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40화 Ep.239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이른 아침 눈을 뜬 나는 생 각했다.
‘……불편해.’
배 위를차지하고 있는시론.
양쪽 팔을 봉쇄 한 케 르낙스와 기 에 나.
이틀 전에 합류한 냐호는 발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자는 이상한 포지션을 잡았다.
마지 막으로 이틀간 코빼 기 도 보이 지 않았던 아르델 라는 내 가 오늘 떠 난 다는 소식을 듣고 어 제 잠자리 에 참여해 지금 냐호와 비슷한 자세 로 내 발아 래에 달라붙어 자고 있다.
그렇다. 꼼짝달싹할 수 없다는 소리 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체온과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말랑 한 피부 감촉은 몹시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들을 고려하더라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솔직히 내가침대에서 자고 있는 건지 관짝에 들어가 있는 건지 헷갈릴 정 도다.
‘몰링타에 돌아가면 침대도큰 거로 바꿔야겠네.’
말캉말캉.
멍하니 천장을 올려 다보며, 나는 양쪽 팔을 베 고 누운 케 르낙스와 기 에 나 의 젖가슴을 천천히 주무르며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가는데 또 한 달 좀 넘게 걸릴 테니 … 돌아가면 늦가을이겠네.’
바젤란에 서 몰링 타로 돌아갈 때만 하더 라도 막 여름이 시 작된 참이 었는 데, 요새로왔다가다시 돌아가는것만으로 가을이 되어버리다니.
확실히 길이라던가 수단에 한계가 있으니 조금 떨어진 곳을 다녀가는 것 만으로도 시 간이 훅훅 지 나갔다.
‘일단돌아가면 아멜라 누님에게 먼저 인사해야겠지.’
나름 열심히 쥐 어짜고 오긴 했지만, 누님이 평소에 날 빨아 먹던 걸 생각하 면 한 달로도 부족할 양이긴 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잡아 먹히는 건 아니겠지.
‘아랫입으로 먹히는 거면 억울하지도 않지. 윗입으로 쥐 어짜이는 건 좀….’
누님의 입보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하지 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정액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쥐어짜이는 건 이제 사양하고 싶다.그땐 한번 쌀 때마다 그냥 아프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신전에는 찾지 않으면 굳이 먼저 들를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솔직히 찾지 않았으면 한다. 몇 가지 마법도 익혔겠다돌아가면 본격적으 로 사원 점수를 갱신하고 새로운 성물을 만들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 내 솔 직한 마음이다.
회 사에 돈을 빼 앗기 지 않는 방법도 찾았겠다. 본격 적으로 성물을 만 들어서 냐호를통해 금화를쓸어 담을 일만 남았는데 어째 그럴 시간을 주려 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무슨 게 임 이벤트처 럼 하나 끝나니 까 곧바로 다음 이 벤트로 넘 어 가는 듯 큼지막한 일이 쉬지 않고 덮쳐오는 기분이 다.
“으응
“읏, 하아봽”
젖무덤을 내 손에 희 롱당하던 케르낙스와 기 에 나가 얕은 신음 소리를 내 며 더욱 내 품에 안겨 왔다. 덕분에 젖가슴을 만지기에는조금불편한 자세가 되어 이번엔 손을 내려 둘의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졌다.
‘•••그러고 보니 목각 딜도도 있었네.’
시론의 꽃잎에 깊숙이 들어갔던 내 손가락을 본뜬 수동 딜도.
아멜라 누님이 소문을 내고 판매해주기로 했는데 지금의 나에겐 냐호가 있으니 까 그것도 냐호에 게 부탁하면 좋을 듯하다. 겸사겸 사 요새의 병사와 기사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하고.
나무만 넉넉하게 보관소에 넣어 뒀어도 스타킹이랑 같이 넘겨줬을 텐데.
‘이렇게 나열해 보니까돌아가면 해야할일들이 꽤 많네.’
만약 신전에서 찾더라도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은 줬으면 한다. 차라리 마차에 서 비 밀을 다 까발리고 편하게 일을 처 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 기도하一
찰싹.
