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06화 Ep.206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장모님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일 때마다,허공에 투영된 영상의 배경이 휙휙 넘어갔다.
“저것들은 아니다.저 녀석들은반발할 가능성이 크다.저쪽도.”
그럴 때마다 내 옆에 선 라-로샤가 각기 생김새가 다른 몬스터를 가리키 며 살려 야 하는 쪽과 죽여 야 하는 쪽을 장모님 께 알렸다.
똑똑.
—영주님. 다들 모였습니다.
첫날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가 문밖에 서 들려왔다.
장모님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정구의 빛이 꺼졌다.
“스미스. 그대도 동석하도록.”
“옙.
99
장모님 이 소파에 서 일 어 나 문을 향했고 나와 라-로샤는 그 뒤 를 조용히 따랐다.
우리가 향한 곳은 첫날, 아르델라와 그녀의 동생들이 공개 적으로 혼이 났 던 장소였다.
라-로샤가내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장모님과의 내기에서 패배했다.
그 뒤 , 잔뜩 달아올랐던 그녀의 몸은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고 장모님은 수 정구를 이용해 아르델라를 포함한 단장급 인사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철컥一
은빛으로 빛나는 갑주로 무장한 이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라-로샤의 등장에 관심을 보일 법도 한데 누구도 고개를 들지도, 의문을 표하지도 않았다.
장모님을 따라 부담스러운 길을 걷던 나는 굉장히 의외의 존재를 발견했 다.
유독 눈에 띄는 구릿빛 피부의 몰드씨 였다.
그녀는 모두가 무릎 꿇은 가운데 홀로 빳빳이 고개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를 지나쳐 장모님은 예의 그 투박하지만, 권위가느껴지는 의자에 앉 으셨고 나는 눈치껏 구석에 마련된 자리에 엉덩이를 깔았다.
라-로샤 역시 내 옆에 섰다.
“일어나라.”
꿇었던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모님이 다리를 꼬며 팔걸이에 걸친 손을 들어 뒤를 향해 검지를 까딱였 다.
그걸 보자, 옆에 서 있던 라-로샤가 앞으로 나섰다.
“사막 나가는 나에게 복속했다. 본 녀석도 있고 보지 못한 녀석도 있으니 소개부터 하지.”
장모님이 라-로샤를 향해 턱짓했다.
“나는 카라카샤족의 대전사 라-로샤다.”
그게 전부였다.
장모님 역시 별말씀하지 않으셨다.
적어도 어떤 이유로 복속하게 되 었는지 정도는 알려줘도 괜찮은 게 아 닐까.
슬쩍 눈을 굴려 유일하게 얼굴을 확인 할 수 있는 몰드씨를 보았다
그녀는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그저 눈만 꿈뻑 이고 있었다.
“바깥의 상황을 이 녀석들에게도설명해라.”
라-로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왕은 사막에 터 잡은 거의 모든 개체를 끌어들여 무리를 이루었다. 그 중에는 무리의 수컷이 붙잡혀 강제로 합류하게 된 녀석들도 있다. 나와 내 무리 역시 후자다. 남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장모님이 턱을 괴며 말했다.
“다시 들어도 도움 될 만한 건덕지 하나 없구나.”
“미안하다….”
장모님 이 귀 찮다는 듯 손을 휘 저 었고 라-로샤가 슬그머 니 내 옆으로 돌아 왔다.
그녀는 이상하게 내 눈치를 많이 살폈다.
“남왕에게 강제로복속한녀석들을 이 녀석처럼 거둬들이기로했다.그러 니 눈먼 화살에 처맞아죽지 않도록신경을 써줘야겠지.”
장모님은 팔걸이를 검지로 두드리며, 몬스터의 개체명을 하나씩 읊었다.
“살려야 하는 녀석들의 명단이다. 그 외는 전부 죽여라.”
—예.
목소리는 여럿이 섞였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처럼 들렸다.
“ 라-로샤.”
“듣고 있다.”
