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67화 Ep.266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이상하다.그다지 피곤하지도 않은데 환청이 들리다니.몸에 무슨 문제라 도생긴 걸까.
【허허, 문제 가 있는 건 자네 몸이 아니라 다음 달 내 월급이 지 .】
“흠.”
엩,,
눈치를 살피던 누님이 슬쩍 고개를들어 나를봤다.눈동자에 힘이 빠지니 주인에게 혼나풀이 죽은 강아지를 보는느낌이 들어 귀여웠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난입한 장인어른께 양해를 구하며 나는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누님이 나와 허벅지를 번갈아 보시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 며 고개를 기 울였다.
“오늘 점심은 애들 일어나면 다 같이 먹는 거로 하고, 일단 여기에 뺨 대봐 요.
“또 뭘하려고.”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누님은 내 허벅지에 살포시 뺨을 가져대며 힐끗 나를 올려다봤다. 일주일 사이에 나에 대한불신감이 꽤 높아진 모양이다. 뭐 , 그럴 만한 짓을 좀 많이 하기는 했지.
“딱히 뭐 시키려는 거 아니니까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누님이 그렇게 보 시면 제 마음이 아프단 말입니다.”
“지랄하네.”
“예예. 편하게 손도 올리셔도 괜찮아요.”
허벅지에 올라온 누님의 앞머리를 정리하며, 상냥하게 머리칼을 쓸어내렸 다.
“뭔데. 새끼야.”
“애들 깨어날때까지 얌전히 있으세요.오늘은그게 답니다. 가끔은 이렇 게 쉬어가는 날도 있어야죠.”
참나.”
약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하시더니, 슬그머니 두 팔을 허벅지 위로 올리시 고는 자세를 조금 더 편하게 고쳐 잡으셨다.
“뭐.”
“아무말도안했습니다.”
흥.”
내 가 웃으며 다시 손을 움직 이자 누님 이 살포시 눈을 감았다.
【아주 팔자가 좋아 보이는군. 사위】
‘하하, 팔자가 좋다니요. 그저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 다.’
【허허, 마누라들이 귀여워하지만 않았어도 대가리를 깨버렸을 텐데.】
꿀꺽一
혀와 입술이 급속도로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됐네. 깨버리고 싶다고 했지. 깬다고 하지는 않았어. 마누라들이 등짝을 때리면 나도 아프거든.】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장모님들. 돌아가면 정말 잘하겠습니다.
【됐고. 잠깐 머리 좀 비우고 있게. 정신 사나워 서원.】
‘그게 또 제 특기입니다.’
【별개다 특기군. 뭐 … 지출이 짜증 날 정도로 크긴 하지 만, 며칠 전과 다르 게 오늘은시간이 넉넉하니 좀 길게 말하지.】
‘•••며칠 전이요?’
【시간흐름이 다르다고분명 설명했던 것 같은데.】
‘ 아, 그랬죠.’
저쪽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지내다 보니 시간흐름이 다르다는 사실도 잊 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저놈보단똑똑했던 것 같은데.】
‘예? 뭐라고요.’
【다 들었으면서 묻기는 왜 묻나.】
‘그야속마음으로 하실 말씀을 입 밖으로 내뱉으신 게 아닌가해서 ….’
【허허, 아니 네. 들으라고 한 소리 맞아. 마누라들이 자넬 보고 있으면 과거 의 나를 보고 있는거 같아서 귀엽다고 하도 꺅꺅거려서 말이지.】
‘오…… 장인어른께서도 한 덩치 하시나봅니다.’
【자네 머리통 깨버릴 정도는 되네.】
‘장모님들께 돌아가면 꼭 효도하겠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장인어른이 내 머리통을 깨버리고 싶다는 마음은 약간의 농담도 섞 이 지 않은 순도 백퍼센트 진심 이 라는 게 느껴 졌다.
【그런 건 돌아와서 직접 전하게. 그보다 사위 .】
‘예.장인어른.’
【과장까지 올라온 거 축하하네.】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서 묻는 건데 말이야.과장까지 달았으면 시스템 간섭도좀 덜할텐 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하는 건가?】
‘……예?’
【예? 는 무슨. 일반적으로 말이야. 뭔지도 모를 범죄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 가 의 심되 어 조사한다고 통보를 받았으면,걱 정된 다거 나 그게 아니 라 도 궁금해 서 라도 문의 를 넣는 게 보통이 란 말이 네 .】
‘아니, 뭐……그야 그렇죠. 예.’
장인어른의 말에 나도 공감한다. 지구에서 저런 통보를 받았거나, 다른 곳 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았다면 나도 장인어른의 말대로 했을 거다.
‘문의가 공짜였으면 진즉에 넣었죠.’
