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58화 Ep.158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경비대 집무실.
“저,대장니임…?”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창문으로 던져버리겠다.”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던 리나는 상관의 섬뜩한 경고에 입을 꾹 다물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 씨발년들.’
리 나는 자신과 함께 상관을 놀렸던 부하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 떠올리 며 이곳에서 나가자마자 잡아다가 족쳐버리 겠다고 연신 다짐했다.
똑. 똑. 똑.
어제의 보고일지를 확인하고 있던 케르낙스는 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케 르낙스경 엩 잠깐 들어 가도 괜찮을까요?
행정관 밀리 아의 목소리 였다.
“들어오십시오.”
“실례할게요〜”
밀리 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구석에 머리를 박고 있던 리 나를 발견하고는 잠깐 눈을 껌 뻑 였다.
그걸 지켜보던 케르낙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리나. 업무로 복귀하도록.”
“옙!!”
상관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리나는 바람처럼 일어나 각잡힌 자세로 경례 를 때린 다음, 자신을 이 위 기에서 구해준 행정관님께 직각으로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서 빠르게 도망쳤다.
“중요한 이야기입니까?”
“반반?”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린 그녀를 케르낙스가 멀뚱히 바라보다가 자리에 서 일어났다.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하하,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요.”
밀리 아와 케르낙스는 서로를 마주 보며 소파에 앉았다.
케르낙스가 자리에 앉자 밀리아는 살포시 웃으며 넌지시 물었다.
“스미스님이 밤일을그렇게 잘하시나봐요?”
“콜록, 콜록一!!”
“괜찮으세요?”
“괜, 콜록… 찮,습니다아… ….”
살짝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밀리아를 보며 케르낙스가 침을 삼 켰다.
“그… 업무와 관련 없는 대화는 조금.”
“어머,제가어제 케르낙스경 대신 업무도봐드렸는데?”
“그, 그건 분명 감사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그런 사적인 것은 대 답하기 가 조금… 곤란, 합니다.”
밀리 아는 목 아래 가 이 미 빨갛게 달아오른 케 르낙스를 보며 흥미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무얼 숨기려고 하세요. 어제 케르낙스경이 출근하지 못한 것만봐도 뻔히 답을 알 것같은데.”
“끄응….”
케르낙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 었다.
“사실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지만. 가주께서 관심을 가지셔서 물어봤어요.”
“백작… 께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케르낙스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밀리아는 그런 케르낙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르델라님과의 사이는 알고 계시잖아요?”
“아…….”
그제야 케르낙스는 어째서 가주인 아르델이 그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 지 이해했다.
“교제는 이미 허락을 하셨지만…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거라고하셔서 말 이죠.”
그녀의 말에 케르낙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갔다.
설마 가주인 아르델이 귀족은 고사하고 평민도 아닌, 변방 출신인 스미스 와 아르델 라의 교제 를 허 락한 것으로도 모자라 둘 사이 의 아이 까지 바라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나도•••꾈.’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케르낙스경?”
“……아. 예. 죄송합니 다. 잠깐다른 생각을….”
“아뇨. 괜찮아요.”
밀리아는 표정이 굳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슬슬 본론으로 들 어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판단했다.
“크흠. 그러면 사담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공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할 까요?”
“예.그편이 좋을것 같습니다.”
케 르낙스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밀리아 역시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일단, 제 복귀에 관한건데요. 이틀 전에 벨페른의 영지전이 끝났다는소 식을 전 달받았어요. 늦어도 보름 안에 아르델라님 께서 기 사들을 이끌고 이 곳에 방문할 거랍니 다. 저는 그때 그 행렬을 따라 복귀 할 예정입니 다.”
“그렇습니까.”
이미 혼자서 몇 년이나도시를 관리해왔다.
행정관이 돌아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케르낙스는 그녀 가 떠 난다는 사실에 약간의 아쉬 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기에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 으나, 아무래도 근본이 기사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보름… 그보다 더 빨리 떠나실 수도 있으니 그 전에 최대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배워두는 게 좋겠군.’
