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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282화 (282/771)

횐 282화  Ep.281 골디아스 왕국

혹시라도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재차 소년이 테이블에 펼친 종이를 확인했다.

—섹스.

몇 번을 다시 봐도 섹스다. 내 가 섹무새 가 된 게 아니 라 정말 종이에 아주 반듯한 한글로 섹스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고대어군요.”

“고대어요?”

아니 한글이다.

시오린씨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 말을 꺼내자 소년이 과하게 눈을 반 짝이며 고개를들었다.

“고대어가 뭔가요?”

“튤리우스 왕국을 건국한 건국왕이자 제국의 시조인 초대 황제의 부친이 사용했다던 문자야.”

“황제님의 아버지께서요?”

그거 완전 장인어른 같은데.

“수백 년도 전의 존재지.”

“우와…… 더, 더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나도 슬쩍 고개를 들어 시오린씨를 바라봤다.

장인어른의 현역 시절 활동 기록이라니. 이건 굉장히 귀한 정보다.

“더 알려주고싶지만나도 아는 게 없어.꼬마야.”

“에 •••그런가요.”

소년이 노골적으로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 어트렸다. 이 자식. 여자 를 홀릴 줄 아는 놈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오린씨는 그런 소년의 얼굴을 덤덤히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마법사. 끊고 맺는 게 아주 확실하다.

“스미스님. 그만 일어날까요?”

처음엔 나와 같이 종이에 흥미를 가졌던 냐호가 시오린씨와 비슷하게 심 드렁한 표정으로 내 팔을 살포시 잡아당겼다.

배도 부르고 이 소년도 더 아는 게 없어 보였기 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 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자 옆에 앉아 있던 소년이 눈치껏 의자에서 내 려와 비켜섰다.

냐호는 내 팔을 살짝 껴 안은 채 소년에게 물었다.

“방은 준비되었니?”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금방 열쇠 가져다드릴게요!!”

소년은 또다시 어 딘가로 뛰 어갔다. 그리고 손에 두 개의 샛노란 열쇠를 쥐 고돌아왔다.소년은손에 쥔 열쇠를 냐호에게 넘기며 말했다.

“가장좋은 방! 최상층에 있는 객실을 사용하시면 돼요!! 방이 딱두 개 거 든요. 혹시라도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새벽에라도 내려오셔서 말씀해 주세 요!!”

“그래. 그럴게.”

우린 직각으로 허릴 숙인 소년의 인사를 받으며 객실로 향했다.

달칵.

열쇠를 넣고 돌리자 잠금쇠가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생각보다 너른 공간. 두 명이 누울 정도의 침대. 살짝 낡아 보이는 가죽 카 펫과그위에 놓인 간이 테이블과의자두개.

여태 까지 들렸던 숙소 중에서 가장 볼품없는 곳이 었다.

‘나야 상관없지만.’

최근에 야 분에 겨운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나 는 길드의 딱딱하고 불편한 나무 침대에 누워 잠을 잤었다.

내 기준으론 침대 가 있고 거 기 에 이불만 있으면 훌륭한 잠자리 라 할 수 있 었다.

무엇보다 우리에 게는 그 열악한 짐 칸조차도 안락한 공간으로 만든 실력 있는 마법사가 곁에 있었다.그러니 딱히 환경에 신경 쓸 필욘 없는 것이다.

그 실력 있는 마법사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무 지팡이를 들고 이곳저곳 살폈다.

“특별히 수상한곳은 없네요.”

“그렇다고 해요. 서방님.”

냐호가 얼른 내 품에 안기며 애교를부려왔다.

나는 한 손으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끌어 내렸다. 새하얀 가면을 손에 들고서 시오린씨에게 물었다.

“아까관문에서 있잖습니까. 기사가뭐 때문에 다시 가면을 쓰라고 했던 겁니까?”

“간단한환영 마법을 걸어 뒀거든요. 가면을 살짝 아래로 내리면 불에 녹 아 일그러진 끔찍한 얼굴이 나오도록!”

“오…….”

“헤헤. 저잘했죠?”

“잘하셨습니다.”

나름 성의있게 대답해준 다음, 냐호를 껴안은 채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시오린씨.”

“네?,,

“아까 아래에서 하셨던 말 있잖습니까. 정말 더 아는 거 없으십니까?”

“제국의 시조?”

“네. 그시조의 부친이라는 존재.”

시오린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자료가 남아 있기는 한데 정말 안타깝게도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장소에 보관되 어 있거든요.”

“어딘데요?”

“황제의 비고요. 오로지 제국의 황제만이 들어갈수 있는 매우특별한공 간에 보관되 어 있다고 스승님께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비젤린님께서요?”

“네. 그렇다고 스승님께서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신진 묻지 말아주세요. 그 건 저도 모르니 까요.”

“그렇군요.”

내 가 냐호의 허 리를 조물조물 만지 며 고개 를 끄덕 이 자 시오린씨 가 고개 를 기울이 며 물었다.

