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55화 Ep.254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나와 함께 거리를 순회하던 베네오는 내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리나의 앞에서 시원하게 지려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리나는 그것마저 내가 부린 마법이라 생각하며 신기해할 뿐, 별다 른 의구심은 가지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리나는 조금 색 이 특별한 그것을 맛보지 못한 게 살짝 아쉬운 얼굴이 었으 나, 곧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하고 병사들과함께 떠났다.
그녀들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길을 걸으며 조용히 베네오의 귀에 속삭이 듯 말했다.
“화장실이 급하셨으면 신호라도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리나의 앞에서 실금한 순간부터, 베네오는 두 손으로 본인의 얼굴을 덮고 서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살이 직접적으로 닿은 부분으로부터 그녀의 체온이 비 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서쪽의 신전 구역까지 한 바퀴 돈 다음, 밤비노의 방으로 돌아왔 다.
참고로베네오는신전 거리의 분수 앞에서도한번 더 지렸다.
“어이쿠.”
방문이 닫히자마자, 모든 걸 체념한듯 얌전히 품에 안겨 있던 베네오가 내 두팔을뿌리치며 나에게서 벗어났다.
본인의 두 다리로 바닥을 밟은 그녀는 곧바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더 니 욕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쿵一!!
거칠게 닫히는 문소리가 아마도 지금에 그녀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아르델과 기 에 나만큼이 나 무뚝뚝한 베 네 오의 여러 흐트러 진 모습을 구 경 할수 있었던 오늘이었기에 나는 이쯤에서 한발물러나기로했다. 절대로 힘 이 돌아온 그녀 가 무서 워 서 가 아니 다.
샤아아악一
굳게 닫힌 욕실의 문 너머로 거센 물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적당히 수건과 침대 옆서랍에 보관해둔스크롤 한뭉치를 꺼내 욕실 앞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는 길드로 갈 테니까.오늘은 더 따라오지 말고그냥방에서 쉬세요. 그 리고 필요하면 옷장에서 제 옷 대충 꺼내 입으셔도 됩니다. 사이즈는 좀 안 맞겠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베 네오는 내 말에 대 답하지 않았다. 나는 멋쩍 게 뺨을 긁적였다.
‘삐졌냐고 물어보면 화내려나.’
문을 거칠게 닫은 시점에서부터 그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역시 괜한 도발은 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킁킁….
길드로 향하기 전, 나는 손과 팔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베네오 몸에서 특 별한 체취가 나지 않아서 그런지 그녀의 보지를 치덕였던 손바닥에도 이렇 다할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만일을 위해 나는 수건과 함께 바닥에 내려뒀던 스크롤에 일부를 찢어 나에게 사용했다.
중간에 누님과 시론, 기에 나가 먹을 점심을 사 갈 예정이 니 이 런저런 냄새 가몸에 스며들어 의심받을 일은 없을 거다.
마지막으로 나는 묵직하게 부풀어 있는 사타구니를 내려다봤다.
아침부터 시원하게 몇 발 뽑아냈으나, 몇 달 사이에 비약적으로 강해진 내 정력은 고작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반쯤 장난으로 시도했던 텔레파시가 통해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까지는 좋았지 만, 그림의 떡 이 라고. 베 네오가 지금 딱 그런 상태 다.
밥상은다 차려졌는데 정작수저가보이지 않아 밥을 떠먹을 수가없다니.
‘쓰읍……왠지 될거 같기도하고.’
깨달음이 나 무언가 특출난 방법 이 떠 오른 건 아니 다. 그저 베 네오의 몸에 흐르고 있는 협력자에게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지금은 내 일부가 된 녀석 에게도 내가 간절히 바라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물소리가 끊어졌다.
그 건은 조금 더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시간대에 도전해보는 거로 하고 나 는 베네오가 나오기 전에 방을 떠나기 위해 들고 있던 스크롤을 다시 수건 위로 돌려놨다.
“그러면 나가보겠습니다.”
황금 고목에서 발행해준 신분증을 챙겼는지 확인한 나는 곧바로 신발을 신고 방을 나왔다.
그 뒤로 곧장 밤비노를 나왔고 간단히 점심으로 먹을 만한 것들을 포장할 때까지 베네오의 기운은느껴지지 않았다.
**
“우웩
!!”
아멜라의 주먹질을 정통으로 배에 얻어맞은 시론이 처참하게 바닥을 구 르더니 그대로 엎어져 구역질해댄다.
그 모습을 무심 한 눈으로 가만히 지 켜보던 아멜 라가 고개 를 돌렸다. 그녀 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시론보다 더 처참한 몰골의 기에나가 바닥에 시체 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간간이 오르락내리락움직이는 가슴이 그녀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주었다.
“한심한 년들.”
어떠한 악의도 담겨 있지 않은, 정말 순수하게 둘에 대한 평 가였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훈련이라는 명목의 구타.
그러나, 단순한 구타는 아니었다. 아멜라는 정확히 시론과 기에나의 실력 에 맞춰 힘을 제한했고 심지어 그녀는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
직이지 않았다.
