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26화 Ep.225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약초!! 약초가 더 필요하다!!
—주,주술사!!
—파우루족에게 도움을요청해라!!
부락의 심장부에 피어오른 거대한 연기 하나. 그 중심으로 대군 마법이라 도 떨어진 것인지 주변에 멀쩡한 건물과 지면을 찾아보기 가 힘들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처리로 소란스러운 부락.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 은능선 위로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간다.
밝아오는 태양을 등지고 선 아르델이 흘러내린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말 했다.
“찾아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잔물결이 일어나더 니 금방 사라져 버 렸다.
아르델은 능선 아래로 사망자와 부상자의 처리로 소란스러운 부락을 지 그시 노려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그녀 가 한 걸음씩 내 디 딜 때마다 모래를 밟아선 결코 낼 수 없는 소리 가 짧 게 울려 퍼진다. 꼭 대리석을 밟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드는 소리 였다.
아르델이 무너진 경계에 다다랐을 즘, 바쁘게 뛰어다니던 사막 전사 몇몇 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곡도를 뽑으며 그 앞을 막아섰다.
[비켜라.]
“•••꾈?!”
“……
아르델의 입에서 대륙 공용어가 아닌, 고대어가 흘러나오자 사막 전사들 의 두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놀랐다는 감정을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냈다.
“누,누구냐!!”
“더 이상다가오면 죽인다!!”
상대 가 대륙인이 라는 건 외 견만으로 파악이 가능했으나, 소통이 가능하 다는 사실에 전사들은 무작정 곡도를 휘두르지 않고 대화하는 쪽을 선택했 다. 그냥 달려들기에는 상대방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 문이다.
그녀들의 선택은옳았다.동시에 그렇지 않기도했다.
전사들의 경고에도 아르델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의 발이 경계를 넘는 순간.
발과 맞닿은 지면이 얼어붙더니 순식간에 길을 막아선 전사들을 삼켜버렸 다. 그녀는 얼어버린 전사들을 지나쳐 부락 안으로 들어섰다.
“침입자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사내들부터 피신….”
아르델은 점차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하는 전사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 고태연하게 걸음을 옮겼다.그 자연스럽고 당당한 태도는그녀가 이곳의 주 인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녀가 불쾌한 냄새를 품은 연기에 다다를 즘.
구릿빛 피부에 거대한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 하나가 앞을 막아섰다. 갑작 스럽게 나타난 여인은 거대한 곡도를 아르델을 향해 내밀며 말했다.
“어떤 목적으로 방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 부족의 상태가 좋지 못하오. 보아하니 멀리서 온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돌아가 주시면 감 사하겠소.”
“•••꾈.”
부락으로 들어온 아르델의 걸음이 처음으로 멈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뒤 에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보다눈앞에 있는 여인에게 더 흥미가쏠렸기 때문 이다.
“공용어를 쓸 줄아는구나.”
“그렇소.”
“누구에게 배웠지?”
“알려줄 이유가 없一”
아르델에게 검을 내민 여인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전사의 절반가량이 얼 어붙으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아르델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선 여인을 향해 한발자국 더 내디뎠다. 여 인이 흠칫 놀라며 뒤 로 한발 물러 났다. 그리 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에 선 여인에게서 공포를 느꼈다는 점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든 것이다.
아르델의 희고 고운 손가락이 섬뜩하게 날이 선 곡도의 칼끝에 닿았고.
“큭……!!
곡도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곡도를 쥔 여인의 팔에는 굵직한 핏줄이 돋아났으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아르델이 무미 건조한 얼굴로 여 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입술을 달싹였 다.
“아직도 부족하나?”
II
맑고 부드러 운 음색 . 그러 나 고저 없는 그 목소리 는 여 인에 게 충분한 공포 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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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섭게 아르델을 노려보던 여인의 눈동자가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칼라쿠스에게 배웠소.”
“외부인의 이름은 아니군.”
“•••외부인이었소. 대륙….”
“됐다.”
더 들어볼 필요가 없어졌기에 아르델은 여인의 말을 끊으며 가볍게 바닥 을 두드렸다. 그러자 바닥에 고꾸라진 전사들의 몸을 좀먹은 냉기가 빠져나 가기 시작했고 하나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정신 차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리고 선 여인에게 아르델이 말 했다.
