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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191화 (191/771)

횐 191화 Ep.191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우선 집게를 꽉 잡고.”

“이렇게요?”

“네 .좋아요. 그리고 망치를 들고….”

꾸우욱.

옆 가슴을 짓누르는 탄탄한 팔뚝의 감촉.

수용의 한계를 넘어선 도파민에 의해서 말리나의 뇌는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그럼에도 정신을 놓지 않고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는 건 사실상 기적에 가 까운일이 었다.

“팔과 어깨의 힘으로만 내려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허리에 힘을 주고 던진 다는 개념으로… 이렇게…….”

꾸욱. 꾸우욱. 꾸욱.

어 지 간한 기 사들보다 덩 치 가 큰 눈앞의 남성.

덕분에 말리나는그에게 제대로 된 자세를 알려주기 위해 정말, 정말부득 이하게 신체를 밀착해야만 했다.

거기에 말도 안 되게 큰 신장도 신장이지 만, 무엇보다 탄탄한 근육이 오밀 조밀하게 붙어 있는 굵은 팔뚝이 가장 큰 문제 였다.

자세를 교정해 주기 위해 팔을 붙잡아야 하는데 그 굵기가 어찌나 굵은지.

제대로 자세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팔뚝을 아예 품에 끌어안아야지만 제 대로 교정에 도움을 줄 수가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자세 교정이라는 명목을 이용해 세 번이나스미스의 팔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전적이 있다.

그것도 한 시 간이 라는 아주 짧은 시 간에 세 번을.

처음에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그러 나 스미스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 고는 곧바로 두 번째를 시도했고 두 번째 역시 성공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까지 성공 시켰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태어나 처음 보는 젊은 남자인 데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몸에서 흘러나 오는 땀 냄새가 말리나의 이성을 빠르게 마비시켰고 그녀의 행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대담해졌다.

아니, 대담해질 뻔했다.

오싹一

말리 나가 몸을 부르르 떨 었다.

몽롱해졌던 그녀의 눈동자에 초점에 돌아왔다.

어디선가 날아든 날카로운 기운이 흐려져 있던 그녀의 정신을 일깨운 것 이다.

정신을 차린 말리 나는 한 차례 더 몸을 떨 었다.

사방에서 쏘아지고 있는 살벌한기세가 원인이었다.

거기다 흐려졌던 정신을 일깨우게 만든 노골적인 살기까지 더해지니 행복 함에 절여졌던 그녀의 뇌가드디어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제좀 괜찮습니까?”

“예? 아, 네. 네네. 괜… 찮아졌네요.”

스미스의 질문에 말리 나는 고개를 끄덕 였다.

사실 자세는 처음부터 크게 나쁘지 않았다.

몸을 쓰는 거에는 전혀 소질이 없던 마을 아저씨들과 달리, 눈앞의 남자는 한 번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곧잘 따라 했기 때문이 다.

“잠시만요… 달군 쇠를 가지고 올게요.”

“옙.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 미쳤다.’

사방에서 쏘아지는 따가운 시선도 잠깐 잊게 만들 장난스러운 미소에 그 녀는 올라가려는 입꼬리에 최대한 힘을 주고 화로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눈알을 굴려 주변을 살폈다.

일단 선배 대장장이들도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집중을 해도 겨우 실수를 면하는 자신과 다르게, 선배 대장 장이들은 이쪽을 매섭게 노려보면서도 능숙하게 쇠를 두들기는 묘기를 선 보이고 있었다.

시선은 선배 대장장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

...

‘시발…… 뭐가 저렇게 많아?’

열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설계된 대장간은 외벽 없이 기둥만 올라간 구조였기에 외부에서 내부를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스미 스가 배 정 받은 공간은 도로와 가장 가까운 곳이 었다.

병사와 기사들이 걷는 길목과 겨우 담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그런 곳 말이 다.

그러 한 특성으로 비 번이 거 나 근무 교대를 끝마친 이들이 하나 둘 거 리를 걷다가 아주 우연히 스미스를 발견했고 그대로 발길이 묶여버리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그 결과.