“고대어에 관심 있으세요?”

“•••조금?”

“그럼 제 가 알려드릴 수 있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꾈?”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답으로 거절하자그녀가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이미 알고 있는 걸 배우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으니까.’

이런 내 속 사정을 알리 없는 시오린씨는뚱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나중에 울면서 매달려도 절대 안 알려드릴 거예요.흥.”

저 헤픈 사람이 콧방귀까지 뀐 걸 보면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물론, 달래 줄 생각은 없지만.

나는 조용히 문을 가로막듯 등을 기대고 선 베네오에게 물었다.

“몸은 좀 어때요? 피곤하지 않아요?”

“괜찮다. 잠이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고 중간중간 그 성기사와교대하면 서 적절히 휴식도 취했으니.”

확실히 그녀의 얼굴에선 피로함이 엿보이진 않았다.

“뭔가시킬 일이 있다면 신경 쓰지 말고 말해라.”

“음……조금걸리는게 있어서 말이야.”

“걸리는거요?”

품에 안긴 냐호가꼬리를 살랑이며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나는 냐호의 앞머리에 턱을 얹으며 말했다.

“말을 하면 안 되 니까 아래 에 선 그냥 잠자고 듣고만 있었는데 그 옆에 앉 아서 조잘거리 던 녀석 말이 야. 중요한 게 아니라 말하지 않은 걸 수도 있는데 모험가랑 미궁에 대해선 잔뜩 떠들었는데 정작 미궁에 들어간 모험가들이 어떻게 됐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그치? 누가, 아니면 어떤 파티가 뭔갈 얻었다던가 다른 조각을 발견했다 든지 하는 언급도 없었고 하다못해 사망, 실종 또는 중간에 도망쳐 나왔다는 이 야기 하나 정돈 들었을 법한데 말이 야.”

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한번 더 생각해 봤는데 확실히 수상했다.

이곳의 분위 기도 수상했고 옆에 앉아 조잘거렸던 그 소년도 수상쩍 었다.

우리가 미궁에 대해 물어본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꺼낸 대다 가 냐호에 게 금화를 하나나 받아먹 었다.

지금이야 수중에 돈이 많아금화 한 닢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 제로 금화 한 닢은 쉽 게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이 아니 었다. 특히나 여관의 주 인도 아니고 종업원이라면 더더욱.

정 말로 무슨 꿍꿍이 가 있는 게 아니 었다면 내 가 미궁에 흥미를 보였을 때 기회라고 여기고 알고 있는모든 걸 조리 있게 정리해 떠벌렸을 것이다.

미궁에 얼마나 많은 모험가가 들어갔는지.

거기서 누가 무엇을 얻었는지.

또 몇 명 이 돌아오지 못했고 어 디 파티 가 도망쳐 나왔다든지 .

첫 번째는 대략 몇 명과 경쟁해야 하는지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경쟁을 해서라도 미궁에 들어갈 가치가 있는지 판단 할 수 있고.

마지므I세 번째는 대략적인 미궁의 위험도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내가 접수원 시절을 마냥 빌어먹을 좆같은 놈들의 심부름이나 하며 보낸 건아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그 소년은 미궁에 한 번쯤 들어가 봐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흥미를 끌만 한 것들을 떠 들었다. 그러 나 정 작 거 기 에 이끌려 많은 모험가들이 들어갔다는 말만하고 그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분명 뭐가 있을것 같은데.’

금화를 받고 좋아하던 모습이 나 싹싹하고 빠릿한 움직 임 . 거 기 다 분위 기 를 읽는 눈치까지.

녀석은 결코 무언가를 잊어버릴 멍청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보기에는 그랬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베네오에게 말했다.

“베네오. 정말 미안한데 미궁에 들어간모험가들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 세요. 미궁 자체는 알아보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러지. 그 밖에 더시킬건 없나?”

“시 키는 게 아니라 부탁입니다. 부탁. 더 부탁할 건 없고 다치 지 않고 돌아 오시면 나중에 똑같이 부탁하나들어드릴게요.”

“……아침까지 돌아오겠다.”

“부탁드릴게요.”

베네오는 조용히 몸을 돌려 소리 없이 방을 나갔다.

나는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생 각했다.

‘장인어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미궁이라….’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괜찮겠지.

만약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숨겨져 있었더라면 이전에 시스의 건으로 나와 연결이 닿았을 때 언급해 주시지 않으셨을까.

a 99

나는 잠깐 장인어른에 대해 생각해 봤다.

—빌어먹을 사위놈아.

—머리통을 깨버리고 싶구나.

—네놈 때문에 내 다음 달용돈이 ….

—꼭 몸을 단련해서 복귀하게.

어쩌면 알고도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으음

“왜 그러세요. 서방님?”

“아냐.그냥네메아님께선 어디서 뭘 하고 계신지 궁금해져서.”

