런 오해를불러일으킬 만 한환경이기는 했다.
“이제 알겠냐?”
“그러니까 내가 방금 전에 공개 섹스어필을 했다는 소리지 ?”
“……그래.그리고 밖에서는 말좀 가려서 해라.”
시론이 눈짓을 줬고 그제 야 나는 이 공간에 우리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 시중을 들기 위한 여집사들이 함께 있다는 걸 떠올렸다.
나야 아르델라와의 잠자리 뒷정리까지 맡긴 입장으로서 이 정도는 아무 렇지도 않았으나 시론은 아닌 모양이다.
의외로 이런 면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니까.
대충 잡담과 함께 식 사가 마무리되 어 갈 때였다.
시론이 들고 있던 수저를빈 접시에 놓으며 나에게 말했다.
“근데 왜 나한텐 누나라고 안 불러 ?”
“……어?”
내 가 방금 잘 못 들은 걸까.
나는 확인을 위해 시론에게 물었다.
“시론아. 방금뭐라고했니?”
“나한테도 누나라고 불러 봐. 얼른. 그래 야 공평하지.”
잡담 잘 나누며 밥까지 맛있게 먹었는데 돌연 시론이 오리처럼 입술을 내 빼며 나를 바라봤다.
사실 누나라고불러주는 거야그리 어렵지 않은데,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 어린 시론에게 누나라니.
“아니, 시론아. 그래도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너가 날 오빠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말 나온 김에 스미스오빠라고 불러 너 一緂
찰팍一!!
무언가 적당히 촉촉한 것이 내 얼굴에 날아들었다.
손으로 집어 보니 조금 전, 시론이 입을 닦던 기에나씨의 손수건이었다.
“오, 오, 오쁘•••는 무슨!!”
머리색 만큼이나 강렬하게 얼굴이 달아오른 시론이 나에게 삿대질을 하 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니, 오빠라고불러주는 게 그렇게 힘드니.
시론아. 이 오빠는 마음이 아프구나.
그때, 얌전히 식사를 끝낸 기에 나씨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저는 확실히 스미스님보다 나이가 많으니 누나라고 부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 너, 너 미쳤어?!”
“왜 그러시는지 ? 어제 다 이야기가 끝난걸로 압니다만.”
“아니!!”
뭔 진 모르겠는데 내 가 아르델 라와 시 간을 보내는 동안 시론은 기 에 나씨 와 케르낙스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그런데 기에나씨에게 누나라니.
외모를 본다면 누나라고 부르는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나이 차를 생각하 면 조금무례한게 아닐까.
아무튼, 시론의 누나와 나의 오빠의 발언은중간에 끼어든 기에나씨에 의 해서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여집사들에게 떠넘긴 후, 우리는 시론의 방에서 소화를 겸한 휴식을 취했다.
여집사가 가져다준 향긋한 차를 마시며 숨을 돌릴 때였다.
“그런데 병신아.”
엉. 왜?”
이전처럼 내 무릎에 머리를 베고누워 있던 시론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영지전 말이야. 꼭 직관할 필요는 없지 않아?”
“영지전?”
“그래.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잖아.”
“그렇지.그러니 더더욱 직관해야지.”
사실을 말하자면 영지전을 직관하고 싶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은 인간이 몇이나될까.
당연히 나는 그 몇 안 되는 인간 중에 포함되 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내가 영지전을 직관해야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고서는 ‘밤 의 요정’에 대 한 정확한 성능을 눈으로 확인할 방법 이 없기도 하고 어 디 서 나 그렇지 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글로 작성된 문서 나 남의 입을 통해 전 해 듣는 건 여러모로 마음에 와닿는 정도가 다르니 말이다.
“그냥 눈으로 볼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 야?”
“응? 그렇지.눈으로볼수만 있으면 되지.그러니까 여기까지 왔지.”
내 허벅지를 베고누워 있던 시론이 벌떡一!!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손에 들고 있단 찻잔을 놓치는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야. 그럼 직관 갈 필요 없겠다.”
몸을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리 대답한시론.
나 역시 시론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직관을 갈필요가 없다니. 시론아.좀 길게 말해주면 안될까?”
