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291화 (291/771)

횐 291화〉Ep.290 골디 아스 왕국

복잡한 문양이 그려진 바닥.

그위에 올려진 작은촛불하나.

음산함이 물씬 느껴지는 제단의 한쪽 구석.

“쿨럭, 쿨럭!! 크윽…….”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있던 한 남자가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하며 눈을 떴다.

끄으윽.”

목구멍을 통해 배출된 죽은 피를 다시 삼키지 않기 위해 남자는 얼른고개 를 옆으로 틀어 입 안에 남은 비 릿한 것들을 뱉어 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거한이 입을 열었다.

“비실비실한 육체와 달리 목숨줄은 질긴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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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옆에서 들려온 중성적인 목소리에 얼굴을 구기며 천천히 몸을 일 으켰다.

“얼마나쓰러져 있었지?”

“세 시간조금 넘게.”

“•••꾈.”

거한의 대답을 듣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 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천장에 브후아 뒀던 마법등은 다 어쨌지 ?”

“불필요해서 부쉈습니다.”

“이 미친년이.”

“저는 년이 아니라 놈이랍니다.”

“…… ”

거한의 대꾸에 남자는 입을 다물고 두 손으로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것으로 올라오는 화를 억눌렀다.

“나보고 이런 음침한분위기에서 작업을 계속하라는 건 아니겠지?”

“빛이라면 저기에 남겨두었어요.”

남자는 쓰러지기 전에 자신이 그리던 제단의 중심에 덩그러니 놓인 촛불 을 보며 한숨을 내쉬 었다.

애초에 눈앞에 있는 상대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던 주제 에 대화를 시도하려고했던 것부터가 실수였다는 걸 인정해버린 것이다.

“사로잡은 사도는 어떻게 됐지 ?”

“충성스러운 노예들을 보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 …내 가 쓰러 지고 세 시 간이 나 흘렀다고 네 년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 가 ?”

“저는년이 아니라놈입니다.”

“끄윽!!,,

남자. 나베리우스는 눈앞의 상대와 이 이상 대화를 나눴다가는 다시 한번 피가 역류할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빌어먹을 미친년.’

나베리우스는 바닥에서 일어나며 멀뚱히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 한을 노려 보며 욕지 거 리를 내 뱉 었다.

멀리 떨어진 촛불이 한 번씩 일렁일 때마다그림자가물결치며 거한의 머 리에서 작은 빛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렇다.눈앞의 거한은 머리카락한을 없는대머리다.

그것만으로도 나베리우스를 혐오하게 만들기는 충분했으나 거한은 대머 리 인 것으로도 모자라 보는 사람이 절로 혐오와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 드는.

흉측하고 괴 이한 근육들을 전신에 두르고 있는 존재 였다.

무엇보다 나베 리우스가 눈앞의 거한을 혐오하는 이유는 저런 끔찍한 몰 골을 하고서 본인이 남자라고 주장하는 점 이 었다.

‘그 변수만 아니었어도…….’

나베리우스는 등을 돌리며 저 꼴도 보기 싫은 거한과 함께 행동하게 만든 의문의 존재를 떠올렸다.

십 년을 넘게 준비해왔던 계획.

규모가 큰 사막의 부족에 잘 녹아들어 신뢰를 쌓고 높은 직책을 부여받았 고.

.......

모든 어둠을 지배하는 어머니로부터 내려받은 은총의 힘을 빌려 인위적으 로 남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소한 변수조차 끼어들 틈이 없도록 촘촘하고 탄탄하게 계획을 세웠고 중간까진 완벽히 생각했던 흐름대로 흘러갔다. 아니, 흘러갔었다.

‘……젠장.’

그저 과거의 기 억을 떠올렸을 뿐인데 나베리우스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모든 것을 망쳐버렸던 존재의.

반년이 다 되 어가는 일임에도그는그때의 일을떠올리면 아직까지도 식 은땀을 흘리고 겁먹은 짐승처럼 손발을 떨었다.

달빛을 삼키던 거대한 불기둥은 여전히 나베리우스의 기억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완성까진 얼마나 남았나요?”

“그냥 닥치고 기다려라. 아니면 나가서 그 사도 년이 어떻게 됐는지나 알 아오던가.”