........
그런 제 약을 걸고도 시론과 기 에 나는 아멜 라의 옷깃도 스치 지 못하고 너 무나도 단조로운 그녀의 주먹질과 발길질에 나가떨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셋 세기 전에 일어나라.”
가혹하게 들릴 수 있는 아멜라의 말에 죽은듯누워있던 기에나가보기 드 물게 얼굴을 구기 며 몸을 일으켰다.
엎어져 구역질하던 시론도 소매로 더러워진 입가를 대충 닦아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멜라는 나가떨어질 때마다 자신을 향한 적의를 키워 나가더니, 이제는 살기 에 가까워 진 감정을 담아 노려 보는 시 론을 마주 노려보며 이를 드러 냈 다.
“눈 깔아라. 병신으로 만들어버리 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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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무형의 기운이 순식간에 시론을 짓눌렀다. 핏발 선 눈으로 아멜라를 노려보던 시론이 입술을 깨물더니 천천히 시선을 바 닥으로 내리깐다.
그제야 아멜라는 풀어냈던 기운을 거둬들였다.
“하아.”
아멜라가 짧게 한숨을 내 쉬 자, 시론과 기 에 나의 어 깨가 동시 에 움찔거 렸 다.
그녀는 길게 자라나 거슬리는 앞머리를 위로 쓸어올리 며 말했다.
“시론.”
“•••꾈.”
“시 발. 진짜 벙어리로 만들어 줘 ?”
“•••아뇨.”
시론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에 아멜라가 짧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썅년아. 넌 성질을 좀 죽이던지 흥분한 상태에서도 시야를 넓게 보는 눈 을 기르던지 둘 중 하나는 해라. 몇 대 좀 처맞았다고 눈 돌아가서는 발정 난 고블린처럼 들이대니까 계속 처맞기만 하지.”
“•••꾈.”
아멜라의 신랄한 비방 같은 조언에 시론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아멜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장비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고쳐라. 확실히 스미스가 만들어 준 그거. 어처구니없을 정도로튼튼하긴 하다만그게 전부라는 거. 알았겠지.”
“•••꾈네.”
말아쥔 시론의 두 주먹이 덜덜덜 떨려왔다.
실제로 아멜라는 위 협적으로 날아들던 시론의 발을 붙잡고는 그대로 바 닥에 내리꽂아 버렸다.
아멜라는 시론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다시 한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발정기를 견뎌내며 쌓인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지 않아 예전의 성격 이 나와 언행이 다소과격해졌다는걸 스스로도 인지한것이다.
그렇다고 앞서 했던 말에 틀린 부분이 있는 건 아니 었다.
아멜라는 잠깐 고개 숙인 시론을 바라보다가 힘 이 들어 간 눈매를 조금 부 드럽게 만들었다.
“시론.”
“•••꾈네.”
“날 봐라.”
시론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멜라는 시론의 핏발선 눈을 조금은 부드러워진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같이 몸을쓰는년들이 강해지기 위해서는꾸준히 몸을 단련해야한 다. 그리고 단련된 몸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판단력과 유연한 사고 력도 갖춰 야 하지. 전자는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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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길어진 아멜라의 말에 날카로워졌던 시론의 눈매가 조금 둥글둥글하게 변했다.
“내 가 봤을 때 너는 충분히 재능을 타고났다. 조금만 경험을 쌓고 쉽게 흥분해 서 좁아지 는 시 야만 보완을 한다면 지 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움직임이 좋아질 거다. 내말. 이해했냐?”
“•••헛생각하지 말고 언니한테 계속 맞으라고요?”
“•••꾈.”
순간 아멜라의 눈매가 다시 날카로워졌으나, 그녀는 얼른 두 손으로 미간 을 꾹꾹 누르며 힘 이 들어 간 눈매 를 부드럽 게 풀었다.
“그래 •••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일단 넘어 가자. 그래도 당장 그 경험을 쌓 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 너도 알겠지.”
시론이 고개를끄덕였다.
그야, 아침부터 갑자기 끌려 나왔는데 그 이유를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아멜라의 입에서 나온 이유는 시론과 기에나가충분히 납득할수 있 는 이유였고그녀들이 지금까지 아멜라에게 얻어맞고있는이유이기도했다 .
“그런 이유로. 일반인의 시선에서 보면 정말로불합리하다고느껴지는 방 법들을 말해주마.”
“•••그런 게 있다고요?”
아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를 펼쳤다.
“하나. 어떤 기연을통해 마력을 터득하는방법이 있다.그러나너와기에 나.둘 다 이미 마력을 다룰 수 있으니 이 방법은해당이 안된다.”
검지 옆에 있던 중지가 펼쳐졌다.
“둘. 이것도 첫 번째와비슷하다. 어떤 계기나 자극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거지. 그리고 마력과는 다른 힘. 오러를 터득하는 거다. 그러나 너희 둘 다 냉 병기를 다루지 않을뿐더러 이미 마력을 터득했으니 이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 •
마지막으로 약지가 펼쳐진다.
