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51화〉Ep.250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길드에 서의 할 일, 누님의 케 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나는 간단한 요깃거 리를 남겨두고서 건물을 나왔다.
“확실히… 해가 짧긴 짧아졌네.”
사막과 맞닿은 요새였다면 지금쯤 붉은 노을이 지 기 시작했을 시간인데 몰링타의 하늘에는 벌써 둥그스름한 달이 하늘에 떠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해도 저물었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다소 으스스한 분위 기 가 연출된 다. 그러나 일정 간격으로 설치되 어있는 마법등이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해주고 있었기에 길을 걷는 덴 큰 지장이 없었다.
자박자박 내 발소리를 반주 삼아 느릿하게 길을 걷던 나는 힐끗 옆으로 고 개를 돌렸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 아니면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건지.
분명 옆에 있으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베네오는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도 내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혹시나 주변에 누가 있나고개를 움직여 살펴 보았으나, 별다른 변화는 찾지 못했다.
‘제대로 밥이 라도 좀 챙 겨 먹 었으면 덜 부담스러울 텐데.’
길드 건물에 들어오면서 그녀가 거리를 벌렸으나, 내 감각이 닿는 범위 내 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조금씩 움직 이 기 야 했지 만… 그 좁 은 범위 내에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
즉, 베네오는 무언가를 꿍쳐둔 게 아닌 이상. 내 가 건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 나를 기 다렸다는 게 된다.
대답이라도 해줬으면 가볍게 식당에 들러 같이 저녁이라도한끼 할생각 이 었으나, 당사자가 침 묵하니 나도 더는 말을 꺼 내 기 가 힘 들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곧장 밤비노로 향했다.
욕탕의 공사가 끝나는 며칠은 그곳에서 지내 기로 아침에 이야기 가 끝난 상태고, 웬만한 물건은 전부 갖춰져 있는 시설인 데다가 식사도 언제든지 원할 때 해 결 할 수 있었기 에 내 가 따로 거 리 에 서 무언 가를 사 들고 갈 필요 가 없었다.
“모시겠습니다.”
밤비노에 발을 들이자마자 직원들이 눈을 빛냈고한직원이 빠르게 뛰어 와 나를 환영했고, 그녀는 최상층까지 아주 친절하게 나를 안내했다.
“분실하셔도 부담가지지 마시고 편하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그럼.”
“감사합니다.”
직원은 나에게 방문과 연동되 어있는 카드를 넘 겨주고는 조용히 퇴장했 다.
‘방까지 들어오려는 건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베네오의 기운에 나는 살짝곤란한 감이 없잖아 있 다. 신전에서의 이야기야 딱히 비밀로 할 필요가 없으니 그다지 상관없으나,
내 가 곤란한 건 다름이 아니 라 오늘 밤 있을 잠자리 때문이 다.
‘•••뭐. 괜찮으려나.’
이 미 서로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 에 다가 은밀한 부위 까지 만져보기 도 했으니….
또 그녀가 어디 가서 쉽게 입을 놀리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삐익—
카드를 가져 대 자 작은 소음과 함께 문의 잠금이 해 제 되 는 소리 가 들려온 다.
“나왔어.”
문을 열자, 환한 조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익숙한 느낌의 기 다란 복도와 끝에 위 치 한 문 하나.
현관에 신발이 가득 있는 걸 보니 다들 안에 있는 모양이 다. 안으로 들어 가 신발을 벗고 있자, 현관문이 저절로 닫히며 베네오의 기운이 옆을스쳐 지나 갔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나는 긴 복도를 지나 끝에 놓인 문 을 열었다.
우리가 사용하던 침실보다 몇 배는 넓은 방이 나타났다. 그 중심에 고 급스러운 색감을 가진 齁 모양의 소파가 놓여 있었으며 그곳에 오순도순 앉 아 있던 연인들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슩명의 연인 중에서 가장먼저 반응한것은 역시나 시론이었다.