“약속대 로 나는 최 대 한 살리 려고 노력 할 것 이 다. 그러 니 너는 반드시 내 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거다. 그렇지 못한다면 네년이 그토록 살리려 했 던 수컷들까지 내가 모조리 잡아다죽여버릴 것이다.”
“… …반드시 그대 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겠다.”
“그래야 할거다.”
라-로샤의 턱 끝에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몰드.,,
“예.영주님.”
멍하니 있던 몰드씨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성벽 위에 최소 다섯은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발판을 만들 수 있나. ”
“가능합니다.”
“재료는 뭘 사용해도 좋다. 내일 아침까지 내가 지정한 위치에 발판을 올 릴 수 있게 준비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또한, 세공에 능한 녀석을 잡아다가 최 대한 크고 화려한 의 자도 함께 만 들도록 지시해라.”
“그 발판에 올릴 겁니까?”
“그렇다.”
“흐음… 세공.근데 어느 정도로화려하게 만들어야하는 겁니까?”
몰드씨 가 턱을 긁적이 며 물었고.
거기엔 다분히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설마 저 장모님께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심지어 그게 대장간에서 나에게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는 몰드씨일 줄은 더더욱.
아무래도 그녀는 단순히 대장간의 책임자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자리에 있는 모양이다.
“최소한저것의 옷이 붙어 있는보석들보단화려해야한다.”
장모님은 엄지로 뒤에 서 있는 라-로샤를 가리켰다.
그녀의 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천에는루비나 금, 다이아로 보이는 보석 들이 이곳저곳 붙어 있었다.
개 인적으로 눈에 띄는 건 젖꼭지를 가리고 있는 금장식 이다.
“알겠습니다.그런데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다들 치장과는 거리가 먼 시커먼 계집들만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하나 같이 노처녀들이고.”
—콜록, 콜록.
—크흠….
여 기 저 기 서 앓는 소리 가 흘러 나왔다.
몰드씨 가 주변을 스윽 훑으며 말했다.
“까놓고 말해서 치 장할 보석 같은 걸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뭐, 병 사나 기사들의 침소를 털어보면 몇 개 주울 수 있을 것 같긴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라.”
“그럼 저거부터 주시죠.”
몰드씨 가 라-로샤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 켰다.
“벗어줘라.”
“ 알겠다.
장모님의 명령에 라-로샤가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있던 천을 벗었다.
나도 모르게 눈알이 굴러 그녀의 선홍색 젖꼭지로 향했다.
“가져가라.”
“던지쇼.”
몰드씨 가 손을 뻗 었고, 라-로샤는 잠깐 그녀를 빤히 노려보다가 보석 이 잔뜩 달린 천을 그녀에게 던졌다.
“거참, 이런 천에 잘도 이 무거운 것들을 달았구만.”
몰드씨는 손에 들린 천을 잠깐 살피다가 이내 종이를 구기듯 돌돌 말아다 가대충 옆구리에 꼈다.
장모님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고 몰드씨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아르델라.”
“예.”
빛나는 갑주를 착용한 아르델라가 앞으로 나왔다.
바이저를 내리고 있어서 그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쉬웠으나, 저 모 습은 저 모습만의 멋짐이 있어 나쁘지 않았다.
“저 녀석은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스미스의 곁에 있을 거다. 시끄러운 잡 음 일어나기 전에 네가알아서 나머지 것들에게 설명해라.”
“……알겠습니다.”
“또한, 무단으로 이탈하는 일 없게 주의도 주고.”
“.•.예.”
장모님 이 꼬고 계 시 던 다리를 풀며 턱을 괴 던 손을 내 렸다.
“해산.”
덜컥一!!
닫혔던 문이 활짝 열렸고 기사들이 줄지어 나갔다.
마지 막까지 남아 있던 몰드씨 가 슬그머 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 다음 퇴 장했다.
이상하게 장모님의 눈치가보였다.
“스미스.”
“옙!!”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나도모르게 목청이 커졌다.
“제 가 공을 세울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죠.”
