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39화 Ep.139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꾈.”
“•••꾈.”
“•••꾈.”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굳어버린 시론.
반쯤 일어난 자세로 멈춘 냐호 지부장.
뇌가 정지한나.
지독히도 어색한 침묵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 머리를 박고 기절한 냐호 지부장을 네메 아님께서 구
석으로 걷어찬 사실이 떠올랐다.
네메아님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그만 냐호 지부장을 새까맣게 잊어버리 고말았다.
젠장.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단 말인가.
슬쩍 눈을 굴려 아래를 봤다.
시론의 얼굴이 새빨갛다못해 그냥 살아 있는 불의 화신처럼 얼굴이 활활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우선 손에 들려 있는 시론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등 위에 올려놓고 구석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시론 만큼이나 뺨을 붉힌 냐호 지부장이 여전히 어정쩡한 자세 로 얼어있었다.
내가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한번 고민을 하던 바로 그때였다.
엎드려 있던 시론이 돌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가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냐호 지부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바닥을 박차고 냐호 지부장을 향해 몸을 던지는 시론의 등을 바 라보며 나는 머 릿속으로 오만가지 생 각이 들었다.
설마시론이 냐호 지부장을 죽여서 입막음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런데 시론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지도 모르겠네.
만약,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하지?
쓰벌, 신전 안에서 살인이라니.
그런데 네메아님께서 냐호 지부장을 싫어하는 것 같던데, 어쩌면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지도…?
놀랍게도 내 머릿속에서의 냐호 지부장은 이미 시론의 손에 죽었다는 걸 전제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냐호 지부장에게 달려든 시론은 주먹을 그 면상에 박는 게 아니 라 멱살을 잡아 올리는 거 였다.
멱살을 붙잡히고서야 얼어 있던 냐호 지부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히익!! 아, 아무것도못봤어요!! 진짜예요!!”
“지랄하지마 이년아!!”
“흐게으에엑!!”
체구도 가슴도 냐호 지부장이 시론보다 더욱 컸으나 멱살을 붙잡힌 그녀 가 하는 대응이 라고는 그저 팔다리와 꼬리를 아무렇게 나 허우적거 리는 게 전부였다.
아니,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우선 멱살을 붙잡길래 나는 또 건전하게 주먹이 들어간 대화를 나누려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냥 질식사시키 려는 모양이 다.
나는 얼른 시론에게 다가가 멀쩡한 왼팔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시론아!! 이, 일단진정해!! 그러다진짜죽겠다!!”
“죽일생각이니까 놔!!”
“아무리 그래도 신전 안에서는 안 된 다니까?! 적 어도 밖에서 ….”
“그,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옷?!”
냐호 지부장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지 만, 나는 그 시선을 외면할수밖에 없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론과 관련된 일인데 내 가 어 떻게 시론의 편을 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
.......
그야 뭐. 오늘 받은 것들이 좀 과하기는 하지만 까짓것 안 받은 셈 치면 그 만이지 않을까.
내가 막 머릿속으로 시론의 행동을 옹호하기 시작한 순간.
시론이 냐호 지부장을 바닥에 냅다 던져버렸다.
“냐아악?!”
“어우….”
쿵一! 소리와 함께 바닥에 엉덩이를 그대로 찧은 냐호 지부장의 허리가 다 른 의미로 활처럼 휘더니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그녀 가 잘 빠진 엉 덩 이 를 손으로 감싸며 몸을 바들바들 떨 었다.
그런 냐호 지부장을 시론이 씩씩거리며 노려봤다.
일단 시론이 냐호 지부장을 당장에 죽일 것 같지 않아보였기에 나는 붙잡 고 있던 허리를 조심스럽게 놓았다.
잘생각해보니 따지고보면 일이 이렇게 된 건 전부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 었기 때문이다.
잔뜩 흥분한 시론을 상대로 입을 잘 못 놀렸다가는 정수리가 움푹 들어갈지도 모른다.
고로 내 안전을 위해 뒤로 한발 물러나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냐호 지부장의 떨림이 잦아들 때쯤, 시론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꾈너.”
“네, 네넷…?”
바닥에 찧은 엉덩이가 어지간히도 아팠던 것인지, 겨우 몸을 일으켜 시론 을 올려다보던 냐호 지부장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솔직히 저 런 눈으로 올려 다보면 남자 입 장에 서는 가족 욕을 한 게 아닌 이 상에는 어지간한 것은 다 용서해줄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표정이었 다.
그러나 같은 성별의 사람에게는 일말의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 다.
시론은 싸늘한 눈으로 냐호 지부장을 내 려다보며 말했다.
“다… 전부, 다봤지…?”
