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95화 Ep.195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칸막이 에 귀를 바짝 가져대고 있는 자매의 모습에 일순 사고가 정지됐다.
‘……저년은 저기서 뭐하는 거야?’
믿을 수 없는 자매의 행동에 아리아는 지독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는 짓은 서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더라도 언니인 아르델라를 존경하는 마음만큼은 똑같다고 생 각해 왔다.
그런데.
‘이 파렴치한년!!’
감히 존경하는 큰 언니의 연인을 염탐하는 짓을 하다니.
좀전의 설렘도 잊어버리고서 아리아는 가슴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노기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자매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너……우읍?!”
자매의 어깨를 붙잡으려던 아리아는 되려 내뻗은 손목을 붙잡혀 욕탕 안 으로 끌려들어 갔다.
“우으부으읍!!”
손목을 붙잡힌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데 자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히 니 완전히 죽을 맛이었다.
칸막이에 귀를 가져대고 있던 이들이 두 자매를 향해 눈알을 돌렸으나, 신 분이 신분인 만큼 섣불리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누가 나설 필요도 없이 당사자인 아루아가 눈을 찌푸리 며 가슴에 얼굴을 묻고 발버둥 치는 동생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녀는 신속하게 아리아의 입을 틀어막으며 가슴에서 꺼내주었다.
« 11”
가슴에 서 벗어 나자마자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내 는 아리 아.
아루아는 그런 동생을 끌어안으며 작고 예쁜 귀에 속삭였다.
“조용히 해. 안 그럼 진짜 화낼 거야.”
“……
자매의 경고 아닌 경고에 아리아는 더욱 화가 났다.
‘진짜 화낼 사람이 누군데 !!’
“하아….”
아루아는 조금도 진정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동생의 행동에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서 물러나 붙잡은 동생을 억지로 칸막이에 밀어붙였다.
찰싹一!!
아리아의 가슴이 칸막이에 짓눌렸고그녀의 왼쪽뺨이 좀 전 아루아처럼 칸막이에 달라붙었다.
‘이대로 박아버릴 테 다! !’
이 발칙한 것들의 죄를 모조리 일러바칠 생각으로 아리아가 목에 힘을 준 순간.
—후우.
집중하지 않으면 잘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아의 몸에 가득 들어갔던 힘이 빠져나갔다.
‘힘든일이라도 있으셨던… 건가?’
칸막이를 이마로 들이박으려던 아리아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귀에 온정신을 집중했다.
혹시라도 상대의 고민을 엿들을 수 있다면 내일 사과에 도움이 될지도 모 른다는 생 각에 서 나온 행동이 었다.
‘남자들은 자존심이 강하니까…. 언니한테 말못하는 고민이 있을지도 모 르잖아.’
그리 생 각하며 발버둥 치던 것도 멈추고 조금 더 귀를 바짝 가져 댔다.
칸막이 너머로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리아는 눈까지 감고 마력을 움직여 청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하루 종일 떨기만 했더니 가라앉지 가 않네.
칸막이 너머의 목소리를 매우 선명하게 엿들을 수 있었다.
‘떨어…? 가라앉는다……?’
아리 아는 고개를 갸웃거 렸다.
—망치질할 때는 거기에 집중한다고 몰랐는데 이렇게 있으니까 진짜 미 치겠네.
칸막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을수록 아리아는 알쏭한 기분이 들었다
•
‘어디가불편하신 건가.’
잠깐 소리 가 멎었다. 대 신 잔잔한 물결이 첨벙 이는 소리 가 들려왔다.
그저 어 디 서 나 들어 볼 수 있는 물장구 소리 였다. 그러 나 그 소리 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게 뺨에 열기가 차오르는 걸 느꼈다.
—후우. 체 력이 붙은 건 좋은데 ••• 너무 붙은 건 아닌가 모르겠네. 이건 뭐 지치질 않으니.
‘물장구를 치셨구나.’
아리 아는 잠깐 상상했다.
