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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241화 (241/771)

횐 241화 Ep.240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르벨룸 요새 를 떠 나 몰링 타로 출발한 지 한 달 하고도 닷새.

스며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가림막이 펄럭이더니 짐칸 위에 올라갔던 기에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도시가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엩 그럼 한 시간도 안 걸리겠네.”

나는 두르고 있던 모포를 살짝 펼쳤고 그 속으로 기에나가 들어와 옆에 엉 덩이를 딱붙이며 안겼다.

“으으음....”

“시론아. 곧도착한대.”

코알라처럼 품에 안겨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서 졸고 있던 시론이 작게 칭얼거렸다.

아침 까지 거르며 새 벽 까지 보지를 괴 롭혔더 니 다들 피 곤한 모양이 다. 왼 쪽에는 케르낙스가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에 졸고 있고 모포 안쪽에는 냐호가 다리 사이에 머리를 욱여넣은 채 자고 있다.

“다들 많이 피곤한 모양입니다.”

“그러게. 기에나는 괜찮아?”

“저도조금… 졸리기는합니다.”

“그럼 도착할 때까지 만이 라도 잠깐 눈 좀 붙여.”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기에나가 내 팔을 본인의 가슴골 사이에 끼워 넣고는 케르낙스처럼 어깨 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가 자장가처럼 스며들어와 나까지 졸리기 시작했다.

“시간참 빠르네.”

엊그제 요새 에서 출발한 것 같은데 벌써 몰링타에 도착이 라니.

한 거라고는 호위를 위해 따라오는 기사단에게 목소리가 흘러나가지 않 게 조심조심하며 섹스하고 자고 밥 먹고 다시 섹스한 것밖에 없는데.

‘도중에 도시에 몇 번 들르기도했지.’

그렇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섹스하는 장소가 짐칸에서 침 대로 바뀔뿐.

조금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게 있다면 아무래도 날씨 가 조금 쌀쌀해 지 기 시 작해서 가을 겸 겨울용 옷을 몇 벌 구매한 거랑 스크롤을 묶음 단위로 추가 구매한 일 정도일까.

나는 고개를 돌려, 마부석이 있는 곳을 보았다.

베 네오경과 조금 대화를 나누고 싶 었으나, 마부석 이 좁은 것도 있고 시론 과 다른 연인들이 조금도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아좀처럼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었다.

‘힘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보고 싶은데.’

베네오경에게서 흡수한 힘을 완벽히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여러 의미로 활 용도가 높은 성물이 탄생할 거다.

‘뭐 …… 호위로 계속 곁에 있을 거라고 했으니 기회가 아주 없는 건 아니 니까.’

“흐아으아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간다.

한번 졸면 없던 피로함도 생겨나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여기까지 인 모양이 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미스님.”

“스미스님.”

기에나의 목소리에 잠깐끊어졌던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도착했습니다.”

“……벌써?”

“예. 경비대마사(馬事)안입니다.”

“그렇구만…… 시론아. 케르낙스?”

두 사람을 부르자, 시론은 웅얼거리며 더더욱 내 품에 꼬옥 안겨 왔고 케 르낙스만 앓는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 도착했대. 내려 야지. 시론아? 피곤하면 집 에 가서 침대에서 자 자. 응?”

“……안고 가.”

“안고 가줘?”

“그래.

정말로피곤한건지 시론이 도통 내 품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시론이 무거운 것도 아니고 나야 별로 상관없기에 나는 집까지 시론을 안 고가기로 했다.

“끄응……. 잠깐존 것 같은데 벌써 도착한 건가…?”

“그러게. 냐호야. 냐호야?”

나는 자유로워 진 팔로 모포를 걷어 냈다. 그러자 내 다리 사이 에 얼굴을 끼 워 넣고 헤실헤실 웃고 있는 냐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걸 잠깐 지켜보던 기에나가 슬그머니 냐호에게 다가가 살랑거리고 있 던 꼬리를 지그시 밟았다.

“흐냐아아앙?!”

농담이 아니라, 진짜용수철처럼 냐호가튀어 올랐다.

“도착했으니 내리시길 바랍니다.”

“아네네에…….”

냐호는 기 에 나에 게 밟혔던 꼬리 를 소중하게 손으로 감싸고 쭈뼛거 리 며 마차에서 내렸다. 그 뒤로 케르낙스가 내렸고.

“기에나. 좀도와줘.”

“알겠습니다.”

나는 기 에 나의 도움을 받아, 시론을 품에 안은 상태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저는짐을 챙겨서 내려가겠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시론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지 않은 손으로 기에나의 엉덩이를 토닥여 준 다음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에 서 내 리 자마자 서 늘한 공기 가 노출된 피 부를 스치 고 지 나갔다.

확실히 계절이 바뀌었다는 게 체감됐다.

“무사히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귀 에 익은 목소리 가 등 뒤 에서 들려왔다.

“밀리아님.”