“옙.그러셨습니다.”
장모님 이 앉은 자세로 고개 만 살짝 돌려 나를 보았다.
“나중에 제 가 사람을 보내 면, 그자를 따라 저 에 게 로 오세 요. 그때 알려 드 리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래요.”
장모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지금부터 저는 성벽으로 향할 거랍니다. 이번 일이 끝날때까지 그곳에 있 을 거예요. 스미스. 그대는 제가 사람을 보낼 때까진, 이 내성에서 떠나지 않 도록 하세요.”
“•••식당은 괜찮은겁니까?”
“내성 안이라면 마음껏 돌아다니셔도 됩 니다. 단, 욕탕은 안 돼요.”
장모님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셨다.
나는 침을 삼키 며 고개를 끄덕 였다.
아무래도 장모님 에 게 있어서 욕탕은 상당히 중요한 공간인 모양이 다.
“그러면나중에 보도록 하죠.”
장모님은 그대로 고갤 돌리시더니 시원스럽게 자리를 떠나셨다.
라-로샤에 대한 언급 한 마디 남기지 않고 말이다.
……뭐지.
나는 눈을 굴려 옆에 서 있는 라-로샤를 보았다.
그녀는 두르고 있던 천을 벗은 탓에 완전히 알몸인 상태 였다.
일 단 방으로 데 려 가서 옷이 라도 좀 입 혀 야겠다.
자리 에 서 일 어 나자 그녀 가 살짝 옆으로 물러 났다.
따로 따라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살짝 거 리 를 두고서 나를 졸졸 따라왔다.
그런데 장모님 이 적 어주셨던 그 단어들은 무슨 뜻이 었던 걸까.
마지막에 그녀가 내 손등에 입 맞추며 비슷한 말을 내뱉은 걸로 봐선 뭔가 주고받을 만한 뜻이 담겨 있다는 정도만 추측이 가능했다.
가장쉬운 건 본인에게 물어보는 거지만, 느낌상 그러면 안될 것 같은느 낌적 느낌이 강했기에, 나중에 기회가되면 장모님께 물어보도록하자.
한층 위로 올라와 아르델라의 침실.
“잠깐여기서 기다려주세요.”
“ 아, 알겠다.”
장모님 앞에 서도 당당하게 굴던 그녀 가 말을 더듬으며 고개 를 끄덕 거 렸 다.
잠깐그녀를 내버려 두고, 짐을 넣어둔 방으로 들어가 거대한 가방을 마구 뒤집었다.
“덩치는 내가더 크니 괜찮겠지만… 가슴은힘들겠지?”
대충 셔츠를 하나 챙긴 뒤, 방을 나와 바짝 얼어 있는 라-로샤에게 다가갔 다.
“일단이걸 입어보실래요?”
“•••미, 미안하다. 방법을 모른다….”
그녀 가 얼굴을 붉히 며 고개를 숙였다.
!..
...
그러고 보니,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였다.
장모님과의 대화에 서도 조금만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모른다고 눈을 껌 뻑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쓰읍…. 나도 모르게 몇 번 웃기도 했지.
나쁜 의미의 웃음이 아니었다. 뭔가귀엽고 그냥우스웠다.
“제가알려드리겠습니다.그대로있어 보세요.”
셔츠를 들고 그녀의 뒤로 향했다.
“일단두 팔을 살짝 들어 보세요.”
“이렇게… 말인가?”
“조금만더아래로.”
“ 아, 알겠다.”
내 가랑이 사이로 길게 늘어진 그녀의 꼬리 가 살랑살랑 바닥을 쓸며 쉬 지 않고 움직였다.
일단, 아래로 뻗은 그녀의 팔에 셔츠를 끼워 넣은 다음, 다시 앞으로 돌아 왔다.
“음
“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그런건 아닙니다만.”
아니, 문제라면 문제다.
아무리 봐도 단추가 세 칸 이상 잠길 것 같지 가 않았다.
그보다 알몸 셔츠라.