케르낙스는 며칠 정도 야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밀리 아는 말을 하려 다가 잠깐 주변을 살피 더 니 자리 에 서 일어 나 책 상 뒤 에 있는 창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듣는 귀 가 있을 리는 없지만, 약간 버릇 같은 거라서요.”
“아닙니다.조심성은과해서 나쁠 게 없으니 말입니다.”
“맞아요. 조금 귀 찮고 피곤할 수는 있지 만요.”
밀리아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케르낙스는 더욱진중한 얼굴로몸을 살짝숙여 밀리아에게 가까이 가져댔다.
그녀는 웃음을지우며 케르낙스와 마찬가지로 몸을 살짝 숙이며 말했다.
“국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라고 가주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심상치 않다고 한다면…?”
“하루가 멀다고 넘어오던 몬스터들이 근 이주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 고 있다고 하시 더군요.”
“……그건.”
케르낙스가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들자, 밀리아가 그녀를 마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남왕이 태어난 모양이에요.”
“역시…;
이 성보다는 본능에 더욱 충실한 몬스터 .
그중에 서도 녀 석들은 특히 나 종족 번식 을 가장 최 우선 순위 로 두고 행 동 한다.
그런 녀석들이 자신들의 서식지를 벗어나 자꾸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도 전부 번식을 위해 인간이나 다른 이종족 남성을 자신들의 서식지로 끌고 가기 위함이다.
몬스터들 사이에 서도 수컷은 매우 희귀한 개체 이 기에 언제나 무리에 보 호를 받으며 애지중지 모셔진다.
때문에 몬스터들은 자신의 무리에 있는 수컷을 지키기 위해 결코 다른 개 체와 협력하지도 서식지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주, 아주 드물게 이 모든 법칙을 깨고 다양한 몬스터 가 서식 지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절륜한 정력을 가진 수컷이 태어났 을 때가 바로 그러하다.
번식, 더욱 많은 번식을 위해 종족을 가리지 않고 씨를 뿌리는 이 절륜한 수컷은 임신하지 않은 암컷을 찾아 계속해서 움직 이며 무리는 자연스럽 게 그 수컷을 따르며 점차 뭉쳐간다.
여 기 까지 만 들어 본다면 오히 려 서 식 지 를 벗어 나는 몬스터 가 줄어들어 좋 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현상에 불
과하다.
본능적으로 가장 강한 수컷의 씨를 받고 싶어하는 몬스터들은 기존 자신 들의 무리 의 수컷까지 외 면하고 남왕에 게 로 향한다.
문제는 그러한몬스터가수십, 수백, 수천이 넘는다는 것.
아무리 절륜하다하더라도 자지는 하나이기에 한번에 찔러 넣을수 있는 보지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 게 수천의 몬스터 가 자신의 차례 가 오기 를 기 다려 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이 녀석들은 그렇게 참을성이 좋지 못 하다.
결국 자신의 순번을 당기 기 위해 다른 녀석들을 죽이는 쪽을 선택 한다. 그 러나 이 남왕은 임신시켜야 하는 암컷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인 몬스터보다는훨씬 이성적인 이 남왕은 어차피 자신이 말 릴 수 없다는 걸 알기 에 다른 쪽으로 자신에 게 매 달리는 암컷들을 유혹한다.
새로운 암컷을 가져다 바치는 녀석을 가장 먼저 임신시켜주겠다.
그 암컷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좋다.
새로운 암컷.
일대의 서식지를 두고 있는 몬스터는 이미 남왕의 아래에 다 모였다. 그렇 다면 어디서 새로운 암컷을 찾을 수 있을까.
서식지 너머에 있는존재.
바로 인간이다.
뚜렷한 목표가 정해진 몬스터들은 그렇게 눈이 돌아간 상태로 인간들을 덮친다.
그게 바로 몬스터 웨이브다.
“정확한 건 조사대가 돌아와야 할 수 있지만,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남왕이 탄생했을 거라고 의견이 모이고 있거든요.”
“만약 남왕의 탄생이 확인된다면….”
“확인된 다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되 겠죠.”
가주인 아르델의 무위는 대륙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력하다. 거기다 그녀의 아래에 있는 기사단 역시 왕실 근위대를 훨씬 웃도는 전력이라고 평 가받고 있다.
