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05화 Ep.105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흐흥〜 평화협정 사실이 공표되자마자 돈이 마구들어오는구냐〜 아주 좋 구냐〜!”
집무실의자 앞에 앉아 수북하게 쌓여 있는문서들을 정리하는흑선 상단 의 바젤란 지부 지부장 냐호의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이 그려졌다.
“응〜?”
문서를 살피던 냐호의 시선이 멈췄다.
〈바스티 아 남작 - 보고서
“어디어디〜”
남작령에 지부를 두고 있는 상인회의 상단들이 보내온 보고서를 냐호가 털이 복슬복슬한귀를 쫑긋 움직이며 천천히 살폈다.
“다른 지원은 없고〜? 정예 창병 천 오백.궁병 삼백. 기사서른에 창기병 삼백이 라.”
냐호는 보고서를 옆으로 밀며 생 각했다.
바스티아 남작령은 그리 부유한 영지가 아니다.
창병과 궁병 이 야 보편적 으로 모든 영주가 육성하는 병과이 니 그 숫자가 많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몬스터의 위협도 받지 않는 영지가 창기병을 삼백이나 육성했다 는 점이 너무 이상했다.
“비오린의 그 망냐니에게 단단히 열 받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상하구냐
〜
일단 품종이 최 하라고 평 가받는 전마일지 라도 일반 말과 비 교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러나 비싼 건 두 번째 문제다.
전마를 생산하는 영지는 대륙에서도 손가락으로 샐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적은 것과 달리, 전마를 구하려는 영주는 샐 수 없이 많다.
즉, 돈이 많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심지어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바스티아 남작 아래의 기사와 창기병이 탑승할 전마의 털이 적갈색을 띠며 꼬리가 눈처럼 새하얗다고 적혀 있었다.
이 왕국에 전마를 다루는 영지가 세 곳이 있으며 세 곳 모두 전마의 특징이 달랐다.
그 중, 털이 적 갈색 을 띠고 꼬리 가 눈처 럼 새 하얀 전마를 생 산하는 영 지는.
왕국에 단 셋뿐인 대영주이며 전대 왕에게 ‘겨울 검’이란 칭호를 하사받은 . 비토리오 왕국의 개국 공신 가문인 필로리 아가의 현 가주인 아르델 필로리 아변경백의 영지다.
“필로리아가의 전마 삼백 필이라면, 족히 남작령의 넽년 치 예산은 필요로 했을텐데〜”
거기다 전마에게 걸칠 마갑과 관리를 생각한다면….
“무리지〜”
아무리 생 각해도 바스티 아 남작이 감당 할 수 있는 금액 이 아니 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분이 끼어들어 이거 참곤란하구냐.”
사실 크게 고민할 것도 없는 일이 었다.
필로리 아가의 전마는 오로지 왕실만이 구매 할 수 있으며 그렇게 사들인 전마를 왕실에서 적절히 경매나 균형을 생각해 영주들에게 판매한다.
당연히 상대 적으로 가난한 남작이 필로리 아가의 전마를 구할 가능성은 한없이 바닥에 가까웠다.
그런 남작이 필로리아가의 전마삼백 필을 가지고 있다면 생각 할수 있는 것은단 하나.
“변경백이〜 직접 지원해줬다.”
그것 밖에는 답이 없다.
만약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영지전은천재지변이 벌어져 남작가의 병사들 을 휩 쓸어 버 리 지 않는 이 상 절대 적으로 바스티 아 남작의 승리로 끝날 것이 다.
이유는 간단하다.
왕국 개국 이후, 필로리 아가는 단 한 번도 가문에 해가 되는 일에 손을 벌 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뭐〜찾아보면 나올지도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기록된 문서에는 그랬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백작가에서 단순히 한곳에만 지원을 해줬다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서로 맞붙게 될 양측 모 두에 백작가의 손길이 닿았다는 점 때문이다.
“정말로 곤란하단 말이지….”
책상에 턱을 괸 냐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왕국이 아닌, 대륙 믫대 상단에 속하는 흑선이다.
취급하지 않는물품이 없으며 그중에는 당연히 정보 역시 포함되어 있다.
물론, 선을 넘어 활동하는 암흑가와 비교한다면 격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이다.
다만, 비오린 자작가와 바스티아 남작가의 내부 사정 정도는 마음만 먹 으면 얼마든지 기밀로 치부하는 정보까지 빼내 올수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 어디 에서도 필로리아 백작가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화의 흔적도, 거래의 흔적도. 그 무엇 하나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이 나 가늘게 뜬 눈으로 책 상을 바라보던 냐호가 다시 눈을 크게 뜨며 웃었다.
“이번에는〜 콩고물만 받아먹 어 야겠네.”