“지금 말하려고 했거든?”
시론이 ‘하여튼 참을성이 없어요.’라고 툴툴거리며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 했다.
“그렇게 된 거지.”
“그렇구나.”
나는 시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시론의 말을요약하자면, 이렇다.
어제 내 가 마네킹 이 되 어 있던 시간에 케르낙스와 레니 아가 영지 전의 일 로 이런저 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뜬금없이 레 니 아가 나에 대한 이 야기를 꺼 냈다.
레니아의 말을줄이고 줄이면 ‘저놈은뭐 때문에 여기 왔냐.’라는 거였다.
그 질문에 케르낙스는숨길 건 숨기며 어차피 드러나게 될 것만레니아에 게 알려줬고 레니아는 ‘병사들이 착용한 방어구의 성능을 직접 눈으로확인 하기 위해 왔다.’ 정도로 알아들었다고 한다.
핵심은 여기서부터다.
영 지 전은 양쪽 영지의 관계 자라면 누구든 지 켜볼 수 있다.
아르델라의 입김을 강하게 받은 레니아 역시 내가 바란다면 영지전을 지 켜볼 수 있게 충분히 배려해 주겠다고도 말했다.
다만, 그 말과 동시에 이런 말도 했다.
-방어구의 성능을 확인하고 싶은 거라면 영지전 당일, 상인회에서 제공하 는 중계 영상을 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래도 직관을 원하신다면 이쪽에서 준비 할 수 있는 모든 편의를 제공 해 드릴겁니다.
라고 말이다.
여기서 중계 영상이란, 시론이 알려주길.
아주 더럽게 비싼투영 마법이 내장된 통신 수정구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여 러 통신구를 거쳐 전달되는 영상이라 알려줬다.
쉽 게 말해서 딜레 이가 조금 긴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었다.
영지전이 일어나면 보통 가까운 도시에 있는 상인과 상단이 연합해 각자 제공 할 수 있는 수정구나 장소를 지원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그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이유는 하나.
바로 돈이다.
영지전을 주제로 벌어지는 수많은 내기 도박.
거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만으로도 그들은 서로가 흡족할 만한 돈을 만진 다고한다.
물론, 그중 일부는 도시의 발전이 라는 명목으로 기부를 한다는데 과연 그 게 정말 기부금일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결론은 내가 직관을 하던, 중계를 보던 어느 쪽을 고르던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다는 소리 다.
“이거라면 직접 보러 갈필요 없겠지?”
“말만 들어보면 그렇긴 한데, 그거 잘보이긴 해?”
“잘 보여야 보는 년들이 재미가 있을 거고 재미 가 있어야 다음에도 보러 을 거 아냐.”
“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음식이든 볼거리든 눈이 즐거우면 일단 절반은 먹고 들어가니 장사치 입 장에서는 특별히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거다.
“정 못 미더우면 지금 가서 한번 보여달라고하던가.”
“그래도 되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금 여기 성주가 직접 편의를 봐주는 녀석의 말인 데 미쳤다고 거절하겠냐?”
시론이 가슴팍 안에서 작은 은메 달을 꺼 내 보였다.
비오린 자작가의 문양이 각인 된 메달로, 자작가의 손길이 닿은곳에서는 자작가의 일원과 같은 대우를 받게 만들어주는 증표라고 했다.
“원래 너한테 줘야하는데 혹시라도 잊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내가들고 있 을 거야. 알겠어?”
“음. 내가 생각해도 그게 좋을 거 같긴 해.”
내 가 물건이 나 흘리고 다니는 그런 띨띨한 바보는 아니 지만, 이 세 계 에는 소매치기라는 아주 비양심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기에 귀중품은 되 도록 시론이나 기에나씨에게 맡기는 편이 나로서도 마음이 놓였다.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자. 어차피 여기서 할 것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
원래 소화는 앉아 있는 것보다 걷는 쪽이 더 잘 된다고도 했고, 또 근처 신 전의 위치나 이것저것 알아보고 돌아다니려면 일찍 나가는 편이 여러모로 좋 기도했다.
“그럼, 나가 볼까?”