“거의세 달만이네요.”

아르델 가문의 행 정관이 자 케르낙스를 대 신해서 몰링 타를 관리를 맡았 던 밀리아씨 가 다가왔다.

“편하게 밀리아라고 불러주세요.”

“……갑자기요?”

내 물음에 그녀가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고로 다전해 들었어요.”

“그으... 러시군요.”

아르델이 나와의 관계까지 그녀에게 다알려준모양이다.

“불편하시다면 평소처럼 불러주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가능하다면 우리 백 작가에 속한 사람들에 겐 말을 높이 지 않도록 연습하시 면 좋을 것 같네요.

“…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부터 노력해 보겠습니다.”

밀리 아는 고개 를 끄덕 이 고는 케르낙스에 게 시 선을 옮겼다.

“케르낙스경?”

“예.행정관님.”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출근하세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거 가지고배려라뇨.하하.”

“크흠.”

케르낙스가 짧게 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밀리아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향했다.

“스미스님? 잠깐귀 좀 빌려주시겠어요?”

“여기 있습니다.”

시론이 떨어지지 않게 뒤통수를 손으로 받치며 살짝 허리를 숙였다. 밀리 아는 시론이 머리를 묻고 있는 반대편 귀에 얼굴을 가져대고 작게 속삭였다.

“아멜라 지부장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요. 많이 피곤하신 게 아니시 라면 오늘 모험가 길드에 얼굴을 한 번 비춰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많이 안좋습니까?”

“저도스미스님이 떠난후부턴 직접 뵌 적이 없어서 잘모르겠네요.병사들 의 말을 빌리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지부장님이 도시를 파괴해도 모험가 길드에서 배상해줄 테지 만 시간도 시간이고 도시에 거주 중인 시민들이 피해를 보잖아요. 가능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동의합니다.”

시론과 케르낙스가 붙어서 북쪽 거리가 반파됐다. 그런데 그런 둘을 한 방 에 제압한누님이 날뛰면 도시 전체가무너질지도모를 일이다.

나쁘지 않을지도?’

무너진 김에 주변 땅도 좀 사들이고 집을 더 크게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아 닐까.

……라고 말할 뻔.

밀리 아가 물러 나자, 짐 칸에 서 기 에 나가 빵빵하게 부푼 가방들을 짊 어 지 고내려왔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네.편히들 쉬세요.”

우리는 마사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경 비 대를 벗어 나자마자 주변 시 선이 우리 에 게 쏠렸다. 정확히 는 중심 에 있는 나에게 말이다.

삼 개월 정도의 공백이 있어서 그런지 주변 여자들의 시선이 이전과비교 해매우 뜨거웠다.

“서방님.”

갈림길에서 냐호가 멈춰서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저는 잠깐 신전에 들렸다가 돌아갈게요.”

“신전에? 어디다쳤어?”

“아뇨.백작님께서 심부름시키신 게 있으셔서요.”

아르델. 심부름. 신전.

아무래도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닐까 싶다.

“조심해서 다녀와. 집은 기억하고 있지?”

“그럼요.저는 기억력이 좋답니다.그럼 다녀올게요.”

냐호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신전들이 모여 있는 서쪽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 멀어지는 냐호의 등을 지켜보다가 우리는 몸을 틀어 북쪽 거리 로 향했다.

“진짜 집에 왔네….”

“잠깐만 기다려라.”

케르낙스가 짐가방에서 묶음으로 구매했던 스크롤을 챙기더니 먼저 안으 로들어갔다.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후에야다시 문이 열렸다.

“이제 들어와도 괜찮다.”

“먼지치운거지?”

케르낙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삼 개월 이 나 집을 비웠는데 먼지 가 쌓이 지 않으면 그게 더 이 상할 것 이다.

현관문을 닫고 나는 신발을 벗고 부드러운 털이 달린 슬리퍼로 갈아 신었 다.

“기에나. 시론신발좀벗겨줘.”

“알겠습니다.”

기에나가 내 뒤로 돌아가 허리 사이로 삐져나온 시론의 양쪽 다리를 붙잡 고 신발을 벗겨 냈다.

좀 어색하긴 하네.’

요새에서 머물렀던 성이나 중간중간 들렸던 도시에선 꼭 신발을 신고 방 을 돌아다녔기에 이렇게 슬리퍼로 갈아 신는 게 좀 어색하게 다가왔다.

“짐은 저녁이나내일 다같이 정리하게 거기 내려둬.”

기에나는 현관 앞에 짐가방을 다 내려두고 내 옆에 붙었다. 우리는 그리운 냄새를 맡으며 곧장 침실로 향했다.

“시론아. 침대에 누워야지.”

으응.

코알라처럼 내 목을 꽉 끌어안고 잠들었던 시론이 웅얼거리 더니 천천히 두르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침대에 눕자마자 몸을 웅크리고 다시 고른 숨을 내뱉는 시론의 머리를 정 리해준 다음, 침대에서 내려왔다.

