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113화 (113/771)

횐 113화  Ep.ll祄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우와…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는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바보야.”

내 걱정스러운 말에 시론이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테이블에 놓인 과자하 나를 집어다가내 입에 넣어주었다.

우물우물.

입에 넣자마자 사라지는 마법.

스미스가매우높게 평….

아니, 이게 아니라.

나는 감히 가격을 예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비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 조각의 위에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영상을 한 번 더 유심히 바라봤다.

처음에는 전체 적인 모습을 보여줘 그 크기 가 매우 작아 그다지 위협적 이 라는 생 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슬슬 영지 전의 시 간이 가까워 질수록 거리 가 좁혀지더니 이제는 병사들의 얼굴까지 알아볼 정도로 선명하고 그 거리 가 가까웠다.

이제 곧 케르낙스와 싸우게 될 이들의 표정은 누구 하나 겁먹은 이가 없었 으며 어떠한 결의에 찬 것처럼 사나운 눈매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비췄다.

일반 병사들의 모습이 지나가고 바로 뒤이어 병사들의 키를 아득히 뛰어 넘는 엄청난 체구의, 강철로 된 마갑으로 전신을 무장한 말 위에 올라탄 이 들이 굳은 얼굴로 창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내 가 걱정을 표한 것도 바로 저들 때문이 었다.

간접적으로 비추어지는 모습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드는데 이걸 직접 상대하게 될 이들은 지금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압박감을 느낄 것이 뻔하 다.

그러니 내가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그나마 양옆에 있는 시론과 기에나씨가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반응했기에 걱정으로 날뛰던 내 가슴도 덩달아조금 차분해진 감이 없잖아 있다.

아마 나 같은 녀석들과 함께 있었다면 [스미스똥3] 같은 식으로 세트 시너 지가 발동되어 아주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난리를 쳤겠지.

똑. 똑. 똑.

굳게 닫힌 문을 누군가 두드려 왔다.

—냐호입 니 다. 들어 가도 괜찮을까요?

“아,네. 들어오세요.”

문이 소리 없이 열리더니 냐호가뒤에 몇 명의 사람을대동하고방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우리 이외의 다른 손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단순히 냐호 가 테이블에 놓인 과자들을 정리하기 위해 데려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냐호와 함께 소리 없이 다가와 테이블에 올려진 과자와 티 세트를 수거했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이들이 들어와 새롭게 군것질 거리를 세팅한 후, 한 사람만 문 옆에 남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조 용히 방을 나갔다.

그때, 테이블을 유심히 살피던 시론이 소파 옆에 선 냐호 지부장을 바라보 며 말했다.

“술은 없냐?”

역시 시론이다.

나 이외의 사람에겐 가차 없이 말을놓는 이 털털한성격.

“흑맥주부터 브루봉와인까지.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하시죠.”

냐호가 싱긋 웃으며 그리 대 답했고.

“그럼, 흑맥주로.”

“알겠습니 다. 다른 분들께서도 따로 요청하실 게 있다면 부담 없이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 다.”

냐호 지부장의 배려에 나는 잠깐 고민했다.

나도 그냥 맥주나 시켜?

아무리 생각해도 맨정신으로 보기에는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아랫배가 살살 아려올 지경이다.

근데 또 ‘신’이 실제로존재하는 세계에서 술에 취해 경건하지 못한 자세 와 정 신으로 기도라도 했다가 괜히 부정 적 인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저는 괜찮습니다.”

“옆에분은…?”

냐호 지부장이 기 에 나씨 에 게 아주 조심스럽 게 물었고.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기에나씨의 대답에 냐호 지부장이 살짝 경직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 덕였다.

냐호 지부장이 문 옆에 서 있던 여성에게 눈짓을 주자그녀가조용히 방을 나갔고 얼마 지 나지 않아 서리 가 낀 나무 잔을 가지고 돌아와 조심 스럽 게 테 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와, 돈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이 거 마시 라고 준 건 맞지 ?”

“그럼요.”

냉기가흘러나오는 나무잔을 시론이 가리키며 묻자 냐호 지부장이 부드 럽게 눈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그대로 마셨다가는 이빨이 다 깨질 것 같은데? 아, 그만큼 차가워 보인다는 말이야.”

“호호, 저희 가 보유한 마도구가 조금 값이 비 싸기 는 하답니 다. 그리고 설 마손님께 그런 걸 내놓았을까요. 그러니 안심하고 드셔주세요.”

분명 서로 웃는 얼굴로 무척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째 분위 기는 말을 더 할수록 무거워지는 것일까.

시론과 냐호 지부장이 잠깐 입을 닫고 서로를 노려보듯 바라봤다.

그러다가 시론이 입꼬리를 비틀며 허리춤에 달아놨던 묵직한 주머니 하나 를풀어다가테이블에 올리며 말했다.

“근데 여긴 내기 도박 같은 건 안 하나?”

“물론진행하고 있답니다.”

