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84화 Ep.283 골디 아스 왕국
관문을 빠져나오고 세 시간 정도 흘렀다. 다행히 추격자가 따라붙는다거 나 으쓱한 곳에서 습격자와 마주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슬슬 끌어올렸던 긴장감을 조금씩 풀어내며 냐호의 부드러운 가슴에 얼 굴을 묻으려고 할 때였다.
펄럭一!!
시오린씨의 마법으로 바람 저항력을 가진 암막이 거칠게 휘날리더니 짐칸 안으로 새하얀 무언가가 뛰 어 올라왔다.
“꺄응!!”
기척도 없는존재가 갑자기 난입하는 바람에 깜짝놀라나도모르게 냐호 의 가슴을 제법 강하게 움켜쥐 어버렸고 냐호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야 릇한 신음을 내뱉으며 나를 껴 안았다.
“우웁…… 우으움.”
“아,죄송해요.”
가슴골에 얼굴이 파묻힌 내 가 우물거리 자 냐호는 내 뒤 통수를 껴 안고 있 던 손을 풀어주었다.
자유를 되 찾은 나는 슬그머 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난입 자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너무나도 특별한 복장에 곧바로 난입자의 정체를 파 악할수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순백의 로브를 눌러쓴 사람.
네메아님이 냐호의 어깨에 턱을 얹은 나를 힐끗하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하도록.”
그리고는 늘 앉던 자리로 가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가슴골에서 예의 그 작 은책을 꺼내 펼치는 게 아닌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에 나는 잠깐 멍하니 그 모습을 지 켜보다가 어 느 순간 정신을 차렸다.
“저, 네메아님?”
내가이름을 부르자 네메아님이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는 매력적 인 입술을 달싹이셨는데.
“전에도 말했지만 내 몸을 탐하는 건 참아줬으면 한다. 나보단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 ….”
“그런 거 아닙니다.”
“음.아니었군.”
그제야 네메아님은 펼쳤던 책을 다시 덮으며 가슴골에 넣었다. 아무래도 내가 할 말이 있다는 걸 이제야 인지하신 모양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도록.”
“……좀 많긴 한데 일단순차적으로 질문좀하겠습니다.”
일단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미궁을 파괴한 범인이 당신인지부터 물어보았 다.
“거리가 조금 있었을 텐데 소식이 빠르군.”
베 네오의 추측대로 범 인은 네 메 아님 이 셨다.
“그,미궁은 왜 부수신 겁니까?”
“몰랐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교도들이 위대한 자의 흔적을 노린다는 걸 알게 된 이상그 더러운 년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내버려 둘 순 없지.”
“•••어, 그러니까. 사교도가 미궁에서 무언갈 얻으려는 게 꼴 보기 싫어서 부숴버렸다고…… 제가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아주다르진 않지.”
네메아님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셨다.
나는 처음으로 순백의 로브를 걸친 그녀로부터 껄끄러움을 느꼈다.
“미궁에 관심이 있나?”
“미궁보다는 거기서 나왔다는 석판에 조금……?”
“그렇군.”
네메 아님 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 시고는 다시 말을 이 어 했다.
“이번 일의 보수로 무엇을 주어야 할지 일이 끝난뒤 네게 선택권을 주려 고했으나 미궁에 있는 석판에 관심이 있다고했으니 그 석판을 선점할수 있 는 권리를 너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선점… 권리요?”
“그렇다.”
“하지만 미궁은 네메아님께서 부숴버리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 말이 끝나자 네메 아님은 잠깐 입술을 닫고서 한동안 나를 빤히 노려봤 다. 실제론 코 위로 짙은 음영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런 느낌이 강 하게 들었다.
“•••부수긴 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악하고 더러운 사교도 년들의 작업 을 방해하기 위함이지 정말로 미궁 그자체를 파괴할목적은 아니었다.”
!..
.
그러니까 네메아님께선 페트미라교에서 더는 미궁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개척된 통로 몇 개와 중앙 입구만 무너트리고 나오신 거였다.
“미궁은 이번 일이 끝난 후에 복원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신전의 소 집에 응한십마성 중두세 명만협력해 준다면 길어도두 달이면 다시 미궁 내에 진입할수 있을 거다.”
“그런 거였군요.”
“네 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 기분이군. 그 다지 썩 좋진 않지만.”
“……오해입니다.”
“아니라는 걸 안다.그리고 아주틀린 것도 아니니.괜찮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언제나 평탄하던 네메아님의 입술 각도가 아주 미묘하게 아래로 처져 있다는 걸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네메 아님을 달래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 었기 에 일단은 잠깐 환기를 시 키고자 다른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십마성은뭡니까?”
“•••십마성을 모르나?”
“어...서방님?”
네메아님에 이어서 품에 안겨 있던 냐호까지 귀를 쫑긋하며 나를 올려다 봤다.
네 메 아님은 몰라도 기 에 나와 더불어 내 가 어 지 간한 사고를 쳐도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냐호가 저러는 걸 보면 십마성이라는 게 이쪽 세계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 같은 건가 보다.