그런 이들이 지 키고 있는 국경의 요새는 감히 한낱 몬스터 따위 가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 었고 그 사실을 밀리 아도 케르낙스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 나 몬스터 웨 이브는 그런 그녀 들조차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몰려드 는 숫자가 상상을 초월 한다.
게다가 기존에 수컷을 납치하겠다는 목표가 아닌, 더욱 강한 암컷을 잡아 다가 남왕에게 가져다 바치는 게 주된 목표가 된 녀석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달려든다.
그 집 요함이 어느 정도냐면, 종족을 불문하고 남자에 눈이 돌아간 여 자에 게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이 나도는 것처럼, 녀석들 역시 죽음을 불사하고 병사와 기사들에게 달려들어 어떻게든 남왕의 앞까지 끌고 가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덤벼든다.
“일단주변 영지에 미리 알려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그렇죠. 원래라면 그러는 게 옳은 판단이죠. 이왕이면 왕실에 놀고 있 을 년들… 크흠. 병사들에게도 도움을 받고 싶지만 아마 시간 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그건 힘들 테죠.”
“그러니 우선주변영지에….”
케 르낙스는 말을 하려 다가 고개를 가로젓는 밀리 아의 행동에 입을 다물 었다.
“가주께서 바라지 않으세요.최근에 사교가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 했다는 소식을 신전으로부터 듣기도 했고, 여러 정보 단체로부터 엘프들이
맹약을 어기고 숲을 나왔다는 정보까지 접했어요.”
“•••외부에서 섞여 들어올 위험을 차단하고자 하시는 겁니까?”
“아뇨. 그럴 리 가요. 그런 것들은 후에 찾아다가 싹을 잘라버리 면 그만인 걸요.”
케르낙스는 살포시 웃어 보이는 밀리아의 미소가 이상하게 섬뜩하게 느 껴졌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본론이 랍니다. 가주께서 외부의 인원을 끌어들이려 고 하지 않으시는 건 스미스님을 최대한 외부에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으시 기 때문이랍니다.”
“……스미스, 를 말입니까?”
밀리아가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귀족들의 입에서 가장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게 누구인지 아시나요 ?”
“……모릅니다.”
“바로 케르낙스경 . 당신과 스미스님 이 랍니 다.”
바젤란 자작과 바스티아 남작의 영지전.
그걸 지켜보던 수많은 시선 속에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나 인근 영지에서 파견 나온 대 리 인들 역시 포함되 어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의 뇌 리에 아주 깊숙이 박힌 장면이 있었다.
그게 바로 케 르낙스와 병 사들이 수백의 화살 비를 뚫고 바스티 아 남작의 병사들을 제 압하던 모습이 다.
그들은 역시 필로리아 백작 휘하의 기사라며 케르낙스를 아주 용맹하며 실력 이 뛰 어난 기사라 칭 찬함과 동시 에 수백의 화살을 뚫고도 멀쩡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몹시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들은 바스티 아 남작으로부터 케 르낙스와 그 병 사들이 아주 특 별한 소재의 방어구를 갑옷 안에 착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다.
다행히 필로리아 백작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그 정보의 출처를 알아내 고 싶어하는 이들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으나, 뜻밖에 기회가 생겨 백작령 에 들어올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그소문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사람을 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행정관님.스미스는 머지않아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밤의 요 정’을 정식으로 판매할 계획 입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듣기로는 바젤란에 있는 흑선의 지부장과 만남을 가 지 기로 약속도 하셨다면서요?”
그렇습니까?”
“어 •••모르, 셨나요?”
“예.”
“아....”
무거웠던 분위 기가 살짝, 아주 살짝 더 무거워 졌다.
“크흠. 여튼. 가주께서 경계하는 건 다름 아닌 왕실이랍니다.”
“왕실… 입니까?”
“네. 안 그래도 귀족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걸 옆에서 부추길 정도로 귀 족들의 세력이 약해지길 바라는 왕실이 과연 스미스님이 만든물건의 정보 를 접하고도 그걸 다른 귀족들의 손에 넘어가도록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하 시나요?”
