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02화 Ep.202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르벨룸요새-동쪽 성루.
불어오는 열풍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넘기며 시론이 미간을 구겼다.
옆에 서 있던 케르낙스가 한숨을 내쉬며 검지로 시론의 구겨진 미간을 살
살 누르며 말했다.
“주름 생긴다.”
뭐래.” 귀찮은 날 파리를 쫓아내듯 미간에 닿은 케르낙스의 손을 옆으로 쳐냈다.
“시발. 도대체 이 년들은 언제 오는 건데 ?” “시론.” 케르낙스는 주변에 서 있는 병사들을 훑으며 작게 말했다.
“무슨 사정이 있으시겠지.”
“사정은 무슨.”
“화가 나는 건 이해한다. 그래도 듣는 귀 가 많으니 주의해 라.”
“하.”
시론이 다시 한번 앞머리를크게 쓸어 올렸다.
아르델라를 따라와 기 사들과의 대 련을 돕던 도중, 날카로운 호각 소리 가 울려 퍼졌고 모든 대 련은 중지 되 었다.
굳이 무슨 일이 냐고 묻지 않아도 주변의 움직 임 만으로 사태 를 파악한 시 론은 곧바로 케르낙스를 찾아 신속하게 움직이는 기사들을 따라 성루로 올 랐다.
사전에 아르델라의 부탁을 받아 동쪽 성루에서 그녀의 여동생들을 도와 주기로 약속을 했기에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문제는 성루에 도착한 이후다.
사전에 아르델라에게서 들었던 것과 달리, 다섯 명의 기사가 함께했고 병 사들의 숫자는 나머지 빈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넘쳐났다.
견고한 성벽.
노련하고 경험 많은 병사.
넓은 성루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빡빡하게 몸을 써야 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조금 더 여유 있게 행동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기에 처음 성루에 올랐을 때는 다소 기분이 괜찮은 편이 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흐를때마다 시론의 기분은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 했고 결국 이마를 찌푸리는 지금에 이르게 됐다.
!..
.....
케르낙스의 말대로 듣는 귀가 많기에 언행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병사들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쉽 게 말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이유는 있다.
다른 성루의 지휘 관과 소통하고 명 령을 내 려 야 할 책 임 자가 호각이 울리 고 한 시간이 넘도록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 도움을 주러 온 사람의 입장 에선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그러한 마음을 병사들뿐만 아니라 다섯 기사 역시 모르지 않았고, 그녀들 이 시론의 욕지 거리를 듣고도 모른 척 흘려넘기고 있는 이유였다.
“전방에서 상위 개체 하나가접근해오고 있습니다.”
관측기를 담당하고 있던 병사의 보고에 시론이 펄쩍 뛰 어오르더니 성루 위에 내려앉았다.
“배 엩,, O •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개체를 확인한 시론이 눈을 찌푸렸다.
그때,뒤에 있던 병사하나가말했다.
“사막 나가의 상위 개체입니다. 십 년을 여기서 굴렀는데 직접 보는 건 이 번이 두번째입니다.”
“어쨌든 몬스터라는 거잖아… 요.”
“아,예. 그렇습니다.”
병사는 의외의 존대에 놀란 표정을 짓다가 빠르게 표정을 고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참.”
시론은 점차 뚜렷하게 보이는 상대방을 노려보며 혀를 찼다.
인간의 상반신에 뱀의 하반신을 가진 몬스터라니 .
그녀의 눈에는 지금 다가오고 있는 개체가 인간에 가까운 몬스터가 아닌, 몬스터 에 가까운 인간으로 보였다.
“근데 저건 왜 혼자 기어 오는 거래.”
시론은진즉에 화살의 사격 범위 안에 들어온상위 개체를보며 눈을 껌뻑 였다.
“어쩔 건데.”
시론이 고개를돌려 뒤에 서 있는 기사들에게 물었다.
다섯 기사는 슬그머니 시론의 시선을 회피했고, 보다 못한 케르낙스가 짧 게 기침을 토하며 말했다.
“고작 한 마리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변명도 참길게 한다.”
“……알면 물어보지 마라.”
시론이 혀를 차자 케 르낙스와 기 사들이 얼굴을 살짝 붉히 며 바이 저를 내 렸다.
명령을 내려야 할 책임자가 없으니 그녀들로서는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 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녀들은 홀로 성벽을 향해 다가오는 상위 개체를 그저 멍하 니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 몬스터는 옷도 만들어 입나 보네.”