“아, 아뇨! 아무, 아무것도 못 봤……히익?!”
눈치를 보며 질문에 답하던 그녀는 시론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기 겁하며 입을 다물었다.
시론이 다시 한번 물었다.
“……봤지?”
“그, 으윽….”
각기 다른 색의 오드아이가 위에서 천천히 아래로 향하더니.
“봐,봤어요…….”
“그래 … 봤다 이거지.”
“보, 보긴 봤는데요!! 저, 이, 이이입이 무겁거든요!!”
“살아 있는 것보다 죽은 쪽이 더 무겁다는 건 모르나 보네 .”
“히 익?!”
냐호 지부장이 시론의 뒤에 서 있던 나를 바라봤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 시 선을 피했다.
내 가 부끄러운 면을 보였던 거 라면 그냥 대충 넘 어 갔을 테 지 만, 당사자인 시론이 그걸 원하는 것 같지 않으니 … 내가 끼어들 수 없지.
그랬다가는 시론이 단단히 삐칠 테니까.
“보니까 거의 처음부터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
“그,그건….”
“차라리 기절한 척이라도 하고 있었으면 ••• 그래 . 그랬다면 나도 그냥 넘 어 갔을 거야. 그런데 …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도 알릴 생각은 안하고 숨죽이고 앉아서 구경을 해?”
시론이 냐호 지부장에게 말을 쏘아댈수록 그녀의 얼굴이 점차 빨갛게 달 아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보아하니 시론의 말이 전부 맞는 말이라 변명할구석이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시론의 말을 듣고 보니 조금 괘씸하긴 하네.
깼으면 기침이라도 했어야지.
그랬다면 조금 머쓱하기 는 했을 테 지 만, 적 당히 어색한 흐름으로 넘 어갈 수 있었을텐데.
역시 나서질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돌연 시론의 입에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 튀어나왔다.
“엎드려.”
“•••꾈네?”
전혀 예상치 못한 시론의 말에 냐호 지부장이 당황한 얼굴로 되 물었고 그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엎드리라고. 아님, 다잊어버릴 때까지 처맞을래 ?”
“어,엎드릴게요…!!”
두 번째 대화 수단을 들어 올리 자, 냐호 지부장이 얼른 바닥에 두 손을 짚 고조금 전의 시론처럼 엎드렸다.
그녀의 앞섬이 힘없이 바닥으로 내려왔고 덕분에 브라가 없는 젖가슴이 고스란히 노출되 었다.
뿐만 아니 라 의 상 자체 가 몸에 맞춰 서 제 작된 것인지 그녀 가 엎드리 자 굉장히 타이트하게 조여들며 엉덩이와 허리라인이 매우 강조되었는데 … 시 선을 주지 않으려고 해도 주지 않을 수가 없는. 불가항력의 광경이 었다.
아차.
순간 넋을 놓고 냐호 지부장의 몸매를 감상하던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려 시론을 확인했다.
다행히 시론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일렀다.
“ 잡아.”
“•••꾈뭘?”
“뭐긴 뭐야.”
화가 났을 때만 나오는 특유의 V자 눈썹을 하고서 나를 노려보더니 손으 로 길게 늘어진 그녀의 검은색 머리칼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시론은 자신에게 했던 걸 냐호 지부장에게 그대로 해주길 바라 는 모양이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보고 없던 것으로 할 생각인 걸까.
뭐 가 됐던 지금까지 보였던 것들 중에선 가장 평화적인 해결법인 것 같기 는 한데....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바닥에 엎드린 냐호 지부장에게로 향했다.
머 리 카락과 옷 모두 검 은색 이 라 그런 지 , 안 그래 도 하얗던 피 부가 달아오 르니 그 변화가 확연히 눈에 보였다.
일단, 내가 이 상황을 거부한다는 선택지는 없기에 시론의 눈치를보며 냐 호 지부장의 앞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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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호 지부장은 대 답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상황에 대한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부정하더 라도 변하는 건 없다.
어차피 나나 그녀나둘다지금상황에 대한 거부권이 없으니까.
나는 시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엎드린 냐호 지부장의 머리칼을 왼손으로 가지런히 모아 목줄처럼 움켜쥐 었다.
“후으
머리 카락을 살짝 잡아당기자, 묘한 신음과 함께 그녀의 머리에 자라나 있 는 한 쌍의 귀가 파닥파닥! 움직 였다.
귀 와 꼬리의 시 각적 효과 때문인지 정말로 애 완묘의 목줄을 쥐 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 나간 선배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물 창조로 만들지 못하는 건 없다고 했으니 … 나중에 귀와 꼬리를 만들어 시론과 케르낙스에 게 착용시켜 봐야 겠다.
