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17화 Ep.117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시론의 별실.
할짝할짝.
따뜻미끌한 감촉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아각. 아으각.
그러다가또 뾰족한 것에 찔린 것처럼 목이 따끔거렸다.
엩,,
“ 할짝할짝.”
한나절은 꼬박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한 정신으로 잠에서 깨자마자 귓 가로 아주 귀 여운 소리와 함께 목덜미 가 다시 간질간질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강아지처럼 목덜미를 할짝이
고 있는 시론의 정수리가 보였다. 내가 몸을 움직이자 목을 핥던 시론이 슬그 머니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뭐. 왜.”
“아니. 아무 말도안했는데.”
시론이 뺨에 홍조를 그리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는 것처럼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나는 얼른 시론의 허리를 붙잡아 내 배 위로 당겼다. 순식간에 시론이 나를 덮치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나는 시론의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슴의 압박감을 즐기는 동시에 허 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슬쩍 아래로 내려 탐스러운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졌 다.
“읏,흐응….”
시론이 야릇한 비음을 흘리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뜨겁고 습한 숨 결이 닿자 기분이 살짝 야릇해졌다.
“이익 ……!! 그, 그만하고 일어나라고!!”
“으객!!”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시론이 소리를 높이며 몸을 일으켰는데 그 과정에서 시론의 양쪽 허벅지가 내 허리를 강하게 짓눌 렀다. 농담이 아니 라 갈비 뼈 가 다 으스러 지 는 줄 알았다.
“미,미안.”
“•••꾈.”
또 힘 조절을 못 했다는 것을 자각한 시론이 내 위에 올라탄 상태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조용히 입술을 내 밀었다.
“•••꾈.”
“어서.”
뺨에 그려진 홍조가 얼굴 전체로 퍼지더니 시론이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다시 내 품에 안기듯쓰러지며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됐지?”
“엉.,,
나는 부끄러우면서도 내 부탁을 들어준 시론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시론이 내 가랑이 사이에 앉는자세가됐다.
그 상태에서 시론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공주님 자세로 바꿔 안으 며 창틀을 바라봤다.
주황빛 노을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도착했어?”
“아니…. 뭘 하는진 모르겠는데 조금 늦는다고 배고프면 먼저 저녁 먹으 래.”
“아하. 저녁 먹자고 깨운 거야?”
“•••너 배고픈 거 못 참잖아.”
시론이 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그리 대답했다.
물론, 내 가 배고픈 걸 유독 못 참기는 하는데 지금은 딱히 배 가 고프지 않 았다. 또 시론이라면 그런 이유로 자는 나를 깨우지도 않았을 거다. 그야 배 가 고프면 내 가 귀 신같이 일어 난다는 걸 알고 있으니 깨울 필요가 없다.
나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 시론의 부들부들한 뺨에 내 뺨을 문지르며 물었다.
“진짜그래서 깨운 거야?”
“으우, 으으읏….”
어우, 문지르고 있는 뺨에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전해져 왔다. 오늘 낮에 보여줬던 그 박력은 다 어디 가고 이렇게 귀여운 소녀가되어버린 건지.
물론. 내가 범인이다.
내 가 시론을 껴 안고 한참 부비부비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려왔 다.
—깨어 계신지요.
이름은 모르겠으나 목소리와 얼굴은 기억에 있는 여집사였다.
나는 시론을 껴 안은 상태로 대 답했다.
“네.일어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새롭게 연락이 와서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너무늦지 않게 도착할 예정이니 기사와 병사들을 위한 작은 연회에 참석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 다.
“아,옙.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레나님께서 부탁하시길. 부디 자작가의 병사들에게도 축하의 술잔을 나누어 주셨으면 하고 말씀하셨습니 다.
“야!”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라 간단히 하겠다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시론이 고 개를들어 올리며 나를노려봤다.
“하지 마.”
“...왜?”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너 가 무슨 술집 종업원 이 야? 뭔 술잔을 돌려 . 지 랄 말고 하지 마.”
시론이 으르렁거리며 나에게 뾰족한 이빨을 내보였다. 여기서 내가 한다 고 말했다가는 저 이빨로 당장 내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어버릴 기세였다. 뭐, 실제로는 아주 살짝 무는 것으로 그치겠지 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시론의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찍은 다음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야•••꾈!!”
버럭 화를 내는 시론을 둥가둥가 달래는 사이.
—그리 전하겠습니다.
여집사가 조용히 문에서 떠나갔다.
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시론을 향해 얼른 입을 열었다.
“아니, 같이 목숨 걸고 싸웠는데 누군 해주고 누군 안 해주면 조금 그렇잖 아. 이왕이면 마지막까지 사이좋게 지내다가헤어져야지.그치?”
“그치는 무슨….”