“아니,음… 그래. 너는 사막에서도 꽤 깊은 곳의 출신이니 … … 하지만 4년
이나생활을 했으면……음….”
네메 아님 이 정말 보기 드물게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본인의 턱을 두 드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중얼 무어라 떠드셨다.
나는 고개를 든 냐호를 내려다보며 슬쩍 물었다.
“모르면 안되는 거야?”
“네 엩 아, 그, 어, 그, 그런 건 아니 에요. 네 . 모를 수 있죠. 그럼요.”
냐호의 보석 처 럼 아름다운 오드아이 가 좌우로 크게 흔들거 렸다.
역시 십마성 이라는 건 이 대륙에서 반드시 알고 있어 야 할 상식 중 하나가 맞는 모양이다.
“•••그래. 십마성이 뭐냐고물었지.”
“옙.,,
나는 냐호의 정수리에 턱을 얹으며 네메아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네 메 아님 은 목을 살짝 가다듬은 다음 말을 이 었다.
“십마성이란종을 초월한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99
“오
뭐 랄까. 크게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은 대답이 었다.
“이름만 들었을 땐 뭔가 큰 죄를 지은 범죄 자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요.”
“범죄자나 다름없는 자들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꾈?”
범죄자나 다름없다니.
“십마성 중 여덟은 사고방식 이 뒤틀린 년들이 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 야하고 가지고 싶은 것 역시 무조건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족속들이지. 죽 이고 싶다면 죽이고 부수고 싶으면 부순다. 일반적인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 면 당연히 합당한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년들을 누가 처벌 할 수 있겠나.”
“ 아하.”
나는 단박에 네메아님이 하고자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었으면 진즉에 죄 인이 되고도 남을 만한 짓을 골백번도 더 벌이고 다녔으나 감히 제압할수 없기에 그냥 방치하고 있다.
이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만하네.’
그야 살아 움직 이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재 앙들이 어떤 자들인지 주로 어디에서 활동하는지 알고 있어야 피해갈 것이고 만에 하나 만나더라 도 눈을 내리깔고 기어 다닐 것 아닌가.
‘•••아니 잠깐.’
대륙에서 가장 강한 열 명.
움직이는 재앙.
당연히 나도 피해다녀 야겠다고 생 각했으나 곧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뒤 늦게 깨닫고 말았다.
더 높은 실적 점수를 얻기 위해.
승진을 위 해 서 라도 늦든 빠르든 나는 십 마성 이 라는 자들과 만나야만 하 는 운명이 었던 것이다.
“…십마성에 대한 자료가 있으면 나중에 찾아봐야겠습니다. 어떻게 생겼 는지 알아야 나중에 만나면 피해 다닐 테니까요.”
“한명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일 거다.”
“제가말입니까?”
“응?
서방님:
99
품에 안겨 있던 냐호가 내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필로리아 백작님이요.”
“아르델? 아르델이……아.”
“네에.”
냐호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차가운 다섯 번째 별. 그게 필로리아 백작이다.”
“•••그렇군요.”
놀라움도 잠깐, 네메 아님의 입 에 서 흘러 나온 수식 어를 듣자 갑자기 뭔 가 굉장히 부끄러워 졌다.
나는 팔뚝에 돋아난 소름을 애써 무시하며 물었다.
“다섯 번째 별이라고 하면 … 아르델이 열 명 중 다섯 번째로 강하다는 거 죠?”
“그렇다.”
“오
조금 사춘기 소년들이 좋아할 법한 수식어와는 다르게 아르델이 이 대륙 에서 다섯 번째로 강하다는 네메아님의 확답에 나는 조금 다른 의미로 소름 이 돋았다.
대륙에서 다섯 번째로 강한 여인이 내 연인이라니.
‘•••이자식.’
어쩌면 내 자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놈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십마성이란 자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들던 불안감이 말 끔히 사라졌다.
‘ 잠깐.’
나는 문뜩 떠오른과거의 기억에서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을 발견했다.
“아멜 라 누님 도 십 마성 중 한 사람입 니 까?”
“도시 몰링타의 모험가 길드 지부장인 아멜라를 말하는 거라면 아니다… 라고대 답하마.”
“아니라고요?”
“그렇다.”
네메아님의 대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그냥누님 성격이 더러워서 그랬던 건가?’
아멜라 누님이 아르델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건 몰링타에 좀 살았다 싶은 사람들이 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이 다.
‘누님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고….’
누님만큼이나 아르델의 성격도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일단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쪽이었으니까.
‘아르델이 봐준 건가?’
하지만 직접 겪어본 아르델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역시 모르겠다.’
고민하는 것보단 나중에 직접 물어보는 편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소집에 응한십마성이 있다고하셨는데 … 거기에 아르델도 끼어 있는겁니까?”
“소집에 응한 자들이 있다는 건 들어 알고 있지만, 정확히 몇 명인지 누가 받아들인 건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살짝 기대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다르게 사실 아르델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혐오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그게 전부인가?”