대장간 앞 길목은 발 디딜 틈 하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포화상태 가 되 어 버 렸다.

말리나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선배 대장장이들과 달리 길목을 막고 선 병사와 기사들의 시선은 오로지 스미스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몇몇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찌릿찌릿一!!

난생처음 느껴보는 살기가 말리나의 뒤통수를 쉬지 않고 찔렀다.

그녀를 향해 쏘아지고 있는 살기에 가장 큰 지분은 인파 속에 섞여 있는 기 에 나의 몫이 었으며 아르델라를 따르는 기 사들이 약간의 지분을 가지고 있 었다.

아르델라를 따르는 기사들은 자신들의 단장님이 소중하게 여기는 연인에 게 여우짓을 하는 말리나를 어떻게든 손 봐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 다.

그저 경고만 주려는 기에나와 달리, 정말로 실행에 옮기려는 그녀들이 배 는 더 위험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말리나는 이러한 사실을 알 방도가 없었기 에 그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살기를 받아낼 뿐이다.

드르륵.

화로에 넣어두었던 잘 달궈진 쇳덩이를 집게로 꺼낸 말리나는 조심해서 그걸 가지고 스미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모루 위에 그걸 올리며 말했다.

“집게로 잡아보시겠어요?”

“옙.”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알려준 방법으로 쇠를 집게로 집는 모습에 말리 나는 순수하게 칭찬했다.

“정말빨리 배우시네요.”

“아니, 뭐. 크흠.”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또왜이리 귀여운건지.

“그러면, 이제 천천히 망치로 두들겨 보실래요?”

“알겠습니다.”

스미스가 망치를 높게 들었다.

말리나에게로 향하던 대장장이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

혹시 라도 일 어 날 사고를 대 비 하기 위 함이 다.

여전히 스미스의 몸을 야릇한 시선으로 훑기 바쁜 외부인들과 달리, 대장 간의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 어 장인의 눈으로 망치를 든 스미스에 게 집중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담은 스미스가 망치를 내려쳤다.

타앙一!!

쇳 덩 이 를 후려 친 거 라고는 생 각할 수 없는 아주 맑은소리 가 대 장간에 울 려 퍼졌다.

쇠를 좀 두드려 봤다는 대장장이들이 감탄했고, 그보다 더 오래 굴러먹은 상급 대 장장이들은 놀란 눈으로 스미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쇠를 때린 당사자인 스미스 역시 놀란 눈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바 라보고 있었다.

단 한 사람.

가장 가까이 에 서 그 소리를 들은 말리 나만이 눈을 찌푸리 며 쇳 덩 이 를 노 려봤다.

‘썅.하필 골라도불량을 고르냐. 이 멍청한년아.’

정상적인 쇳덩이를두드렸을 땐 날수 없는 맑은소리.

말리나는 그 소리의 원인이 단순히 쇳덩이의 속이 텅 비어서라고 생각했 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스미스의 눈치를 살피며 고민했 다.

‘아...쪽팔리게 진짜.’

홀딱 반해버린 남자에 게 무조건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이 런 초보적 인 실 수를 저지른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모르는 척 넘 어 가고 싶었지 만, 그러 기 에는 대 장간이 너무 조용했고 또 울려 퍼진 소리도 작지 않았다.

말리나는 결국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며 눈물을 머금고 입술을 열었다.

“저…….”

“스미스님.”

말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바로 뒤 에 서 들려온 우두머 리의 목소리 가 그 이 유였다.

잠깐 멍하니 자신의 오른팔을 쳐다보던 스미스는 몰드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은총의 소유자이십니까?”

“예? 아뇨. 아닙니다.”

“그러시군요.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망치질을 해주시겠습니까.”

“그거야 뭐….”

몰드의 부탁에 스미스는 다시 한번 좀 전과 같은 자세로 묵직한 망치로 쇳 덩이를 두들겼다.

타앙一!!

이번에도 쇳덩이를 후려친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소리가 대장 간에 울려 퍼졌다.

몰드가 무언가 확신하는 표정이 되더니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망치를 꺼내 모루를 땅땅내려쳤다.