시론이 토라진 얼굴로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납득은 해준 모양 이다.그래도 불만이 있는 건 여전한 듯했지만.
“그런데 시론아.”
.....
뭐.
삐지긴 했어도 또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은 해준다.
“영지전이면 그래도 꽤 큰 전투인데, 시민들이 귀환하는 병사들에게 꽃이 나뭐 이런 거 던지면서 축하 같은 거 해주지 않아?”
“승전식 말하는 거야?”
“어.그래. 그거.”
“주인이 원하면 준비하라고시켰겠지. 아니면 때마침 길에 서 있던 년들이 쳐주는 박수나 조용히 받으면서 복귀하는 거고.”
“•••꾈오.”
그렇군. 나는 이런 전투에서 승리하면 다들화려하게 축하를 받으면서 돌 아올 거 라고 생 각했는데 아무래도 지휘 관 재 량인 모양이 다.
사실 이걸 물어본 이유는 만약그런 환영식을 한다면 나도 거리에 나가서 케르낙스를 반겨줄 생각이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돌아 간 여집사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거리로 나갈 필요까진 없을 것같았다.
“그런데 기에나씨는 좀 괜찮나 모르겠네.”
“사람을 벽에 처박은 년 걱정을 왜 해?”
“커흠. 큼. 뭘 또 그렇게 말하고 그래.”
토라져 있던 시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나도 모르게 눈알을 슬쩍 굴려 시선을 피했다. 뺨이 따끔따끔했다.
“흥
99
뺨에 전해지 던 따끔함이 사라졌다. 나는 다시 눈알을 굴려 시론을 바라봤 다. 시론이 고개를 돌리고서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껴안고 침대를 찐득하게 구르고 싶었지만, 오늘 밤 은 케르낙스와 함께 보내 야 했기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시론을 달래주지 못하는 건 또 아니지 만.
나는 시론의 몸을 껴 안고 있는 손을 꼼지 락 움직 여 얼른 바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뭐, 뭐?!”
시론이 깜짝 놀란 듯 몸을 펄쩍 뛰 었으나 그것도 잠깐.
“읏,흐읏… 가, 갑자기 뭐야…….”
“아니. 오늘은 나 없이 잘 테 니까 외로울 거 아냐.”
“하?! 무슨 헛... 흣,하앙…….”
손가락에 닿은 부드럽던 팬티가조금씩 질척하게 젖어드는게 느껴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론의 바지를 벗겼다.
그대로 팬티를 옆으로 당겨다가 촉촉하게 젖은 보지에 손가락을 찔러 넣 으며.
“그러니까.오늘 나 없이도푹 잘수 있게 해줄게.”
“하읏, 잠… 아니, 잇, 흐앙!”
별실에는 한참 동안 시론의 애타는 교성만 울려 퍼졌다.
**
“이쪽입니다.”
해가다저문저녁 시간.
나와 시론. 그리고 기 에 나씨는 여 집 사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는 중이 다.
일단 케르낙스가 성으로 복귀했다. 시론의 방에서 시론을 열심히 보내주 고 있는데 밖에 소란스러워 잠깐 고개를 내밀었더니 창문 아래로 케르낙스 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곧바로 나가려다가 침대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시론을 발견하고 나는 잠깐 시론이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다시 침대에 올랐다. 그러던 차 에 여 집 사가 문밖으로 찾아와 케 르낙스와 병사들이 돌아온 사실을 알려주 었고 연회의 준비가끝날 때까지 방에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 다.
그런 이유로 얌전히 시론의 팬티를 갈아 입혀준 다음, 여집사가 불러줄 때 를 기다렸고 지금 보는 것처럼 연회 가 준비된 성의 뒤 편으로 이동 중이다.
횃불 대신, 비싼 마법등이 곳곳에 걸려 있어서 이동하는 길은 놀라울 정도 로 밝았다. 또한 바닥도 흙이 아닌 잘 다듬어진 돌로 포장되어 있어 걷는 것 도 무척 이 나 편했다.
그때, 우리의 안내를 위해 앞서 걷던 여집사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걸음이 멈출 정도가 될 때쯤 옆으로 물러났다.
“스미스.”
여집사가 비켜선 앞에는 투구만 벗은 케르낙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 며 서 있었다.
케르낙스가 나에게 다가와 시론과 깍지끼지 않은 왼쪽 손을 살포시 붙잡 았다.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기에 케르낙스의 부드럽고 따스한 손이 아닌, 서늘한 철의 감촉이 전해졌다.
“저곳만 돌면 연회장이다:
내 손을 붙잡고 케르낙스가 천천히 앞으로 걸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케르 낙스의 옆에 서서 걷게 되었다. 물론, 내 반대 손을 잡고 있는 시론도 덩달아 붙어왔다. 기에나씨만 조용히 우리의 뒤를 따라왔다.