어제 잠깐 봤던 그 신비로운 검은 머리 칼을 지 닌 남자가 헤 엄치는 모습을.
욕탕에서 홀딱 벗은 체 말이 다.
‘무, 무, 무, 무, 무, 무무슨!!’
그녀의 얼굴에서는 아주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끄으으으응〜
“으핫?!”
천둥처럼 울리는 굵직한 목소리에 아리 아가 당황하며 칸막이 에서 떨어졌 다.
조곤조곤하던 조금 전과 달리, 방금 들려온 소리는 처음에 들었던 것처럼 모두에 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 였기에 마력으로 청력을 강화한 아리 아에게 는 바로 옆에 벼락이 내려친 것 같은 소음으로 들려온 것이다.
아리아가 칸막이에서 떨어지자,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아루아가 그녀 의 어깨를붙잡았다.
아리 아가 고개를 돌려 아루아를 돌아봤다.
둘은 소리 없이 서로에게 눈빛을 쏘아 보냈다.
‘그만내 자리에서 나와주겠니?’
‘미친년. 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니 가 할 소린 아닌 것 같은데 ?’
‘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고. 너는 딱 봐도 얼굴에 발칙한 생각을 하 고 있다는 게 쓰여 있거든?’
‘지랄하네.’
둘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에 작은 불꽃이 튀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마력의 충돌로 인해 불꽃이 튄 것이다.
두 자매의 갑작스러운 신경전에 욕탕에 있던 모두가 침을 삼켰다.
본인들도 떳떳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누가 나서서 말릴 명분이 없었던 탓이다.
무엇보다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게 가장큰이유이기도 했다.
—끄으으윽〜!! 타하〜 슬슬 나갈까.
칸막이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에 두 자매를 포함한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두 자매는 서로를 향하던 마력을 거둬들였다.
‘•••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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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소리 없이 고개를끄덕였다.
아리아가 몸을 최대한 낮춰 칸막이에 귀를 가져댔고 아루아가 그녀의 등 에 찰싹 달라붙어 벽에 귀를 가져댔다.
아리아는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후끈후끈한 열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자매의 음부가 닿았는데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한년일 것이다.
—너무오래 있긴 했어. 애들 걱정한다고 기에나 먼저 돌려보냈는데 이 정 도면 기에나도 걱정하겠네.
누군지 모를 여자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기에나? 누구지.’
‘분명 다른 연인의 이름은 시론이라고했는데….’
두 자매가 미간을 구기며 조금 더 집중했다.
—진짜 이 자식만 아니 었으면 조금 더 느긋하게 즐겼을 텐데.
‘이 자식?’
‘또누가있는건가? 그럴 리가. 아무런 기척도느껴지지 않아.’
—끄응. 어차피 아르델라와의 관계도 다 아시면서.그냥혼욕….
두 자매가동시에 터져 나오려던 기침을 힘겹게 삼켰다.
‘혼욕…?’
‘관계라니. 그, 그 관계……?’
보는 사람이 걱정될 정도로 두 사람의 얼굴이 심하게 달아올랐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함께 엿듣고 있던 몇몇 이들은 버티다못해 결국 코를 부여 잡고 급히 자리를 빠져 나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자리 에 공백이 생겼지만,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음 순번이 얼른 들어와 다시 자리를 채웠다.
촤악, 촤악.
잔뜩 흥분한 그녀들의 귀에 들려오는 물결 소리.
........
그에 모두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소리의 정체가 욕탕을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에 하나둘귀를 가져대고 있던 여인들이 떨어져 나왔다.
소리는 들을 만큼 들었으니, 그보다 먼저 욕탕을 나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얼굴이 라도 구경하기 위 함이 었다.
칸막이에 귀를 가져대던 이들이 급히 욕탕을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눈치 빠른 몇몇이 그들의 뒤를 따랐고 그것은 곧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람으로 가득 찼던 욕탕은 눈 깜짝할 사이에 텅텅 비 어버렸다.