시론은 고양이 . 케르낙스는 강아지.
……잠깐 생각한 것만으로 아랫도리가묵직해질 것 같다.
비교적 가까운 미래이기를 바라며 나는 시론을 돌아봤다.
이제 뭘 하면 되는지 시선으로 물었고 시론은 대답 대신 턱을 한번 까딱였 다.
그래서 그게 뭔데 시론아.
가끔 눈짓이나 턱짓으로 뜻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내가 눈치가 없는 건지 알아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알아먹 지 못한 순간 중 하나이 고.
대충 방한 바퀴 돌면 되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 냐호 지부장에 게 묻는 것도 조금 웃긴 것 같아 나는 적 당히 머 리칼을 잡아 당겨봤다.
“으읏….
잠깐몸을 움찔했지만, 다행히 거부하지 않고 내가 머리칼을 당기는 쪽으 로 몸을 돌렸다.
그 상태에서 먼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냐호 지부장이 잠깐 움찔하더 니 이내 나를 따라 천천히 손과 발을 움직여 내 옆에 따라붙었다.
오른손이 멀쩡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무심코손을 뻗어 머 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표정은 볼 수 없지만, 분명 굉 장히 이 상황을 수치스 럽게 받아들이고 있겠지.
나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편이 그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걸 음을 옮겼다.
그녀가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속도로 걸었고 다행히 그녀는 내 의도대로 뒤처지지 않고 바로 옆에 붙어 잘 따라왔다.
“큿...읏, 흑... 하아
계속해서 들려오는 미묘한 신음에 자꾸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런데 정작 내 시선은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팔을 따라흔들리는 젖가슴 으로 향한다는 게 문제 였다.
브라도 없고 옷도 헐렁해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처진 젖가슴 은 그녀 가 팔을 움직 일 때마다 아주 역동적으로 흔들렸는데 남자 된 입 장으 로 어떻게 그 장면을 거부 할 수 있을까.
대충 냐호 지부장의 묘한 신음과 젖가슴을 감상하다 보니, 방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시론의 앞에 도착했다.
나는 뭔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는 시론에게 물었다.
“이제 됐지?”
시론은 불만이 있는 표정을 하고서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에 내가 붙잡고 있던 냐호 지부장의 머리칼을 그녀의 등에 놓아주려던 순간.
“아, 아뇨!!”
그간 묘한 소리 만 내 며 입을 다물고 있던 냐호 지 부장이 크게 소리 쳤다.
“아, 알고, 서도 엿… 본건 분명 제 잘못이에요. 그, 그러니 조금 더 잘못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그걸로 여러분과의 신용을 회복 할 수 있다면 저 는 기꺼이 !! 이 수치심을 인내하도록하겠습니다.”
언뜻 모르는 사람이 듣기 에는 무척 이 나 비 장한 각오처 럼 들릴 수 있는 대 사였다.
나는 시론을 보며 눈을 껌뻑 였다.
“진짜 짐승처럼 끌고 다녀. 야. 괜찮지 ?”
“……
고개를 숙인 냐호 지부장이 머리를 작게 끄덕였다.
그에 나는 찝찝한 기분으로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칼을 붙잡고 방을 걸어 야했다.
그보다 진짜 짐승은 뭐 어 떻게 해 야 하는 거 지.
그냥좀 거칠게 다루면 될라나.
나는 조금 전보다 보폭을 늘렸고 마치,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머리칼을 다소 강하게 잡아당겼다.
“큿…!! 하아, 흐윽….”
두 바퀴 째라 그런지 속도가 처음보다 더뎠다.
그게 아니라… 일부러 그러는 건가?
충분히 먼저 앞서갈 수 있음에도 꼭 내가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나서야 끌 려오듯 앞으로 움직 이니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 생각은 방을 절반쯤 돌았을 때 지나친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됐다.
툭. 투둑.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렸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고 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바닥 아래로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게 보였 다.
어쩐지 아까부터 들리던 신음이 울음에 가깝더니 ….
아무래도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수치스러운 모양이 다.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녀를 위해선 이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끝맺는 편이 좋아보였다. 그러기 위해서 머리칼을 계속 잡아당겨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만은….
“흐윽, 하아… 흑, 흐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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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호 지부장은 내가 머리칼을 잡아당길 때마다 흐느끼며 힘겹게 따라왔 고 다소 거칠게 잡아당긴 결과, 처음보다 더 빠르게 시론의 앞에 도착할수 있었다.
나는 시론이 입을 열기 전에 손에 쥐고 있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그녀의 등에 놓아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이제 그만하자.”
흥.