“지금부터 한눈팔다가 내 눈에 걸리는 년은 오늘부로 손모가지 한 짝 없 는 병신년이 될 테니 그리들 알아라.”

살벌하기 그지없는 최고 대장장이의 경고가끝나기 무섭게 그녀 바로 아 래에 있는 상급대장장이들이 놀리고 있던 손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급 대장장이들이 망치질을 시작하니 그 아래에 있던 대장장이들 역시 눈치를 보며 망치질을 시작했고 대장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쇠와 망치 소리 로 소란스러 워 졌다.

몰드는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다시 허리춤에 넣으며 돌아섰다.

그리곤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는 말리나에게 말했다.

“개짓거리 하지 말고 아는 것만정확하게 알려드려라. 알겠냐?”

“예? 아, 예, 예!!”

말리나는 당장에 머리통이 날아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미친 듯이 고개 를 끄덕였다.

몰드는 대 장장이들을 쏘아보던 살벌한 시선을 거두고, 진심으로 존경한 다는 감정을 담아서 스미스를 올려다봤다.

“오늘 처음 망치를 잡으셨다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아주 깔끔하고 좋은 망 치질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갑작스러운 그녀의 칭찬에 스미스는 쑥스러운 한편으로 너무나도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 속으로 당황했다.

조금 전까지 만 하더 라도 변태 라고 투덜거 리 던 그녀 가 지금은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필요하신 게 있다면 이 아이에게 말씀하시면 이 녀석이 알아서 저에게 보 고할겁니다.”

“아예.”

스미스는 옆에서 잔뜩 얼어 있는 말리나를 힐끗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하던 일계속하시죠.”

몰드는 말리나를 쏘아봤고 그녀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리 나는 몰드의 눈치 를 보며 스미 스에 게 다시 망치 질에 대 한 기초적 인 지식을 전수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미스는 다시 망치질을 시작 했다.

몰드는 그 맑은소리를 귀에 담으며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십 분도 지 나지 않았을 텐데 , 거리 에 모여든 인파가 두 배는 불어난 것처 럼 보였다.

극히 일부를 제외 하고는 하나 같이 음심 이 가득한 시 선으로 망치 질에 열 중하기 시작한 스미스를 정신없이 훑고 있었다.

몰드는 비 어 있는 말리 나의 자리로 걸어 가 그녀의 피 가 닿았던 식은 쇳 덩 이를 아주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녀 는 그 쇳 덩 이 를 가지 고 조용히 걸 어 가 망치 질을 하고 있는 스미 스와 말리나의 앞에 섰다.

스미스를 향하던 모든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 의해 가로막혔다.

음심으로 가득 찼던 시선이 노기와 불쾌함으로 돌변하는 건 순식간이 었 다.

그러나 일부 기사들은 몰드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헤벌쭉 벌리고 있던 입을 닫고 자리를 급히 빠져나가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모두의 시선을 태연하게 받으며 손에 들고 있던 쇳덩이를 들어 올 렸고, 주먹을 쥐었다.

손에 들려 있던 쇳덩이가물을 가득 머금은진흙처럼 일그러졌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놀란 토끼 눈이 된 사람들을 둘러보며 몰드가 다른 손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더니 가운데 가 움푹 일그러진 쇳덩이를 쭉 잡아당겨 끊어버렸다.

몰드는 끊어진 뭉툭한 부분을 밖으로 내 던졌다.

일종의 경고였다.

이유도 없이 계속 알짱거리는 년은 손수 멱을 따버리 겠다는 경고.

다른 영지였다면 감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감히 일개 대장장이가 기사들을 협박하다니.

그러나 이곳에선 달랐다.

이십 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망치와 함께 한 장인이자 영주 아르델의 모든 무구를 책 임지고 있는 최고 대 장장이 인 그녀를 나무랄 수 있는 자는 영주인 아르델이 유일했다.

—빨리빨리 움직여!!

—눈 깔고 발만 움직 여라. 주둥이 나불거 리는 년은 연병 장 행 이 다.

효과는 확실했다.