나는모퉁이를 돌기 전에 케르낙스에게 물었다.
“어디다친 곳은 없지?”
“음.갑옷을벗지 않아서 잘모르겠다.그러니 스미스.네가나중에 직접 확 인해 줬으면 좋겠다.”
“어휴... 오자마자 아주 그냥 발정난 티 내는 것 좀봐라.”
시론이 쯧쯧 혀를 찼으나 케르낙스는 조금의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손 을 잡고 걸을 뿐이 었다.
얼마 걷지 않아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섰고.
“오…….”
나는 감탄했다.
단 한 명만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 좌석과 테이블 뒤로 음식과 술이 올라 간 둥그런 테 이블을 중심으로 수많은 병사가 갑옷을 걸친 상태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셨군요.”
케르낙스와 함께 빈 좌석 앞으로 가자 그 옆에 서 있던 차녀인 레니 아가 웃 으며 다가왔다.
“우선은 앉으시죠.”
“•••꾈예?”
하나뿐인 의 자를 가리 키 며 앉으라는 레 니 아의 말에 나는 눈을 껌 뻑 였다.
아니, 저 기 에 내 가 앉으라고? 진심인가.
“병사들을 위해 고생해주실 텐데, 이 정도는 당연한배려입니다.”
“•••어예.”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아서 나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근데 다들 꼴이 왜 저래.
자리에 앉고 나서야 나는 제대로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 꼴 이 하나같이 물에 빠진 생쥐같이 머리칼이 다들젖어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갑옷의 틈이나 옷자락 아래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병사들도 있었다.
내 가 슬쩍 케르낙스에 게 물어보려고 몸을 살짝 기울이 려던 그때, 반대 편 에 서 있던 차녀 레니아가입을 열었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그대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오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또한 먼저 떠난 녀석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레 니 아가 눈을 감았고 이쪽을 바라보던 병 사들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 역시 눈치를 봐서 눈을 감았다.
“떠난 녀석들의 몫만큼 마시고 즐겨라. 그게 살아남은 자들이 해줄 수 있 는 최 대의 위 안이 다. 마시고 즐겨 라. 그리고 알아서들 해 산하도록.”
—예!!
병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하더니 그대로 각자 앞에 놓인 테이블에 원하는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주변이 금세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스미스니임!!”
내 가 멍 하니 뭘 해 야하나 앉아 있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 가 들려 왔고 나 는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녀의 티를 벗기 시작한 리나씨가 빈 나무잔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아니 원래 술도 잘 못 마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뒤로 급하게 잔을 비운 병사들이 줄줄이 리나씨의 뒤를 따라 나에게 뛰 어왔다.
“헤엑,헤엑... 헤에엑......||”
어찌나 필사적으로 뛰어왔는지 리나씨가 내 앞에 멈춰서서 힘겹게 차오른 숨을 골랐다.
“괜찮으세요?”
“예? 아, 예.그럼요. 아주 멀쩡해요.헤헤.”
리나씨가 조금 헤프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나무잔을 내밀었다.
“술.주시죠!!”
“아,예. 드려야죠.”
나는 테이블 위에 어째서 와인병이 줄줄이 놓여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보아 하니 돌아다니면서 술을 따라주는 게 아니라 병사들이 잔을 비우면 나에게 와서 이렇게 술을 받아 가도록 하는 모양이 다.
나는 리나씨에게 와인을 따라주기 위해 병을 집었다.그런데 문제가 있었 다. 다름이 아니고 코르크가 그대로 주둥이에 박혀 있는 것이다.
“스미스.”
“응? 아, 여기.”
케르낙스가 불러서 돌아봤더니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와 인을 넘겨주었다.
뽕! 하는 소리와 함께 케르낙스가 가볍게 코르크를 뽑아 나에게 와인을 돌려주었다. 나는 그것을 리나씨의 잔에 적당히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그저 술을 따라준 것뿐인데 저렇게나좋을까.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술잔을 꽉 붙잡고 돌아가려는 리나씨의 손을 붙잡 았다.
“히 엑?!”
리나씨가 기겁하며 깡총 뛰어올랐다. 덕분에 잔에 있던 와인이 리나씨의 얼굴과옷에 다튀어 버렸다.
“괜찮으세요?”
“예 엩 아, 예. 예. 그, 그, 그러러럼요.”
리나씨가 고장 난로봇처럼 삐걱였다.
그저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주려고 했는데 이거 괜히 놀라게 한 꼴만 되 어버렸다.
나는 서늘했다가 조금씩 열기가올라오기가 시작한리나씨의 손을 꽉 잡 으며.
“고생하셨습니다.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네요.”
“예 엩 아, 예 . 예 에. 가, 감사합니 다. 저, 저도 기 기 기, 기 기 쁘네요!”