시론은 뭐 가 그리도 불만인지 콧방귀 를 끼며 석 연찮은 얼굴로 고개를 숙 이고 울고 있는 냐호 지부장을 노려봤다.
“이제 됐으니까. 그만나가.”
그, 그럼.”
냐호 지부장이 긴 소매로 얼른 얼굴을 가리며 일어나더니 우리를 향해 살 짝 허리를 숙이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충격이 꽤 큰 모양인지, 문으로 향하는 그녀의 걸음이 위태롭게 휘청거렸 다. 쓰러질 듯한 걸음으로 그녀는 무사히 문에 도달해 방을 나갔다.
그제 야 나는 묘하게 불쾌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시론의 허 리를 왼팔로 껴안으며 물었다.
“왜 그래? 원하는대로 다했으면서.”
“……몰라. 뭔가 존나 속은 기분이란 말이야.”
굳게 닫힌 방문을노려보며 시론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나는 시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 부드 러운 뺨에 내 뺨을 살살 문지르며 장난식으로 입을 맞췄다.
몇 번 쪽쪽 뺨에 입술을 맞춰주자 구겨져 있던 시론의 미간이 조금씩 풀리 는걸볼수있었다.
“그럼,하던거이어….”
똑. 똑. 똑.
슬슬 얼굴을 붉히기 시작한 시론의 귓가에 속삭이던 나는 노크 소리에 잠 깐 입을 다물었다.
—스미스님.
기에나의 목소리였다.
나는 시론을 끌어안은 상태로 기에나에게 들어와도 괜찮다고 말했다.
필요하시다면 자리를 비켜 드리겠습니다.”
문을 반쯤 열고 들어오던 기에나가 나와 시론을, 정확히는 시론을 보더니 그리 말했다.
그에 시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됐어.”
“•••꾈네.”
나는 두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기류에 눈을 껌뻑였다.
묘하게 기에나가 시론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기분 탓인가.
그 사이에 기에나는 문을 닫고 나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오늘 저녁부터 성에 머물고 있을 테니, 스미스님께서 원하시면 곧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겠다고 그러더군요.”
“그렇구나. 고생했어.”
“아닙니다. 그런데 스미스님….”
기 에 나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 니.
“혹시… 흑묘족 여성에게도손을 뻗으셨습니까…? 아니면 노리고 계신 다던지….”
“콜록, 콜록…!! 그, 그게 무슨 소리 야 갑자기 ?”
전혀 예상치 못한 물음에 너무 당황한나머지 그만기침이 터지고 말았다.
“죄,죄송합니다. 물을….”
“아, 아니 괜찮아… 그보다 갑자기 왜 그래 ?”
“그게….”
내 물음에 기에나가뭔가실수를했다는얼굴로내가아 닌 시론의 눈치를 보더니 아주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복도에서 마주쳤습니다만… 암컷의 냄새를풍기며 발정 난 것 처럼 침을 흘리고 있기에…….”
까드득.
기에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론의 입에서 섬뜩한소리가들려왔다.
“이 빌어먹을년이... 뭐? 신뢰......엩하…!!”
혹시라도 당장에 문을 박차고 뛰어가 냐호 지부장의 머리통에 꿀밤을 먹 이려 들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저 내 품에 안겨 툴툴거리는
선에서 그쳤다.
물론, 차마 입에 담기 험한 아주 거친 단어들이 연달아 튀 어나오기는 했지 만, 아무튼 툴툴거렸다.
그때, 조용히 내 뒤로 다가온 기에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잡아올까요?”
아주 섬뜩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기에 나도 사고방식 이 좀 남다르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가까이 다가온 기에나의 뺨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 다.
“내버려 둬 … 그리고 미안한데 내려가서 먹을 것 좀준비해 달라고 말해줄 래?”
“……네.”
기 에 나가 기분 좋은 듯 웃으며 고개 를 끄덕 이 더 니 조용히 방을 나갔다.
나는 계속해서 으르렁거리는 시론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바닥에 스며든 작은 얼룩 자국들을 보았다.
머리채를 잡아당길 때마다 내던 소리 가 흐느낌 이 아니 라, 그저 흥분을 참 지 못해 내뱉은 교성이 었고 눈물인 줄 알았던 물방울 들은 눈물이 아니라 다 물지 못한 입에서 떨어진 군침 이었다니.
우리의 신뢰를 위해 스스로 수치심을 인내하겠다던 그 발언만 아니 었어도 그러려니 넘어갔을 텐데 ….
이렇게 내 순정을 짓밟다니.
이후, ‘밤의 요정’ 거래를 위해 냐호 지부장이 직접 몰링타를 방문할 예정 이다. 바로 그때.
오늘농락당한 내 순정의 값까지 거래의 대금으로 받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