“으으음〜”
고개를 살짝 흔들어 뺨에 달라붙은 시론의 손을 떨쳐냈一
“으헤, 으헤헤봽”
……더니 이번엔 발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냐호가 음흉한 소리를 내며 귀 와 머리를 살살 문질러왔다.
‘진지하게 잠자리 개선을좀고민해 봐야겠구만….’
**
흔들흔들.
“바보야. 일어나.”
“……쓰읍?”
시론의 목소리에 잠깐끊어졌던 의식이 다시 육체와 연결되었다. 애들이 깨어나길 기다리다가 다시 졸려와서 잠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꿀잠을 자버 린 모양이 다.
“애도아니고. 침좀 그만흘려.”
자연스럽게 내 위에 올라탄시론에 몸을 숙여 찐하게 입술을 겹쳐왔다. 여 러 의미로 건강해졌다.
“배고프지?”
“어? 어, 그렇지 뭐….”
“얼른 일어나.
99
옷까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시론이 내 허리에 팔을 끼워 넣으며 가볍게 일 으켰다.
그제야침대 밖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방안.
체감상 조금 전까지 옷을 홀딱 벗고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던 연인들이 저마다 옷을 갖춰 입고 소파에 앉아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정정하자. 다는 아니고 어째선지 냐호만 바닥에 엎어져 있다.
뭔가 정수리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잠이 덜 깬 모양 이다.
“끄으으읏〜!! 타하….”
침대와 몸이 뽀송뽀송한 걸 보니 내가 다시 잠든 사이에 스크롤을 사용한 모양이다.
나는 시론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기에나에게 말했다.
“기 에 나. 미 안한데 옷 좀 가져 다줄래 ?”
“알겠습니다.”
그녀 가 자리 에 서 일어나 옷방으로 들어 갔고 자연스럽 게 담소를 나누던 두 사람이 일어나 침대로 올라왔다.
“스미스가늦잠이라니. 별일이네.”
아르델라가 왼쪽 어깨에 턱을 얹으며 뺨을 문질렀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스미스를 이길 수 있을 지도.”
케르낙스가 반대쪽 어깨에 턱을 얹었다.
세 명의 체취 가 코로 스며들어오니 조금 전보다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복합적인 의미로.
“아니.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너희 깰 것 같아서 움직이지도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다시 잠들어 버렸지 뭐 야.”
“흐음.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움직여도 괜찮은데.”
“그렇다. 너무 배려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뭔가깨우기 미안해서.”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는이상에는 안일어날걸.그냥움직여.”
그래?”
잠깐 세 명의 젖가슴에 둘러싸여 담소를 나눴고 셋은 기에나가 돌아온 후 에야 나에게서 떨어졌다.
나는 기에나의 도움을 받아옷을 입으며 물었다.
“냐호는 왜 저러고 있어?”
“몰라. 바닥이 좋은가 보지.”
시론이 콧방귀를 꼈고 케르낙스와 아르델라는 서로를 보며 쓰게 웃었다. 내 가 고개 를 갸웃거 리 자 셔츠의 소매를 정 리해주던 기 에 나가 대 신 대 답해 주었다.
“스미스님의 발가락을 핥겠다고 달려들다가 시론에게 한 대 맞았습니다.
“으음.
사실 발가락 정도는 핥아져도 별로 상관없지만, 여기서 그런 말을 했다가 는 시론이 토라질 것 같았기에 그냥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환복을 끝낸 나는 케르낙스가 식당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로 적당히 아침 을 해결했고 냐호는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정수리 에 작은 혹을 단 냐호까지 껴 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문 을 두드려왔다.
—단장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다름 아니 라 아르델 라의 부관인 벨라니스경 이 었다.
“스미스.”
“어.그만일어나야지.”
“저는 짐 가방을 가지고 내 려 가겠습니 다.”
짐 이라고 해봤자 내 옷이 든 가방이 전부지만, 아무튼.
방문을 열고 나가자 투구까지 완벽히 눌러쓴 벨라니스경이 우리를 맞이 했다. 그녀는 나를 향해 짧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 어주었다.
출발 준비 가 끝났다는 소식 을 알리 러 와준 벨 라니 스경 을 따라 우리 는 밖 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깊은 친분을 쌓은 연인들과 거대한 짐마차 한 대. 마지막으로 짐마차에 사슬 고삐를 연결한 친숙한 드레이크와 여태까지 코빼기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베네오경이 마부석에 앉은 걸 볼 수 있었 다.