우리 애들은 이상하게 내가 입었던 옷만큼은 죽어도 걸치기 싫어했다.
너무 밝혀 보이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나 뭐라나.
그런 의미에서 이건 꽤 신선하면서고 자극적이었다.
“저,저기…?”
“죄송합니다. 너무매력적이라서 그만.”
“매, 매, 매, 매력적이라니…!! 아, 아니다! 나는 매력적이지 않다!! 대전사 인내가 매, 매력적이라니…….”
다크 초콜릿 같은 먹음직스러운 피부라 얼굴이 붉어졌는지는 잘 확인 할 수 없지만, 강하게 부정하는 것과 다르게 뒤로 늘어진 꼬리는 꽤 신나게 흔 들거리고 있었다.
“잠깐만요. 일단 얌전히 있어 주세요.”
“아, 미, 미안하다….”
이리저리 손을 흔들던 그녀가 거짓말처럼 얌전해졌다.
일단 살짝 허리를 숙여 아래에서부터 단추를 채우려는데.
그만 야릇한 꽃잎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위만 가린다고 될 게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위보단 아래를 더 가려야하는 게 옳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애초에 인간과는 문화가 다른 그녀에게 이런저런 걸 강요 할 수 없기도 하 고, 다른 여성들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눈 호강이 되기에 그냥 둬도 괜찮지 않나싶다.
아래부터 단추를 채우며 슬쩍 물었다.
“몸은좀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댯……!!”
그녀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단단히 혀를 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괜찮습니까?”
“그,그러다아….”
그렇다고 한다.
확실히 , 침을 흘리 지도 않았고 박음직한 보지 에서도 더는 애 액 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다.
애초에 해가되지 않으니까, 장모님이 그녀를내 곁에 붙여놓은걸 거다.
꽈아악.
“흠.
겨우 배꼽 위 단추를 채우는데도 셔츠가 벌써부터 죽는 소리를 냈다.
그냥 내버려 둘까.
가슴도 가슴이 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피부색 에 잘 갈라진 복근의 조합은 보는 맛이 몹시 일품이 었다.
그러 나 나는 다음 단추를 향해 손을 뻗 었다.
보는 맛은 일품이지만, 그만큼 내 아랫도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게 그이유다.
안 그래도 장모님이 애타게 애무만 잔뜩 하다 가버려서 터져버릴 지경인 데, 여기서 그녀의 훤히 드러난몸매를 감상하다가는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릴 지 스스로도 장담키 어려웠다.
꽈아아악—!!
있는 힘을 다해서 당기는데도 아랫 가슴에 위치한 단추가 닿을락 말락 애 타게 줄다리기를 벌였다.
“혹시 불편하십니까?”
“괜… 잖다.불편하지 않다.”
저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본인이 불편하지 않다고 하니 조금 만 더힘을 줘보자.
“후읍…!!”
꽈아아아악—!!
도대체 무슨 실로 단추를 꿰맨 것인진 몰라도 셔츠가 찢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졌음에도 단추는 끝까지 버텼고.
“후우……!!”
정말 어 렵사리 단추를 채울 수 있었다.
이 게 뭐 라고 보람이 느껴 지 는지.
뭐, 금방이 라도 터 질 것처 럼 위 태롭게 보이 기는 하지 만 그땐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문득 길게 늘어진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
뒤로 길게 늘어져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아 그 뾰족한 꼬리가 내 발 앞에 놓 여 있다.
그리고 그렇게 놓인 끝부분이 귀엽게 좌우로 살랑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 다.
“혹시, 꼬리 를 만져봐도 됩 니 까?”
“꼬, 꼬리?”
“예.”
“마, 만지고 싶다면 만져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랑거리던 끝부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게 몹시 우 스우면서도 귀 여웠다.
“그럼.,,
나는 조심스럽게 묵빛의 비늘을 향해 손을 뻗었고.
“히익—?!”
높은 비명과 함께 그녀의 몸이 크게 들썩이더니.
파앙一!!
“으겍
!!”
눈앞이 캄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