세 상에 상부에 문의 를 넣는데 사원 에 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회 사가 어 디 있단 말인가. 애초에 지금 가진 걸 다 갈아 넣어야 겨우 100점이 쌓이는데 그 걸다투자하라니.
【아니 뭐 우리는 땅파서 장사하는줄 아나? 거기까지 통신을 연결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만데. 하여튼 요즘 젊은 놈들은 지들만생각하지. 에잉 쯧쯧.】
장인어른?’
【아아, 됐네. 그래. 자네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해. 그 정도는 회사에서 처 리해줘 야 한다고 생 각하겠지 .】
어떻게 아셨지.
【그야 자네 가 생각하는 게 다 들리니까.】
아, 그랬지.
捚……어딜 봐서 저놈이 날 닮았다는 건지 원.】
‘장인어른?’
【그만 부르게. 징그럽게 뭘 계속 부르나.]
•••직접 그리 부르라고 하셨으면서.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내 월급을 까먹게 만든 빌어먹을 놈이니까.]
뭐 라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그 단어들이 완성되 기 전에 나는 머리를 깔 끔하게 비웠다.
【잘했네.그문장이 이어졌으면 화병이 나긴 싫으니 자네 머리를 반만 깨 버렸을 거야. 아무튼, 이왕 지출한 거 사위 좀 챙겨주고 이런저런 대화도 좀 나눠볼 생각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진짜 자네 머리를 깨버릴 것 같으니 그만 본론으로 넘 어 가자고. 자네도 얼른 내 가 사라졌으면 하지 엩 ]
‘경청하겠습니다.’
【그래. 복귀하면 꼭 좀 봅세.]
“으응
누님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아마도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내 손바닥에 서 조금씩 스며 나오고 있는 땀 때문에 그런 모양이 다.
머릿속으로 장인어른이 ‘덩치는 산만한놈이 말이야.’ 라던가, ‘담은왜 저리 작은지 쯧쯧.’ 같은 소리를하신다.
‘장인어른? 그래서 본론은……?’
【결과부터 알려주자면, 혐의는 없네.】
‘그렇죠?’
그래. 혐의가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시스템 자체를 자주 사용하지도 않 았고 그걸 통해 뭔가 이득을 본 적도 없으니까.
【사실 혐의가 없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
‘……예?’
【한번만 더 되물으면 눈물 나게 만들어 줄 테니 주의하게.】
‘……혐의가 없는 걸 아셨는데 왜 그랬답니까.’
【내가 말했지. 자네가 욕하는 윗대가리 중 하나가 나라고. 그리고 내가 관 리하고 있는 부서 중 하나가 감찰부거든.】
‘왜 그러셨답니까.’
【그러게 말이야. 나도 과장까지 단녀석이 이렇게 멍청한놈일 줄 알았으 면 그냥 처리해버리는 거였는데. 지금몹시 후회 중이야.】
장인어른이 몇 번 혀를 차신 다음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 ‘시스템’이라고 소개한 녀석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였 네.】
‘시스 때문에요?’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시스가 뭐…….’
며칠 전의 일이 갑자기 머리를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아주 생각이 없지는 않군.그래.그게 맞아. 정확히는그거 때문에 꼬리가 잡힌 거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부탁드립니 다.’
【시스라고 했던가.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자네를 노리는 신으로부터 보호하고 처리하는 거라네. 그 이외는 간섭할 필요도 없고 간섭해서도 안 되 지. 조금 융통성을 발휘하면 약간의 조언 정도까지는 허용 할수 있어.】
장인어른의 말에 나는 지금까지 시스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봤다. 강제 로 잠을 재우거나, 심심찮게 말을 걸고 매도 하기도 했고 시스템 알림을 멋대 로통제하기도 했고… ….
【그래. 수용해줄 수 있는 선을 많이 넘었어. 워낙 사건 사고 없이 일을 잘 처리해와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자네의 시스템 권한을 이양받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지.]
‘……그, 시스는 어떻게 됐습니까?’
【처분 보류 상태지.]
‘처,처분이라고 하시면?’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회사는 언제나 인력이 부족해.그러니 원래라면 적당히 벌금이나 합리적인 형벌을 내리는 선에서 끝내. 그런데 시스라는 녀 석은 좀 도가 지나쳤어. 다른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파견 사원에게 가장 중 요한 편의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유도했거든.】
‘……편의 기능이 중요합니까?’
【그래.자네의 그반응이 문제야.그녀석이 없었다면보통새롭게 해금된 기능은 한번씩 다눌러봤을 테니 기여도 교환소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봤 을 거고, 그걸 봤다면 편의 기능이 중요한지 묻는 멍청한 말도 하지 않았을 거고.】
장인어른의 말에 나는뭐라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나중에 열어서 확인해 보고, 그 녀석이 개입하기 시작한순간부터 자네 말이야. 간간이 하던 사원 채팅도 이용하지 않게 됐고시스템을활성화 시키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지. 그리고 시스템을 이용할 일이 있으면 그 녀석에게 부탁하거나 그 녀석이 다해결해줬고.]