마차의 경우, 아르델이 예의 그 마차를 빌려주겠다고 했으나 냐호가 혼자 마차를 몰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다 같이 짐마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노예 사냥꾼들에게 붙잡혔을 때 비슷한 짐칸에 탔기에 경험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 기 에 크게 걱정이 되 지 않았다. 게 다가 일반 짐마차도 아니고 물건 의 부패와 파손을 막기 위해 여러 마법 각인이 새겨진 마차였다.
..
마무리로 짐칸에 폭신폭신한 깃털솜과 두툼한 이불 따위를 깔아 생각한 것보단훨씬 덜 불편할 거다.
“벨라니스. 잘 부탁한다.”
“예. 걱정하지 마시길.그럼, 저는 먼저 성문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아르델라는 모종의 이유로 요새에 남아야 했기에 돌아가는 길은 그녀의 부관인 벨라니스경과 백매 기사단이 우리의 호위를 해주기로 했다.
“먼저들 타. 인사만 하고 바로 탈게.”
시 론이 귀 찮다는 듯 손을 흔들며 짐 칸에 몸을 날렸고 그 뒤 로 냐호와 케 르 낙스가 뒤 따라 들어 갔다.
나는 기에나가 나오는 걸 기다릴 겸 인사를위해 굳이 나와준 이들에게 다 가갔다.
“이제 내년이 되어야 스미스님을 다시 뵐 수 있겠군요.”
“편 지 라도 쓰고 몰링 타로 찾아오는 건 어 떻 습니 까.”
“아닙 니 다. 저도 눈치 가 있으니 그렇게 까지 찾아가는 건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 …자제하겠다는 건 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몰드씨 가 외 모답지 않게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 났다. 그러 자 아 리 아, 아루아 자매 가 쭈뼛거 리 며 다가왔다.
“저,저기….”
“귀,귀를 잠깐….”
두 자매 가 뒤 에 선 아르델라의 눈치를 보며 몸을 낮췄고 나는 거 기 에 어 울려 덩달아 몸을 낮춰 주었다.
“내,내년에 힘낼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두 자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뒤로 후다닥물러났다. 그보다 뭘 열심히 하겠다는 걸까.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응원했다.
“그래. 열심히들 해. 기대할게.”
그러자두 자매의 얼굴에 화사하게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네,넷!!”
“정말,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은모르겠지만 기뻐하니 됐지 싶다.
마지막으로 아르델라만 남은 상황에서 기에나가 거대한 가방 세 개를 짊 어 지 고 나왔다. 그녀는 늘 그렇듯 상황과 분위 기 를 읽 어 내 고는 조용히 가 방을 가지고 짐칸에 올라탔다.
“스미스.”
“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무리하지 마.”
“……응. 노력할, 게….”
나를 껴안은 아르델라의 시선이 잠깐 내 어깨 너머로 향했다가 다시 나에 게 돌아왔다.
“걱정하지 마. 다시 만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인사야 오늘 새벽까지 서로의 몸을 겹치며 진득하게 대화를 나누었기에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 긴 입맞춤이 그 시간을 대신했다.
“그럼 가볼게.”
“그래.
아르델라의 허리를 놓으며 짐칸에 올라탔다.
“벨라니스경? 출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 입구에 걸터앉으며 그리 말하자, 마차가 천천히 움직 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풍경 이 움직 였고 그 작은 풍경 속에 아르델 라와 몰드씨 . 그리고 두 자매가 담겼다.그런 내 앞으로무언가가떨어져 내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언가의 정체를 인식하기도 전에 부드럽고 촉촉한 무언 가가 입술에 닿았다가 떨 어졌다.
“나중에 봐요. 스미스.”
애정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음색.
옅은 미소를 지은 아르델의 모습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나는 그녀의 온기가 남은 입술을 만지며 피식 웃었다.
아르델의 뒤로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을 한 몰드씨와 두 자매 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음에 만날때까지 건강하세요!!”
얼빠진 세 사람에게 다시 한번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었으나 내성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그녀들의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요새를 떠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