“족장에게 안내해라.”
“……그, 정말 미안하오만… 족장에게 먼저 사실을 알려도괜찮겠소?”
“그렇게 해라.”
“고, 고맙소.”
여인은 머쓱하게 곡도를 허리에 채우며 몰려든 전사들에게 말했다.
“이곳은 신경 쓰지 말고 다들수습에 들어가라!!”
전사들은 아르델을 힐끗 노려보다가 이내 주춤주춤 물러나 빠르게 모습 을 감췄다. 주변이 조용해진 걸 확인하고서야 여인 역시 어딘가로 급히 뛰 어갔다.
“몬스터에 사막인이라.”
멈췄던 아르델의 걸음이 다시 움직였다.폭발의 여파로 갈라지고움푹들 어간 지면에 얇은 얼음 막이 생기더니 그 위로 아르델의 발이 떨어진다.
“여전히 역겨운 냄새구나.”
카가가각一!!
불쾌한 냄새를 품은 연기가 피어오르던 지면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투명한 얼음에 갇혀버린 지면 위로 아르델이 올라섰다. 그녀는 잠깐 주변 을 살피다가 이내 짧게 혀를 찼다.
은총이 아닌, 순수한 마법을 이용해 주변 일대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이래 선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주변 일대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공용어를 알려줄 정도면 신뢰를 쌓기 위해 제법 오래 눌러앉았을 텐데 그걸 다포기하다니.
더는 볼 게 없어진 아르델이 그 위에 의자를 만들어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조금 전에 사라졌던 여인이 바쁘게 뛰 어와 아르델의 앞에 섰다.
“족장님께서 허락하셨소. 따라오시오.”
“귀찮다.”
“•••꾈?”
전혀 예상치 못한 아르델의 대답에 여인이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그러는 동안 아르델은 팔걸이에 올린 손에 턱을 괴며 길게 하품까지 내뱉었다.
여인은 순간아르델이 자신을놀리는 거라생각했으나무심하기 짝이 없 는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놀리는 게 아니 라 진심으로 귀 찮아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그럼 어떻게 하시겠소…?”
“족장을 데려와라.”
여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여기서 거부했다간 눈앞의 외부인이 무 슨 짓을 할지 몰랐기 에 고개를 끄덕 였다.
“조,조금만더 기다려주시오.”
“마실 것도 가져와라. 술이면 좋겠군.”
“•••꾈그리하겠소.”
혹시나 더 시킬 게 있나 잠깐 기다리던 여인은 아르델이 눈을 감는 걸 확인 하고서야족장이 있는곳을 다시 뛰어갔다.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여인은 과일을 이용해 담근 전통주와 함께 괴상한 가면을 눌러쓴 족장을 데리고 아르델의 앞에 섰다.
굳게 감겨 있던 아르델의 눈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물빛 눈동자가 앞에 선 둘을 담았다.
“여,여기 우리 부족의 전통주요.”
“고작 잔 하나라니. 야박하구나.”
아르델의 손에 바위를 깎아 만든 잔이 넘어가자 잔이 순식간에 얼어붙었 다. 뼈가 시 릴 정도의 냉기를 품게 된 내용물을 아르델이 홀짝였다. 그 모습 을 지켜보던 족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비토리오왕국의 변경백. 아르델 필로리아백작이신가?”
족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고대 어였다.
전통주를 반쯤 마신 아르델 이 족장을 향해 말했다.
“사막 나가와 교류하던 년들이 너희 인가?”
족장은 자신의 질문을 깔끔하게 무시한 아르델을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 를 저었다.
“아니오.우리는 몬스터와교류하지 않는다오.”
“그렇다면 교류하고 있는 년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으음. 적어도우리와교류하는 부족 중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소만.”
아르델이 잔에 남은 전통주를 마저 입안에 털어 넣었다.그녀는빈 잔을 여 인에게 던졌다.
“공용어를 익힌 이유는 뭐냐.”
“흐음. 그건 말이 조금 길어지는데 괜찮으시오?”