“둘은 안자?”

“나는 씻고 자려고 한다. 스미스 너는?”

“난 잠깐길드에 들르려고.”

“길드... 아멜라씨 때문인가?”

“뭐.그렇지.”

케르낙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에나 너는?”

“따라가겠습니다.”

“어? 아냐됐어.누님 기분 엄청 안좋다니까 그냥 집에 있어.”

“으음

그 기 에 나가 아멜라 누님 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자 대 답을 망설였 다.

‘누님이 진짜무섭긴 무섭나보네.’

나는 기에나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케르낙스랑 같이 씻고 먼저 쉬고 있어. 저녁은 냐호 오면 다 같이 외식이 나하자.”

“•••알겠습니다.”

“그래그래. 그럼, 다녀올게.”

둘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집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길드로 이어진 골목길 로 걸음을 옮겼다.

“음

.

발걸음을 조금 서두른 덕분에 빠르게 길드 앞에 도착한 나는 쉽사리 길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잠깐 멈춰 섰다.

‘골목을 빠져 나올 때부터 분위 기 가 좀 이 상하다고 느꼈는데 … 이 건 좀 심 한데.’

주변이 묘하게 조용하더니 길드와그주변은 더 심했다.

항상 단련을 위한 모험가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공터는 텅텅 비어 있었고 밖에서부터 접수원과 모험가들의 실랑이 소리가 들려와야 할 시간대 임에도 굳게 닫힌 문으로부턴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길드 건물 주변으로 사람은커녕 순찰 중인 경비 대원조차 찾 아볼 수가 없었다.

대충 그 이유를 짐작할수 있었기에 나는 굳게 닫힌 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 갔다.

“……어?”

“……쉬잇!!”

“•••아, 아니. 놔봐미친년아…!!”

나를 발견한 접수원이 입을 틀어막으려는 동료 접수원을 뿌리치고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 스미스씨…!!”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감정이 억눌린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접수원.

나는모험가한 명 없이 텅 빈 공간을 둘러보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어,언제 돌아오셨어요?!”

“어흐으윽!! 흑흑!!”

“네 피테르님 … 감사합니 다. 감사합니 다. 감사합니 다….”

세 명의 접수원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를 굉 장히 반기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 다들 일단진정 좀하시고.누님은위에 계십니까?”

“네,네에. 아마방에 계실 거예요.”

“제발… 제발 지부장님 좀 어떻게 해주세요!!”

“어흐으윽!! 저희 이러다굶어 죽어요진짜……!!”

“어… 그, 일단진정좀 하시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들어보려고 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닌 듯했 다.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아, 예. 가요. 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는 그녀들을 내버려 두고 계단을 밟았다.

“……식당도 닫았네.”

굶어 죽는다는 게 단순 비유가 아니 었던 모양이 다.

계 단을 밟던 난, 믫층으로 향하지 않고 4층에 있는 누님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

“후우.

짧게 숨을 들이시고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누님?

똑. 똑. 똑.

방문을 두드리고 이름도 불러보았으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자 고 있는 걸지도 모르기에 나는 조용히 문고리를 잡아 밀었다.

끼이익一

“으

방문이 열리자, 속을 뒤집을 정도로 지독한술 냄새가 나를 덮쳐왔다.

“•••누님?”

소매로 코를 막으며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투욱.

데구르르르.

팅. 티잉.

바닥에는 발을 내디딜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도 모양도 색까지 다른 가지각색의 술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는 열고 들어온 문틈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빛에 의지하며 창문을 가리 고 있는 암막을 걷기 위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어후진짜… 냄새로봐선 이거 전부 어제오늘 마신 거 같은데 ….”

겨우겨우 술병들을 피해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햇빛을 가로막고 있는 암 막을 시원하게 걷어냈다.그리고 다시 닫았다.

내가 잘못 본걸까.

암막이 사라지고 나타난유리창에 나 이외의 사람이 잠깐 비친 것 같았는 데.

나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다시 한번 암막을 걷었다. 그리고 닫았다.

역시 내가 헛것을 본 걸까. 분명 침대 위에 사람이 앉아 있었던 걸 봤는데 다시 보니 침대는비어一

달칵.

“•••꾈.”

문이 닫히는 소리와함께 미약하게 스며들어오던 빛이 사라졌다.

‘좋아.’

결심했다. 창문을 열고 뛰 어내리기로.

식은땀이 흥건한 손으로 암막을 걷으며 유리창의 손잡이를 붙잡, ……지 못했다. 유리창엔 손잡이 가 없었다.

나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눈꺼풀에 스며들던 빛이 사라졌다.

등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짙은 주향.

“……하아아아.”

뜨거운 숨결이 뒷덜미에 닿았다.

꾸우우욱.

양쪽 어깨에 강한 압박감이 내려앉는다.그리고.

“……늦었네.”

조금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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