반짝이는 금속들과 반투명한 천으로 이루어진 의복.
시론이 상위 개체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을 보며 순수하게 감탄하던 그때.
“•••꾈.”
“•••꾈.”
성벽 앞에 멈춰선 상위 개체의 시선이 정확히 성루에 올라탄 시론에게로 향했다.
자신을 쏘아보는 듯이 올려다보는 그 시선을, 시론은 피하지 않고 마주 노 려봤다.
‘시발... 저 딴게 진짜 몬스터 라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성벽 앞에 멈춰선 개체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시론은 거대한존재감에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감각을 맛봐야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점이 분명 있었다.
상대는 분명 이쪽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는데 느껴지는 존재감은 처음 상 대를 인식했을 때와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째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하…….”
시론의 입매가삐뚜름하게 비틀렸다.
“미친년처럼 혼자 나온 이유가 있다… 이거지?”
시론은 확신했다.
성벽에서 내려가 상대를포위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화살로는 눈앞에 존 재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걸.
그러나시론이 채 투기를끓어 올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쏘아대던 기운을 거둬들였다.
“……뭐야.”
알 수 없는 상대의 행동에 눈을 찌푸리는데.
—나는 카라카샤족의 대전사 라-로샤다!!
곱상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대단히 우렁찬 목소리가 상위 개체의 입에 서 터져 나왔다.
—너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이렇게 찾아왔다.
라-로샤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대꾸하는 이는 없었다.
라-로샤 역시 예상했던 것인지 다시 성벽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홀로 너희 중 열 명을 상대하겠다. 나와 겨룰 열 명은 너희가 선택해라. 내가 이긴다면 나에게 진 열 명을 데리고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 이 요새에는 아무런 일도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라-로샤가 다시 시론을 노려봤다.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나는 돌아갈 것이고 이곳은 너희의 피로 덧칠될 것이다.
시론이 눈을 찌푸렸다.
“미친년인가』
몬스터 주제에 인간 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몹시 놀랐으나 그뿐 이다.
설마하니 저런 싸구려 도발이 진심으로 먹혀들 거라 생각하고 찾아온 걸까.
시론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뒤돌아본 그녀의 눈썹이 점차 아래로 휘더니 결국에는 V가 되 었 다.
“건방진……!!”
“내가 나가겠다. 나가서 단번에 저 시건방진 년의 목을 잘라다가 성문에 장식으로 걸어버릴 테다.”
분노로 벌게진 얼굴로 실컷 열불을 토해내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에 시론 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시론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기사들의 옆에 서 있는 케르낙스를 쏘아봤 다.
케르낙스의 얼굴도 옆에서 떠들고 있는 기 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 … 저년도 기사였지.’
시론은 얼굴을 쓸어내 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흥분한 기사들과 달리 병사들은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도일까.
“고생하네요.”
“하하, 아닙니다.”
처음 시론에게 상위 개체에 대해 설명했던 병사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 였다.
—생각이 길구나!! 단신으로 찾아온 내가 두려운 것인가?
뒤에서 쩌렁쩌렁 들려오는 라-로샤의 목소리에 시론이 눈썹을 파르르 떨 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썅년은 왜 나한테 만 지랄이 야.”
사그라들었던 거대한 기운이 다시 쏘아져 압박해온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욕이 나 시원하게 갈겨주고 싶 었으나, 어디 까지 나 외 부인 에 불과한 신분이었기에 시론은 자신에게 쏘아지는 기운을 받아내며 그저 이를 갈아대는 것 이외 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말 나올 자가 없는 것인가?
실망이라는 감정이 잔뜩묻어 있는목소리에 뒤에 서 있던 기사들이 더욱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건들면 명 령 이 고 뭐 고 그냥 뛰 어 내 릴 정도로 말이 다.
‘뛰어내리기 전에 걷어차버릴 거지만.’
쏘아지는 기운과 존재감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상대의 실력을 낮잡아 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나를포함해서 뒤에 있는 머저리들이 덤벼도못 이겨.’
무수한 변수가 있기에 실제로 몸을 섞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수 없으 나, 그 변수조차도 일대일이 아닌 일대 다수가 붙었을 경우였기에 절대로 기 사들이 아래로 뛰어내리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었다.
—정말로 없는 모양이군.
