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04화 Ep.204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하아아……봽”
몸이 달아올랐다.
전투의 열기와흥분이 아닌,종의 번식을위한준비를위해.
사아악一
스치듯 불어닥친 한줌의 바람.
!..
...
그러나 그 한 줌에 담긴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품고 있었 다.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로 달아올랐던 몸의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 다.
대 신, 열기 가 사라진 자리 에 는 뼈 가 시 릴 정도로 서늘한 냉 기 가 들어 섰다.
‘움직일수가없다.’
무언가에 단단히 붙잡혀 고정 당한 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뿐 아니 라 자리 잡은 한기 가 점 차 몸을 좀먹 어 가며 신체 의 감각을 앗아 가는 중이다.
‘과연, 대단한자로군.’
선대들이 문양으로까지 눈앞의 존재를 기록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 눈앞의 존재 가 드디 어 몸을 일으켰다.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로 깔보는 듯한 오연함.
그러나그 오연함이 몹시 어울리는.
사막의 생명인 오아시스보다 더 투명한 눈동자가 움직 였다.
“너는 돌아가서 자리를 지켜라.”
나를 향한 말이 아니다.
“예…….”
옆에 서 있던 하프가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몸을 돌려 시야에서 사라졌 다.
달칵.
등 뒤로스며들어오던 빛이 사라졌다.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조금은 기대를 했건만, 여전히 짐승과 다를 바가 없구나.”
“……아, 니….”
칵. 가각一!!
몸을 좀먹던 한기 가 단숨에 그 영역을 넓혔다.
짐승이 라는 대 단히 큰 모욕을 듣고도 제대로 입을 움직 일 수가 없었다. 단 한 마디를 내뱉지 못했다.
“아니라부정하지 마라.주제도모르는 짐승아.”
신체의 감각이 무뎌졌다.
이젠 한기조차 느껴 지지 않았다.
‘죽는다.’
숨을 쉬 는 것조차 힘 들다.
아니,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조차 인지할 수가 없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
생명은 순환하는 것이기에.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반드시 해야할 할 말이 있다.
후우욱一!!
심 장으로부터 퍼 져 나가는 뜨거 운 열 기 .
몸을 좀먹는 한기를 쫓기 위해 기운을 폭발시켰다.
비릿한 내음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왔다.
가까스로 굳어졌던 몸이 움직였고 무뎌졌던 감각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음 을느꼈다.
그러니 힘이 다하기 전에 말해야만한다.
“아르델. 이곳의 주인이여.그대와대화를 나누고싶다.”
사막에 널린 모래 알갱이를 쳐다보듯 하던 시선에 미미한 변화가 일어났 다.
이곳의 주인은 몸을 돌려 또 다른 남왕의 옆에 앉았다.
스으윽一
폭발하며 타오르는 기운을 잠식하던 한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크윽
몸을 덮친 한기 보다 더 한 무언 가가 아랫배 에 찾아왔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그 한기가 자리 잡은 곳을.
고개를 들었다.
이곳의 주인 옆에 앉아 덤덤한 시선으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남왕.
여전히 방 안은 그의 진한 페로몬으로 가득했으며 입안에서는 상황에 맞 지 않게 침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와 다르게, 신체에 열꽃이 피어오르지도 않았으며 아랫배가 울리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게 아랫배에 자리 잡은 냉기 덕일 테지.
눈을 돌렸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 선과 마주쳤다.
그 시선의 주인은 두 다리를 기물 위로 올리더니, 남왕의 허벅지에 발을 얹 으며 자연스럽게 뒤로 몸을 눕혔다.
그리고는 비스듬하게 몸을 기울여 턱을 괴 었다.
“남왕에 굴복한 젊은 개체들이 무리의 수컷들을 붙잡았다지.”
“……
심장이 크게 뛰었다.
“몇 없는수컷들을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왕의 무리에 가담했나.”
“……그렇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대 전사인 자신을 손가락 하나 까딱이 지 않고 죽일 강대한 힘 을 가진 눈앞 존재의 의사다.
