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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128화 (128/771)

횐 128화 Ep.128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바젤란-풍요신의 신전.

주교급 인사가 방문했을 때를 위해 마련해둔 최상층 객실의 문을 닫으며 고위 사제가 밖으로 나왔다.

고위 사제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바로 아래층으로 향했다.

그녀는 이 신전의 관리자인 대사제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대사제의 허락에 고위 사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그녀 가 방에 들어서자 날카로운 시선들이 동시에 그녀에게 향했다.

고위 사제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신체에는 이상이 없으시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으십니다.”

알겠습니다. 두 시간 뒤에 다시 확인 바랍니다.”

“예.”

고위 사제 가 살짝 고개를 숙인 다음, 방을 나갔다.

그녀가나가자 그녀에게 향했던 시선들이 다시 대사제에게로 쏠렸다.

시론과 기 에 나. 베 네오와 냐호. 마지 막으로 레 니 아까지.

대사제는 고위 사제의 보고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한숨을 지켜보던 베네오가 입을 열었다.

“닷새간 이어진 성기사의 심문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겁니까.”

“흐음….

대사제가 작게 신음했다.

신전 지하에 마련된 심문실에 붙잡혀 있는 한 명의 존재.

현 대륙에 공표된 삼 대 사교 중 하나인 누이트교.

고대 어로 어둠을 뜻하는 누이트교엔 열두 명의 주교가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심문실에 붙잡혀 있는 자가 그 열두 명 중 한 사람인 룬 비델이 었다.

닷새 전, 밤비노에서 찾아온 손님에 의해서 주변 신전들이 발칵 뒤집혔다.

일반 사교도 아닌, 무려 누이트교의 주교 중 한 사람을 붙잡았으니 성기사 를 파견해 달라는 전달을 받았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두 사교와 달리, 오로지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으로 알려진 누이 트교.그렇기에 더욱이 꼬리를 잡기 어려운 집단.

무려 그런 집단의 주교를 붙잡았다니.

다른 곳도 아니고, 밤비노에서 전해온 말이었기에 각 신전에선 곧바로 성 기사를 밤비노로 보냈고 정신을 잃은 룬 비델을 무사히 제 압해 심문실로 끌고 갈수 있었다.

앞서 베네오가 말했던 것처럼 풍요신의 성기사들이 심문실에 붙잡힌 룬 비델을 닷새간 심문을 했고 이렇다할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자들에게 말했으나….

‘설마 남자라고 알려져 있던 룬 비델이 여자였을 줄은.’

이건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 었다. 그러나 대사제는 이런 사실을 굳이 여기 모인 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 원하는 정보는그런 것이 아닐뿐더러 심 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는 상부의 지시 없이 외부에 발설할 수 없기 때문이 기 도 했다.

대사제는 다시 한번 짧게 한숨을토하며 말했다.

“교황청 이 사실을 알렸고 인력을 파견해 주기로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최소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베네오는 얼굴이 잔뜩 구겨진 시론보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기에나를 더욱 신경 쓰며 대사제에게 요구했다.

“처음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오롯이 신성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다 른 이들이 발을 들이는 건 좋지 못하다고 말이죠.”

현재 스미스가 잠들어 있는 최상층 객실에는 대사제와 다른 사제들이 흩 뿌린 신성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교의 사술 탓인지 치유가 되지 않는 오른팔을 위한 임시 조치임과 동시 에 혹시 모를 정신 간섭에 대한방편이기도 했다.

“잠깐도 안되는겁니까?”

“그 잠깐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 낼지 모르기에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베네오는 입을 꾹 닫고 있는 기에나와 시론의 반응을 살피며 더는 그 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저녁에 다시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대사제가 주변인들을 둘러보며 그리 말했으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사제인 그녀를 비롯해 각 신전의 사제들이 지금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 며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를 누이 트교도와 세뇌 된 것으로 의 심되 는 이들을 수 색 중이 기 에 계 속 붙잡아 둘 수가 없었다.

“그럼.

대사제가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방을 떠났다.

“하아….”

대사제가 떠나자마자 자리에 앉아 있던 레니아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녀 역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처럼 속내가 아주 새까맣게 타들 어가는 중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그 아르델 라가 사랑하는 남자다.