실망이 가득 한 얼굴로 입을 여는 라-로샤.
그녀가 다시 한번 시론을 올려다봤다.
‘시발. 그러니까 왜 나한테 그러냐고.’
시론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내려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대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런 시론의 반응에 라-로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그래. 겁이 많으니 그리도 커다란것의 뒤에 숨어 있는 것이겠지.나는 너희에게 정말로 실망했다.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가 어리석었구나….
시론을 향하던 기운이 다시 갈무리되 었다.
그러나 시론의 얼굴은 여전히 구겨진 채였다.
수천을 눈앞에 두고도 당당하게 서 있던 상대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생 겨난 것이 그 이유였다.
라-로샤는 더 이상소리치지 않았다.
대신, 당당히 왔던 것과반대로음영이진 얼굴로조용히 몸을 돌릴 뿐.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뒷모습에 시론이 혀를 찬순간.
“기다려라!!”
라-로샤만큼의 우렁찬 소리는 아니었지만, 성벽에 올라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 가 뒤 에서 들려왔다.
시론은 그 목소리를 이미 들어본 기억이 있었기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두 명의 기사.
그러나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기사가 아닌, 아르델라의 두 동생일 터.
시론은 영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성루에서 내려왔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영주께서 초대하신 손님께 사죄를 드리고 오는 길이라 보고를 늦게 받았 습니다. 미안해요.”
둘은 자신들을위해 모인 이들을 향해 짧게 고개를숙였다.
둘의 신분을 생각하면 대단히 성의를보인 것이다.
그러나, 둘이 성의를 보인 것과는 별개로 시론은 여전히 구겨진 얼굴을 하고서 둘에게 물었다.
“기 다려보라는 건 무슨 의 미로 내 뱉은 소립 니 까.”
“그 말. 그대로입니다.”
“저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그냥 돌려보낸다면 앞으론 기사라고 칭할 수 없겠죠
□A /'/'、1 ’ ’ •
“그…… 하]•아.”
목구멍 끝까지 튀 어나온 육두문자를 겨우 삼켰다.
“다른 쪽에서도 다조용히 있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요.”
“조용히 있는 건 저것이 싸움을 걸어온 게 우리여서입니다.”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굴 포함한 우린데.”
참다 못한 시론의 입 에 서 드디 어 존대 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미 시론의 성격을 익히 파악한 둘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이 성루를 기준으로 저곳까지가우리 구역입니다.즉,저것의 처리는오로 지 우리의 몫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란그대와 이곳에 있는 이들을 이 야기하는 것이고요.”
시론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크게 쳤다.
“그러니까. 각자 맡은 구역만 처리한다는 거지 ?”
“그렇습니다.”
“환장하겠네.”
모험가 생활을 하면서 제법 많은 도시를 돌아다녔으나, 이처럼 괴상한 지 휘체계를 가진 곳은 정말 난생처음이었다.
그런 시론의 속도 모르고 둘은 다가온 기사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늦은 바람에 경들에게 괜한 모욕을 듣게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 다.”
“사과드려요. 그러니 이 일은 저희가 처리하도록 할게요.”
둘의 사과에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디 저 망할 것의 목을 잘라와 주십시오.’ ‘믿고 있었습니다.’ 등의 망발을 내뱉으며 둘의 결정에 찬동했다.
그에 시론이 기겁하며 둘을 가로막았다.
“지랄하지 말고그냥 얌전히 보내으읍一!!”
“지나가시죠.”
“으읍?!,,
시론은 어느새 자신의 뒤로 와 입을 틀어막은 케르낙스를 향해 길길이 날 뛰었다.
그러나 기습을 당한 것도 있고 튼튼한 갑주를 챙겨 입은 탓에 제대로 반격 을 가할 수가 없어 그저 ‘읍읍!!’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 다.
시론이 케르낙스에 의해 옆으로 끌려 나왔고 두 자매는 병사들이 열어준 길을 따라가 그대로 성루를 짚고 아래로 뛰 어내렸다.
“푸하—!! 이, 이 미친년들아!!”
뒤늦게 케르낙스에게서 벗어난 시론이 급하게 병사들을 밀치며 성루로 달렸으나, 두 자매는 이미 라-로샤와 대치하고 있었다.
“환장하겠네 시발…!!”
“어허. 얌전히 있어라.”
“이거안놔?!”
뒤늦게라도 뛰 어내리려던 시론을 케르낙스가 말렸고 시론이 다시 한번 난동을 부렸다.