“뭐. 관문 밖에 서 저희 가 나오길 기 다리고 계 시 지 않을까요?”

“그런가

나는 냐호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네메아님이 돌아오시면 미궁에 들려도 괜찮은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게 아니라면 일이 끝나고돌아오는 길에 들리던가.

“저기요. 저아직 있거든요?”

“아, 예. 얼른 돌아가서 주무시죠.”

“……진짜 가요?”

“아님, 뭐. 올라오시던가.”

시오린씨의 엉덩이에 관심이 많은 냐호가 눈을 반짝였다.

“큼큼. 그, 그럼 실례할게요.”

그녀는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으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냐호와 시오린. 둘은 한동안 이불보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

관문 지휘관의 집무실.

스미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베네오는 가장 먼저 출입 명부를 찾기 위 해 움직였다.그리고지휘관 집무실의 책상서랍에서 최근두 달간관문을 드

나든 이들의 명단이 날짜와 시간별로 정리된 문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미스의 의심이 옳았다.’

두꺼운 출입 명부. 그곳엔 모험가로 분류된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 의 의심 이 확신으로 변한 건 마지막 장을 확인 한 후였다.

명부의 마지 막 장의 날짜는 오늘을 가리 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을 가 리키고 있는 명부엔 자신을 포함한 일행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시작부터 꼬이겠군.’

저들은 분명 내일 정오에 허가증을 내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명부에 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위조된 허가증을 쥐 여주고 밀입국자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군.’

당장 할수 있는 건 없기에 베네오는 조금 더 정보를 수집하고자 집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꾈’

출입 명부 외엔 건질 걸 발견하지 못하고그만떠나려던 그때였다. 베네오 는 다급함이 묻어난 걸음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했다.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물러났다.

—젠장!!

문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짜증 가득한 목소리.

발걸음이 가까워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문이 거칠게 열리며 조금 나이가 있는중년 여성이 집무실 안으로들어왔다.

“빌어먹을

중년 여성은 연신 욕을 내뱉으며 가장 아래에 있는 서랍을 완전히 들어냈 다.그리고는들어낸 서랍을뒤집어 다시 밀어 넣었다.

달칵一

잠금쇠 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책 상 덮개 가 위 로 올라왔다.

‘호

베네오는 덮개 안의 내용물보단, 책상자체의 숨겨진 트릭에 감탄하며 잊 지 않게끔머릿속에 기억했다.

중년 여성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덮개 안쪽에 서 작은 수정구슬을 하나 꺼 냈다.

베네오는 오랜 경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통신구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 렸다.

실제로 중년 여성은 꺼 낸 수정구슬에 마력을 불어 넣었고 작은 수정구슬 은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반짝이 기 시 작했다.

—무슨일인가요. 아울루자매님.

수정구슬의 빛이 강렬해짐과 동시에 작은 구슬에서 젊으면서 음울한 여인 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년 여성. 아울루라는 이름을 가진 것으로 추측되 는 여 인은 크나큰 죄 를 지은 것처럼 똥마려운 짐승의 얼굴로 수정구슬을 향해 입을 열었다.

“……미궁이 무너졌습니다.”

—죄송해요. 자매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

“미,미궁이… 무너… 졌습니다.”

—……원인은?

음울하던 목소리 가 한층 더 낮아졌다.

중년 여성. 아울루는 완전히 겁에 질린 사람처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힘 겹게 입술을 달싹였다.

“그,그게… 제가현장에 있었던 게 아니라 자세한내용은 알지 모,못합니

—아울루자매님.

“네,네.”

—자매님께선 저를 조롱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어찌 위대하신 분을…….”

—그런데 원 인도 알아내 지 못한 상태 에 서 저에 게 대뜸 보고를 한 건가요 ?

“그, 그게 …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나 멀리 떨어진 현장에 있었던 병사의 보고로는 새하얀 로브를 눌러쓴 자가 들어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 져 내렸다고했습니다…….”

‘……緒

중년 여성의 입에서 나온 범인의 착의에 베네오는곧바로 범인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고대어가 적힌 석판들은요?

“……죄송합니다.”

—아아아아아…!!

수정 구슬 너 머 에 서 무언가 깨지고 부서 지는 소리 가 쉬 지 않고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중년 여성의 얼굴은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려갔다.

그렇게 한참 깨지는 소리 가 들려오다가 어느 순간 수정구슬의 빛이 사라 졌다.상대방의 통신구에 문제가생긴 것이리라.

‘깨버린 모양이군.’

....

베네오는 하얗게 질려 시체처럼 변한 중년 여성을 잠깐 지켜보다가 조용 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몇 가지 의문이 생겼지만…… 한가지는분명히 알겠군.’

순백의 로브를 눌러쓴 성기사.

그 광신도를 결코 스미스와 단둘이 두어서는 안 된다.

그녀 야말로 누구보다 스미스에 게 악영 향을 끼칠 위 험 인물이 라고 베 네오 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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