“아뇨. 십마성에 대해서는 대충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선점할 수 있는 권 리를 주시 겠다는 건 무슨 의 미 입 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 다. 고대 어 가 기록된 석판을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권리를 교황님의 이름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거다.”
“……크게 의미가 있나요?”
꾹꾹.
이번에도 냐호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서 방님. 고대어 가 기 록된 건 늦든 빠르든 제 국에 서 회 수해 가요. 이 전에 는 그 이유를 몰랐는데 아마도… ….”
냐호가 눈동자를 살짝 움직여 구석탱 이에서 졸고 있는 시오린씨를 바라 봤다.
“그렇구만.
유일하게 장인어른이 활동하던 시절의 기록을 보관 중이고 열람 할 수 있 는 황제.
그 황제는 장인 어른의 흔적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황제의 비고에 쑤셔 넣 고싶은 모양이다.
“그 고양이의 말대로 위대한 자의 흔적은 제국에서 황제의 이름으로 회 수해 간다. 물론, 첫 발견자의 권리를 인정하며 합당한 보상을 쥐 여주지. 원한다면 며칠간 살펴보고 연구할 시간 정도는 기다려주기도 한다.”
“나중에 어디다적어서 퍼트릴 수도 있는데 괜찮은 겁니까?”
“몇 가지만 믿는 신의 이름 앞에 맹세 한다면 기록으로 남기는 것 또한 허 락해주고 있다. 물론, 고대어에 흥미를 가지는 쪽은 대부분 마법사들이기에 최후의 최후까지 혼자만 알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태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게 마법사 년들이 얼마나 욕심 많은 족속인지 잘 보여주 는 예다.”
실제로 미궁에서 고대 어와 관련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나면 그 발견자를 노리고 습격하는 마법 사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래서 마법 사를 제 외한 발견자들은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 물질적인 보상을 선택한다고 한다.
“미궁에서 고대 어가 적힌 석판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제국에 알려지면 여러 곳에서 뒷주머니를 찬놈들이 관련된 마법사들에게 그 소식을 알릴 것 이다. 그럼 그년들은 제국에서 석판을 회수해 가기 전에 미궁에 도착해 석판 을 살피려고 달려들 거다.”
“으음.
나는 힐끗 눈알을 굴려 침까지 흘리기 시작한 시오린씨를 노려봤다.
“네 가 만족할 때까지 석판을 조용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리고 너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모든 신전의 이름으로 경고해주마. 어떤가.”
“•••글쎄요.”
나는 대 답을 보류했다.
사실 장인어른이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신전에 서 주는 보상을 사용해서까지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이름 모를 소년이 보여줬던 종이에 적혀 있던 단어가 대단히 의미심장한 것이 었다면 모를까.
‘고작해야 섹스….’
아니, 섹스가고작이란소린 아니다.그저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지 싫어도 대충 예상이 갈뿐.그래서 더더욱 보상으로 알아내기 싫은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네메아님을 빤히 바라봤다.
‘차라리 네메아님의 하루를 얻는편이 낫지.’
본인은 나를 위해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신전에서 주겠다는 보상으로 몸을 요구한다면 더는 거절 못 하지 않을까.
“•••정말곤란하게 만드는구나.”
내 시선에 담긴 음흉함을 읽은 것인지 네메아님 이 살짝 아이를 타이르는 듯이 말했다.
“더 물어볼게 남았나?”
“가장중요한게 남았습니다.”
나는 네메아님에게 관문에서 내가보고느꼈던 것들을 털어놓았다.
“타당한의심이다. 확실히 페트미라교가 장악한 곳이라고는 보기 힘든 구 석이 많군.”
“그럼•••꾈?”
“이단끼리 손을 잡는 역사는 있었어도 서로 반목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단순히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군. 그렇다고 당장 조사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도 아니고.”
네메아님은 이 부분에 대해선 일단보류하기로 했다.
직접 발품을 파는 것보다는 나중에 칼름을 시켜 알아보는 쪽이 수월하고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폭이 넓다는 타당한 이유를근거로 내린 결정이었다.
“수작을 부리려 한다면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손을 쓸 테니 그때 가서 다 시 생각해보도록 하지.”
내 용무가 끝났음을 확인한 네메 아님은 가슴골에 넣어뒀던 작은 책을 꺼 내펼쳤다.
꾸우욱.
네메 아님의 시선이 책으로 향함과 동시에 마주 보는 자세로 내 품에 안겨 있던 냐호가 두 다리로 내 허 리를 꽉 끌어 안아 왔다.
“서방님…….”
작고 귀여운 혀로 입술을 야릇하게 핥으며 엉덩이를 씰룩이며 허벅지를 자극해온다.
사르륵.
얇은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냐호의 허리 매듭이 힘 없이 아래로 흘 러내린다.
나는 탐스러운 냐호의 엉덩이를 두손으로 크게 움켜쥐었다.
“아응……V”
나보다뛰어난여인들이 넷이나 있다.
그러니 나는 나만이 할수 있는 일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