미쳐 빠져나가진 못했으나,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기사들이 빠르게 주 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사람으로 가득했던 길은 순식간에 원래의 한산함을 되찾았다.

“건방지게 누굴 노려.”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뀐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렸다.

카앙, 카앙, 카앙一!!

쇠 를 두들길 때마다 들려오는 맑은소리 .

몰드는 애정이 담긴 눈으로 망치를 내려치는 스미스를 조용히 지켜봤다.

**

스미스를 식당으로 안내했던 기사 다니아.

그녀 가 미 간을 구기 며 이를 갈았다.

“교대조는 왜 오지 않는 거냐.”

“그러게 말입니다….”

함께 조를 이루고 있던 병사들도 깊은 한숨을 내쉬 었다.

원래 라면 한참 전에 교대를 마치고, 기름진 사슴 고기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곁들이 고 있을 시 간이 다.

시 간으로 계 산하면 대 략 한 시 간하고도 이 십 분.

오히려 이제야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게 이상할 정도다.

삼인 일조로 활동하기에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셋 중 한 명은 보고를 위해 이쪽으로 왔어야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커녕 셋 다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잠깐기다려라.”

병사들은 잔뜩 열 받은 다니 아가 얼른 교대조를 끌고 와줬으면 하는 바람 으로 고개 를 끄덕 였다.

그녀가 내성을 나와 순찰본부로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였다.

“엘리아!!”

다니아는짜증을 가득 담아교대자인 동시에 기사서임식 동기의 이름을 불렀다.

병사들과 함께 걸어오던 엘리아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다니아를 발견 하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미안.”

“장난하나?”

“진짜 미 안. 대신 다음 근무는 두 시간 일찍 교대해 줄게.”

“……정말이냐?”

“약속하지.”

동기 엘리아의 약속에 구겨졌던 다니아의 이마가 펴졌다.

“그런데 무슨 일 있었나? 걸음걸이가조금 이상해 보인다만.”

“그게 말이야…… 너흰 먼저 가 있어라.”

엘리아가 병사들을 먼저 보내고 다니아에게 바짝붙었다.

“뭐냐. 징그럽게. 기분 나쁘다.”

“누군좋아서 그러냐? 시끄럽고귀나대 봐 이년아.”

다니아는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면서도 그녀에게 귀를 내어주었다.

“숙소에 가면, 내 침대에 이 나간검이 있거든? 딴데 가지 말고그거 가지 고 곧바로 대 장간으로 가. 알겠냐?”

“……대장간?”

엘 리 아가 떨 어 지 며 고개 를 끄덕 였다.

“진짜 꼭 가라. 안 그럼 두고두고 후회 할 테 니 까. 그리고 가게 되 면 내 가 왜 늦었는지 알게 될 거야. 아, 덤으로 내 이불도좀 빨아줘라.간다.”

엘리 아는 앞에 서 걸어오고 있는 두 병사를 보더니 다니 아의 어 깨를 두들 기며 내성으로 향했다.

다니 아는 고개 를 갸웃거 리 다가 교대 하고 온 병 사들을 데 리 고 순찰본부 로 향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너희도 고생했다.”

일지 작성을 끝낸 그녀는 병사들과 헤어지며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짤랑, 짤랑一

숙소로 향하는 복도에 서 다른 기 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문으로부터 비 슷한 소리 가 계속 들려왔다.

게다가 어떤 방에서는 묘하게 허덕이는 목소리까지.

엩,,

다니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신과 엘리아가 함께 사용하는 숙소의 문을 열었다.

무슨짓을 한거냐.”

다니아는 방에서 나는 불쾌하면서도 시큼한 냄새에 얼굴을 구겼다.

자세히 보니 동기 엘리아의 침대가젖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그위에 놓여 있는 검 한자루까지.

다니아는 문을 닫고서 우선 착용한 갑주를 거치대에 걸기 시작했다.

짤랑.

목에 찬 인식표가 갑옷에서 떨어지며 작게 소리를 냈다.

그녀는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엘리아의 침대 위에 놓인 검을 빤히 바 라봤다.

“……대장간은 왜 가라는 건지 모르겠군. 그리고 이불은 또 왜 저 모양이 고.”