“연약한 육체만큼이나 성격도 참 까탈스럽군요. 제가 사라져주기를 바라 니 잠깐 다녀오겠습니다.그럼.”

나베 리 우스의 귀 로 묵직 한 발소리 가 들려왔고 뒤 를 이 어 무거운 석 벽 이 그르륵一 움직 이 는 소리 가 이 어졌다. 그리고 거 한의 기 척 이 조금씩 멀 어져 갔다.

“역겨운 년.”

거한이 사라지자 나베리우스는 곧바로 입 밖으로 담아두고 있던 욕설들 을 내뱉었다.

“후우. 좀 낫군.”

부글부글 끓던 속이 조금 진정되자 나베리우스는 복잡한 문양이 그려진 제 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쯧. 어머니는 왜 저런 정신병자를 자식으로 받아주신 건지 이해할 수가 없 군.”

그는 촛불의 일렁 이는 빛을 이 정표 삼아 비 릿한 혈향을 따라 움직 였다.

얼마 걷지 않아 그는 검붉은 액체가 담긴 병과 그 안에 푹 머리를 담그고 있는 붓을 발견해 냈다. 쓰러지 기 전에 손에 쥐고 있던 붓이 었다.

“역시 나다.쓰러지면서도뒷정리를 깔끔하게 해뒀군.”

나베 리우스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여러 모험가의 피 가 뒤 섞 인 병을 들었고 붓을 손에 쥐 었다.

그는 적당히 피를 머금은 붓을 꺼내 문양의 끊어진 부분에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제 단에는 한동안 피를 머금은 붓이 바닥을 치 덕이는 소리 만 들려왔다.

길었던 초가 정확히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였다.

나베 리우스의 손에 들려 있던 유리병이 깨끗하게 비워 졌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붓을 유리병 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완성된 결과 물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하군. 역시 나다.”

그는 뻐근한 손목과 허리를 한번 풀어준 후, 반보다 더 줄어든 양초의 옆 에 가 앉았다.

바닥에 앉은그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내려놓으며 두손을 명치에 모 았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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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한 번 고른 후, 눈을 감는다.

명상을 하는 사람처 럼 눈을 감은 상태로 한동안 움직 이 지 않는 나베 리우

스.

그는 정확히 양초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남게 되 었을 때 눈을 떴다.

자화자찬하며 기분 좋은 얼굴로 앉았던 것과 달리, 눈을 뜬 나베리우스의 얼굴은 덜 익은 과일을 씹었을 때 떫음을 느낀 사람의 것처럼 구겨져 있었다.

“•••역시 비장의 한수가 있었군.”

바닥에 각인을 새기던 도중 쓰러져야만했던 이유.

사로잡은 페트미라의 사도를 결박하고 감시하기 위해 은총의 일부를 가 둬둔 문에 남겨두었다.

혹시 라도 상대 가 마법 이 나 신의 은총을 사용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런데 남겨두고 왔던 힘이 감쪽같이 소멸했다.

그 어떤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

집중해서 각인을 새기고 있던 나베리우스는 갑작스럽게 힘에 일부가 뜯 겨 나가는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졌고, 연결되어 있던 힘의 고리가 잘려 나가 면서 생겨난 반동으로 내부가 진탕되는 끔찍한 경험을 겪어야만 했다.

“쯧. 빌어먹을 년. 처음부터 수상쩍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들어 처먹질 않더니 …… 결국 내가 또 손해를 보게 만들다니.”

사막에서 실패하고 춥고 높은 산맥을 넘어 겨우 골디아스 왕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지부를 찾아가 이 소식을 첫째에게 알렸다.

위대한 밤의 어머니 누아트님의 열두 자식 중 가장 총애를 받는 첫째는 실 패한 나베리우스에게 오랫동안 고생하고 준비했던 일이 실패한 것을 위로 하며 말했다.

—휴식도취할 겸 그곳에서 다섯째를조금도와줬으면 한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음색과 조곤조곤한 말투. 그러나 나베리우스는 첫째가 방금 자신에게 부탁이 아닌 명령을 내렸다는 걸알았다.

하지만나베리 우스는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았다.

첫째는 그만큼 능력도 있고 실제로 자신보다 나이와 어머니를 위해 활동 한 기간이 길었으니까.

