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14화 Ep.l 14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필락스 평원.
녹빛 들판과 푸른 하늘이 맞닿는 장소.
저무는 태양이 몸을 감추는 곳.
밤하늘과 이어진 길.
이 모두가 필락스 평원을 다녀간 이들이 남긴 감상이 다. 그저 바라보기 만 하더라도 사람을 감상에 젖게 만드는 아름다운 장소.
그러나 오늘 평원을 방문한 이들은 그런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무겁고 끈적 한 전운으로 가득 찬 푸른 들판.
끝과 끝에 자리 잡은 이들은 묵묵히 입을 다문 채, 각자의 손에 들린 병장 기를 꼬나쥐고서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살의를 발산하고 있었다.
바스티아 남작진영의 후방에 위치한 코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작령의 작은 마을 출신인 그녀는 성 인식을 치르자마자 지루하고 가난 한 고향을 떠 나 그곳에 서 일주일 거 리 에 있는 위 젯 이 라는 도시로 향했고 곧 바로 일반병사 시험에 합격해 병사가 되었다.
고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라고는 얼마 하지도 않는 나무를 캐 거나 가끔 보 이는 약초나 버섯을 채집하는 것이 전부였다.
특히나 또래가 없었던 그녀로서는 같이 놀 상대도 없었기에 더욱이 이런 것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시로 상경해 병사가 된 후에도 그녀의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 다.
반복적인 거리의 순찰.
가끔 차례가 돌아오는 성문의 경비.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지루하고 반복적 인 일.
물론, 고향에서 나무 따위를 내다 팔 때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의 봉 급을 받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도시의 물가가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쌌기에 그녀는 여전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고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한 아저씨들만 가 득했던 마을과 달리, 도시에는 젊고 귀 여운 남자들을 쉽 게 볼 수 있다는 정 도일까.
그렇다. 거리나 가게에 앉아 있는 남자를 그저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병사가되고오년이 흘러 십인장이 된 그녀는 지금까지 꾸준히 돈을모으 고 모았으나 여전히 타지에서 올라온 병사들이 생활 할 수 있도록 제공된 좁 아터진 공용주택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말이라도 제대로 붙여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달에 은화 20닢은 들어 가는 집은 가지 고 있어야 수많은 경쟁 자와 최소한 어깨는 나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에 은화 30닢을 봉급으로 받는 그녀로서는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필요로했다.
그런데 그 길을 단숨에 좁힐 기회가생겼다.
바로 영지전이었다.
상대는 돈으로 작위를 샀다고도 비꼬는 사람들이 많은, 바로 옆 영지인 비 오린 자작령.
자작의 장녀 가 남작님의 귀하디 귀 한 둘째 도련님 에 게 씻을 수 없는 모욕 을 주었다는 게 이번 영지전의 이유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그녀에게 있어서 이유 따윈 뭐 가 됐든 상관없었다.
지원하는 것만으로 무려 금화 슩닢을 지급하며 공에 따라 추가로 포상을 내리거나 진급까지 시켜준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솔직히 얼굴은 뵌 적이 없으나, 이미 남작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병사가된 만큼 강제 로 차출한다 하더 라도 누구 하나 제 대 로 불만을 표하지 않았을 터 다.
그럼 에도 남작님 은 강제로 병 사들을 차출하지 않고 금화라는 대 가를 걸 고 남작령에서 지원자들을 모집했고 코니, 그녀 역시 그 수 많은 지원자 중 한 사람이 되 었다.
이 유는 거 창할 게 없다. 공을 세울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 만 그런 건 크 게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지원하는 것만으로 꼬박 일 년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봉급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었다.
그 돈과 지금까지 모아둔 것까지 합치 면 금화 15닢이 된다.
그거면 외각에 좀 오래되긴 했지만, 자신만의 작은 집을 마련 할 수 있는 금액이 달성된다.
“후우
코니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공을 세우는데 욕심이 없고 그저 살아남아서 금화를 챙기는 것을 목표였 던 그녀는 후방에 지원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등허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위압적인 기사들과 창기 병을 보는 순간 마음 한쪽이 매우 든든해짐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선 모두가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또, 하나 같이 스스로 자원해 모인 만큼 누구 하나 분위 기를 흐리 는 이 가 없었기에 사기 역시 매우 높았다.