“마지막은 종족 특질이다.”
“종족 특질……?”
시론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마치 처음 들어봤다는 시론의 반응에 아멜라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보모도 아니고시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아멜라는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며 말했다.
“기에나.”
“예:
“엘프가다른종족보다우월한 게 뭐냐.”
“마력...마법적 재능입니다.”
“그래. 너희 엘프는 다른 종족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마력의 운 용도 마법에 대한 이해도와 완성도가 뛰 어나다. 그런데 …….”
아멜라의 이 마에 작은 핏줄이 솟아났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기에나가 보였던 행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잘난 마법은커녕, 마력조차 사용하지 않고 멀리서 화살만 쏘아대 더니 화살이 다 떨어지자, 활을 바닥에 내려두고 시론처럼 달려들었다.
기에나가 시론보다 더 처참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이유이기도 했다.
“하아... 내가무슨 말을하려는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노력, 아, 아닙니다. 이해했습니다.”
아멜라의 살벌한 시선에 기에나가급히 내뱉던 말을 수정했다.
“……시론. 들은 것처럼 엘프는 다른 종족보다월등히 뛰어난 마력 친화력 을 가지고 있다. 그럼 너에게 묻겠다. 혈상어족이 다른 종족보다 뛰어난 점은 뭐냐.”
“어,그으… 튼튼한 신체? 아, 아니다. 물에서 자유롭다?”
“•••기대도안했다. 이년아.”
시론이 입을 다물었다.
“너희 종족이 가진 특질은 어떤 분야하나에서 특출난 정도가 아니다. 너 희 는 다른 종족의 피 를 통해 강해 지 는 종족이 다. 피부로 뒤 집 어쓰는 것도 상 관없고 입을 통해 직접 섭취하는 것도 괜찮다. 그저 다른 종족의 피를 몸 안 에 넣는 것만으로 너희는 그걸 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는 정말로 불합리한 특질을 가진 종족이 다.”
“……진짜요?”
“시발.내가이 상황에서 너랑농담이나 따먹겠냐?”
“아, 아니요….”
아멜라가 기 껏 부드럽 게 만들었던 눈매를 다시 날카롭게 만들자, 시론이 입술을 삐죽 내 밀었다.
“내 말이 진짠지 아닌지 궁금하면 당장 저년 목에 이빨 박고 피 좀 빨아 먹어 보던가.”
시론이 슬쩍 고개를 돌려 기에나를 보았다.
기 에 나 역시 시 론을 바라봤다. 그리 고는 고개 를 한 번 끄덕 였다. 다른 사 람이라면 몰라도 시론이라면 괜찮다고 기에나는 생각했다.
시론은 흡혈이라는 행위 에 약간 거부감을 느꼈으나, 지금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에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반쯤 거리 가 좁혀졌을 때, 둘을 지켜보고 있던 아멜라의 어깨가 아주 미묘하게 흠칫했 다.
“그 전에!!”
아멜라의 외침에 시론과 기에나가 고개를 돌렸다.
“확인은 나중에 돌아가서 하고, 지금은 하던 거에 집중해라.”
하서던 거.
아멜라에게 덤벼들어 처맞고 구르며 맷집과 경험을 쌓는 일.
시론과 기에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조금 풀어졌던 분위 기 가 다시 무겁 게 가라앉았다.
한순간에 변한 분위기에 시론과 기에나가 긴장했고 둘은 아멜라의 미묘 한 변화를 알아차리 지 못했다.
아멜라가 왼쪽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며 둘에게 말했다.
“조금 전은공격하는 입장이었으니, 이번엔 수비하는 입장을 경험해 봐라.
“갑자一
시론은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를 눈 깜빡할 사이에 좁히고 들어온 아멜라의 주먹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아니씨이…….’
콰아앙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론의 신형 이 뒤로 튕 겨 날아갔다.
“흡一!!”
기에나가한박자늦게 시론이 서 있던 자리를향해 왼발을휘둘렀다.
“거리를벌리고 마법을쓰란말이야. 이 썅년아.”
정확히 얼굴을 노리고 날아든 발.
아멜 라는 너 무나도 가볍 게 기 에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 고 있는 힘 껏 바닥으로 내쳤다.
쿠웅—
묵직 한 소리와 함께 기 에 나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처 박혔다.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인 공터.
아멜라는 반쯤 고꾸라진 상태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시론과 바닥에 절반 정도 파묻힌 기에나를유심히 살폈다.
“……좋아.”
제대로 둘이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아멜라가 작게 숨을 토해냈다.
“큼, 큼큼.
그녀는 목을 살짝 가다듬으며 두 손으로 눈 주변을 문질러 눈에 들어간 힘 을 최대한 빼내는 작업을 했다.
한번, 두번, 세번….
손을 이용해 한참이 나 눈을 문지 르던 그녀 가 두 손을 내 려 , 가슴 아래 에 팔짱을 꼈다.
“누님!!”
절묘한 타이밍에 등뒤에서 스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