다만 조금 당황했을 뿐이 다.

자신이 알기로 다섯째. 그러니까 그 빌어처먹을 거한은 고위 성직자들 사 이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돌고 있는 ‘성자’를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되려 성기사들에게 붙잡혀 모든 신전의 교황청이 위치한 제국 의 수도로 호송 당했다고 들었던 게 마지 막 소식 이 었다.

—대업을 위해 심어두었던 인형들을 움직여 탈출했지.

대업. 그리고인형.

첫째의 말을 듣고 나베 리우스는 당장 그 거한을 찾아 직접 찢어발기고 싶 은 충동을 느꼈다.

정말오랜 시간. 몇 대에 걸쳐 성직자들을 세뇌하는데 성공했다.그런데 거 한은 그 비장의 패를 자신이 탈출하기 위해 과감히 사용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이어진 첫째의 말에 나베리우스는 분노를삭힐 수 있었다.

—다섯째가 성자로 추측되는 자와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다섯째가 붙잡힌 것도 그 성자에게 당해서라더군.

그 거한을 쓰러트릴 힘을 가진 사내.그건 필시 성자일 것이다. 성자가 아니 라면 그 흉측한 덩어리들을 몸에 두르고 있는 거한을 쓰러트릴 수 있었을 리 가없다.

성자를 발견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나베리우스는 다섯째. 거한이 저지 른 죄를 잊기로 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였으니까.

첫째와의 연락을 끝내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나베리우스는 곧장 거한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거한이 몸을 숨기고 있던 곳은 페트미라의 지부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거한은 오랫동안 지켜 져온 불문율을 깨고 또 다시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다만, 이 사실을 첫째도 알고 진행하라는 허락을 받았다는 거한의 대답을 듣는 것으로 겨우 참고 넘길 수 있었다.

나베 리우스는 거한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관심을 가지 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비우고 거한이 요청하는 일을 도울 뿐.

그는 거한의 요청에 따라 은총을 일시적으로 강화해주는 각인을 그려주 었다.

처녀의 피를 이용해 의식의 문양을 새기고 밤의 어머니께 기도를드리는 것으로 하사받은 은총을 일시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거한이 밤의 어머니 누아트에게 받은 은총은 세뇌.

어둠의 힘으로 대상의 사고와 생각을 조작할수 있는 힘이다.

지 금 거한의 수준으로는 복잡한 명 령 이 나 구체 적 인 기 억을 삽입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나베리우스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거한은 조금 더 구체 적인명령을 내릴수 있게 되었고 위화감이 들지 않게 존재를 기억에 삽입하 는게 가능해졌다.

거한은 그렇게 페트미라의 신도들을 세뇌했고 각인을 새기는데 필요한 처녀의 피를 충당하기 위해 모험가들까지 끌어들였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페 트미 라의 사도 중 하나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년이 진짜 미쳤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나 이 어지는 말을 듣고 나베리우스는 진지하게 거한의 계획에 동참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 었다.

—우연히 사도의 측근 하나를 세뇌했는데 굉장히 신경 쓰이는 정보를 가 지고 있더군요.

용도를 알 수 없는 지하 시설의 건설.

시간이 지날때마다콧노래를흥얼거리며 ‘섹스.’라고 중얼거리는 사도.

방을 청소하라는 명령을 받고 들어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

바로 그 일기장의 내용이 나베 리우스를 이번 일에 동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鄍xx 년 10월 xx 일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했던 그분과 만난다.

조잡하고 허접스럽기 짝이 없는 페트미라의 가짜 성물로는 더 이상 만족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나를 유일하게 만족시켜주실 바로 그분! 아! 어서 그분의 우람한 자지로 보지를 위로받고 싶어 !!』

우람한 자지.

자지는남성에게 달려 있는생식기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내의 생식기는 여자들이 보기에 절대로 우람하지 않다. 당장 나베 리우스 자신의 것만 해도 그랬고.

남자. 우람한 자지. 섬기는 신이 내려준 성물을 가짜라고 칭하는 사도.