연대장을 만난 이등병처럼 갑자기 바짝 허리를 펴고 대답하는 리나씨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빈 잔을 채워주기 위해 와인병을 집어드는데.
“스미 스. 병사한 사람당 한번이 다.”
“그래…?”
케르낙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나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리나. 불만은 없겠지?”
“예 엩 뭔만이요? 아우, 와인 이 다네. 달아. 으히, 으히 히.”
리 나씨 가 갑자기 히죽이죽 웃더 니 그대로 총총뛰 며 돌아가 버 렸다.
“스미스. 병사들이 놀라니 손을 붙잡는 건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아,그렇지? 응. 그럴게.”
“그래.
케르낙스가 나에 게 부드럽 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 이고는 정면을 바라봤 다.
움찔.
기분 탓일까. 케르낙스가 고개를 들자 앞에 서 있던 병사들의 어깨가 일제 히 떨렸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길게 줄을 선 병사들에게 일일이 와인을 따라주었다. 물론 수고했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같은 말을 덧붙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충 50병쯤 비웠을 때다.
“와인이다떨어졌는데?”
“그렇군.”
케르낙스가 옆에 서 묵묵히 서 있던 차녀 레니아를바라봤고그녀가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인이 모두 떨 어졌으니 술을 원하는 자들은 이제 스스로 잔에 맥주를 채우도록 하라!!”
여 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는 조용히 케르낙스를 돌아봤다.
“스미스. 너의 마음은 고마우나 아무리 그래도 남자인 너에게 천이 넘는 병 사들 모두에 게 술을 나눠 주도록 하는 것은 책 임 자인 나도 레 니 아경도 크나큰 실례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딱 50병만큼만 술잔을 나누겠다고 미리 병사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렇구나.”
“그래. 그것도 첫 잔을 가장 빨리 비우는 순서대로 달려오라고 했으니 너 에게 잔을 받지 못한 녀석들은 전부 스스로가 느려터져서이니 네가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다.”
납득했다.
나는 케 르낙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 였다.
딱히 힘든 일은 아니지만, 책 임자인 두 사람이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에 따 르는게 맞을거다.
“그러면, 그만 자리를 이동하도록 하죠.”
“예? 여기서 식사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가 있으면 병사들이 불편해한다. 적당히 자리를 피해 주는 게 병사 들도 편할 테지.”
“그건 그렇지.”
요즘 너무 편하게 지내서 아랫사람의 마음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건 나중에 반성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나는 병사들의 쾌적한 식사를 위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먼저 실례하도록 할게요.”
만찬실에서 가볍게 잡담을 나누며 저녁을 함께한 레니아가 먼저 자리에 서 일어났다.
“저도...먼저일어나겠습니다.”
케르낙스가돌아와 내 옆에 앉지 못해 맞은 편에 앉았던 기에나씨도 자리 에서 일어났다.
남은 건 이제 뒷정리를 위해 기다리는 여집사와 나. 그리고 시론과 케르낙 스만이 만찬실에 남게 됐다.
나는 그제야 아까 병사들에게 술을 나눠주면서부터 궁금했던 것을 케르 낙스에게 물을 수 있었다.
“병사들이 홀딱젖어 있던데.무슨 일 있었어?”
내 물음에 케르낙스게 작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라도 네 가 불쾌해 할 냄 새 가 날까 봐 시 키 지도 않았는데 다들 강물 로 뛰어들어 아주 열심히 몸을 씻더군.”
“오…….”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리나씨에게 말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케르낙스가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일어나야 저쪽에 있는 자들도 쉴 수 있을 테니 그만 일어나지.”
“아, 그래. 그게 좋겠네.”
나는 시론과 케르낙스의 손을 사이좋게 잡고 자리에 서 일어났다. 우리는 조용히 만찬실을 나와 계단을 걸었다.
“•••꾈.”
“•••꾈.”
우리는 시론의 방 앞에 멈춰 섰다.
원래라면 부드럽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게 맞으나 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론.”
“•••꾈왜.”
케 르낙스가 부르자 시 론이 슬쩍 고개 를 돌렸다.
“네가 상관없다면 오늘 함께 해도 괜찮다.”
“•••꾈.”
시론이 입을 다물었고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내 손을 붙잡고 있던 시론의 손에 힘이 풀렸다.
“함께는 무슨….”
시론이 방문을 열며 안으로 몸을 반쯤 넣은 후, 고개를 슬쩍 돌려 케르낙 스를 향해 오묘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려 바라보더 니 그대로 방문을 닫고
들어가버렸다.
엩,,
케 르낙스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 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크흠, 큼. 방으로 가자.”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내 손을 잡고 케르낙스가 걸었다. 그러나 나는 봤다. 밝은 금발 틈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는 귓불을.
오늘 밤은 아주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