I •
케르낙스는 처음으로 왕실이라는 존재가 스미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는 것을 이 자리에서 인지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멍하니 있는 케르낙스를 바라보며 밀리 아가 작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슬쩍 그녀의 눈치를보며 말했다.
“뭐 … 그런 이유도 있는데요. 사실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려고 결정하신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답니 다.”
“……엩 또 뭔가 있는겁니까?”
진지한 얼굴로 눈을 껌 뻑 이 며 자신의 대 답을 기 다리는 케르낙스를 보며 밀리 아는 바싹 마른 입술에 침을 살짝 묻히며 말했다.
“가주께서 … 스미스님을 국경 요새로모셔오길 원하세요.”
“……예?”
“그곳에서 밤의 요정을 생산해 병사와 기사들에게 지급하고 파손되는 게 있다면 빠르게 새것을 보급할 수 있다는 이유… 랑.”
밀리아는 작게 ‘아이 씨….’라고 작게 중얼거리다가몹시 부끄러운 얼굴로 가주의 마지 막 이 유를 케 르낙스에 게 밝혔다.
“가주께선 스미스님이 본인을 위한 아주 특별한 것을 만들어주시길 원하 세요.그걸 착용하고혼자서 남왕의 자녊 … 목을 자르러 가시겠다고….”
케르낙스가 차게 식은 눈으로 밀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진짜이유였습니까.”
예.
둘은 잠깐 서로를 마주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 었다.
뭐든쉽게 질려 하고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르델.
그러나 유일하게 그녀가 즐거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칼질이었 다.
오래전, 아르델의 아래에서 견습 생활을 보냈던 케르낙스 역시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밀리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잠깐 한숨을 토해내며 서로의 감정을 추스르고 있던 바 로그때.
쿵! 쿵! 쿵!
—대장님!!
조금 전에 집무실을 도망치듯 나갔던 리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문을 두드 려왔다.
“들어와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리나가하얗게 질린 얼굴 로 들어왔다.
그런 리나의 얼굴을 확인한 케르낙스와 밀리 아는 무언가 큰일이 일어났 음을 직감했다.
!.
!
.
“무슨일이냐.
“부, 불!! 불이 났습니다. 집, 지지 집에 불이 났어요!!”
“……리나.”
케 르낙스는 살짝 화가 치 밀 어 올랐다.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다급한 것 같아 들였더니, 설마 자택에 불이 난 것 때문에 이리 호들갑을 떨다니.
물론, 매우 가슴 아픈 일이 기는 하지만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하는 케르 낙스에게 있어선 충분히 징계를 내릴 만한사유一
“대장님 집에 불이 났… 어, 어어 대, 대장님?!”
리 나는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보고를 받아야 할 상관이 창문으로 뛰 어 내 렸기 때문이 다.
“그••• 불은…… 다꺼졌…… 아이 씨!!”
근거는 없으나, 이대로 있다간 나중에 복귀한 상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녀는 다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순식간에 혼자가 되 어버린 밀리아는 잠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품에서 통 신구를 꺼내 들었다.
케르낙스의 집에 불이 났다면 혹시라도 스미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지도 모르기에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손에 들린 통신구를 작동시 켰고.
“…… ”
한참이 지나도록 통신구는 연결되 지 않았다.
그녀는 품에 서 다른 통신구를 꺼 내 작동시 켰다.
두 번째 통신구는 신호가 채 두 번이 울리기도 전에 연결되었다.
—네. 행정관님.
밀리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통신구를 향해 명령했다.
“모든 일을 중단하고 지금 즉시 베네오경을 찾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연결은 곧바로 끊어 졌고 밀리 아는 미간을 구기 며 통신구를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르낙스의 집에 발생한 화재.
스미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로 붙여뒀던 베네오와의 연결되지 않는 통신.
밀리아는 곧장 케르낙스가 뛰어내렸던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래에 단련 중인 병사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도시를 봉쇄하세 요. 그 누구도 안으로 들이 지 말고 밖으로 내 보내선안됩니다.”
밀리아는 당황하면서도 자신을 향해 경례하며 바삐 뛰어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시발… 가주님한테 존나 깨지겠네.’
그녀는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며 몸을 돌렸다.
목적지는 풍요신의 신전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