그녀 역시 수많은 아군의 틈에 섞여 이번 영지전을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야 시골 마을 출신인 그녀가 보기에 강력해 보이는 기사들과 창기병. 그 녀들을보조할 일 천이 넘는창병에 삼백이 넘는궁병까지.
태어나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열을 이룬 것을 처음 본 그녀 로서는 그 장엄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 패배라는 단어를 잊어버릴 수밖에 없 었다.
죽여야할적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젠장•••꾈.’
코니는 창을 꼬나쥔 손에 자꾸만 땀이 배어 나왔다.
사방이 탁트인 평원 너머로 자작의 진영이 모습을 드러내 마주하는 순간, 그녀는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자신들과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숫자에 무엇보다최전방에 선 녀 석들의 기세가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힘껏 소리를 질러도 상대에게 소리가 닿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 거리임에 도 불구하고 후방에 위치한 그녀의 피부가 따끔할 정도로 상대 진영의 선봉 에 선 자들이 내뿜는 기세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그제야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는 자신이 속한 영지보다 훨씬 크고 부유하다는 사실을. 무기의 질도 보상도무엇 하나 이쪽과 비교해 결코 뒤떨어 질리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과실을 쫓아 뒤를 보지 않고 너무 앞으로 와버 린 것이다. 너무 앞서 와버렸기에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녀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그저 선봉에 선 이들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 들어 이 영지전을 최대한 빨리 끝내주는 것이 었다.
뿌우우우우一!!
코니가 아군의 활약을 바랄 때, 평원 전체에 웅장한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창을 꼬나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야 저 뿔나팔 소리가 바로 영지전을 알리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전열. 앞으로!!
......
바로 뒤 에 서 들려 오는 우렁 찬 소리 를 이 어 .
우우우우우웅一!!
개 시 를 알리 던 뿔나팔보다 훨 씬 낮은 음색 의 뿔나팔 소리 가 진 영 에 울려 퍼졌다.
‘시발…….’
평원 이 라 해서 정 말로 모든 위 치 가 다 평평한 것은 아니 었고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었던 그녀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아군과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 적들의 모습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씩.조금씩.서로에게 가까워지기 시작하던 두진영은.
뿌우우一!!
두 번째 뿔나팔소리를 기점으로.
와아아아아아—!!!
평원이 떠나가라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다듬어져 있던 진형은 서로 맞붙은 순간 길게 늘어졌다. 그 틈으로 계속 해서 병사들이 비집고 들어가 전열은 순식간에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을 정도 로뒤엉켜버렸다.
—전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어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시발. 시발.’
코니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며 진형을 유지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함성인지 비명인지 구분할 수 없는 괴성이 터져 나오는 중앙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저 푸르게만 보였던 평원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코니는 당장 이 자리를 뛰 쳐 나가고 싶 었다.
—정지.
걸음을 멈추었고.
—궁병은 시위를 당겨라.
이어진 뿔피리 소리를 이었다.
‘어……?’
죽음에 더 가까워짐으로써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던 그녀가 문뜩 의 문을 가졌다.
‘활을… 쏜다고?’
당장에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엉킨 곳에다가 활을 쏜다니.
—발사.
그러나 코니 가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그녀의 귓가로 슈슈쥭—!! 날카 로운 소리 가 들려왔고.
“허…….”
순식간에 머리 아래로 그림자가 드리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그림 자는 곧 유려한 곡선을 그리 며 끔찍하게 뒤 엉킨 중앙을 향하는 것을 볼 수 있 었다.
‘미친…….’
누가누군지도 알수 없는 곳에 떨어진 수백 발의 화살.
그녀는 속으로 욕지 거리를 내뱉으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자신들과 비슷하게 거리를 좁히고 같은 진형으로 비슷한 시각에 화살을 쏘아 보낸 자작측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해서 쏴라!!
그때, 다시 한번 그녀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명령이 귓가에 들려왔 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순식간에 머리 위에 그림자가드리웠고그렇게 생겨난그림자는 가차없이 이름도 얼굴도모를 누군가를 향해 내려꽂혔다.
‘이게, 이게 무슨……?’