‘•••그렇습니다.’
【뭐.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말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니까.그냥 자 네를 본인에게 의존하게 만들려고 그랬을 뿐이야.】
‘의존?’
【간혹 있어. 담당하게 된 사원에게 연심을 품는 녀석들이. 녀석도그런 쪽 이고. 보통은 회사로… 음. 아무튼.】
‘뭡니까. 왜 궁금하게 말을 끊으세요.’
【아니꼬우면 자네가 장인어른하던가.】
【됐고. 결정하게. 새로운 녀석을 붙여줄까. 아니면 시스라는 녀석을 다시 붙여줄까.】
‘……장인어른.’
이제야 이해가 갔다. 장인어른이 어째서 그런 번거로운 일까지 만들면서 까지 내가 연락하기를 바랐는지.
!.
!.
.........
【아, 됐고. 사내놈이 그렇게 감동해도 전혀 기쁘지 않으니 얼른 대답이나 하게.】
‘시스를 다시 붙여 주십쇼.’
【그래. 자네 라면 그럴 거라 생 각했어. 다른 녀석들보다 도움도 될 거고. 후 회는 없지?】
‘ … … 없긴 합니다만, 혹시 저에게도 뭔가 조건 같은 게 붙거나 합니까?’
아무래도 여태 당한 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의심 이 들었다.
【우리 회사가 그 정도로 박하진 않아. 책임은 오롯이 그 시스라는 녀석이 지게 될 거야.뭐 …… 아니네.흐흐.】
갑자기 장인어른이 음흉하게 웃으셨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뭔가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곧바로 붙여주진 못해. 여기서도 처리하고 작성해야 할 서류가 좀 있거든
. 그쪽 시간으로 짧으면 며칠, 길면 두 달 정도 걸릴 수 있어.】
‘괜찮습니다. 그 정도는.’
【그래. 처음과 다르게 빨리 통신을 끊어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사위니까. 뭐 궁금한 점 있으면 딱 두 개만 물어보게 .】
갑작스럽 게 찾아온 질문 찬스.
‘시스는… 저랑 같은 사람인 겁니까?’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보게. 대답해 줄지는모르겠지만. 다음 질문.】
‘……?’
【뭐. 꼭대답해 주겠다고는 안 했는데. 불만인가?】
‘아, 아닙니다.’
장모님들을 하루빨리 만나 뵙고 싶어졌다.
【사위. 마누라들은 잠깐 보겠지만, 나는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자네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 두 번째 말입니다.’
【됐네. 기분 상해서 그만끊어야겠어.하나뿐인 사위 놈이 마누라들에게 쪼르르 달려 가 일러바칠 생 각이 나 하다니 .】
‘자,장인어른?’
【농담이네.】
‘……예에.’
절대 농담이 아니다. 저 인간. 진짜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그, 두 번째 말입니다.그냥메시지로 알려주셨으면 됐을 텐데, 왜 굳이 빙 빙 둘러 말씀하신 겁니까?’
무슨 혐의니 뭐니 하며 시스템을 제안하지 않고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해 메시지를 보냈으면 더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그에 장인어른이 답하시길.
【허허, 사위 놈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대가가 필 요하다는 걸 기억하게. 불필요한 단어 하나 넣는 거에도 돈이 들어간단 말이 야. 자네가조금만 정상적인 놈이었다면 그때 상부에 문의를 넣었을 거고 그 럼 나와 연결이 닿았겠지 엩 그랬다면 내 가 아까운 사비를 털지 않아도 됐을 거고. 그럼 다음 달용돈이 줄어들지도 않았겠지. 이 빌어먹을 새…… 후우. 미안하네. 내가용돈을 받아쓰다 보니 돈에 좀 민감해져서.】
‘……죄송합니다.’
진심이었다.
【그래 . 질문은 끝났으니 조언 하나만 하고 그만 끊도록 하겠네 .】
‘경청하겠습니다.’
【틀에 갇히지 말게.시야를조금더 넓혀.자네가부여받은지원 능력들은 자네 가 생 각하는 것 이 상으로 활용 범위 가 넓 다는 걸 기 억하게 .】
‘……알겠습니다.’
捚알아서 잘하리라 믿고 싶지만… 뭐. 그래. 알아서 하겠지. 어쨌든 하루빨 리 예쁘고 귀여운 손녀들과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있겠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럼 그만 끊겠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감사는무슨… 아, 사위.】
‘예.장인어른. 듣고 있습니다.’
【복귀 전까지 몸 좀 튼튼하게 단련하고 오게. 꼭.】
‘•••저기요?’
몇 번을 더 불러보았으나,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