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22화 Ep.222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숙취 가 오른 것처 럼 머 리 가 지끈거 린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끊김과 동시에 시야가 점멸했다.
그 뒤로 잠에 취 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 졌고 얇은 종이 책 에 그려진 그림 을 보듯 드문드문 장면들이 스쳐 지 나갔다.
요점은완벽하진 않지만, 대략 적으로 시스템이 내 몸을 가지고뭘 했는지 기억이 난다는소리다.
나는 찌르르 울리는 머리통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마냥 어둡기만 했던 주변에 은은한 빛이 흐른다. 정확 히는 내가 앉은 주변으로만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후우….
다행히 두통은 빠르게 사라졌다.
이전에 오른팔이 완전 걸레짝이 됐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두통은 정말 아 무것도 아니다.
........
‘그래.두통이 문제가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좋아진 시력에 의자에 앉아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시선으 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장모님이 보였다.
마지막에 시스템 녀석이 뭐라 중얼거렸는지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녀석 이 적대적인 시선으로 장모님을 노려봤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진다.
‘그래도 뭐….’
장모님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는 빳빳이 서 있는 아 들놈이 있다.정확히 내가보려던 것은건방진 아들놈이 아니라그아래에 달
린 소중한 주머니 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 녀석이 남왕을 태워버리면서 놈의 힘 이 스며든 불꽃을 불알에 다가 집 어넣었다. 그 증거로 베 네오경의 힘을 흡 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질적인 기운이 새로 자리를 잡은 게 느껴졌다.
새로운 힘을 다루는 법은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이제 어쩌지.’
실컷 내 알몸을 구경할줄 알았던 병사와 기사들은 어째선지 눈을 내리깔 고 있고, 맞은 편에 있는 라-로샤도 무언가 죄라도 지은 것처럼 시론을 품에 꼭 안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게 다 시스템 녀석이 이상한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에게 몸을 넘긴 탓이 다. 빌어먹을 녀석.
‘차라리 저번처럼 기절이라도시킬 것이지.’
장담컨대 나를 골려 먹을 생각에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든 게 틀림 없다. 최 근에 얌전하다했더니 그간쌓인 걸 여기서 한방에 터트려 버릴 줄이야.
언젠가 기회 가 주어진다면 진심으로 혼을 내 줄 테다.
“크흠, 큼!! 라-로샤?”
목을 가다듬으며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어깨를 흠칫 떨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시스템 녀석이 무슨 짓을 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부,불렀나……?”
겁에 질린 아이처럼 바르르떨며 고개를 든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날 카롭게 생 긴 외모와 다르게 무척 이 나 귀 엽게 눈을 두어 번 깜빡거 렸다.
파충류의 것처럼 길게 찢어진 눈동자가 한동안 나를 주시하더니, 조금씩 그녀의 몸을좀먹던 떨림이 멎기 시작했다.
“……주인님?”
“어,나야.”
완전히 떨림이 멎자, 그녀가 의뭉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불렀고 나는 그에 화답하듯 장난스럽 게 한쪽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살짝 삐딱하게 기울었던 그녀의 고개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라-로샤는 조심스럽게 시론을 품에 안은 채 나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
다가온 그녀의 뺨에 손을 가져대자, 라-로샤는 강아지처럼 내 손바닥에 스스로 뺨을 마구 문질러왔다.
나는 생 각보다 잘 늘어 나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볼살을 만지 작거 리 며 물 었다.
“그,뭐냐. 이젠 내가 남왕인가?”
“그렇다. 주인님이 우리들의 왕이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라-로샤의 대답에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내빼어 뒤를 보았다. 수 만의 몬스터 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게 보였다. 저들이 모두 나를 따른다는 게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지 뭔가 가슴이 떨린다거나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 왕이 됐으니까 나도 그놈처럼 좆질을 해야 하나?’
가장 좋은 건 의무 없이 권리만 취하는 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 가능해 보였다.
저들이 남왕을 따르는 건 전부 무리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함인데 그걸 거 부한다면 당연히 명령을 따를 이유도 없을 터.
‘그래도 지금 당장은 뭐 라 해도 말을 듣겠지 …?’
“라-로샤. 일단 쟤들 보고 편히 쉬고 있으라고 좀 말해 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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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론은 나한테 줘.”