“네 실력 이 두 분보다 뛰 어 나다는 건 나도 인정 한다. 그렇다고 저 것에 게 두 분이 질 정도로 약한 것은 아니다.”
“진다고!! 져!! 시발!! 저거 저 뱀 새끼 나보다 강하다니까?!”
“재미없는 농담이다.”
“아…….”
단호한 케르낙스의 반응에 시론은 한계를 넘 어선 분노에 그만 눈앞에 불똥이 튀 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역으로 기운이 빠져버린 것이다.
시론의 몸에서 힘 이 빠져 나간 것을 확인하고서 야 케르낙스가 슬며시 붙 잡고 있던 시론의 두 팔을 놓아주었다.
시론이 힘없이 성루를짚으며 케르낙스에게 말했다.
“난 말렸어 … 분명 말렸다고. 저년들 잘못되면 니가 책임져.”
“그럴 일 없다. 뭣하면 내기라도 할 테냐.”
“내기? 시발. 그래 해. 하자.”
시론은 뜨거운 모래바람을 맞으며 대치하고 있는 라-로샤와 두 자매를 보며 케르낙스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두 분이 저것에 패배한다면 내가들어줄수 있는 범위에서 네 소원을 하 나들어주마.”
“그럼 난반대로 저 둘이 이기면 니가원하는소원 하나들어줄게.”
케르낙스가 피식 웃었다.
“저번처럼 무르기 없다.”
“그래… 웃을수 있을때 실컷 웃어라.”
시론은 내 기 에 서 이 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저 한숨만 내쉬 었다.
‘시발. 나도 모르겠다.’
자신도 직접적으로 상대가 기운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는 데 누굴 탓할까.
게 다가 모험 가들 사이 에 서는 속이는 놈보다 속는 새 끼 가 더 병신이 라는 말도 있다.
지금이 딱그 상황이다.
‘그보다 언제까지 쳐 노려보고 있을 건데.’
시론은 한참이나 서로를 마주 보고 대치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 셋을 보며 혀를 찼다.
“시작하는군.”
케르낙스의 말대로 라-로샤가 등 뒤로 손을 가져대더니 반달처럼 휜 특 이한 모양의 칼을 양손에 쥐 어 들었다.
그에 언니 인지 동생 인지 모를 자매 중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나와 검을 뽑 았다.
모두가 기대에 찬 눈으로 성벽 아래를 지켜보고 있을 때, 시론만이 안타까 운 눈으로 아래를 응시했다.
그런 시론의 속마음도모른 채, 케르낙스가 작게 떠들었다.
“내 가 어제도 말했지 만, 두 분에게도 영주님의 피 가 흐른다. 그러니 잘 지 켜보도록.”
“……하아.”
시론은 대꾸하기도 지쳤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간다!!”
자매 중 한 사람이 먼저 움직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는 라-로샤를 향해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
카가각一
푸른 궤적을 그리며 날아든 검은 라-로샤의 기이한 형태의 칼날에 긁히듯 밀려 나갔다.
둘은 제 자리에 선 상태로 몇 차례 더 검을 주고받았다.
주로 공격하는 쪽은 푸른 궤적을 그리는 기사였으며 라-로샤는 계속해서 수비 적 인 모습을 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라-로샤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걸 지켜보던 시론의 눈이 기이하게 삐뚤어졌다.
반대로 케르낙스는 작게 웃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기사는 라-로샤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계속해서 검을 받아내기만 하던 그녀의 몸에는 어느새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시론의 고개 가 삐뚜름하게 기울어졌다.
‘……뭐야?’
뭐지? 기만인가?
저렇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사실은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하며 상 대의 마음을완전히 꺾어버리는…?
그러나 시론의 생각은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와아아아아!!
병사들의 함성.
온몸에 새하얀 서리를 두른 라-로샤의 복부를 푸른 기운이 담긴 검이 관 통했다.
검에 찔린 라-로샤는손에 든두 자루의 칼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기사가 검을 뽑아냄과 동시에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
다시 한번 주변에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론.”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삐뚜름하게 기울어졌던 시론의 고개가 더 욱 괴이하게 돌아갔다.
케르낙스는 괴상한 자세로 자신을 노려보는 시론에게 힐끗 올라가려는 입꼬리를붙잡으며 덤덤한척 말했다.
“언니라고 불러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