떠 나기 전에 몇 번이고 잘 부탁한다고 언질을 하고 떠났다. 그런데 지금 그 남자가 닷새째 정신을 잃고 깨어 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다.

상인회 앞에서 벌어졌던 소란만하더라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인데 도시 에 사교도가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그 사교도가 최 중요 인물을 목표 로 했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미치겠군….’

상대가 남자라는 것에 판단이 흐려지고 말았다.

아무리 본인의 희 망이 라지 만, 도시를 떠 날 때까지 안전을 책 임져 야 할 대 상이 미끼가 되는 계획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동참하다니.

그녀는 이 사실을 아르델라에게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닷새간 고민했으 나 여전히 결론을 내 리 지 못한 상황이 었다.

“호로록.”

냐호가 테 이 블에 놓인 홍차를 마시 며 눈알을 굴렸다.

‘곤란하네.’

그녀는 레 니 아와 다른 의 미로 머 리 가 복잡했다.

우선, 밤비노에서 벌어졌던 소란은 없었던 것으로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교도의 주교가 떡하니 객실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도모자라직원 몇 명이 세뇌에 걸렸단흔적이 성기사들에 의해 알려졌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 자조차 돈만 제대로 지불하면 손님으로 받는다지 만, 어 디 에 나 예외 는 존재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예 외 가 사교와 관련된 이들이 다.

아무리 돈이 많고 세력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이 대륙에서 성직자들과 척 을 져서는 결코 좋은 꼴을 볼 수 없다는 걸 수인회의 늙은이들도 인정한 것이 다.

그러한이유로 수인회는 성직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했고 사교에 대한 정보까지 따로 모아 공유할 정도로 그들에게 헌신적이 었다.

‘솔직히 그땐 냐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지.’

그 괴 물이 인간 남자를 껴 안고 자리를 뜨자마자 문이 떨 어진 방 안을 들여 다봤다.

통로 끝에 뻗어 있는 근육질의 인간을 발견했고 워낙 뇌리에 강렬히 남는 행색 이 었기 에 냐호는 눈 한번 깜빡이 는 짧은 시 간에 통로 끝에 뻗 어 있는 자 가 사교의 인물이 라는 것을 떠올렸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라면 몰라도 이미 얼굴이 알려진 사교의 수뇌부들의 인상착의 에 대한 정보는 냐호의 머릿속에 전부 기록되 어 있었다.

물론, 그녀뿐만 아니라 밤비노에 파견된 무력대의 대장 역시 룬 비델을 알 아봤다.

여튼, 일반 교도도 아니고 무려 주교급 인사가 객실에 있었다는 사실에 밤 비노가 뒤집혔고 이 소식은 빠르게 수인회에 보고되었다.

수인회의 늙은이들은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 했다.

문제는 그녀가 판단하기로 단순 무력으로 이번 일에 관련된 자들의 입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 다.

그뿐만 아니라,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모든 신전을 통틀어 가장 신도가 많고 세가 강력한 풍요신의 신전에서 인간 남성을 아주 극진히 대한다는 사실도 수인회 에 게는 문제 가 되 었다.

다른 세력도 아니고 수인회 가 가장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려는 세력의, 가장 세 가 강한 곳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대상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니.

수인회로서는 어떻게 손을 써야좋을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했고 결 국 이번 일을 전부 냐호에게 떠넘겨 버린 것이다.

물론, 그냥 떠넘긴 것은 아니고 제대로 처리하기만 하면 수인회에서의 지위를 올려줌과 동시에 따로 무력대를 동원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약속 했다.

‘문제는 대화를 냐눠야 할 대상이 닷새째 눈을 뜨지 않고 있다는 거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의 신경이 온통 인간 남성에 게 쏠려 있는 탓에 따로 입 막음할 필요가 없다는 점 이 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인간 남성이 잘못 되는 순간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으로 변할수도 있다는 거다.

‘꼭 거래하고 싶은 상품도 있으니 제발 눈을 떠줬으면 좋겠네.’