언제나처럼 사전에 획득한 정보로 내기 도박 전에 소문을 풀고 당일 선동 을 일으켜 돈을 긁어모을 생각이었으나 이번에는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상인 된 자로서 가끔은 과감하게 도박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이 번엔 아니었다.
“흐아아앗〜! 후냐〜”
냐호가 손을 위로 뻗으며 쭉! 기지개를 켰다.
복슬복슬한 귀 와 꼬리 도 손을 따라 위 로 쭉쭉 뻗 었다가 스르륵 아래 로 내 려왔다.
“그런데 간식 가져올시간이 한참지냤는데 왜 아무도안오는거야?”
머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분이 필수.
때문에 냐호는 항상 단 것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 당분을 보충해 야 할 시 간이 지 났음에도 방을 찾아와야 할 이 가오지 않았다.
냐호는 책상 서랍에서 수정 구슬을 꺼 냈다.
잠시 후, 수정 구슬에서 파란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네.지부장님.
“어라〜? 베냐르는 어디 갔어?”
—베나르 부지부장은 잠깐 성에서 오신 손님분들을 맞이하러 내려가 셨습니다.
“손님〜? 그럼 냐를 불러야지 냐는 왜 안 불러?”
—일행에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렇구냐〜”
냐호는 납득했다.
인간 남성은 본능적으로 순혈 이종족 여성을 두려워하니 어쩔 수 없다.
“근데〜 언제 내려갔어?”
—조금되셨습니다.
“그런데〜왜 안올라와?”
—지부장님 대 신 접대 를 맡기 려 던 황금 갈대 상단주와 손님과의 관계 에 문제가 있어서 부지부장이 중재 겸 대신 접대 중이라고들었습니다.
“걘〜 물건도 반절 이상 털려 왔던데 또 뭐 가 문제라니 ?”
—손님 중 한 분이 황금 갈대 상단주보고 돈 떼먹은 시발년이 라고 말한 걸 들은 사람들이 좀됩니다.
“상인회 〜 망신은 걔가 다 시 키 는구냐.”
냐호는 대충 달달한 거나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 키려다가 눈을 깜박였 다.
‘중요 인물들은 오늘 전부 자리를 비웠는데 ?緒
그럼 지금 찾아온 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 찾아온 손님분들은 어떤 분들이니 ?”
—일단비오린 자작가의 징표를 가지고 있으며, 일행에 포함된 남성에게 어제 필로리아가의 장녀가 옷을 선물하고 또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 아르델라 필로리 아. 걔 가?”
냐호는 정말 오랜만에 경악했다.
‘왕족 주선의 만남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그 백 작가의 장녀 가 남자에 게 옷을 선물하고 저녁을 함께 했다고?’
“그래〜 수고해.”
냐호는 구슬을 서랍에 넣으며 생각했다.
선물과 식사.
속뜻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그 남자에 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가문의 이익에 민감한 그쪽에서 호의를 보일 정도의 남자라 면….
‘무리를 해서 라도 접촉해 볼 필요가 있어 .’
부지부장인 베 나르가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부터 이 미 만남이 거 부되 었다는 것을 뜻하는 바이 나 그럼 에 도 남자와 만나봐야겠 다는 생 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도〜 불쑥 얼굴을 내미는 건 조금그럴 테니 일단….”
냐호는 얼른 작은 편지 지를 꺼 내 몇 자 끄적 였다.
그다음 검은 봉투에 곱게 포장한 다음.
“리리琿”
방 한쪽에 마련된 방석 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가 고개 를 들었다.
“이리오렴〜”
푸른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 가 작게 하품을 하고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냐호의 책상위에 올라왔다.
냐호는 리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냐호와 리리의 눈이 동시에 뜨였다.
푸른 눈이던 리리의 눈동자가 냐호와 같은 푸른색과 녹색의 오드아이로 변해 있었다.
“좋아〜 가볼까?”
리리의 몸을 완벽하게 빌린 냐호가 리리의 몸으로 책상 아래로 뛰어내렸 다.
‘이쪽이구냐〜’
부지부장인 베 나르의 냄새를 따라 냐호가 총총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곳은 나흘뒤에 있을 영지전의 중계에 사용될 수정 구슬이 보관된 방이었다.
냐호는 굳게 닫힌 문 안으로 베 나르의 목소리 가 들려오는 걸 확인하고는 문을 앞발로 살살 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냐호는 베 나르가 밖으로 나오기 전에 얼른 안으로 몸을 쏙 집 어넣었다.
“•••꾈.”
‘뭘 〜 그런 눈으로 보고 있니. 얼른 편지나 보렴.’
말은 통하지 않으나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기 에 냐호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언짢은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베나르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결국 베 나르가 편지를 읽 었다.
‘자〜 얼른 날다시언급하렴.’
편지를 접는 베나르를 보며 냐호가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베나르의 입에서 나온말은냐호가원하던 말이 아니었다.