코니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군이 맞을 수도 있는 장소에 화살을 쏘라는 명령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이 마찬가지로 화살을 쏘아 보내는 상대도. 그녀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었다.
—중열. 진격!!
떨어지던 화살 비가 멈추고, 앞서 뒤엉킨 이들보다훨씬 많은 인원이 붉게 물든 평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속이 라도 한 것처 럼 상대도 우리와 똑같이 병사들을 움직 였다.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끔찍한 거울을.
‘자비의 신 메릭스시여….’
이번에 몸 성히 돌아가게 된다면 두 번 다신 금전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선 택을 하지 않겠다고 신께 맹세하던 바로 그때였다.
히이이잉一!!
우렁찬 말의 울음이 그녀의 귓가를 강타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고 그녀는 보았다.
은빛 마갑으로 무장한 거대한 말에 올라탄 창기병들이 전열에 선 기사들 을 따라 평원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하는 것을.
그 순간만큼은 정신을 잠식하던 공포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상대 진영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작측 진영에서도 비슷한 숫자의 창기병들이 평원을 향 해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남작의 기사들은 우측을.
자작의 기사들은 좌측을.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정 반대 방향을 향해 질주하는 그들.
전장의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지 켜보고 있던 그녀 가 무언 가 위 화감을 느 끼려던 바로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상대가 이쪽과 다른 수를 쓴 것을 발견했 다.
좌측을 향해 내달리는 기사들의 위로 백은 족히 넘어 보이는 병사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미친……!!’
그녀는 경악했다.
평원을 질주하던 기사들과 그 뒤를 따르던 창기병들이 길게 늘어진 전열 과충돌하는 순간, 피와 비명으로 뒤엉켜 있던 전선이 순식간에 박살나 버 렸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적아 구분 없이 뒤 엉킨 무리를 그대로 짓밟으며 돌파한 그들은 순식간에 아군의 뒤 로 돌아 그대로 유린하기 시 작했다.
물론, 상대측도 이쪽의 기사들과 창기병들이 뒤로 파고들어 적들을 유린 하기 시작했다.
‘아이, 시발……!!’
코니는 손에 쥔 창을 양손으로 붙잡고 말았다.
창기병들의 뒤를 따르던 병사들이 아직 다 메꿔지지 않은 전열의 틈을 뚫 고 그대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전열과 중열, 거기다 기사들까지 전부 평원으로 나가버렸기에 지금 본대 에 남은 것은궁병들을 지키기 위해 남은후열이 전부였다.
‘쫄지마.쫄지마시발.숫자는 비슷해 보인다.’
이쪽은 자신을 포함해서 무려 300명이나 남아 있다. 거기다 화살이 남아 있을지도모를궁병까지 뒤에 있다.
만약 화살만 남아 있다면 저들이 다가오기 전에 절반 이상을 주검으로 만 들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녀의 귓가로 그녀가 원하던 명령이 떨어졌다.
—목표. 전방의 별동대. 화살통이 빌 때까지 쏴라!!
‘그렇지!!’
코니는 속으로 손을 불끈 쥐 었다.
가장 선두에 선 자가 기사로 보였으나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은 방패 하나 없이 창만 꼬나쥔 무장도 빈약한 병사들에 불과했다.
창을 쥔 손이나 목 주변을 거뭇거뭇한 것을 두른 것처럼 보였으나 달려오 는 속도로 보아서는 결코 사슬 갑옷처럼 무거운 것은 아닐 것이 다.
그렇다는 말은 쏘아지는 화살에 그대로 몸을 꿰뚫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 다.
쉐에에엑—!!
적들이 가까워졌기 때문인지 쏘아진 화살도 이전보다훨씬 머리에 가깝게 지나쳤다.
덕분에 그 흉폭한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고 코니는 처음으로 안도의 마음으로 화살이 떨어질 지점을 바라봤다.
‘뭐야. 미친년들인가.’
그녀는 달려오는 적들이 날아오는 화살을 보자마자 한쪽 팔로 얼굴만 가 리고 그대로 뛰 어오는 장면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비웃고 말았다.