“근데 왜 아무런 설명도 없냐? 조금 있으면 슬슬 시작할시간인데 말이야. ”

“죄송합니 다. 귀 한 분들을 모셔서 들뜬 바람에 그 부분을 놓치고 말았습 니다.”

......

냐호 지부장이 입 가에 미소를 지우며 시론에 게 고개를 숙였고 그제 야 시 론의 비틀린 미소가 조금 정상적인 미소로 돌아왔다.

음. 침대에선 그렇게나귀여울수가 없는데 밖에만 나오면 어쩜 이리도 털 털하게 남을 대하는 걸까.

물론, 그런 점도 시론의 매력이긴 하지.

거 기 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시론이 의 외 로 상황과 대 상을 가려 가 며 행동한다는 거다. 좋은 예시로는 아멜라 누님과 아르델라가 있겠다.

아무튼, 지금은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기 도박이라니.

“시론아.이런걸로내기는좀그렇지 않을까?”

사람 목숨 달린 일에 돈을 건다니.

아직은 나에게 조금 허들이 높은 문화랄까.

그러나 이런 나의 반응에 시론이 오히려 혀를 차며 나에게 목소리를 높였 다.

“바보야. 너 케르낙스 그년이 질 거라고 생각해?”

“절대 아니지.”

다칠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도 질 거라는 생각은 결단코 하지 않았다.

“그럼 당연히 있는 거 다털어서라도그쪽에다가걸어야지.”

응?

99

내가이상한건가.

그게 갑자기 그렇게 된다고?

그런 내 반응에 시론이 혀를 차며.

“너희 부족에는 이런 의식 같은 것도 없었냐?”

“내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해. 시론아.”

언제부터 도박을 의식 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 르겠으나 그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런 도박에 돈을 거는 새끼들이 바라는 게 뭐겠어 ?”

“그야...돈을 건 쪽이 이기는 거겠지?”

“그래. 바로 그거.”

시론이 ‘이제 알겠지?’라는 표정으로 나를바라봤다.

미안한데 시론아. 그래서 그게 뭔데.

나도 좀 알려주지 않으련.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그러니까. 이런 내기에서는 걸린 판돈이 곧 믿음의 크기라는소리야. 내 가 이 만큼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이 확고하다는 증명 이라고 할까.”

“맞습니다.”

얌전히 있던 냐호 지부장이 시론의 말을 받았다.

“그 외 에도 누군가가 갑자기 엄청 난 금액의 돈을 내 건다면 사람들은 자연 스럽게 판돈을 건 사람이 무언가 확신이 있다 생각하며 그쪽으로 몰려드는 경향이 있답니다.”

확실히. 아무런 정보도 없이 거액을 도박에 거는 이들은 없을 테니.

“그럼,거액을 내 건 사람을 보고 자신의 크고 작은 돈을 따라 내 기 에 걸게 된 이들은 최소한그 순간만큼은 자신들이 내건 돈을 위해서라도내기의 대 상이 승리하기를 각자가 믿는 신에게 진심으로 기도하죠. 물론, 그런 기도를 들어줄 신께서 존재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같이 기도해주는 이들이 있 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 안은 되 니까요.”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런 의미가 있을 줄은 몰랐다.

다짜고짜 돈을 내걸라는 시론의 말을 들었을 때는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그의미를 알고나니 어째서 시론이 돈을걸라고 했는지 이해가됐다.

근데 여기서 또문제가 있다.

이런 비렁뱅이 스미스쉨.

어떻게 동화 한 닢을 안들고 다니냐.

빌어먹을. 생각해보니 몰링타에 있을 때부터 내가돈을 들고 다닌 적이 손 에 꼽을 만큼 적었다.

이세계 생활의 대부분을 그저 길드 심부름만 다니고 그 안에서만 지냈는 데 내가 돈을 들고 다닐 일이 뭐가 있을까.

심지어 스스로돈을 벌게 된 이후로는 시론이나케르낙스. 거기에 더해 아 르델라까지 합세해서 내가 돈을 쓸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스스로 말하고 나서야느낀 건데 최근에 나 인생의 절정기를 달리 고있을지도?

지구에선 감히 말도 붙여보지 못할 미인들과 연인 사이에다가그 연인들 이 하나 같이 애정이 넘쳐서 내가원하는 건 다들못이기는 척 다 들어주기까 지한다니.

이게 이세계의 순기능…?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건데 시론과 이어진 후로 오늘까지 가족에 대한 생 각을 세 번은 했을까 싶다.

뭐, 대충 그만큼 지금이 행복하다는 거지.

아무튼, 요점은 그거다.

내 가 동전 한 닢 없는 무일푼이 라는 거.

시론이 허둥거리는 날보며 다시 혀를 찼다.

“너가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안했으니 그냥 얌전히 있어.”

“돈이라면 제가.”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기에나씨가 테이블에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올려 놨다.

크기 만 보면 시론의 주머 니보다 작았는데 뭔 가, 뭔 가 더 묵직해 보이는 이 느낌은 뭘까.

“뭐야. 너도 돈 있었냐?”