이제 욕탕에 남은 사람이 라고는 아리 아, 아루아. 단 두 사람.
그녀들은 여전히 칸막이에서 귀를 떼지 않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밖으로 나간 이들을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아직 마음의 정 리도다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을 마주칠 용기가나지 않았던 게 가장큰 이유였다.
이제 좀 비키지.”
“말 안 해도 그럴 생 각이 었거든. 누군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아리아의 불만에 아루아 역시 얼굴을 찌푸리며 동생의 등에서 떨어졌다.
“•••꾈.”
“•••꾈.”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탕 아래로 몸을 푹담갔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아리아였다.
“여기 문제 있다고… 아델언니한테 다말할 거야.”
“니 가 엿들었다는 것도 꼭 말해 라.”
“•••꾈.”
아리아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왜. 내가 말해줄까?”
“•••꾈닥쳐라. 지도 들었으면서.”
두 자매는 다시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그러나 조금 전처럼 불꽃이 튀는 일은 없었다.
둘 다 서로의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붉게 달아올라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꾈.”
“•••꾈.”
다시 이어진 어색한침묵.
이번엔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나 대신 듣고 있었을 때, 뭐 특별한 거 없었어?”
“… …뭐 가 막 떨 리고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셨어. 어디 가 불편하신 가 봐.”
“떨린다… 가라앉지 않고…….”
아리아의 대답에 아루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렇다 연상되는 것은 없었다.
그때 아리 아가 말했다.
“들어보니까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셨던 것 같은데 손이 떨리고부어오 르신 게 아닐까?”
“그럴듯하네. 그런데 네 말대로라면 언니가보자마자 알아차리고 알아서 다조치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네…….”
아리아가 얼굴의 절반을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보글보글보글.
물위로 떠 오르는 기포들.
아루아는 동생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게?”
“배고파서 제대로 머리가 안 돌아가.”
자매의 말에 아리아도 몸을 일으켰다.
“넌 제대로 씻고 나와. 너 아직 냄새나.”
“킁킁……으엑, 진짜네.”
아리아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얼굴을 구겼다.
그런 동생을 향해 아루아가 말했다.
“늘 먹던거 시켜놓을 테니까. 빨리 와.”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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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일 어떻게 사과드릴지 같이 머리 좀굴리자.”
응.
두 자매의 시선이 잠깐 교차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 서로의 가슴으로 향 했다.
서로 비슷할 정도로 봉긋 솟아오른 젖무덤.
크기도 비슷했고 젖꼭지의 모양도, 선한 분홍색 인 점까지 매우 흡사했다.
너무나도 비슷한 몸매에 눈을 찌푸린 자매.
‘언니는….’
‘어머니는….’
둘은 각기 피가 이어진 다른 가족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이번엔 자신의 젖무덤을 보았다.
“하아….”
“후우….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같은 타이밍 에 한숨을 내뱉었다.
자매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내가….’
‘쟤보단 그래도….’
둘은 서로에 게 말 못 할 속마음을 마음에 담아두며 쓰게 웃었다.
“뭘 쳐 웃냐.”
“너야말로 기분 나쁘게 쳐 웃고 지랄이야.”
잠깐 서로를 노려보던 둘은 결국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빨리 안오면 먼저 먹는다.”
“먹고 있기만 해 봐. 가만 안 둬 진짜.”
“응.그러던가.”
아루아는 동생을 향해 손가락 욕을 날리며 욕탕을 나갔다.
아리 아는 유리문 너머로 자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야 욕 탕 밖으로나왔다.
그녀는 잔뜩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자조했다.
허벅지 아래로 타고 흘러내리는 작고 투명한 물방울들.
아리 아는 다른 손으로 허벅 지를 타고 흘러 내 리는 방울을 가볍 게 찍 었다.
그녀의 손에 짓눌린 물방울은 끈적한 실타래를 길게 만들어내 다가 끊어 졌다.
“……하아.”
손가락에 남은 끈적한 점성.
아리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