모르긴 몰라도 일단 사내 라는 점 에서 강한 흥미를 느낀 나베 리 우스는 거 한의 계획에 동참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일기장에 그사내와 언제 접촉할지 장소와시간이 모두 적혀 있었기에 그 전까지 만 사도를 제 압하고 둘을 숨길 장소를 마련하면 되는 일이 었다.

장소는 처음 거한이 몸을 숨기고 있던 페트미라의 지부를 사용하기로 했 고 사도의 납치는 거한이 세뇌한 신도들에게 맡겼다.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없도록 말이다.

솔직히 나베리우스는 이 계획이 실패하리라 생각했다.

가장 세력이 강성하고 포악한 페트미라의 사도가 고작해야 신도들에게 붙잡힐까.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손쉽게 붙잡혀 버린 사도.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고 신도가 휘두른 수도에 목을 가격당해 그대로 기 절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베리우스는 무언가 함정이 있을 거라 거한에게 말했다.

왜 냐면 무언가 목적 이 있는 게 아니고서는 사도가 그런 허접스러운 방법 에 사로잡혔을 거라고, 나베리우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 기 때문이다.

거한은 그의 충고를 괜한 걱정이라 치부하며 사내를 옮길 포탈을 준비해 달라고만 말했고 나베 리 우스는 사도에 대 한 의 심을 지우지 못하고 조금 많 은 모험 가를 희 생 시 켜 위 치를 뒤 바꾸는 마법진을 그려 냈다.

그리고 계획은 성공했다.

세뇌된 신도들이 무사히 사내를보내온 것이다.

‘쯧…… 얼굴이라도 확인해 둘 걸 그랬군.’

각인을 완성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사내가 사도가 갇힌 방에 소환됐다는 걸 알면서도 확인을 뒤로 미루었다. 그덕에 나베리우스는 방에 소환된 사내 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신전의 성기사가 따라나섰다고는 하지만 의미 없는 일이지.’

공간을 뛰 어넘었다. 어떠한 흔적도 없는데 무슨 수로 이곳을 찾아올 것인 가.

나베리우스는 다시 한번 자신의 철두철미함을 스스로 칭찬했다.

“후우. 빌어먹을 년.”

그는 곧 꺼 질듯한 위 태로운 촛불을 바라보며 생 각했다.

‘붙잡혀온 사도는 분명 실력을 숨기고 있다.’

강철보다 튼튼하고 마력 저항력 이 높은 알테 리온을 사용해 만든 수갑을 채워 속박해뒀다.

그런데 자신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고 신속하게 수갑을 제거하 고 심지어 은총의 일부를 심어뒀던 문까지 파괴해 버린 것이다.

‘역시 가장 강성하고 사납다고 알려진 페트미라의 사도 중 하나로군.’

잃어버린 힘이 아깝기는 했으나 나베리우스는 오히려 안심했다.

페트미라의 사도가 어떤 목적도 없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공격을 허용했을 리가 없다고. 역시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페트미라의 사도… 이름이 칼름-블룸이었던가.”

나베리우스는 침대에 결박당한 상태로 겁에 질린 얼굴을 연기하던 칼름 을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제단에 백 수명 분의 피를사용해 새긴 각인.

이 모든 건 다른 신의 은총을 받은 사도를 세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 을 위한 준비였다.

나베리우스는 딱딱하게 굳은 누군가의 몸에 있었을 피를 쓰다듬으며 생 각했다.

‘이왕이면 그 역겨운 년을 죽여줬으면 좋겠군.’

거한이 죽게 된다면 기껏 힘겹게 그린 제단의 각인이 쓸모없게 되겠지만 나베 리우스는 조금의 아쉬 움도 느끼지 않을 것이 다. 그만큼 거한을 혐오했 다.

‘얼마나 많은 힘을 숨기고 있는지 는 모르겠으나 거한과 싸웠다면 최 상의 컨디션은 아닐 테지.’

가능하다면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를 지을 것이고 힘들다고 판단된다 면…….

“협상을 해야겠지.”

준비해둔 패는 충분하다.

당장에 그녀가 페트미라신을 배신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 충분히 타협할 수 있으리 라.

츠즈즉

I •

유일하게 제 단을 밝혀주던 작은 불빛이 사라졌다.

나베리우스는 심지에 남은 검붉은 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칼름-블룸… 부디 좋은 협력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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