“짧게 간추려라.”
“허허.”
아르델의 폭거에도 족장은화한번 내지 않고 그저 허탈하게 웃을 뿐. 그 리고는 아르델의 명령에 가까운요구에 따라최대한 말을 간추려 이야기하 기 시작했다.
칼라쿠스. 처음 부족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언젠가 노예 사냥꾼에 게 납치되 었던 사내들과 함께였다.
그녀가 말하길. ‘아무렇지 않게 사막인을 납치해 노예로 부려먹는 대륙에 환멸을 느꼈다. 내가붙잡혀간 자들을 빼내 올 테니 받아달라.’ 실제로 사라 졌던 사내들을 데려왔기에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 년에 한번씩 사막에서 구할수 있는 자원을 챙겨 떠나면 반년 뒤엔 많 이 면 다섯. 적 어도 셋이 나 되 는 사내들을 데 리고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칼라쿠스가 말했다.
‘혼자는 한계가 있다. 도중에 몬스터나 도적의 위협도 있고. 그러니 도와 줄 전사들이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칼라쿠스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법 아티팩트로 전사들의 겉모습을 대륙인들처럼 새하얗게 변장시 키는 걸 보여줬고, 그 뒤로 전사들은 대륙 공 용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충 그런 이야기라네.”
“함께 나갔던 년들. 데려온 사내놈들은 모두 죽었나?”
“……그렇네. 폭발에 휩쓸린 자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갑자기 혀 를 깨물고 스스로 숨을 끊었다오.”
“그렇군.”
아르델 이 자리 에서 일어 났다. 그녀 가 앉아 있던 의 자가 바람에 흩날리 며 사라진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다. 족장과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아 르델의 뒤를 따랐다.그리고놀란다.
약초가부족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비명을 지르던 이들이 차례차례 얼 어붙기 시작했다. 모두가 깜짝 놀랐으나 뒤에 족장과 전사장이 함께였기에 눈치 없이 앞으로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 찼던 부락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아르델이 흘러 내린 머리칼을 다시 정리하며 족장에게 말했다.
“너희 사막인들은은혜를 결코 잊지 않는다지.”
“그렇소.”
“다음날이면모두 녹을 거다.”
“그 정도면 충분하오.”
다른 부족에 약초와 주술사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전사들을 보냈다. 늦어 도 해 가질 때쯤이 면 다들 도착할 것이 다.
족장이 아르델에게 고개를숙였다.
“바라는 게 있다면 말씀하시오.”
“공용어를 가르치 려는 년이 다시 나타난다면 잡아다가 나에 게 데 려와라. ”
“그리하겠소. 다른건 없소?”
“술이 너무 달다. 조금 더 씁쓸한 게 좋겠군.”
“허허… 노력해보리다.”
아르델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족장과 여인은 더 이상 그 뒤를 따르지 않았다. 족장은 사라져 가는 아르델의 등을 바라보며 전사장에 게 말했다.
“다른 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외부에서 들어왔거나 공용어를 어딘가 에서 익힌 자들이 있다면 당장붙잡으라 전해라.”
“예.”
전사장이 사라지고족장이 등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과일주를 씁쓸하게 …… 허허, 벌레라도 넣어 봐야겠구만.”
**
부락을 벗어난 아르델은 처음 그곳을 내려다보던 능선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허공을 향해 물었다.
“찾았나.”
— 예.북동쪽으로 이어진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잔물결이 일 어 나더 니 베 네오의 목소리 가 흘러 나왔다 •
— 말씀하시면 계속추적하겠습니다.
“됐다.북동쪽이면 산맥을 넘어 골디아스로 가려는 거겠지.”
골디아스 왕국. 아르델이 속해 있는 비토리오 왕국 바로 위에 맞닿아 있는 나라이며,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시끄러운 나라였다.
“추적은 중단하고 유적지 주변을 훑어라. 수상한 점이 없다면 곧바로 요새 로 복귀해도 좋다. 그리고 수고했다.”
— 예.
잔물결이 사라졌다.
아르델은 조용해진 부락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살아남은 쥐새끼가 없을지 조금 더 찾아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