우리는 앞서 걷고 있는 병사들의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저 일행끼리 편하게 나가려고 했으나, 레니아가 일 러두기를.
—아르델 라경과 제 가 자리 를 비 운 사이 에 만에 하나라도 도시 를 찾은 귀 족과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병사들을 붙 이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고 병사들이 알려왔다.
저런 말을 들었는데 거부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최소한으로 앞뒤로 두 명.
총 네 명의 병사에게 호위를받으며 길을 걷고 있다.
덕분에 주변의 이목을 사기는 했으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길을 편하 게 활보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저 건물입니다.”
앞서 걷던 병사 하나의 건물을 가리 키 며 그리 말했다.
한눈에 봐도 주변 건물보다는 머리 두 개 정도큰 상인회의 건물.
그 앞에는 여러 사람이 소리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에 각자 망치나 판자 같은 걸 쥐고 있는 걸 보면 안쪽에 뭔가 공사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 다.
“이쪽으로.
병사의 안내로 우리는 건물의 옆으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한적해졌고 얼마 걷지 않아 꽤 고급스러운 장비를 갖 춰 입은두 명의 여성이 서 있는 곳에서 병사가 걸음을 멈췄다.
자세히 보니 두 명의 여성 뒤에는 안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이 두 사람이 저 문을 지키는 문지기였던 모양이다.
문지기 여성들이 무어라 묻기도 전에 병사 한 명이 다가가 그녀들의 귓가 에 무어라 속닥였다.
얼 마 지 나지 않아 두 문지 기 가 옆으로 비 켜 섰다.
“들어가시죠.”
우리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병사들과 상인회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 다.
“어떤 용무로 방문하셨습니 까?”
안으로 들어서 자마자 주름 하나 없는 정 장을 차려 입 은 여 인 이 다가와 병 사들에게 물었다.
“성주님의 손님이시다.오늘 책임자는누구지?”
“흑선 상단의 냐호님 이십니다.”
“……다른지부장은 없나?”
병사가 살짝 곤란하다는 듯이 대 답했고 정장의 여성이 잠깐 병사의 어깨 너머로 나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 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다른 분이 계신지 알아보고 있다면 모시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
“부탁하지.”
정 장 여 성 이 또각또각 소리 를 내 며 안쪽으로 사라졌다.
병사가 뒤돌아 나에게 말했다.
“죄 송합니 다. 잠시 만 기 다려 주십 시 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흑선 상단의 냐호라는 분은 만나면 곤란한 분인가요?”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냐호 지부장은 순혈 흑묘족 여성입니다.”
병사의 말에 나는놀랐다.
세상에.
새로운 이종족 여성이라니.
근데 그게 만나면 곤란한 이유인가?
나는 병사가 다음 말을 이어 할때까지 얌전히 입을 닫고 기다렸다.
병사가 눈을 껌 뻑 이 며 나를 바라봤다.
“•••꾈.”
“•••꾈.”
잠깐의 침묵.
“그게… 끝인가요?”
“예? 아, 예.”
음. 흑묘족이라는 종족이 혹시 성격이 아주 지랄맞은 종족인 걸까?
실제로 고양이에 대한 묘성이 자주 논란이 되기도 하고 또 알 수 없는 기 행을 자주 벌이 기도 하는 생명체 이 기는 하다.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지도모르겠다.
다만, 개 인적으로는 한 번쯤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 잠깐 냐호라는 흑묘족 여성을 상상하고 있을 때, 조금 전에 사라졌던 정장 여성이 다시 돌아왔다.
등뒤에 새로운 여성을데리고 말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은….”
“히익—?!”
정장 여성을 따라오던 여성이 돌연 우리를 보더니 아주 높은 비명을 내지 르다 본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동시에 정장 여성을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모두의 시선이 그 여성에게 쏠 렸다.
살짝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여성.
풍만한 가슴에 요염함이 느껴 지는 몸매 .
뭔 가 돈이 많은 것을 표현하려고 안달이 난 것 같은 복장.
나는 정장 여성의 뒤에 얼어붙어 있는 여성을보며 말했다.
“꿀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