라-로샤는 나에게 시론을 넘겨주고는 뒤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암컷들 을 향해 다가갔다.
나는 어느새 곯아떨 어진 시론의 머 리 칼을 쓰다듬으며 라-로사갸 돌아오 기를 기다렸다.
‘장모님과라-로샤의 내기 내용을생각하면 꼭 내가왕의 자리에 앉아있 을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한데 ….’
조금 내용이 복잡해 질 것 같으니 자세한 건 요새로 돌아가, 장모님과 라-로샤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편이 좋을 듯하다.
“주인님. 전하고 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이들이 저마다 조금 편한 자세로 서거나 바닥에 앉은 모습에 보였다.
나는 저들에게 먹혀든 약빨이, 혹은 발정하기 전에 얼른 조잡한 의자에서 일어나 요새로 걸음을 재촉했다.
요새로 돌아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매섭게 노려보시던 것과다르게, 장모님이 얼음 계단을 다시 만들 어주셨기에 그걸 밟고 편히 요새로 돌아올수 있었다.
“일단… 잘끝내고 왔습니다.”
“그래.”
시스템이 몸을 차지했을 때의 일에 대해 물어보실 거라생각했지만, 장모 님은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 이는 것으로 입을 다무셨다.
표정이야 한결같이 누군가 조각한 인형과도 같았기에 감정을 읽는 건 불 가능했다.그저 흥미가 없으신 건지. 아니면 자리가 마땅치 않으신 건지는 알 수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당장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
그에 나는 장모님을 지 나쳐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연인들에 게 다가갔 다.
“표정들이 왜그래?”
“……아니다.무사해서 다행이야.”
“걸치실걸 가져오겠습니다.”
순서 대 로 케 르낙스와 기 에 나가 말했다.
아르델라는 입술만 달싹이고 뭐 라 말을 꺼 내 지 못했다.
“여기.”
“고마워. 좀걸쳐줄래?”
체감상 1분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에 기에나는 어디서 멋들어진 로브 하나를 구해왔다. 심지어 그 로브에선 사람의 온기로 추측되는 미약한 열기 까지 품고 있었다.
나는 기에나의 도움을 받아그걸 몸에 두르면서 넌지시 물었다.
“혹시. 어디서 뺏어 온건 아니지?”
“•••꾈.”
“ •••진짜야?”
기에나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정중히 요구했고 상대방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걱정하시지 않으셔 도 됩니다.”
“……그래?”
예.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숨기는 게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시스템이 몸을 차지하면서 마력을 이리저리 흩뿌린 덕에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무 척이나 지친 상태였기에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어련히알아서 돌려주겠지.’
“그리고 시론 좀 방에 데려다줘.”
“알겠습니다.”
기 에나는 무척 조심스럽 게 시론을 넘 겨받으며 조용히 성벽 아래로 사라졌 고 두 팔의 자유를 되찾은 난 어정쩡하게 걸친 로브의 매듭을 묶어 앞섬을 여미었다.
‘……빨리 갈아입어야 겠구만.’
의도치 않게 원주인의 신장과차이가많이 나서 그런지 하의 실종 패션처 럼 변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좀 그랬다. 차라리 다 벗은 게 낫지.
미 묘하게 불알 아래로 스치듯 지 나가는 바람에 내 가 머쓱해 하고 있을 때, 등뒤로 장모님이 라-로샤를부르는 목소리가들려왔다.
“주인님.”
“ 가자.
놀랍게 도 라-로샤는 장모님 의 부름에 도 움직 이 지 않고 내 게 허락을 구했 다. 나는그 기특함에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함께 장모님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래에 있는 놈들을 풀어줄 테니, 스미스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소란스 럽지 않게 잘 관리해라.”
“•••살아있는건가?”
따악一!!
손가락을 튕 기는 소리 가 은은하게 요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놀라운 일 이 벌어졌다.
성벽 아래에 석상처럼 얼어붙어 있던 몬스터.
푸른 빛을 머금은 얼음이 고운 가루가 되 어 흩날리 기 시 작한 것이다.
“한 번에 깨어나지 않을 거다. 깨어나는 것들 부터 알아서 입을 다물게 만 들어라.”
“아, 알겠다!! 고맙다!!”
라-로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벽 아래로 뛰 어내렸다.