그러나 그 비웃음이 경악으로 바뀌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꾈어?”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는 본인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그리브나 몸에 걸친 플레이트에 분명히 수십 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 런데도 상대는 여전히 똑같은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누구 한 명 쓰러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코니 가 놀란 것과 상관없이 화살은 계 속해 서 쏘아졌고 그럴 때마다 그녀 를 비롯해 궁병을 보호하기 위해 남은후열에 배정된 인원들의 입에서 경악 을 넘어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몸에 수십 발의 화살이 박힌 채 창을 꼬나쥐고 달려온다면 누구나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을 거다.
—궁병은뒤로물러나고후열 앞으로!!
‘시발, 시발, 시발!!’
코니는 지치지도 않는 체력으로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이들을 보며 창 을 바로잡았다.
—전진!!
와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그녀는 앞서간 병사들이 어째서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는지 비로소 이 해했다.
이렇게라도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가득 찬공포심을 떨쳐 낼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악!!
큭!!
앞서 달려가던 이들의 속도가 한순간에 줄어들었고 뒤이어 곧바로 누구 의 것인지도모를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바아아알!!”
눈 깜짝할 사이 에 적들과 뒤 엉 켜버 린 틈에 서 그녀는 때마침 아군을 상대 하기 위해 등을 보인 적을 향해 있는 힘껏 그 창을 찔러 넣었다.
“큭?!”
확실히 빈틈을 노려 등을 꿰뚫었다. 그런데 이 묵직한 충격은 무엇이란 말 인가. 연약한 살덩이 가 아닌, 단단한 암석을 찌른 것 같은 충격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쿠웩…!!”
“헉?!”
손에 전해진 충격에 잠깐 멈칫한사이에, 등을 보인 적을 상대하던 이가피 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그녀가 얼른 창을 회수하려고 손에 힘을 준 그 순간.
푸욱一
등에서 느껴 지는 아릿한 통증.
그녀의 몸이 의지와상관없이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씨.•바알….”
그녀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
“허 참, 어처구니가 없군.”
바스티 아가의 장녀이자 이번 영지전의 책임자인 코넬 바스티 아가 질린다 는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끝과끝에서 단한번도 쉬지 않은 것으로도모자라쉴 새 없이 내린 화살 비를 뚫고 기어코 이곳까지 도달하더니 전신에 화살을 꽂은 넝마 같은 꼴로 결국에는 준비했던 삼 백의 병사를 모조리 주검으로 만들어 버렸다.
코넬 바스티 아는 자신의 앞에 선 기사를 보며 말했다.
“과연 대영주님께서 이런 무리한 상황을 만드신 이유가 있었구려.솔직히 반신반의 했는데 놀랍기 그지 없소.”
그녀의 말에 몸에 피를 덧칠한 기사가 바이저를 올렸다.
백옥같은 피부와 함께 푸른 눈동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더기다리시겠습니까?”
“적당히 줄어든 것 같으니 그만끝내도 좋을 것 같소.”
케 르낙스의 물음에 코넬 바스티 아가 손을 들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팔수가 거대한 뿔나팔을 입에 가져댔고.
뿌우우우우우一!!
뒤이어 웅장한소리가평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우웅一!!
부으으으으응一!!
그 뒤를 이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개의 뿔나팔 소리가울려 퍼졌고 격렬 하게 움직이던 전열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부터 평원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코넬 바스티아가전혀 지친 기색 없이 서 있는케르낙스에게 말했다.
“솔직히 이번 일은 너무 받기만해서 조금부담스럽소.그러니 대영주님께 전해주시오. 바스티 아가는 언제든 대 영주님을 위해 움직 일 준비 가 되 어 있 다고 말이오.”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케르낙스의 대답에 코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한 가지 더 물어봐도 괜찮소?”
그녀가 뒤에서 쉬고 있는 병사들을 챙겨 돌아가려는 케르낙스를 잠깐 불 러 세웠다.
“그것의 이름이 뭔지 알수 있겠소?”
코넬의 질문에 케르낙스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밤의 요정이라고 합니다.”
“음…? 전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구려.”
그녀의 대답에 케르낙스가속으로쓰게 웃었다.
“아무튼, 그쪽도 고생하셨소.”
“예.”
케 르낙스는 짧게 대 답하며 그대 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두 영지의 영지전은 바스티아 남작가가 항복하면서 비오린 자작 가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