나를 발견한 시론은 눈썹을 살짝 아래로 구기며 말했다.
“저녁 전까지 오기로 했으면서 해가다 떨어진 후에야 들어오냐?”
“그,시론아. 아직 혯시인데 … …?”
“나도 알아.”
“으음….
단호한 대 답에 나는 뺨을 긁적 이 며 일 단 안으로 들어 갔다. 내 가 소파 근처 에 오자, 냐호의 옆에 앉아 있던 기에나가슬그머니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 왔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응? 아니, 아직.”
“그렇군요. 냐호.”
“네,넷?!”
기 에 나가 자연스럽 게 내 옷시중을 들며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냐호를 부 른다. 냐호가 귀 와 꼬리를 바짝 세우며 자리 에 서 일어 났다.
“고기로 이루어진 식사를부탁드립니다. 마실 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시원한 맥주?”
“그렇다고 하시는군요.”
“네 엣.”
냐호가 슬리퍼로 바닥을 파닥파닥 때리 며 침대 옆으로 가더니 , 그 위 에 놓 여 있던 수정구슬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가 먹을 저녁을 주문한다.
“고마워.”
“아닙니다.그럼, 식사후에 욕조를 이용 할수 있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기에나는 옷장에 내 옷을 걸고 복도로 나갔다. 욕실이 복도중간쯤에 위치 해 있기 때문이다.
“화났어?”
“•••안 났어.”
내가 옆에 앉으며 허리를 껴안자 시론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눈썹이 원래 자리를 되찾은 걸 보면 정말로 화난 건 아니다. 다만, 입술이 튀 어나온 걸 보니 살짝 삐지 긴 한 모양이 다.
여기서 구차하게 주저리 떠드는 것보다는 몸으로 달래주는 게 더 효과적 이라는 걸 경험으로 터득한 나이기에 나는 시론의 부드러운 배를 살살 주무 르며 조금 더 강하게 품으로 당겼다.
“흥
작게 콧방귀를 끼면서도 시론은 얌전히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며 내 손 길을 느끼기 시 작했다.
“오늘 늦은 거로 행정관님 이 뭐 라고 안 했어 ?”
“음… 그게. 크흠.”
케르낙스가 얼굴을 붉히며 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기억에 있는 유 리병이 었다.
“이, 이걸 또부탁하셨는데…….”
“괜찮아. 대신, 내일 아침에 직접 빼줘. 괜찮지?”
응.
케 르낙스가 입 꼬리 를 살짝 끌어올리 며 고개 를 끄덕 였다.
“그게 뭔데.”
“그런 게 있어.”
시론이 뚱한 시선으로 나와 케르낙스를 번갈아 봤고, 나는 시론이 다른 생 각을 하지 못하도록 번쩍 안아다가 무릎에 앉혀주었다.
“•••꾈.”
잠깐 나를 올려 다보더 니 , 이 내 고개를 숙이고 배를 만지 작거 리는 내 손등 을 붙잡고 꼼지락거 린다. 내 마음을 알아줘 서 다행이 다.
“냐호야?”
“네.서방님.”
냐호가 꼬리 를 살랑거 리 며 방긋 웃는다.
내가막 ‘밤의 요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욕실로향했던 기에나가 돌아왔다.
그녀는 다시 냐호의 옆에 앉았다.
‘골디아스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좋겠지.’
“그,다른 얘기부터 할게.”
“괜찮답니다.”
돌발적인 행동만 제외하면 정말 착하고 귀 여운 냐호다.
나는 시론의 배를 만지 작거 리고 있지 않은 손을 입 가로 가져 가 멋쩍 게 헛 기침을 토했다. 내 손등을 만지작거리던 시론도 잠깐 행동을 멈추고 나를 올 려다본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년이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얌전한 고양이처럼 품에 안겨 고롱거리던 시론이 도 끼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그런거아니야.시론아.”
“……그래?”