하나부터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 만, 다니 아는 결국에 엘리 아가 준 비해둔 검을 허리에 차고서 숙소를 나왔다.

짤랑, 짤랑, 짤랑一!!

“인식표가 흔들리는 소리 였군.”

그녀는 다른 기사들의 숙소에서 들려오던 소리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게 되 어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다들 숙소에서 단련이라도 하는 모양이군. 엘리나도 운동을 했던 건가?”

젖은 이불과 시큼한 냄새는 어쩌면 동기가 흘린 땀이 원인일 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건물을 나온 그녀는 곧장 대장간으로 이 어진 길로 빠졌다.

“•••꾈?”

대장간에 다다를 즘.

다니아는 길게 줄을 서 있는 인파의 행렬에 눈을 껌뻑였다.

게다가 가장끝에 서 있는건 자신과근무를같이 했던 두병사였다.

어딘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작게 속삭이고 있던 두 병사는 뒤에서 다 가오던 다니 아를 발견하고선 눈을 크게 떴다.

“다니아경도오셨군요…!!”

“……엩 뭐가말이냐.”

눈을 껌뻑이며 되묻는 그녀의 반응에 두 병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 다니아경도 엘리아경께 듣고오신 게 아닙니까?”

“뭔진 모르겠지만, 이가 나간 검을 가지고 대장간에 가라길래 일단 오긴 왔다만… 뭐 가 있는 거냐?”

“어…….”

두 병사는 평소 다니아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쉽게 입을 열지 못 했다.

“……됐다. 어차피 코앞이니 조금 있으면 알게 되겠지.”

“그,그렇죠. 헤헤.”

두 병사는 멋쩍게 웃으며 뒤돌았다. 그리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조금씩 줄이 줄어들어 앞으로 나아갔고.

카앙, 카앙, 카앙一!!

많은 쇳소리 중에 서 유독 맑은소리 가 다니 아의 귀 에 박혀 들었다.

‘듣기 좋은소리군.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소리다.’

다니아는 이 소리의 주인을 만나꼭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생각했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소리이니 분명 새로운 대장장이일 터.

소리만 들어도 그 자질의 일부가 엿보이니, 미래를 위해서라도 미리미리 얼굴을 터놓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다니아가 맑은소리를 감상하는 동안, 줄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드디어 대 장간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곳까지 도착했다.

눈을 감고 있던 다니아는 맑은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눈을 떴다.

“•••꾈?”

소리를 찾기 위해 눈을 뜬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한곳에 시선이 꽂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에는자신의 바로 앞에 선두병사도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숨까지 허덕이고 있었는데 그 점이 다니아 를 더욱 신경 쓰이게 했다.

‘도대체 뭘 그리들 보고 있…….’

시선을 쫓던 다니아의 머리가새하얗게 변했다.

카앙一!!

귀에 파고드는 맑은소리.

망치가 다시 위로 올라가고, 모루를 때렸다.

카앙一!!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을 빼 앗은 범 인은 그녀 가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새로운 대 장 장이 였다.

그 대장장이는 얼마나 망치질을 한 것인지 전신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 있 었다.

젖다 못해 몸과 한 몸이 되 어버 린 대 장장이의 작업복은 본래의 기능을 상 실한채 대장장이의 몸을 적나라하게 사람들을 향해 공개 중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빼앗은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었다.

카앙一!!

모루를 내 려 친 묵직 한 망치 가 다시 위 로 올라간다.

다니 아는 침을 삼켰다.

절대로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던 사내의 겨드랑이와 옆가슴이 고스 란히 그녀의 눈을 통해 뇌에 각인됐다.

주르륵.

다니아는 인중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에 코를 부여잡았다.

‘미친년들….’

그녀는 그제야숙소의 복도에서 들려왔던 인식표 소리의 정체를 알게 됐 다.

카앙一!!

다니아의 시선이 다시 자연스럽게 소리를쫓았다.

틀어막은 코가 더욱 시큰해졌다.

‘……여기까지 왔으니 검은수리를해야겠지.’

그녀는 대장간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새로운 대 장장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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