“비상금 정도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편이죠.”

기 에 나씨 가 나를 보며 말을 이 었다.

“사실, 주셨던 활에 비해서 제가해드리는 게 너무 없어서 항상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걸로라도 조금 그 가치를 대신 할수 있으면 좋겠네요.”

요약하자면 부담가지지 말고 저 주머니를 내 돈이라 생각하고 써라는 걸 까?

아니 뭐 이런 착한숲의 엘프를 봤나.

저 주머니 안에 얼마가들어 있던 남을 위해 돈을 쾌척한다는행위 자체가 매우하기 어려운행위라는 걸 알기에 나는그저 소리 없이 기에나씨에게 감 사의 마음을 눈으로 전달할 뿐이 다.

내 눈빛을 받은 기 에 나씨의 입꼬리 가 살짝 올라갔다가 금세 무덤 덤한 일 자 입술로 돌아왔다.

“지랄한다 진짜.”

“쓰읍. 시론아. 말곱게 써야지.”

“……곱게 쓴거거든.”

내가 기에나씨의 편을 들어서인지 시론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살짝 토라 졌을 때의 표정을 지었다.

젠장.

케르낙스와 병사들을 생각하면 절대 이런생각을 해서는 안되지만토라 진 시론이라니. 너무 귀 엽잖아.

둘만 있는 자리 였으면 당장 꼭 끌어 안아줬을 텐데.

나는 슬그머니 시론의 손을 붙잡아 깍지를 꼈다.

그제 야 시론의 입 술이 다시 원래 대로 작고 귀 여운 앵두 입술로 돌아갔다.

“크흠. 그러면 종목은 단순 승패. 진영은 비오린 자작으로. 괜찮으신지요 엩,,

나는 고개 를 끄덕 이 며 물었다.

“승패 말고도 종목이 더 있습니까?”

“몇 가지가더 있습니다.우선 양측의 사상….”

“아아, 됐어. 알려주지마.”

시론이 냐호 지부장의 말을 끊었고.

“생명이 쉽게 바스러지는 이런 일에는 질이 좋지 않은 것들이 다수 있답니 다. 그러니 스미스님께서는 크게 궁금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기 에 나씨 가 거 들었다.

“죄송합니다. 본질이 상인이다보니….

거기에 냐호 지부장까지 나에게 사과해왔다.

이 런 분위 기 이 다 보니 나도 더는 뭐 라 말을 꺼 낼 수가 없었다.

“그보다 얼른 판돈이나 확인하고 아래 에 알려주지 ?”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냐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 옆에 서 있던 여성이 테이블로 다가와먼저 시론의 주머니를 쥐었다.

“금화 넽닢. 은화 30장입니다.”

“돈귀신이 따로 없네.”

여성의 말에 시론이 감탄하듯 작게 말했다.

아무래도 주머니에 들어 있는 액수를 정확히 맞춘 모양이다.

시론의 확인을 받은 여성이 주머니를 품에 넣고 이번에는 기에나씨가 올 린, 내 몫으로 된 주머니를 주웠다.

흠칫.

여성이 입을 여는 것 대신 당황한 얼굴로 냐호 지부장을 바라봤다.

“지부장님….”

냐호 지부장이 우리를 향해.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여성과 함께 살짝 뒤로 물러났다.

“너. 저 안에 뭘 넣어 놨길래 저래?”

“매번 활동 자금으로 들어오던 걸 넣어 뒀습니다만.”

“활동 자금?”

시 론이 고개 를 갸웃하며 기 에 나씨 에 게 조금 더 자세 한 대 답을 요구하려 던바로그때.

“……정말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정말로 이 주머니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내기에 사용하실 건가요?”

냐호 지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생글 웃던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지으니 자연스럽게 안의 내용물이 궁금해 졌다.

그러나 내 가 그걸 묻는 일은 없었다.

“예.전부걸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실례되는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나는 이번만큼은 그녀가 어째서 사과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내가저 주머니 안의 내용물이 궁금했음에도묻지 않았던 것과같은 이유일 것이다.

케르낙스가 승리할 거라는 확고한 믿음.

저 주머니의 내용물은 어차피 고스란히 다시 나에게 돌아올 거다.

궁금함은 저게 다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확인해도 전혀 늦지 않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저 주머니의 내용물을 확인해보겠다는 것은 나의, 케 르낙스와 병사들의 승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것이다.

아마 그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 지만, 예상외의 너무나 큰 금액 이 라 되묻고 만 것일 거다.

냐호 지부장이 뒤에 서 있는 여성에게 고개를끄덕이자 여성이 아주 조심 스럽게 주머니를 품에 갈무리한 다음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여성이 안으로 들어와 빈자리를 대신했다.

“좋아. 그러면 대충 다 마무리 가된 것 같으니.”

시론이 나와 깍지를 끼 지 않은 손을 뻗 어 서 리 가 어 려 있는 맥 주잔을 집 어 들며 소파에 몸을 편하기 눕혔다.

“우리 둘째 실력 구경이나좀해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