냐호가 찻잔을 내려놓을 때, 시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도 시론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스미스가 쓰러 졌다는 소식과 함께 사교도에 대 한 것을 전해 들은 케르낙 스는 곧바로 몰링타에 있는 행정관에게 연락해 복귀를 미뤄줄 것을 요청했 고 놀랍게도 행정관은 케르낙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스미스가 눈을 뜰 때까지 바젤란에 머물 것을 허락받은 케르낙스는 자신 의 부하들에게 이 소식을 전함과동시에 레니아를 찾았다.

그녀는는 레니아에게 병사들과 함께 도시 외벽을 감시할 것이라 허락을 구한 것이 아니라 통보했다.

성주인 레니아로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녀는 오히 려 미 안함을 표하며 케르낙스를 저 지하지 않았다.

지금 시론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도시 밖에 있는 케르낙스와 교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론이 떠나고.

우우웅一

베네오의 품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잠깐주변을 살핀 후, 조용히 걸음을 옮긴 베네오는 사람의 인기척이 감지 되지 않는 구석진 곳에 도착한후에야 품에서 수정 구슬을 꺼냈다.

—수상한행동은보이지 않네요.정말세뇌에 당해서 행동한것처럼 보입 니다.

“흔적은9”

—크론 산맥에서 갑자기 끊겼어요. 마법 또는은총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 네요.

“……알겠다.”

—가주께선 뭐라고 하세요?

“별말씀 없으셨다.”

—어,음…. 조금더 찾아볼게요.

수정 구슬의 빛이 꺼졌고 베네오는 그것을 다시 품에 넣었다.

“……하아.”

그녀 가 한숨을 토해 내 며 두 눈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보호 대상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날.

모든 상황을 가주인 아르델에 게 보고했다.

보고를 전해 들은 아르델은 덤덤하게 ‘알겠다.’라는 말만 남기고 통신을 끊었다.

베네오는 아르델이 어떨 때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하나는 흥미 가 없는 일에 대한 보고를 들을 때였고, 다른 하나는 실망했을 때였다.

베네오는 알 수 있었다. 가주가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사실을.

‘빌어먹을.’

베 네 오는 화가 났다.

보호 대상을 노린 목표가 남성이 라는 이유로 여러 제 약을 걸고 안일한 선 택지를 골랐다.

세상에 어떤 머저리가 사건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보호 대상을 미끼로 삼을 생 각을 한단 말인가.

과연 대상이 소가주나 가주의 직계 혈족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단연코 아닐 것이다.

익숙지 않은 호위 와 생 각지도 못한 강자와의 만남으로 스트레 스가 쌓 였고 조금이라도 빨리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 그릇된 판 단을 내리고 말았다.

‘나는 이번 일에 정말최선을 다했는가.’

...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려고 했다면 방을 빌린 다음 창문을 통해 잠입한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끝까지 남아서 감시한다면 결국에는 꼬리를 붙잡고 배후와함께 이번 일을 해결 할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해결하고 짐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 에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함과 동시에 가주를 실망시키 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후우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심문실로 들어가 직접 누이트교의 주교를 심문하고 싶었다.

‘아직, 아직은아니다.’

교황청에서 직접 인력을 파견했다고 했으니 그자가 도착한 후의 상황을 지켜본 다음 움직 여도 늦지 않는다.

만약. 파견된 이가 이번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베 네 오의 그림 자가 순간 일 렁 거 렸다.

그녀는 조용히 객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스읍

엩 아니 쓰벌, 또 잠……크헉…?”

【조용히하고 잠드는겁니다.]

잠깐눈을 떴던 스미스가 다시 뻗었다.

【이틀을 재웠는데 어떻게 15시간 32분 11초만에 깨어났는지 의문이 듭 니다. 머저리라 그런지 정신력만 지나치게 높은 걸까요.】

스으윽.

스미스가 막 뻗은 직후, 객실의 문이 열리며 고위 사제가 안으로들어왔다 •

그녀는 침대로 걸어와 곤히 잠든 스미스를 살피며.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러니 어서 깨어나시길 바랍니다.”

그저 잠들었을 뿐인 스미스가 얼른 깨어나도록 고위 사제는 자신이 모시 는 신인 라피테 라에게 기도를 올렸다.

“악에 굴복하시면 안됩니다.”

고위 사제는 그저 잠들었을 뿐인 스미스를 응원하며 아래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조용히 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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