“우리와 같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가담한 녀석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그 들을 대표해 그대에게 도움을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찾아왔一”
“흥미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짐승과 다를 바 없는 년들을 돕는다고 나에게 무슨 득이 된다고 내가 그 런 귀찮은 짓을 한단 말이 야.”
“…….”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움을 주겠다. 그 한 마디 면 이 보금자리를 노리고 있는 무리 에 서 족히 일 만은 이탈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득이 되 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의미 없다.’
제 자리 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농락하는 존재 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능히 홀로 밖에 몰려든 무리를 도륙 내버릴 수 있을 테 지.’
지치는 것조차 기대할 수 없다.
감히 뛰어넘을 생각조차품을수 없게 만드는높다란 벽에 다수의 인간이 지키고 있다.
“네년 들의 가죽과뼈. 피와살은돈이 된다.수고스럽게 발품 팔지 않게끔 제 발로 그것들을 가져다 바치 러 왔는데 굳이 내 가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 다.”
그 말대로다.
무언 가를 더 얻 기 위 한 허세 나 자만 따위 가 아니 었다.
“쯧.”
꼬리의 비늘이 날카롭게 일어났다.
심장이 옥죄였다.
약간의 변화를 보였던 푸른 눈동자가 다시 무심하게 돌아섰다.
본능이 경고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이라고.
턱을 괸 손이 움직였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쪽을 향했다.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다.
속에 맴돌던 것을 머리를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 토해냈다.
“그대를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 나 해 야만 한다.
“……그대를 따르겠다.”
“먹여야 할 입만 늘어나는 건 질색이 다.”
이쪽을 향하던 손이 다시 턱을 괴었다.
그 눈동자엔 약간의 흥미가 깃들어 있었다.
“대륙인에 대해서는 잘모른다. 그러나사막인에게 들은 적 있다. 인간은 이런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우리는 이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것 말
고도 사막에서 구할수 있는 여러 가지를 그대에게 가져다 바치겠다.”
오연한존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사막인과 교류를 나눴나?”
“그렇다.”
툭. 툭.
이 곳의 주인은 검 지로 뺨을 두드리 더 니.
“좋다.”
다시 한번 심장이 크게 뛰 었다.
“단, 내가 직접 움직일 정도의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네년들이 생각하고온 것을 나에게 읊어라.”
“……읊어라가무슨 뜻이냐.”
—푸읍.
남왕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얼굴에 열꽃이 피어올랐다.
“네년들이 나에게 바라고 온 것을 말해보라는 소리다.”
“아...그런 뜻인가.”
이상하게 남왕의 눈치가 보였다.
잊지 않도록하자.
“크흠. 확신할순 없지만, 밖에 있는 녀석은 이 보금자리와 전면전을 치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만, 억지로 따르고 있는 우리를 가장 먼저 버림패로 사 용할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밖에 있을 무리를 떠올리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버림패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
자신들은 죽겠지 만, 겨우 연명할 수컷과 남왕에 굴복한 젊은 것들이 있으 니 간신히 멸족은 피할수 있다.
그러 나, 따르지 않고 반기를 든다면 붙잡힌 수컷들은 무참히 살해 당할 것 이고 곧바로 멸족의 길을 걷게 된다.
‘어리석은 것들.’
다른 개체와의 짝짓기로는 번식을 할 수 없다는 걸 믿지 못하는 젊은 것들.
그러나 마냥 젊은 녀석들을 탓할 수는 없다.
암컷이 남왕에 굴복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다만, 오랜 세월을 살아 더는 번식을 할 수 없는 몸이 된 장로들과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오로지 무리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서만 움직 이는 전사들은 그 과정에서 생식기능을 주술로 완전히 봉인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포함한 전사들은 남왕의 등장에도 평정을 유지 할 수 있 었던 것이다.
‘그런데….’
눈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남왕에게로 향했다.
전사의 의식을 받기 전, 딱한번.