내 가 재 차 고개 를 끄덕 이 고 나서 야 시 론이 눈에 힘 을 푼다.
그보다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대뜸 여자 문제라고 넘겨짚은 걸까. 좀 억 울한 면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 기에 곧바로 이 야기를 이 었 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신전에 부탁을 하나받았거든?”
“신전에서?”
“어.풍요 신을 섬기시는 대사제님께서 직접 요청하신 거야.”
시론의 고개가 살짝 삐뚜름하게 기울어진다. 나는 얼른 시론의 두 다리를 옆으로 돌려, 공주님 자세로 만든 다음 배를 주무르던 손으로 골반과 엉덩이 사이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계속 말했다.
“골디 아스 왕국 있지 엩 다음 달에 내 가 거길 잠깐 다녀와야 할 것 같거든.”
“꽤 멀리까지 가야하네.”
“스미스님께서 성장하시 기도 하셨고 그곳에 도착할 즘이면 완전 겨울일 테니 겨울용 맞춤 의복을 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
함께 가는 걸 전제로 이야기하는 시론과 기에나.
그런데 케르낙스와 냐호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미안. 이번에는 나혼자만 가야할 것 같아.”
“•••꾈?”
시론의 고개 가 기 이 한 각도로 꺾 였다. 눈을 제대로 마주하기 가 무서울 정 도로.
“다시 말해 봐.”
“•••어, 그… 가, 같이 못갈것 같더라고…….”
“……치워.”
엉덩이를 토닥이던 손을 시론이 쳐냈다. 그리고는 내 허벅지에서 내려와 당당히 섰다.
“이유가 뭔지나들어보자.”
마치 납득하지 못할 이유라면 당장에 신전으로 들이박으러 갈 기세였기 에 나는 아주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전에만났던 사교도들 있지?”
a o”
“너 끌고 갔던 애들 있잖아. 페트미라교도들.”
아.”
아무리 관심 없는 일들을 빨리 잊어버린다지만, 설마본인을 끌고 갔던 사 교도와 관련된 기 억까지 구석탱 이로 몰아냈을 줄이 야.
“지금 골디아스왕국이 걔들한테 점령당하다시피 했는데 전에 붙잡았던 애들이 협력을 받고 싶다면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더라고.”
“그래서. 만나겠다고?”
“•••그렇지? 그편이 여러모로 덜 소란스러워질 테니까.”
시론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그건 그렇다 쳐. 근데 왜 혼자 간다는 거야?”
“너희 까지 데 려 가면 보호해주기 가 힘들데. 눈에 띄 기도 하고. 그리고 내 생각도 같아.”
시론의 눈썹이 더더욱 아래로 휘 어진다. 그러나 내 의견에 시론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그때 붙잡혔던 게 신경 쓰인 모양이다.
“사교도가 그렇게 위험한 존재들입니까?”
“시론이 제대로 저항도 못 해보고 붙잡힐 정도랄까.”
“흠
기 에 나가 드물게 이 마를 구겼다.
그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케르낙스가 입을 열었다.
“으음. 확실히 사교도들의 소굴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지. 그러나 대사제 님씩이나 되시는분께서 직접 요청하신 만큼, 스미스의 안전은확실하게 보 장을 해주실 것 같군. 음. 분명 그럴 거다. 그러니 우리는 방해하지 않게 이번 에는 얌전히 이곳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음. 그렇고말고.”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케르낙스는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못 한다. 하게 되 더 라도 그게 전부 표정 이 나 말투에 서부터 티 가 나니 안 하는 만 못하다.
‘지금이 딱그 상황이네…….’
마치 , 하나의 각본을 읽는 것처럼 딱딱한 말투도 문제 지 만, 무엇보다 케 르낙스는 남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숨기려 하면 말이 지나치게 길 어진다.
물론, 본인은그걸 인정하지 않는모양이지만… 냐호를 제외하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다.
그 증거로 시론과 기에나의 시선이 케르낙스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