“이 녀석은당장치우도록 하겠습니다.”
‘뭐〜? 날 왜치워? 너이렇게나올 거니? 그럼나도 그냥 막 나간다?’
냐호는 앉아 있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베나르를 보며 얼른 원래의 몸 을 자리에서 일으켰다.
그때 옆에서 아주 선이 굵고 선명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아뇨. 괜찮습니다만.”
...
남성의 말에 베나르가 다시 손을 회수하며 허리를 곧게 폈다.
방을 빠져 나와 곧바로 베 나르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 던 냐호도 걸음을 멈 추고 계단 앞에 앉았다.
‘뭐지〜? 지금 남자가 말린 거야?’
몬스터 다음으로 남자들이 꺼 려하는 게 고양이인데 그걸 남자가 말렸다 니.
냐호는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 당사자를 확인하기 위해 리리의 몸을 움직였다.
‘이건….’
시선이 낮아진 탓일까.
아님 원래 저 남성이 큰 것일까.
또 심 장은 왜 이 리 콩닥이는 걸까.
냐호는 올곧은 검은 눈동자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남성의 얼굴에서 눈 을 뗄수 없었다.
그때 자신을 바라보던 남성 이 베 나르에 게 물었다.
“혹시 만져봐도됩니까?”
냐호는 깜짝 놀랐다.
‘뭐? 만진다고? 누굴? 날?’
정확히는 몸을 빌린 고양이 리리를 만지겠다는 소리였으나 너무 놀란 냐호는 그걸 구분하지 조차 못했다.
그때 냐호의 귀에 얼핏 ‘본인이 만지고싶다는데 뭘 어쩌겠어.’ 같은 말이 들려왔다.
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허락한 모양이다.
‘진짜...날만지겠다고?’
냐호는 어느새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힌 남성에게 천천히 다가 가고 있었다.
천천히 뻗어져 나오는 커다란손.
그곳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
냐호는 정신없이 그 커다란 손에 머리를 마구 문질렀다.
‘하아… 하아아… 뭐, 뭐냐, 이, 이 간질간질한 감각은……?’
그저 손에 머리를문지를 뿐인데 몸에 열이 차오르며 아랫배가 계속쿵쿵 하고 울렸다.
“하으으으읏….
남자가 머 리 부터 등허 리를 손으로 살살 문지 르기 시 작했는데 순간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를 뻔했다.
냐호는 이를 악물면서도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감각 에 취해 남자의 손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수 없었다.
큼지막한 손이 전신을 마구 쓰다듬는 감각.
허락한 적 없는 곳까지 뻗 어오는 큼지 막한 손.
태 어 나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수치 심 에 자꾸만 아랫배 가 쿵쿵 울렸다.
“하아, 하아아…!!”
어느새 거칠어진 호흡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 었을 때였다.
등허 리 를 농락하던 커 다란 손의 존재 가 사라졌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
팡一!!
“히야으으응〜!!”
어느 곳에서도 걸러지지 못한 순수한 쾌감의 전류가 냐호의 뇌를 그대로 강타했다.
“으, 으힛봽”
냐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끄응
냐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등 뒤로 잔뜩 날 선 여성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겁니까?”
고개 를 돌리 니 그곳에 는 책 상 의 자에 앉아 문서를 훑고 있는 베 나르가 있 었다.
베나르는 잠이 덜 깬 듯한 눈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상사를 향해 말했 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그 말에는 꽤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자신보다능력도 좋은 분이 어째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냐.
분명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신호를 보냈는데 왜 그런 일을 벌인 거냐.
자신의 반대를 무시하고 나왔으면 가능한 활용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좋은 인상을 남겨줘도 모자랄 판에 왜 계단 한복판에서 치녀처럼 뻗어 있었 던 거냐.
이 모든 말을 속 시 원하게 쏘아대 고 싶 었으나, 베 나르는 상사의 상태 가 조금 좋지 않은 것 같아 말을 함축하고 함축해 내뱉은 것이다.
그런 베나르의 물음에 냐호는 대답 대신.
“영지전 당일… 책임자가 누구지?”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아냐됐어. 그게 무슨상관이겠어.”
냐호가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밤하늘보다 깊은 흑발이 그녀의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접혀 있던귀 가곧게 펴졌고힘 없이 늘어져 있던꼬리 가살랑 고개를들었 다.
“베냐르.”
“•••꾈네.”
냐호의 자리에 앉아 있던 베나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물러났다.
냐호는 자연스럽 게 베 나르가 앉아 있던 자리 에 앉으며 말했다.
“책임자. 냐로 바꿔.”
“엠마지부장이 항의할….”
말을 하던 베나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냐호의 시선에 그만 입 을 다물었다.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섬뜩한 안광이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냐호가 다시 고개를돌리며 말했다.
“바꿔.”
“……네.”
베나르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