갓 성 인이 되 었을 때 발정 기 가 찾아온 적 이 있다.
너무도 오래된 기억이라완전히 잊고 있었으나 이 방에 들어서면서 일어난 몸의 변화가그때의 기억을 깊은 구덩이에서 끄집어 올린 것이다.
꿀꺽一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새롭게 등장한 남왕의 앞에서도 평정을 유지했던 몸이.
눈앞의 수컷에게서 흘러나온 페로몬을 맡자, 발정이 나버렸다.
주술로 단단히 봉인되 었을 생식기능이 멋대로 깨어나 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일어났다.
‘저자는 도대一’
꽈아악一!!
“크윽•••꾈.”
아랫배에서 전해져 오는끔찍한고통.
“어디다 한눈을 파는것이냐.”
“……잘못했다. 사과하겠다.”
고통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눈을 돌려 이곳의 주인을 보았다.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버림패로 이용되는 우리를 마음껏 공격해라. 그 리고 공격이 멈추고 물러가면 거기서 살아남은 녀석들만 이곳 안으로 들여보내 줬으면 한다. 우리는그걸로 족하다.”
잔혹하다 할 수 있지 만, 모두가 동의 한 사안이 다.
각 무리 에서 남왕에 반기를 든 자들은 다들 나이 가 들어 더는 번식을 할 수 없는 몸이 거나, 자신처럼 주술적인 힘을 통해 생식 기능을 봉인한 자들이 다.
살아있어 봤자 번식을 할 수 없다는 소리 다.
먹는 입이라도 줄이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가장귀한 곳이다.
그러 니 이 번 일을 구실 삼아 다들 무리를 위 해 희 생 할 각오를 다잡은 것이 다.
“좋다.숨이 붙어 있는녀석들은회수해 연명시켜주마.”
“ 감사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였다.
무리의 안위를 책임져야할대전사로서는 결코 보여서는 안될 행동이다. 그러나 이젠 상관없다.
자신을 포함한 무리는 이 제 눈앞의 존재를 따르기 로 했으니 , 이 것은 수치 가 아닌 새 로운 우두머 리 에 게 보여 야 할 당연한 예 우인 것 이 다.
“할 말은 그걸로 끝인가?”
“그렇다.”
고개를 들었다.
여태 무감정한 눈동자에서 깊은 흥미가 엿보였다.
“하나 묻지.”
“무엇인가.”
“네년이 보기에는 어느 쪽이 더 우수한수컷이라 판단되지?”
고민할 가치 가 없는 질문이 다.
“거기에 앉아있는남왕이다.”
—콜록, 콜록!!
남왕이 기침을 토했다.
무언가 불편한 걸까.
그러나 기침을 토하는 남왕과 달리, 그 허벅지에 두 다리를 올리고 있던 새 로운 우두머리의 눈에는 더욱 깊은 흥미 가 깃들었다.
“네년에게 내기를하나제안하마.”
무엇인가.”
“할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 정해라.”
선택지가 없다.
“…하겠다.”
“좋다. 우선 내기의 승패를 떠나서 내 명예를 걸고 네년과 뜻을 함께한 무리는 가능 한한죽지 않게 손을 써주마.”
“정말인가?”
“난 결코 내뱉은 말을 번복하지 않는다.”
확실히 새로운 우두머리가 내뱉는 말에는 하나 같이 무게가 있었다.
“네년이 내기에서 승리한다면,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그러나 지게 된다 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년에게 가담한 모든 무리를 나에게 머리숙이게 만 들어야 할것이다.”
알겠다.”
새 우두머리 가 바라는 것은 모든 무리의 복속인 모양이 다.
그 과정 에 서 생 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내 가 짊 어 지 게 되 겠지 만 지 금으로 써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내기자체는 무척 간단하다:
사아악一
냉랭하던 아랫배에 조금씩 온기가돌기 시작했다.
새 로운 우두머 리는 그런 나를 흥미 가득한 눈으로 쏘아보며 작은 입 술을 달싹였다.
“한 시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네년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