그녀 가 사라지 자 장모님 께서 꼬고 계신 다리를 풀어 내 며 천천히 자리 에 서 일어나셨다.
“ 따라오도록.”
“옙.
장모님 이 나를 지 나쳤다. 나는 그 뒤 를 졸졸 따랐고 우리는 계 단을 밟고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자리를 비워라.”
멍청하게 나를 바라보던 병사들이 장모님의 명령이 떨어지자,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급히 어딘가로 흩어졌다.
순식간에 생겨난빈 공간.
뒤에서 멀뚱히 장모님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다시 한번 깜짝놀라야 만했다.
카가가각一!!
무언가가 얼어붙는 소리와 함께 어떠한 전조도 없이 장모님과 내 주변을 중심으로 거대한 얼음 막이 생 겨나 우리를 뒤 덮었다.
달빛이 이리저리 굴곡 되어 스며들자 주변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제야 장 모님 이 몸을 돌려 나를 똑바로 마주 보셨다. 미 약하게 스며들어온 달빛에 물 빛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스미스.”
“옙.어머님.”
혹시라도 시스템에게 몸을 빼앗겼을 때의 질문을 하실지도 몰라, 나는 빠 르게 그럴듯한 말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켰다. 그러나 장모님의 입에서 튀 어나온 말은 그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 었다.
“고생했어요.”
“예, 어예? 아, 옙.”
“대답은 한번만.”
“옙!!”
“그래요.”
장모님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손에 끼고 계시던 새하얀 장갑을 벗으시 고는 희 고 고운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지그시 누르셨다.
“스미스. 그대가 남왕을 꺾은 건 조금의 과장도 하지 않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위 업 이 랍니 다.”
“그 정도이입…….”
장모님의 검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가는 손가락이 내 혓바닥을 야릇하게 문지르며 턱을 강제 로벌리게 만들었다. 장모님은 내 벌어진 입 안을 지그시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제가 상을 내리기에는 조금 부족해요. 남왕을 죽이는 건 제게 있 어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그대라면 알겠죠.”
“에에...우읍.”
혀를 문지르던 장모님의 손이 내 입안에서 빠져나간다.
절대로 더럽혀서는 안 될 것 같은 아름다운 손가락에 내 타액이 흥건하게 묻어 있는 게 보였다.
장모님은 검지에 흥건히 묻은 내 타액을 바라보시며 엄지를 이용해 그것 을 길게 늘어트리셨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내 눈을 보며 말씀하셨다
•
“저는 지금부터 이틀간 자리를 비울 거랍니다.”
“이틀… 입니까?”
“그래요. 이틀. 정확히 이 시간에 돌아올 겁니다.”
내 타액이 묻은 손가락이 장모님의 입술로 향한다. 작고 고운 입술이 살짝 벌어지더니 그 속으로 검지가 들어갔다.
장모님은 여 전히 내 눈을 빤히 바라보고 계 셨고, 검지 가 들어간 입술 사이 로 작은 혀가 살짝 나와 검지를 훑고 안으로 사라졌다.
쪼옥一
일부러 들으라는 듯 야릇한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밖으로 나왔다.
“스미스.”
“……예.”
장모님의 타액으로 덧칠된 손가락이 내 입술을 지그시 눌러왔다.
묘한 열기와 함께 향긋함이 후각을 자극했다.
“제가돌아오기 전까지 그대가 진정한왕좌의 주인이 되어 있다면… 그대 에게 상을 주도록 하겠어요.”
물빛 눈동자가 점차 가까워진다.
입술을 지그시 누른 손가락 위 로 작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겹쳐 졌다가 떨 어진다.
“•••꾈.”
목울대 가 움직 인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달큰한숨결이 내 얼굴을 뒤덮어온다.
스윽.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손목을 감싸왔다.
“발등에 입을 맞추길 원한다면 그리해줄게요.”
타의에 의해 손이 점차위로움직인다.
“모두의 앞에서 벌거벗으라면 그리하겠어요.”
어찌할 줄 몰라 펼쳐진 손바닥에 뭉클한 것이 가득 들어찼다.
“내 몸을 원한다면 기꺼이 탐하도록하세요.”
뭉클한 것이 스스로 더욱 손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니….”
코와 코가 맞닿았다.
“날 실망케 하지 마세요.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